그녀의 결혼 소식을 들은 것은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간만에 토익 시험을 준비하려고 신청한 학원의 강사가 자신이 주례를 선 결혼식 이야기를 하면서 언뜻 말한 신부의 이름을 듣는 순간, 나보다 큰 소리로 놀란 사람은 내 옆자리의 자칭 문학장년이었다. "형님, 저 신부 이름....캬하하" "공부해라"  문학장년은 뭐가 좋은지 강의 시간 내내 나를 곁눈질하며 히죽거리고 있었다. 추억은 머리 까진 학원 강사의 입을 빌려서라도 기어코 그 먼 길을 달려오고야 말았다.

입사를 하고 그녀를 처음 만났다. 큰 키에 시원시원한 행동이 맘에 들었다. 호감이 가는 여자였다. 난 연애에 어설펐다. 연애전략은 눈치9단 연애9단인 입사동기의 주도아래 이루어졌다. 나름대로 친구의 연애전략 ( 비오는 수요일날 나한테 전화해서 꽃 사서 가라고 난리를 떨곤 했다) 에 충실했고 뭔지 모르지만 신이 난 친구는 진도표까지 설명하며 열중하고 있었다. 진도표의 연애진척도가 80%라고 판단한 친구가 마지막으로 제안한 것은 여행이었다. 자신이 분위기 다 조성할테니 고백만 하면 100%  성공할 것이라는 성공전략에 넘어가고 말았다. 남녀 3명씩으로 이루어진 하조대행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여행의 시작은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잘 되어가던 여행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바닷가였다. 술이 한잔 두잔 돌고 누가 제안했는지 해변 축구 시합이 진행되었다. ( 남녀 3명씩 놀러가서 축구는 뭔 얼어죽을 축구였는지. 지금 추론해보아도 나나 연애박사 둘중의 한명일 것이다.) 근데 그 키 크고 호감가고 시원시원한 아가씨가 운동 신경이 장난이 아니었다. 육상인지 축구인지 종목은 명확하지 않으나 보통 여자들이 뛰는 폼이 아닌것은 확실했다. 처음에 한두골 재미삼아 먹어주던 골이 회복 불가능한 수치라고 판단한 순간, 여자에게 질수 없다는 마초본능과 쓰잘데기 없는 알코올성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조기 축구의 명예를 걸고 전력질주를 시작했고 골문에 거의 다다른 순간 누군가 깊숙한 태클을 걸어왔다.



아, 그 긴 다리, 그녀의 다리였다. 레드카드를 받을 정도의 백태클에 사정없이 쑤셔박힌 난 극심한 통증을 느꼈고 오른쪽 어깨가 탈골되었다. 그녀, 알코올 농도도 승부욕도 나보다 훨씬 강했던것 같다. 극심한 통증보다 무안함, 창피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종쳤구나! 싶은 허탈함이 몰려왔다. 연애성공전략의 거의 마무리를 보고자했던 동기와 둘이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임마, 종 쳤다." "종 쳤겠지?" "경험상으로 100% 종 쳤다"

여행복귀후 연애박사도 손을 떼고 하여간 얼마지나지 않아 여자의 백태클에 어깨탈골이 있었다는 소문만 남긴채 정말 종쳤다.  때~~~~~~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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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3-22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녕 님의 말씀인가요? 여인네의 백태클에 어깨가 탈골 되었다는 것이.....
음 곱게 자라셨군요.ㅋㅋ(님의 슬픈 사랑이야기에 맘이 아파야 되는데 이를 어쩌지요? )

icaru 2006-03-22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은 머리 까진 학원 강사의 입을 빌려서라도 기어코 그 먼 길을 달려오고야 말았다.... 이런 표현은 어데서 배우셨어요~ 므흐흐흐..
연애 전략가였던 입사 동기 그 분은 잘 사시죠?

잉크냄새 2006-03-22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 어깨 탈골도 타이밍이죠. 전력질주와 강력한 태클의 조합...
이카루님 / 그 표현 유하의 시 구절 패러디랍니다. "추억은 먼지 낀 유행가의 몸을 빌려서라도 기어코 그 먼 길을 달려오고야 만다." 제 머리에서 나올수 없는 구절인거 아시면서...그 연애 전략가가 예전에 한번 말씀드린 서른즈음에를 불러주던 동기랍니다.

마늘빵 2006-03-2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날개 2006-03-2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아.. 이거 웃어도 되는 겁니까? ㅋㅋㅋ)

chika 2006-03-22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나...날개님이 웃으시니 저도 용기를 내어;;;;)

sweetmagic 2006-03-22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켁켁.큭큭..........(살짝 조용히 글읽다가 ㅋㅋㅋ)

stella.K 2006-03-22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진짜 재밌군요. 근데 저 그림은 또 어디서 퍼오신 건가요? 그러고 보니 재작년이던가요? 잉크님 장가 가시면 그날 알라딘 오프 모임 갖자고 냉열사님과 굳게 약속했건만 아직도 못 갖고 있으니...저 냉열사님 보고 싶은데 어떻게 좀 안될까요? 하하.

플레져 2006-03-22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정한 연애술사가 여기 있으니 이제는 운동신경이 국가대표급인 녀자라해도 잉과장님이 마음 열 준비만 되셨다면, 연락주십시오. 아, 연애중이시라구요? ㅎㅎ
복합성 (그리움 + 설렘 + 코믹 반전) 을 두루 갖춘 명문입니다!

미미달 2006-03-22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그 승부욕이 너무 지나치면 좀 무서울듯 ; 백태클이라니... 겁나게 불타는 승부욕이군요.

잉크냄새 2006-03-22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날개님, 치카님, 매직님 / 김형곤이가 그랬거든요. 웃자고. 그냥 웃자고 쓴 페이퍼니 웃으세요.ㅎㅎ
스텔라님 / 아, 그 당시의 방명록 야사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플레져님 / 그 당시는 백태클에 대한 조항이 그다지 심각하게 명문화되지 않은 시점이었죠. 지금은 바로 퇴장입니다. 연락@,.@...굿 아이디어
미미달님 / 의기양양하게 서서 어깨빠진 절 내려다보던 그녀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이제는 이겼다! 는 표정같더군요.ㅎㅎ

비로그인 2006-03-23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레오레오레오레~
캬..빽태클! 저런, 저런! 동네조기축구단원의 후까시가 한꺼번에 깨박살나던 추억의 풋볼! 풋사랑! 에구, 그나저나 큰일날 뻔 하셨어요. 어깨탈골이라니..거, 무지 아픈데..언제 날 잡아 안전빵으로 옥상에서 족구나 합시다! 날도 따땃한데..

Laika 2006-03-23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백태클" 로 잉과장님을 넉다운 시킨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어요. 선배가 찬 공에 정면으로 맞아본 적이 있는 라이카로서는 정말 존경스러운(?) 멋진 여자 분이네요....흐흐~
가끔 오토바이 타고 나타나서 한번씩 웃겨주시는 이 센스~~ ^^

내가없는 이 안 2006-03-23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슬슬 했으면 좋았잖아요. 그런데 어쩐지 두 분이 어울렸겠단 생각도 드는데요. ^^

잉크냄새 2006-03-23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 어째 말에 가시가 있어요. 왜요. 옥상 난간에서 살포시 밀어주시려고요? ^^ 올레오레오레오레~~
라이카 / 하하,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나오다가 괜히 측은지심이 발동합니다. 쌍코피 흘렸겠어요. 축구공에 맞아본 사람만이 알지요. 얼마나 아픈지...ㅎㅎ
이안님 / 그러게요. 전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엉뚱한 행동을 하곤 해요. 어울렸을까요? 안어울렸을까요? 저도 모르죠.^^

kleinsusun 2006-05-1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이렇게 재미있는 글(재미있다고 해도 되나요? 어깨 탈골이면 많이 아프셨을텐데...^^) 을 지금에야 읽었네요. 근데...왜 그렇게 남자들은 여자한테 지기 싫어해요?

잉크냄새 2006-05-18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 반가워요. 지기 싫어하는거...남자들의 불치병이기도 하고...ㅎㅎ

비로그인 2007-04-05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치겠네..ㅋㅋㅋㅋ
아무래도 운동신경 좋고 키 큰 그녀가 제 이야기 같아요 ㅎㅎㅎ
지기싫어하는 근성도 그렇고, 아이 참 웃겨 죽겠다 오늘!
 
 전출처 : 검둥개 > 묵집에서 (장석남)

묵집에서 (장석남)


묵을 드시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
묵집의 표정들은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나는 묵을 먹으면서 사랑을 생각한다오
서늘함에서
더없는 살의 매끄러움에서
떫고 씁쓸한 뒷맛에서
그리고

아슬아슬한 그 수저질에서
사랑은 늘 이보다 더 조심스럽지만
사랑은 늘 이보다 위태롭지만

상 위에 미끄러져 깨진 버린 묵에서도 그만
지난 어느 사랑의 눈빛을 본다오
묵집의 표정은 그리하여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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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3-17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을 드시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난 맛있다. 텁텁하다. 떫다라는 피상적인 단어 이외에는 생각지 못할것이다. 시인이 바라본 또 하나의 세상, 그 세상을 슬며시 곁눈질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시인에게 감사한다.

돌바람 2006-03-17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 모잠비크 출신 그룹 Eyuphuro의 2001년도 재기작 Yellela에 수록된 Masikini를 듣는데 어젯밤 한 분이 함께 가시겠다고 메모를 남겨주셨어요. 참으로 감사하더군요. 기다리겠습니다.  

Yellela - (2001, Riverboat)

 

하나-자칭 문학 청년을 위한 추천 시집


저도 이안 님 말씀처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 <좁은문>을 추천해 드리고 싶지만, 그 분이 굉장히 소심한 면이 있는데다가 상처받기 쉬운 마음의 소유자라고 하니, 자신의 실수를 알고 나면 오랫동안 그 상처가 아물 것 같지 않기에 시집을 권해 보려 합니다. (일단 그 분도 시집을 원했기에...) 그런데 요즘 시집과 담을 쌓고 있었던 지라 좀 막막하네요. 그래서 제 서재의 시집 꽂아 놓은 곳을 쭉 훑어보니 눈에 띄는 시집이 한 권 있더이다.(혹시 읽었을까나?)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입니다. 이미 파블로 네루다는 영화 “일 포스티노”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는 시인이지요. 그는 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정치인, 외교관으로 활약했고, 1971년 노벨 문학상을 탔다고 하네요. 이 책은 그의 젊었을 때의 시집입니다. 문학청년에겐 제격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에 수록된 너무나 유명한 시 <詩>를 잠깐 소개하면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

이 시집을 읽고 그 분이 다니는 회사 그만 두고 시인의 길로 들어설까 우려되긴 하오나
그래도 일단은 이 시집으로 뜨거운 문학의 열정을 잠시나마 다스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둘-깻잎 머리 소녀를 위한 추천 시집
깻잎머리 소녀에게 어울릴 시집은 뭘까 하고 다시 쭈~욱 시집을 훑어보니 눈에 띄는 시집이 있습니다. 그녀의 심란한 마음을 이 시집으로 잠재우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신현림의 <해질녘에 아픈 사람>입니다.
신현림을 전 언니라고 부릅니다. 물론 그 분은 저를 모르겠지만 전 어렸을 때 그 분을 직접 뵈었거든요. 시인의 고향은 의왕시입니다. 의왕은 군포 안양 과천과 더불어 아주 가까이 있어서 한 동네라고 부르죠. 예전에 그 언니의 아버님이 국회의원에 출마한 적이 있었어요. 아버님의 선거활동에 그 언니도 마지못해(?) 나와서 선거활동을 한 것을 보았습니다. 참 어렸을 때이지만... 그 언니의 표정은 정말 마지못해, 억지로 끌려 나온 것처럼 보였어요. 그 분이 이젠 아주 유명한 시인이 되었네요.(그래서 그럴까? 그 분의 시집은 거의 다 갖고 있네요)

이 시집은 요즘도 제가 가끔씩 들쳐 보네요. 그 중에 한 편...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슬퍼하지 마세요
 세상은 슬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니까
 자살한 장국영을 기억하고 싶어
 영화 「아비정전」을 돌려보니
 다들 마네킹처럼 쓸쓸해 보이네요
 다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해요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아픈 사람들
                        따뜻한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전쟁으로 사스로 죽어가더니
                        우수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자살자들
                        살기엔 너무 지치고, 휴식이 그리웠을 거예요
                        되는 일 없으면 고래들도 자살하는데
                        이해해 볼게요 가끔 저도 죽고 싶으니까요
                        그러나 죽지는 못해요 엄마는 아파서도 죽어서도 안 되죠
                        이 세상에 무얼 찾으러 왔는지도 아직 모르잖아요

                        마음을 주려 하면 사랑이 떠나듯
                        삶을 다시 시작하려 하면 절벽이 달려옵니다

                        시를 쓰는데 두 살배기 딸이
                        함께 있자며 제 다릴 붙잡고 사이렌처럼 울어댑니다

                        당신도 매일 내리는 비를 맞으며 헤매는군요
                        저도, 홀로 어둠 속에 있습니다

 


   진은영의 "일곱개의 단어로 된 사전" 은 깻잎 머리 소녀에게 추천해요. 
   청춘에 대한 잔향이라고 해야할까요.
   막 일어나는 청춘이라고 해야할까요.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나이가 스물 여덟이고,
   이십대의 나날에서 아름다운 나이도 스물 여덟.
   서른이 되고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나이가 주는 무게감 보다
   서른에 대한 무거움과 편견을 안겨주는 현실때문에 
   스물 여덟은 아무것도 '안해 놓은 것만 같은' 비애를 종종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진은영의 시로 그녀를 위로할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허수경의 "혼자 가는 먼집" 은 문학청년에게 추천해요. 
 자칭 문학청년이라고 말하는 사람일수록 
 마음은 유행가 가사처럼 연약해요. 
 연약해뵈지만, 슬픈 유행가 가사같지만
 가끔씩 떠올라 마음을 저미고 가는 허수경의 두번째 시집 권합니다.
 너무 여성취향인가... 아니, 낭만적 서정을 가진 인간의 취향이 낫겠어요.

 

 

자칭 문학청년이라고, 군단장 표창까지 받은 정도라면, 
거창한 시집도 좋아하지 않을까, 
어려워만 보이던 시집에서 뭔가 좋은 구절을 발견하면
온갖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게 될지도 모를, 그런 시집도 한 권...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세사르 바예호.  
 산문시처럼 한 편의 대서사시 같은 장편의 느낌이 나는 바예호의 시집.
 문학청년이 이 시집을 읽고 
 읽지 않은 범인들속에서 조금 한탄해하다
 마음에 드는, 제일 짧은 단 한줄 (그러나 깊이가 넘치는) 을  
 소주 한잔 기울일 때 마다 읊게 될지도... 그때, 잉과장님은 
 기꺼이 마음과 귀의 문을 열어 놓으리라...  

 

두분 주인장 보기로 주소와 시집 올려주세요. 축하합니다. 축하해주시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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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5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3-16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 주인장들께서 추천해 주신 시집들을 쭈~욱 둘러 보노라니, 역시...시에 문외한인 제 자신만 확인하고 가게 되네요.
시에 있어서도 편식이 심해 제가 관심 있는 시인들의 작품들만 주로 접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날도 흐린데, 왠지 커피 한 잔 마시며 시 한 편 읊조리고 싶네요. 깻잎 머리 그녀를 떠올리며~ ^^

Laika 2006-03-19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 감상하며 커피 한잔 마셔야겠네요...^^

잉크냄새 2006-03-20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두분 / 접수했습니다. 곧 보내드릴께요.
냉.열.사님 / 님의 복귀가 조금만 빨랐어도 님의 멋진 시 추천을 받았을겁니다.
라이카님 / 님이 추천해주신 누드(?) 가 들어가는 책은 제가 보게될 것 같네요.
 

하나.

회사 남자 후배가 한명 있다. 입사초부터 불철주야 끌고 다니며 술을 먹여서인지 아직도 형! 형! 하며 잘 따른다. 지금은 팀이 달라져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속깊은 이야기를 나에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기쁘다. 이 녀석은 겉으로 보기에 다소 거칠고 냉정해 보이기도 하지만 속은 상처받기 쉬운 가슴을 가지고 사는것 같다. 그냥 툭 털어버릴 일에도 상처받는것, 혹자들은 소심하다고도 표현하지만 난 인간적이라 말해주곤 한다. 어제는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술마시다 갑자기 시집 한권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자칭 문학소년이었다나..

후배 : 형! 내가 그래도 문학소년이었잖아. 고등학교까지 문예창작반이었고 군대에서 소설써서 군단 표창으로 휴가 나온 사람이야. 그 뭐더라....앙드레 지드의 <죄와 벌> ?? 엄청 좋아하지.

나 : 쪽팔린다. 목소리 낮춰라.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어설픈, 상처받기 쉬운 영혼을 가진 자칭 문학청년이 읽을만한 시집 한권 추천해주세요. 

둘.

우리 회사 여직원들은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입사한 여사원들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입사할 즈음에 깻잎머리를 하고 입사한 그녀들이, 이십대 중반이 훨씬 넘어선 그녀들이 아직도 동생같고 애들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녀들에서 받은 첫인상이 아직도 남아있는 까닭일 것이다. 이번에 입사초에 같이 일하던 여직원이 진급이 누락되었다. 대부분이 남자인 이곳에서 남자들의 진급 누락이야 수도 없이 봐왔고 술 한잔 마시고 잊어버린다지만, 어리고 여려보이는 여사원이 다소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으면 괜히 더 안쓰럽다. 말이란 불완전하기에 어설픈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기도 조심스럽다. 스물 여덟이니 스스로 맘을 추스릴 나이이지만 그래도 먼저 떠오르는 것은 깻잎머리 소녀의 여린 모습이다.

깻잎머리 소녀가 다소 심란한 맘을 달래며 읽을만한 시집 한권 추천해주세요.

갑자기 불쑥 나타나 그냥 추천만 해달라니 염치가 없네요. 이벤트는 아니지만 좋은 시집 추천해주신 두분께 책 선물해 드리고 싶네요. 참, 과장 진급했습니다. 축하해 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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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6-03-0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나 못 살아요. 우선 과장 진급하신 것 축하하는 의미에서 추천부터 때리고. 근데 이거 과장 별 다느라 알라딘에 소홀하신 거라면 이게 이게~~

돌바람 2006-03-08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어설픈, 상처받기 쉬운 영혼을 가진 '자칭 문학청년'에겐 '죄와 벌'에 상당하는 아주 어려운 시집을 주어야 해요. 다신 문학청년이라고 말 못 하게. 음~~ 파베세의 <피곤한 노동>은 어때요. 아님 베이 다오의 <별들은 증거를 댈 것이다>(실은 내 책상에 있는데 저도 자칭 '문학소녀'였답니다. 그런데 이런 시집 보니 그 말이 쏙 들어가더라는~~ 속닥속닥)

icaru 2006-03-08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 과장님 축하드리어요~
요즘 턱 내시느라... 안 뵈셨던 거지요?

그나저나 앙드레 지드의 <죄와 벌> ?? 을 좋아하는 상처받기 쉬운 문학청년에게 어떤 시집이 좋을까.. 아서라... 저도 시집을 손에서 놓은지가 ...
그래도 가끔 들춰서 편하게 읽기에는 나희덕 님의 시집들이 좋던데~

돌바람 2006-03-08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이카루님 추천 안 눌렀대요. 메롱~~ 이카루님!

잉크냄새 2006-03-0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 자칭 문학청년 잡을 일 있습니까?^^ 저도 제목보는 순간 섬찟합니다.^^ 하나와 둘에 대하여 시집을 별도로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카루님 / 잉문공부장관에서 낙상한거지요.^^나희덕님의 시집이라....제목까지 좀더 구체적으로 부탁해요. 그리고 아래 돌바람님 댓글 읽고 반성하세요.^^

Laika 2006-03-08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세번째가 제일 중요한거죠? 축하드려요...
축하커피를 드리려했으나, 
커피 보다는 술을 더 좋아라하실것 같아서 축하주를 준비하였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커피로 바꿔드릴께요..^^

   두번째, 깻잎머리 소녀분은
  (스물여덟의 소녀...^^)  
  이건 시집은 아니지만,
  산문집이라 아무대나 펼쳐서 읽으셔도 좋을것 같고,
  사진도 많이 나와있어서 좋을것 같아요..
  무엇보다 "희망"을 얘기해서 좋을것 같은데,
  ( "누드"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불편하시려나?ㅎㅎ)

 

 

  자칭 문학청년에겐 "쨍한 사랑 노래"가 괜찮을것 같아요.
  황동규 유하, 정현종 등 여러 시인의 작품들이 들어있으니
  이중 몇분은 "문학 청년"이라 당연히 ~ 아실테니....
  문학에 대한 정열을 다시 한번 활활 태워보셔도 좋을듯 싶어요..^^

 


미네르바 2006-03-0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해요. 축하 꽃다발부터 드릴게요^^
잉문공부장관에서 낙상한 것인지는 몰라도 과장으로의 승진은 정말 축하드려요.
그리고 반성하라는 소리 듣지 않기 위해서 추천도 확실히 누릅니다^^

그런데 시집이라... 요즘은 시를 읽은 지도 너무 오래 되었어요.
그냥 퍽퍽한 책만 읽었네요. 뭐가 좋을까요? 좀더 생각해 볼게요


잉크냄새 2006-03-08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 아니요. 시집 추천이 먼저랍니다. 이 페이퍼가 시집 추천이 아니라 진급 인사로 흘러서 좀 거시기하기도 하지만 기분은 좋네요.ㅎㅎ 막걸리 고맙습니다. 입에 착착 달라붙네요. 희망의 누드는 누드라는 선정성 때문에 제가 감사히 읽도록 하겠습니다.^^
미네르바님 / 진짜 오랫만이네요. 건강하시죠. 꽃다발 고맙습니다. 너무 고민들 마시고 가볍게 추천해주세요. 올 봄에는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 누가 할 소릴...ㅎㅎ)

하루(春) 2006-03-08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댓글 다는데요. 시집 받으실 분의 종교가 기독교나 천주교가 아니라면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어떨까 싶네요.

날개 2006-03-08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과장님, 축하드려요!^^
시집은 잘 알지 못하는터라 추천은 패스~

2006-03-08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6-03-09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글은 왜 이렇게 웃음부터 나온대요? 저 앙드레지드의 죄와벌을 얘기한 사람한테는 앙드레지드의 대표작 좁은문을 주면 어떨까요? (확실히 알려주는 것도 중요해요.) 도스또씨의 죄와벌은 읽었다니깐. ^^ 잉 과장님, 진급을 축하드려요...

stella.K 2006-03-09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축하드려요, 과장님! 좋은 시집이 뭐가 있을까나? 생각 좀 해 보구요.^^

stella.K 2006-03-09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형도의 시집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벤치에서 앉은채로 죽었다는 그것 때문일까요? 전 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웬지 기형도 만큼은 가슴에 있어요. 우습죠?

 

 

 

이 책 이미 알고 계신가요?

 

 

 

 

 너무 무거울까요?

 


비로그인 2006-03-0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잉크냄새님! 만세, 만세! 그람 월급도 올라갈 거구, 삘 받아 이벤트도 하실 거구, 글탐 잉 과장님께 딸랑거린 사람에게 유리한 문제를 내실 거구, 당근 선물은 제가 받을 거구..너무너무 좋아요!! 감축, 감축 드리옵니다. 시는..생각 좀 해 보구요..

파란여우 2006-03-09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과장님! 축하해요.
여기에 축하인사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 남성분은 없군요.
아낙들의 애정공세에 이젠 좀 지겨우시지 않을까 합니다만
위에 복돌이 마저 님에게 추파를 던지는구랴.
시집은 무슨....시집도 못 간 처지에 추천은 못하겠소.
그리고 축하 화환이라도 드려야겠는데..집안에 들여 놓은 자리는 있소이까!!!으흐흐

진주 2006-03-09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 아니라 파란여우님에게만 보이기 : 저어기..복돌이님이 남자분 아니셨어요???오잉??)

잉크냄새 2006-03-09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 반갑습니다. 종교인들이 아니니 그 책 꼭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날개님 / 감사합니다. 항상 들러주셔서 고마워요.
속삭이신님 / 아니 취중에서도 이런 멋진 시집을 알려주시다니요. 역시 굿~입니다.
이안님 / 아카데미상을 타시더니 다시 오셨네요. 자칭 문학청년을 비참하게 몰고가시는 분이 두분 계시군요. 이안님과 돌바람님....ㅎㅎ
스텔라님 / 오랫만이네요. 자칭 문학청년과 늙은 깻잎머리 소녀가 읽기에 다소 힘들어보이기도 하네요.ㅎㅎ
복돌이님 / 딸랑 딸랑 딸랑대네. 유머1번지 김학래처럼. 그 모습이 밉지않네. 이벤트란 한낱 꿈이런가....오오오...이제 그만...감사해요.
여우님 / 그죠. 제 서재는 저를 제외하고는 금남의 서재가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시집을 못간 처지가 아니라 안간 처지시니 시집을 알려주세요.^^
진주님 / 핫, 저도 처음 몇달간 복돌이님이 남자인줄 알았습니다. 아마 서재분들 대부분이 그러하셨으리라 보여집니다.

미네르바 2006-03-09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생각나서 시집 두 권 추천합니다^^

하나-자칭 문학 청년을 위한 추천 시집
저도 이안 님 말씀처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 <좁은문>을 추천해 드리고 싶지만, 그 분이 굉장히 소심한 면이 있는데다가 상처받기 쉬운 마음의 소유자라고 하니, 자신의 실수를 알고 나면 오랫동안 그 상처가 아물 것 같지 않기에 시집을 권해 보려 합니다. (일단 그 분도 시집을 원했기에...) 그런데 요즘 시집과 담을 쌓고 있었던 지라 좀 막막하네요. 그래서 제 서재의 시집 꽂아 놓은 곳을 쭉 훑어보니 눈에 띄는 시집이 한 권 있더이다.(혹시 읽었을까나?)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입니다. 이미 파블로 네루다는 영화 “일 포스티노”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는 시인이지요. 그는 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정치인, 외교관으로 활약했고, 1971년 노벨 문학상을 탔다고 하네요. 이 책은 그의 젊었을 때의 시집입니다. 문학청년에겐 제격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에 수록된 너무나 유명한 시 <詩>를 잠깐 소개하면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

이 시집을 읽고 그 분이 다니는 회사 그만 두고 시인의 길로 들어설까 우려되긴 하오나
그래도 일단은 이 시집으로 뜨거운 문학의 열정을 잠시나마 다스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둘-깻잎 머리 소녀를 위한 추천 시집
깻잎머리 소녀에게 어울릴 시집은 뭘까 하고 다시 쭈~욱 시집을 훑어보니 눈에 띄는 시집이 있습니다. 그녀의 심란한 마음을 이 시집으로 잠재우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신현림의 <해질녘에 아픈 사람>입니다.
신현림을 전 언니라고 부릅니다. 물론 그 분은 저를 모르겠지만 전 어렸을 때 그 분을 직접 뵈었거든요. 시인의 고향은 의왕시입니다. 의왕은 군포 안양 과천과 더불어 아주 가까이 있어서 한 동네라고 부르죠. 예전에 그 언니의 아버님이 국회의원에 출마한 적이 있었어요. 아버님의 선거활동에 그 언니도 마지못해(?) 나와서 선거활동을 한 것을 보았습니다. 참 어렸을 때이지만... 그 언니의 표정은 정말 마지못해, 억지로 끌려 나온 것처럼 보였어요. 그 분이 이젠 아주 유명한 시인이 되었네요.(그래서 그럴까? 그 분의 시집은 거의 다 갖고 있네요)

이 시집은 요즘도 제가 가끔씩 들쳐 보네요. 그 중에 한 편...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슬퍼하지 마세요
 세상은 슬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니까
 자살한 장국영을 기억하고 싶어
 영화 「아비정전」을 돌려보니
 다들 마네킹처럼 쓸쓸해 보이네요
 다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해요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아픈 사람들
                             따뜻한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전쟁으로 사스로 죽어가더니
                             우수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자살자들
                             살기엔 너무 지치고, 휴식이 그리웠을 거예요
                             되는 일 없으면 고래들도 자살하는데
                             이해해 볼게요 가끔 저도 죽고 싶으니까요
                            그러나 죽지는 못해요 엄마는 아파서도 죽어서도 안 되죠
                             이 세상에 무얼 찾으러 왔는지도 아직 모르잖아요

                             마음을 주려 하면 사랑이 떠나듯
                             삶을 다시 시작하려 하면 절벽이 달려옵니다

                           시를 쓰는데 두 살배기 딸이
                           함께 있자며 제 다릴 붙잡고 사이렌처럼 울어댑니다

                           당신도 매일 내리는 비를 맞으며 헤매는군요
                           저도, 홀로 어둠 속에 있습니다

이렇게 두 권을 추천합니다(아~ 힘들다)
책 선물 받고 싶어서 힘들게 썼으니 미네르바 성의를 결코 외면하면 아니되옵니다^^
(아부가 좀 심했나???)

*시를 옮겨 적은 것이 줄이 맞지를 않네요. 수정해도 안 되니 그냥 안 예뻐도 봐~ 주세요^^


플레져 2006-03-1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미네르바님이 추천하신 시집, 저도 다 갖고 있는데, 참말로 좋은 시집이어요 ^^

   진은영의 "일곱개의 단어로 된 사전" 은 깻잎 머리 소녀에게 추천해요. 
   청춘에 대한 잔향이라고 해야할까요.
   막 일어나는 청춘이라고 해야할까요.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나이가 스물 여덟이고,
   이십대의 나날에서 아름다운 나이도 스물 여덟.
   서른이 되고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나이가 주는 무게감 보다
   서른에 대한 무거움과 편견을 안겨주는 현실때문에 
   스물 여덟은 아무것도 '안해 놓은 것만 같은' 비애를 종종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진은영의 시로 그녀를 위로할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근데, 너무 멋지다, 잉과장님....ㅎㅎ

 
 허수경의 "혼자 가는 먼집" 은 문학청년에게 추천해요. 
 자칭 문학청년이라고 말하는 사람일수록 
 마음은 유행가 가사처럼 연약해요. 
 연약해뵈지만, 슬픈 유행가 가사같지만
 가끔씩 떠올라 마음을 저미고 가는 허수경의 두번째 시집 권합니다.
 너무 여성취향인가... 아니, 낭만적 서정을 가진 인간의 취향이 낫겠어요.

 자칭 문학청년이라고, 군단장 표창까지 받은 정도라면, 
 거창한 시집도 좋아하지 않을까, 
 어려워만 보이던 시집에서 뭔가 좋은 구절을 발견하면
온갖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게 될지도 모를, 그런 시집도 한 권...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세사르 바예호.  
 산문시처럼 한 편의 대서사시 같은 장편의 느낌이 나는 바예호의 시집.
 문학청년이 이 시집을 읽고 
 읽지 않은 범인들속에서 조금 한탄해하다
 마음에 드는, 제일 짧은 단 한줄 (그러나 깊이가 넘치는) 을  
 소주 한잔 기울일 때 마다 읊게 될지도... 그때, 잉과장님은 
 기꺼이 마음과 귀의 문을 열어 놓으리라...  


stella.K 2006-03-10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깻잎 머리 소녀분은 몰라도 자칭 문학청년이시라면 저 정도는 읽으셔야 하지 않을까요? 흠...!

조선인 2006-03-10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 추천은 불가하구요, 과장 진급은 흑, 부러운 마음을 가득 안고 마구마구 축하드려요.

Koni 2006-03-10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장진급 축하드립니다.(초면에 불쑥~^^;;)
깻잎머리 소녀를 위한 추천작. 사실 제가 좋아하는 시집이에요.

 

 


 

문학청년쪽이 더 어렵네요. 이건 문학중년이신 아버지 서가에서 골라봤습니다.
세대차이가 좀 나더라도, 남자들이 좋아하는 시가 아닐까 싶어서.


물만두 2006-03-10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최근에 읽었는데 좋습니다.

황인숙 시집은 다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새로 나왔다는데 아직 못 봤습니다.

님이 보시고 좀 알려주세요^^

이 시집도 좋았습니다. 여자와 어머니에 대한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든 시집입니다.


잉크냄새 2006-03-12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 아, 완벽한 해설. 감동입니다. 파블로 네루다의 책은 제가 꼭 읽어보고 싶군요.^^
플레져님 / 시집에 대한 추천사가 더 없이 멋집니다. 책 추천에 있어서 항상 막강한 모습을 보여주시는군요.^^
스텔라님 / 흠.. 마이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딴청)
조선인님 / 감사합니다. 님께도 항상 좋은 소식 있으시길....
냐오님 / 초면에 이렇게 축하해주시고 좋은 책까지 추천해주시니 기쁘기 그지없네요.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물만두님 / 오늘 옛날 책을 정리하다 황인숙 시인의 시집을 발견했어요. 대학교 1학년때 읽던 시집이더군요. 좋은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전출처 : 돌바람 > 다시 왼손가락으로 쓰는 편지 -고정희

다시 왼손가락으로 쓰는 편지

고정희



그대를 만나고 돌아오다가
안양쯤에 와서 내가 꼭 울게 됩니다
아직 지워지지 않은 그대 모습을
몇번이고 천천히 음미하노라면
작별하는 뒷모습 그대 어깨쭉지에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독자적인 외로움과 추위가 선명하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대 독자적인 외로움과 추위가
안양쯤에 와서
더운 내 가슴에 하염없는
설화로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대 독자적인 외로움과 추위를 마주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나는 처절합니다
되돌아가기엔 나는 너무 멀리 와 버렸고
앞으로 나가기엔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대 땅에 뿌려 놓았습니다
막막궁산 같은 저 어둠 어디쯤서
내 뿌린 씨앗들이 꽃피게 될런지요
간담이 서늘한 저 외롬 어디쯤서
부드러운 봄바람 나부끼게 될런지요
기우는 달님이 집 앞까지 따라와
안심하라, 안심하라, 쓰다듬는 밤
열쇠를 끄르며 나는 웃고 맙니다
눈물로 녹지 않을 설화는 없다!
불로 녹지 않을 추위는 없다!

--『아름다운 사람 하나』(1990) 수록 

 

>> 시인은 <노을풍경>에서 "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면 "그 한번의 그윽한 기쁨/단 한번의 이슥한 진실이/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시인은 사랑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 빼어든 시집 속의 그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던 때의, 각자의 독자적인 외로움을 눈물 한 방울로, 그래 한 방울의 눈물로 녹여낼 수도 있었으나, 녹이지는 않았다. 다만 웃고 만다. 눈물로 녹지 않을 설화는 없으므로. 불로 녹지 않을 추위는 없으므로, 아름다운 사람의 뒷모습을 더듬는 것으로 자신을 놓아준다. 그리고 다시 왼손가락으로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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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2-22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이제야 알것 같다.

icaru 2006-02-2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도 덜도 아니고... 안양 쯤이구만요~ 음..

잉크냄새 2006-02-27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이 시인이 안양쯤에 살았나 봐요.^^

미네르바 2006-03-08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정희 시인이 안양에 살았었나 좀 더 알아봐야겠어요^^
혹시 언젠가 그분과 언뜻 스쳐 지나간 적은 없었는지도요...

잉크냄새 2006-03-09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 그리고 보니 님도 안양이시군요. 안양에 문인들이 많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