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돌바람 > 다시 왼손가락으로 쓰는 편지 -고정희

다시 왼손가락으로 쓰는 편지

고정희



그대를 만나고 돌아오다가
안양쯤에 와서 내가 꼭 울게 됩니다
아직 지워지지 않은 그대 모습을
몇번이고 천천히 음미하노라면
작별하는 뒷모습 그대 어깨쭉지에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독자적인 외로움과 추위가 선명하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대 독자적인 외로움과 추위가
안양쯤에 와서
더운 내 가슴에 하염없는
설화로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대 독자적인 외로움과 추위를 마주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나는 처절합니다
되돌아가기엔 나는 너무 멀리 와 버렸고
앞으로 나가기엔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대 땅에 뿌려 놓았습니다
막막궁산 같은 저 어둠 어디쯤서
내 뿌린 씨앗들이 꽃피게 될런지요
간담이 서늘한 저 외롬 어디쯤서
부드러운 봄바람 나부끼게 될런지요
기우는 달님이 집 앞까지 따라와
안심하라, 안심하라, 쓰다듬는 밤
열쇠를 끄르며 나는 웃고 맙니다
눈물로 녹지 않을 설화는 없다!
불로 녹지 않을 추위는 없다!

--『아름다운 사람 하나』(1990) 수록 

 

>> 시인은 <노을풍경>에서 "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면 "그 한번의 그윽한 기쁨/단 한번의 이슥한 진실이/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시인은 사랑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 빼어든 시집 속의 그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던 때의, 각자의 독자적인 외로움을 눈물 한 방울로, 그래 한 방울의 눈물로 녹여낼 수도 있었으나, 녹이지는 않았다. 다만 웃고 만다. 눈물로 녹지 않을 설화는 없으므로. 불로 녹지 않을 추위는 없으므로, 아름다운 사람의 뒷모습을 더듬는 것으로 자신을 놓아준다. 그리고 다시 왼손가락으로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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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2-22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이제야 알것 같다.

icaru 2006-02-2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도 덜도 아니고... 안양 쯤이구만요~ 음..

잉크냄새 2006-02-27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이 시인이 안양쯤에 살았나 봐요.^^

미네르바 2006-03-08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정희 시인이 안양에 살았었나 좀 더 알아봐야겠어요^^
혹시 언젠가 그분과 언뜻 스쳐 지나간 적은 없었는지도요...

잉크냄새 2006-03-09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 그리고 보니 님도 안양이시군요. 안양에 문인들이 많나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얼마나 깊이 사랑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누군가를 기다린다면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을까요?

몇번을 죽고 다시 태어난다 해도 결국 진정한 사랑은 단 한번 뿐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랑은 한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는 심장을 지녔기 때문이라죠...

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대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거라고 당신이 말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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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던가요. 자주 들어오지 못하다 들어온 어느 날이 영원한 가객 김광석의 10주년이더니 오늘은 참 곱던 배우 이은주의 1주년이네요. 비비안 리, 잉글리드 버그만, 소피아 로렌의 할머니급 (응?) 배우들 이후로는 거의 처음으로 참 고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배우였죠. 우울해 보이던 미소와 눈동자속에 역설적으로 담겨있던 고운 심성이 안타까워 보이던 작년의 기억이 떠오르네요. 뭐, 인생의 절벽아래로 뛰어내린대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거라는 삶, 더 살아보면서 미소 속에 사랑을, 삶을 담아보아도 좋았으련만. 멀리가신 분 안부나 한번 더 여쭈어봅니다. 거기서도 누구가를 깊이 사랑하고 오래도록 기다리고 계신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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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2-21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은주의 1주년....
저는 오늘 제주 바다가 보이는 라이브 카페에서 김동환 노래를 들었답니다.
그래서인지..좀 쓸쓸한 저녁입니다. 이럴 때 대비해서 남정네 한명 알아둘 걸..
떠나간 이들..남아있는 이들을 위하여 별이 빛나는 밤이 되길...

ceylontea 2006-02-2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그녀를 알게 된 것이 카이스트라는 드라마였어요...
그리고 쭉 어떤 역을 맡던지 좋아했었는데.. 그렇게 가고 나니 아쉽더군요...

이누아 2006-02-21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광석 10주기, 이은주 1주기, 지하철 참사 3주기.......살아 있는 이들이 사라진 이들을 기억하듯 사라진 이들도 살아 있는 이들을 기억할까요?

플레져 2006-02-21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반가워요. 오랜만이에요. 악수!!! ^^
이은주가 사라지던 그날, 아주 을씨년스러웠던 날씨였다는 거, 갑자기 우박이 쏟아지고 대낮인데도 칠흑같은 어둠으로 뒤덮여있었다는 거... 너무나 생생해요.

진주 2006-02-21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스타코비치의 우수어린 왈츠가 생각나요.
음음음음~~~~~~~

2006-02-22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6-02-2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 페이퍼 편집 능력이 나날이 진보하는 거 같슴다~ (봉창 두들기고 가네!!)

잉크냄새 2006-02-22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 제주도의 밤이 쓸쓸해서야 안되죠. 멋진 추억거리 만드시길...
실론티님 / 아, 그리고 보니 카이스트도 기억나네요. 그래도 전 <오! 수정> 과 <번지점프를 하다> 가 제일 기억이 나더군요.
이누아님 / 반갑습니다. 그런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님이 해주시는 것이 더 좋을것 같아요.
플레져님 / 오랫만이죠. 그날이 우박이 쏟아지고 칠흑같이 어두웠던 날이군요. 아마 밤부터 소쩍새도 그렇게 울었다죠.^^
진주님 / 코비치로 끝나는 사람은 말코비치 밖에 몰라서...음음음...
속삭이신님 / 맞아요. 저도 저렇게 운동화끈을 매어줄 것 같아요. 뭐, 그게 부끄러운 모습은 아니잖아요. 올봄...저도 그렇기를....
이카루님 /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칭찬을 하고 가시네요.^^ 건강 항상 유념하세요.

진주 2006-02-2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naver.com/junie883/120016076758

 

쇼스타코비치의 재즈모음곡 중 2번

IV Waltz.Dimity Shostkovich의 Jazz Suitz No.2


진주 2006-02-2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 들리세요?

털짱 2006-02-27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덕분에 쇼스타코비치를 듣네요.^^
전 머리가 복잡할 때 이 곡을 몇 번이고 다시 들어요.
그럼 뭔가 후련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잉크냄새 2006-02-2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 감사합니다. 근데 저희는 회사에 블로그가 막혀있어 들을수가 없군요.
털짱님 / 오! 이게 얼마만입니까. 저보다 훨씬 더 멀리 오래 떠나있다 오신 님. 반가워요.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상상력의 한계가 없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그러나 좀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 시야를 약간 좁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아아,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기 위해 자리에 누워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약 내가 내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
그것을 보고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내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도 있었을 것을,
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런지"

-웨스터민스터 대성당 지하묘지에 있는 어느 성공회 주교의 묘비명-

--------------------------------------------------------------------------------------------------

젊고 자유로워서 상상력의 한계가 없을때 난 오히려 나를 포함한 개개인이 변화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개인의 변화가 모여 세상이 바뀌는 것이라 생각했다. 요즘은 세상이 한번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를 포함한 개개인의 인식의 좌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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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2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돌바람 2006-01-1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처럼 한 개인에게 오명도 씌우고, 치욕도 씌우고, 좌절까지 덤으로 주는 때가 없었지 않을까, 아무 일도 없었지만, 제 속에서는 늘 이런 것들이 싸우네요. 깊숙이 들어갈수록 마음 단속하기가 참으로 힘들어집니다. 주신 글은 참으로 격려가 되었습니다. 가슴이 아프다는 걸 어떻게 뱉어야 할지 몰라 눈물이 핑 돌던 찰라였지요. 그저 열심히 살겠습니다, 이 한 마디밖에 달리 스님께 드릴 말씀이 없어 먹먹해집니다.

사마천 2006-01-12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듣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늘 새롭네요.

검둥개 2006-01-13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변화시키는 게 젤 어렵죠. 남한테 뭐라 하는 게 젤 쉽고요. ^^;;;

잉크냄새 2006-01-16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입이 간질간질합니다. 이 기쁜 소식을 혼자 두고 있으려니...당분간 입에 지퍼를 채워야겠네요. 아무쪼록 좋은 소식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돌바람님 / 님의 글이 오히려 저에게 격려가 되었답니다. 하루하루 뜬구름처럼 살아가는 생에서 한번쯤 지나온 생과 남은 생을 돌아보게끔 하는 마력이 님의 글에는 있답니다.
사마천님 / 늘 새롭지만 실천하지 못하기에 시간이 흐른후에도 생소하기만 합니다.
검둥개님 /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것, 그것은 세상이 변화된다는 것의 근간이 아닐까 싶네요.

2006-01-20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으로 10주년을 생각케 한 사람은 존 레논이다. 1990 12월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친구의 방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던 노래가 존 레논의 죽음 10주년을 기리는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던   IMAGINE 이었다. 방안이 온통 소피 마르소의 사진으로 도배된 친구의 방 구석에 동그란 안경과 히피 스타일의 머리를 하고 안경 너머로 조용히 쳐다보고 있는 한 남자의 사진을 바라보며 킬링필드의 한 장면 속에서 그를 그려보곤 했다.

 

그리고 오늘, 맑은 영혼으로 살다간 한 남자의 10주년이다. 사랑에 아파하는 친구들을 위해 불러주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군입대하는 친구들과의 마지막 밤에 서글프게 불러제끼던 이등병의 편지, 노년의 사랑이 애틋하고 아쉬워 부르던 어느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 바람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리고 서른의 삶과 나의 삶과 그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던 서른 즈음에”… 그 고운 노래들을 부르던 그가 죽은 지 벌써 십년이 지났다.

 

광석이 형의 자살 소식을 들은 것은 한참이 지난 후였다. 96 1, 인턴 사원을 마치고 나온 몇 푼의 돈으로 만원 짜리 여인숙을 전전하며 남도를 돌아다니던 시절, 기차칸에 기대어 마이마이에서 들려 나오던 그의 노래와 삶의 흔적들을 듣고 있을 무렵, 그는 죽었다. 환갑이 되면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돌아다니고 싶다던 꿈도, 다시 정열적인 사랑을 해보고 싶다던 꿈도 뒤로 한 채 그렇게 떠나갔다. 개학 후, 그의 죽음을 전해 듣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김 목정의 어느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타고 있던 버스 안에서 오열했다던 그를 떠올리다 괜한 마음에 코끝이 찡해졌다. 송강호가 그랬듯이 광석이는 왜 이리 일찍 떠난 거야 라는 해답 없는 생각이 한동안 맴돌곤 했다.

 

창법이나 테크닉이 아닌 영혼으로 노래를 불렀던 우리들의 영원한 형 김광석이 자살을 한지 벌써 십년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그의 노래는 시대를, 세대를 넘어 영원히 가슴에 남아있다. 죽어서 노래를 남긴 그는 영원한 가객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영원하다는 것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아닐게다. 그의 노래가 나와 같이 나이 들어간다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영원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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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1-0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10년이 되었군요. 내내 가슴 아프게 하며 남아있는 분이네요.

paviana 2006-01-06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벌써 10년이랍니까? 그는 떠나고 전 벌써 그가 간 나이를 지나와있군요.
저도 노래방에서 서른 즈음에를 열심히 불렀던 그 시절이 있었는데요..

아영엄마 2006-01-0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이라...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우리도 그만큼 나이를 먹은 거군요..) 정말 왜 그렇게 일찍 떠난 것인지...

paviana 2006-01-0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올리신 김광석의 노래들을 지금 듣고 있습니다. <어느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의 마지막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에서 참 모라 할 말이 없네요. 우리가 그에게 해줄말을 그가 그렇게 부르고 있네요.
잉크냄새님 자주자주 나타나셔서 이 목석같은 맘에 이런 비한자락 자주 좀 뿌려주세요.

잉크냄새 2006-01-06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 금방 지나온 시간입니다. 그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많이 아파오죠.
아영엄마님 / 함께 나이들어 간다는 것, 결코 서글프지 않죠. 저도 송강호의 그 대사를 들으니...참 아련하더군요.
파비아나님 / 아, 듣고 계시는군요.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버스안에서 오열했다던 광석이 형의 마음이 충분히 느껴지네요. 아, 그리고보니 저도 벌써 광석이 형보다 더 나이먹어 버렸군요.

파란여우 2006-01-0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석이(저와 동갑)가 잠시 운영하던 홍대 앞 라이브 카페에서
여러번 그를 봤지요. 작고 마른 남자. 가을 낙엽처럼 건조해 뵈는 남자였는데
눈동자에 알지모를 서글픔이 있더군요.
그후 그의 죽음과 더불어 그와 연애 관계였던 여가수도
세상 속에서 보이지 않는 아쉬움이 큽니다.
떠난자는 모르겠지만 남은 자는 아쉬운 법이죠.
잘 있냐 광석아~언젠가는 만날 날이 있겠지..벌써 십년인데...

2006-01-06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6-01-06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광석이 오빠는 왜 그리 일찍 떠난거야..

날개 2006-01-06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광석 콘서트를 굉장히 자주 다녔었어요.. 너무 좋아해서.....ㅜ.ㅠ
이 사람 노래만 들으면.. 가슴이 짠~ 합니다...

Laika 2006-01-07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래서 어제 라디오에서 김광석의 육성을 틀어준거군요...그 목소리 들으며 꿈속으로 빠져들었건만...광석이형도 못만나고....

잉크냄새 2006-01-07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진짜 님과 동갑내기군요. 그의 라이브를 직접 보셨다는 분들 보면 참 부럽더군요.
진주님 / 그것은 송강호 대사인디...
날개님 / 광석이 형이 라이브를 천번도 넘게 했다죠. 요즘 찌라시 가수들처럼 기법과 테크닉에만 의존하느라 라이브도 못하는 것에 비하면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진정한 가객이었죠.
라이카님 / 광석이 오빠가 아닌교? ^^ 그 맑은 목소리를 들으며 잠이 드셨다면 꿈마저 노래처럼 아늑했겠군요.

비로그인 2006-03-1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스타코비치의 곡이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오랫만에 인사 몇 마디 남기고 가요. 그간 안녕하셨죠? 마호가니 책상은 그간 윤이 더 반질반질~ 길이 들었네요. ^^

잉크냄새 2006-03-1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열사님 /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오랫시간 잊지 않고 있었지만 이렇게 다시 뵙게 될줄을 꿈에도 몰랐네요. 너무 반가워요.^^
 

고립, 청춘의 어두컴컴한 한 시기에 (뭐 청춘이 다 어두컴컴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암울했던 한 시기는 누구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무인도나 인적이 드문 벽지에 틀어박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프라이데이를 끌어들인 로빈슨, 배구공과 끈끈한 정을 나눈 케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 옷을 뒤집어쓰고 쓰리고를 친 승원(?)에게서 보여지는 고립무원의 적막감보다는 고립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풍기는 묘한 매력에 잠시 이끌린듯 싶다.

 

영동고속도로가 새단장을 하기 전 대관령을 넘어가는 길은 꼬불꼬불한 2차선 도로였다. , , 안개가 워낙 순식간에 쓸고 지나가는 곳이다. 밤의 대관령 길의 운치는 대관령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강릉이라는 도시이다. 별들을 뿌려놓은 도시 라는 말이 이곳처럼 어울리는 곳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신규 고속도로가 뚫려 구도로로 다니는 차량이 거의 없지만, 객지 생활이 익숙치 않던 학창시절의 대관령 정상에서 느껴지던 비릿한 바다내음과 함께 차창 밖으로 뿌려지는 별들의 향연은 또 하나의 그리움이었다. 동서울에서 주문진으로 향하던 버스는 나에게 있어 택시나 마찬가지였다. 학생 시절, 밤에 올라타는 직행버스의 승객은 나 혼자 유일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기사 양반은 노래 부르며 운전하고 승객은 뒷자리 창문을 열고 담배 피고 맥주 먹고 자고, 그래서 곧잘 버스를 택시라고 부르곤 했다.

 

아마 그때도 폭설이 내리고 있었고 승객은 물론 나 혼자였다. 대관령을 지나던 버스는 투덜거리던 엔진음을 마지막으로 멈추어 버렸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재미삼아 던지던 눈싸움도 지루해질 무렵부터는 하나 둘 대관령을 따라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난 워낙 천하태평인 성격인지라 덮고 잘 신문지나 준비하고 여차하면 차에서 자버릴 생각이었기에 좌석에 누워 밤하늘과 어둠을 묻어버리는 눈발을 보고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잔설은 외로움이고 폭설은 아픔이다. 잠시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들다 눈을 뜨니 기사 양반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거의 도착한 상태였다.

 

짧은 고립이었지만 첫경험에서 느껴지던 묘한 매력은 아직도 두 손에 잡힐 듯 남아있다. 자유, 해방감….뭐 이런 정형화된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형체가 전혀 없어면서도 다른 무엇보다 또렷이 형상이 느껴지는 듯한 그런 매력, 전라도 지방의 폭설로 고립된 차들을 보다가 문득 그 짧았던 고립의 묘한 매력이 다시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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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12-22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은 고립에서조차 잉크냄새가 설핏 남아 있어요.
(그런데 말예요. 알라딘 밖에서 너무 오래 고립되어 계시면 위험하다는 거 아시죠? 자주 뵙자구요.)

진주 2005-12-23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아무도 댓글을 안 다시고 추천만 누르지....
나만 고립....ㅠㅠ

내가없는 이 안 2005-12-2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은 고립에서 자유를 느낀다는 표현, 이해할 듯도 합니다. 진짜배기 고립을 원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짧은' 고립은 달콤하겠죠? 버스가 택시화되는 경험, 저도 많아요. 종점 가까운 집에서 살면서 밤늦게 다니는 사람은 늘 막판에 택시가 된 버스를 탄다죠. ^^

Laika 2005-12-24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의 짧았던 고립의 순간을 읽고 또 읽으며 "별들을 뿌려놓은 도시"를 한없이 그리워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또는 가벼운 한숨과 함께 바라보던 모습 ...
가끔 별빛과 혼동되어 보이던 오징어잡이 배들의 빛 ...
그 밤의 풍경은 아니지만..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진을 두고 갑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네르바 2005-12-24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문정희 시인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가 생각났어요. 짧은 고립의 매력... 저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나 생각해 보는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에요.
아기 예수의 탄생이 님에게도 기쁨이 되는 날이 되길 바래요^^

비로그인 2005-12-2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눈 속에서의 고립!! 짜릿하기도 하지만 좀 무서울 거 같습니다. 전 고장난 엘리베이터 안에 고립되어 있었는데, 자이로드롭처럼 쏜살같이 내려가던 미친 속도를 생각하면 지금도 쭈뼛!+__+;

잉크냄새 2005-12-2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 고립에 묻어나는 잉크냄새는 뭘까요? 궁금하네요.^^
이안님 / 어쩌면 단내나는 고립을 경험한 것일수도 있죠. 고립, 결코 낭만적이지 않은, 그러나 한번쯤 가슴을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이죠.
라이카님 / 대낮의 대관령이군요. 한밤중에 바라보면 님 말씀처럼 저 멀리 바다에는 오징어배 불빛도 보이고, 공항 활주로의 불빛이 왠지 기착지를 찾는 영혼에게 안도감도 주는듯 하죠.
미네르바님 / 한계령을 위한 연가... 대관령을 위한 연가와 비슷할것도 같네요.
복돌이님 / 무서운 감정이 없더군요. 엘리베이터의 고립, 폐쇄 공포증까지 더해지니 얼마나 겁날까요. 고립이 아닌 공포죠.^^

2005-12-28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6-01-16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이크냄새라뇨... 저도 요즘은 짧막한 댓글 하나 쓰기도 쉽지 않네요. 그래도 가끔 소식 전해주시니 반가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