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모든 삶을 살아볼수는 없다. 먼저 살다간, 혹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할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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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루쉰 지음, 이욱연 엮고 옮김 / 예문 / 2003년 12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2005년 08월 16일에 저장
절판

현실의 각성없는 미래에 대한 희망은 현실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이다. 물에 빠진 개는 몽둥이로 패버리라는 루신 선생의 강단있는 글들. 어설픈 관용이 미덕인양 만연한 현대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인디언의 영혼
오히예사 지음, 류시화 옮김 / 오래된미래 / 2004년 5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04년 12월 23일에 저장
품절
인디언이 들려주는 침묵과 경외감과 자연에 대한 끝없는 겸허함. 사라진 문명에 대한 비통함속에 현대 문명의 진정한 나아갈 길을 생각해본다.
더불어숲- 합본
신영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4월
12,800원 → 11,520원(10%할인) / 마일리지 640원(5% 적립)
2004년 07월 26일에 저장
구판절판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바라보는 강자의 논리에 지배되어온 인류와 문명의 아픔을 쓰다듬으며 우리의 나아갈 길을 잔잔하되 힘있는 주장을 하고 있다.
생각의 지도-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4년 4월
12,900원 → 11,610원(10%할인) / 마일리지 6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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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5월 31일에 저장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 발생의 근거를 찾아 서로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신문화의 나아갈 방향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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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 부스럭 서랍을 뒤지다 훈련소 빛바랜 군인 수첩속의 일기를 발견하다. 희미한 백열등 아래, 달빛 아래 한자 한자 적어간 스물 세살의 소중한 기억이구나. 훈련소 초기는 바쁘고 힘들었나보다. 훈련소 마지막 열흘의 기록이다. 전우라는 단어를 이처럼 어색하지 않게 마구 쓰고 있었다니 왠지 쑥스럽기도 하다.

1993.3.31.수. 24:12

또 다시 불침번의 임무가 나를 깨운다. 꿈의 세계를 막 노크할 찰나 누군가 어깨를 치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지금은 불침번 근무중. 내무반을 왔다갔다 전우의 취침 상태를 조사 그 외의 별다른 일은 없다. 근무중에도 어김없이 나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은 고향 생각. 나의 모든 사랑하는 이들의 생각. 나는 완전한 군인은 되지 못하나 보다. 아직 향수를 잊지 못하다니. 사랑하는 사람들아. 나는 지금 이 순간 당신들의 꿈속을 왔다갔다 불침번 근무중인지도 모른다.

1993.4.2.금. 05:30

밤새 꿈에 시달리면서도 왠지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는 전우들의 코 고는 소리에 동요됨이 없이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고 있다. 그런데 가슴 한 구석에 숨어있는 답답함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자고 있는 전우들을 바라보면 벌써부터 작별의 아쉬움이 엄습해오고 어서 끝나기를 바라는 훈련기간 속에서 나도 모르는 어떤 시간의 연장을 바라는 묘한 감정이 떠오른다.

1993.4.5.월. 02:17

심한 기침으로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깨어나다. 어제 한 전우가 폐렴으로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며칠전부터 창백해보이고 힘들어했던 그의 모습이 선한데 격려와 위로의 말 한마디 못한 것이 죄스럽다. 진정 필요할때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한 인간이 어찌 전우란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가. 부끄럽다. 나도 걱정이 된다. 기침이 너무 심하여 가끔 엉뚱한 생각이 든다. 아무 일 없어야 할텐데. 지금 밖은 달이 무척 밝다. 달에게 전우의 회복을 빈다.   

1993.4.7.수. 23:12

잠을 자는둥 마는둥 뒤척이다 잠을 깨었다. 모두 잠든 내무반에 있으려니 조금 전에 세면장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3소대 어느 전우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하고 있던 다른 전우들도 모두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버님, 이 곳에서 어머님만큼 그립지는 않지만 고향에서 고생하시고 계신 것을 생각하면 한없이 가슴 아픕니다. 아버님, 불쌍하신 아버님. 오래 오래 건강하십시오.

1993.4.9.금. 02:44

지금은 동초 근무 중. 이 훈련소에서의 마지막 동초 근무가 될것 같다. 달빛에 의존해 글을 쓰면서 오늘 달이 밝은 것에 감사한다. 달빛에 실려온 추위는 내 몸을 휩싸고 전우가 피우는 담배는 빨갛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제 10분 가량 남은 시간. 솔직한 심정으로 기쁨보다 아쉬움이 크다. 때때로 인간의 시간 개념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달빛에 드러누운 나의 총 멘 그림자가 제법 군인티가 난다.

1993.4.10.토 04:29

지금 몇촉인지도 분간할수 없는 희미한 백열등 아래서 펜을 든다. 시간은 지나면 짧은 것인가. 벌써 훈련소의 마지막 날이다. 짧게 깍은 머리를 쑥스러운 눈길로 쳐다보던 때가 어제같은데.  내 머리가 짧음을 잊고 산 지가 벌써. 오! 시간의 위대함에 경배한다. 인간의 생각으로는 정확한 시간 개념은 불가능한것 같다. 모두 잠든 전우들의 얼굴 속에 알지 못할 아쉬움이 피어난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자꾸 떠오르고 벌써부터 그리움의 꽃망울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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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07-05-28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얼마만의 과장님 페이퍼래요?^^ 희미한 달빛아래 한자한자 적어내려가는 스물셋의 군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요 .
잉과장님. 지금 듣고 싶은 노래 없으세요? 저는 갑자기. 잠못드는밤 비는 내리고가 너무 듣고 싶어졌어요. 그페이퍼읽을때 가슴이많이 아팠어요 저.

잉크냄새 2007-05-28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인생님 / 아, 그 페이퍼요. 훈련소에서 재검후 다시 끌려 돌아오던 버스 안에서 듣던 노래였죠. 그날 밤도 비는 주적주적 내리고 참 참담한 심정이었는데, 비 내리는 밤, 얼차레 받느라 잠을 못잤다죠.^^ 이 노래 한번 올려줘요.^^

ceylontea 2007-05-29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갑자기 잉크냄새님.. 나이를 막 계산해버렸다는.. ^^
예전의 잉크냄새님은 여전히(?),, 그때부터 로맨틱하셨군요.. ^^

춤추는인생. 2007-05-2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건모- 잠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

사실 오늘 페이퍼에는 더 애잔한 음악이 어울릴듯 싶은데.

그래도 이노래. 님께는 남다른 추억을 가지신 음악이시니. 이곳에 올리고 갈께요



초봄에 비까지 왔으니 얼마나 추웠을까요.

그 스물셋의 군인은..


 

어떠세요?

 

이추억은 아름답고 재밌었다기 보다는

좀더 애틋해서 자꾸만 보듬아 주고 싶은 추억이 아니신지요^^



잉크냄새 2007-05-29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 음, 역시 추론하시는군요.ㅎㅎ 알라딘 서재에 둥지를 튼지도 벌써 4년이 다 되어가니 시간의 관념은 역시 여기서도 어렵네요.

춤인생님 / 좋은 노래 감사드려요. 그래요 추억은 아름답던 고통스럽던 자꾸 보듬어 주어야죠. 그래야 먼 훗날 희미한 미소와 함께 떠올릴수 있을테니까요.

비로그인 2007-05-29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이) 춤인생님하고 잉과장님하고 잘 어울리시는데 데이트 한 번 하심이;
3=3=3=3=3

stella.K 2007-05-29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군요. 이런 일기도 쓰셨다니...! 남자들 군대 얘기 떠벌릴 줄말 알았지 이렇게 쓰는 군발이는 없지 않을까요? 저도 갑자기 잉크님 나이가 궁금해졌다는...!

잉크냄새 2007-05-2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 뜬금없으시기는^^... 노구를 이끌고는 짱구 엉덩이를 5개나 그리면서 뛰어갈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체셔님은 왠지 여전사 타입, 훈련소의 막강 여군 스타일일것 같네요.(뜬금없이 -,.-)

스텔라님 / 남자분들 군대 이야기 하는것 애교로 봐주세요. 그래도 푸르른 날에 2~3년을 보낸 곳인지라 아쉬움과 그리움과 분노와 허전함이 교차하는 미묘한 공간입니다. 김일성 때려잡으러 북한에 파견된 공작원 수준이라는 뻥만 아니면 그냥 웃어주세요.ㅎㅎ

겨울 2007-05-2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뜬금없이 다음 생은 기필코 남자로 태어나 군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요......

비로그인 2007-05-2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유~ 제가 그런 스탈이었음 맘에 둔 남자 그냥 보쌈해버렸을걸요? ㅠㅠ...

파란여우 2007-05-2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 읽으면 옛날 남친 생각이 나요...잘 살고 있다 하더이다..흐흐
그나저나 서재개편되면 잉크님의 저 아리따운 지붕이 사라질 위기에!
아유, 내가 저거 만드느라 한여름에 포샵질에 열공했었는데요. 다 까묵었으!!!

paviana 2007-05-29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이 만드신거였어요? 와 잉과장님이랑 너무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93년에 제대하셨군요...그때 모하고 살았나 잠시 생각하다 갑니다..

잉크냄새 2007-05-29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과몽상님 / 전 군대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먼저 생각하는지라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네요. 다음 생엔 군대가 뭔지도 모르는 세상이기를 바래야죠.^^

체셔님 / 보쌈했다는 소문이 훈련소에 돌던데요.ㅠㅠ

여우님 / 그러게요. 저 지붕 받은지 햇수로 3년이군요. 맞나? -,.- 참 오랫동안 빛바래가며 서재를 지켜온 지붕인데 사라진다니 왠지 아쉽네요. 어떻게 개편될지는 모르지만 모 싸이트의 알록달록 블로그 형식은 아니었음 합니다. 그저 사랑방 그 수준이 딱이죠.

파비아나님 / 93년 제대라니요. 훈련소라고 몇번을 말씀드렸는데. 훈련소와 제대의 차이는 무려 2~3년이나 난다고용!!
 
 전출처 : Ritournelle > * [김훈을 읽는 열가지 코드] (1) 숭고와 비장: "손만 대면 - 황금이 되는 자의 괴로움"

* 김훈은 지난 몇 년간 한국 문학계에 그야말로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하고 있는(물론 판매부수를 포함하여) '대중적 작가'이다. 그의 소설을 한 권도 읽지 않아서 왈가왈부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작품에는 대중적 인기를 지닌 뭔가를 포함하고 있는 것같다. 언젠가 그가 신작을 출간할 즈음에 인터뷰에서 "문학이 인간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문학 본연의 목적을 이야기하는 소설가들은 모두 쓰레기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만 놓고 보더라도 그는 문학가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뭔가 특이한 면모(아래의 글에서도 나타나지만 '로쟈'님은 그의 글이 소설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에세이적이다고 평하고 있다)를 지니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아래는 담론비평에 앞으로 게재 될 '김훈을 읽는 열가지 코드'를 옮겨 놓은 것이다. 첫 번째 코드가 '숭고와 비장'이라니 뭔가 '큰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같다.

 

* 담론비평(2007. 5. 10)  / "손만 대면 황금이 되는 자의 괴로움"

 

[기획연재: 김훈을 읽는 열가지 코드] (1) 숭고와 비장

 

강성민 학술평론 ksm@dambee.net

 

 

   
 
 
김훈을 읽을 때마다 받는 느낌이 있다. 다들 그랬겠지만 처음은 강렬했다. 하지만 자꾸 읽다보니 형식이 보였고 사유의 문법이 보였다. 그러자 점점 질리게 되었다. 그런데도 스타일에 기대는 자의 한계로 가볍게 치부할 건 아니다 싶었다. 그건 김훈의 개성이기보다는 우리의 감각적 깊이가 닿지 못한 보편적인 것에 대한, 김훈이기 때문에 가능한 말걸기로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숭고라는 단어로 표현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미학용어 숭고(崇高, sublime)와는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고, 대충 말하자면 김훈이 거대한 것에 압도당할 때가 많다는 것, 접근의 한계, 견딤의 한계, 관계맺음의 한계 등 한계가 많다는 것, 사물을 공들여 분석해놓고 그 결과물로부터 시적인 초월을 해버린다는 것, 사람들이 허무주의라고 말하는 그런 태도를 보면서 갖게 된 생각이다.


이렇게 말하니 갑자기 양념간장이 떠오른다. 우리가 깔끔하게 시 한편을 읽거나 대금 연주 같은 걸 듣는다면 조선간장의 깊고 그윽한 맛을 느낄 수 있으리라. 헌데 김훈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상처가 있고 그 상처를 너무 처연하게 바라봐서 진하디 진하지만 끝 맛에서 조미료를 쳤다는 의혹이 묻어난다. 하지만 그 조미료는 모두 천연재료로 즉석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맛도 좋고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김훈의 숭고는 몰아의 경지는 아니다. 그는 이미 예전에 『풍경과 상처』(문학동네, 1994)에서 “나는 자연을 해독하거나 자연을 자아의 일부로 편입시키지 못한다. 나는 거기에 가담하지 못하고, 늘 그 바깥을 서성거린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훈은 솔직한 편이다. 앞에서 한 말은 “아득한 염전벌판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다시 아득한 갯벌이 펼쳐지고, 바다는 그 갯벌이 끝나는 곳까지 물러가 있다”라고 말할 때 사실임이 증명된다. 풍경을 내부로 끌어들여 연못처럼 가두지 못하고, 저 멀리 수평선까지 밀어낸다. 그 밀어낸 아득한 거리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말이다. 풍경은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그를 매혹시킨다. 그래서 전군가도(全群街道)의 벚꽃을 보며 그는 “여자 생각”에 쩔쩔 맸던 것이리라. 애초에 여자는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가짜로 가진다고 한들 뭐가 변하겠는가 하는 자의식일 뿐이다.

 

 

 


김훈이 몰입을 못하거나 기피한다면 차라리 비장함을 떠올려야 옳을까. 비장함과 숭고는 둘 다 숨이 턱턱 막히는 감정이란 점에선 똑같지만, 메카니즘이 다르다. 세상과 자아의 불일치나 대립이 자아의 꺾어짐으로 귀결될 때 비장미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김훈은 꺾어지는가. 비장하게 전사해서 연민을 일으키는가. 그렇진 않다. 오히려 날렵하고 현란하게 말(言)에 올라타고 자아와 세계 사이의 그 넓은 공간을 달린다. 그 팽팽한 긴장이 풀어질 때 아마 문필가 김훈도 죽는 것이리라.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니다.


김훈 고유의 숭고를 나는 김훈이 누군가를 위해 써준 추천글에서 확인한 적이 있다. 바로 곽의진이라는 소설가인데, 출판저널 기자시절 이 분이 펴낸 『향 따라 여백 찾아가는 길』의 인터뷰를 하러 진도에 내려간 일이 있다. 말이 인터뷰이지 사실은 진도에 한 이틀 가보고 싶어 일부러 그 책을 골랐다는 게 맞다. 진도가 고향인 작가가 서울로 상경해 소설가로 성공해서 애도 낳고 살다가, 소설과 가정을 통째로 버리고 홀로 귀향해서 살다가 고향의 언어와 눈으로 고향을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한땀 두땀 지어낸 책이다. 그는 인터뷰를 대충 마치고 먼 데 까지 온 손님들을 위해 진도 곳곳을 구경시켜 주고, 자기가 친하게 지내는 카페에 가서 커피도 사주고, 옆동네 잔칫집에 데려가 홍어회와 함께 술도 질펀하게 먹여주었다. 그러더니 차를 몰고 산속 깊숙이 지어놓은 자신의 거처로 우리를 데려간다. 산비탈이 간신히 평지를 이루고 있는 곳에 아슬아슬하게 지어놓은 나무집이었다. 마당 바로 앞이 낭떠러지였다. 그래도 바다는 고요하고 잔잔했으며, 달빛에 교교히 물결지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싶었다. 곽 선생의 말이 김훈은 자기와 친구처럼 지낸다고 한다. 그가 진도에 올 때마다 이곳에서 하룻밤은 머문다고 얘기를 전해준다. 김훈과 사진작가 허용무는 진도 돌김을 간장에 찍어 먹으며 홍주를 많이 마셨다고 했다.

 

 


 

김훈은 추천글에서 “이 글의 저자 곽의진이 고향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고향으로 유배당한 자의 삶과 같다. 곽의진은 고향을 유배지로 만들고 그 유배지에서 다시 고향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 후 그 집 마당을 온통 붉게 칠하는 일몰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나는 이 곳의 풍경을 견딜 수 없다. 그런 장엄한 소멸을 견디어낼 힘이 나에겐 없었다”라고 말이다. 매일매일 세상이 허물어지는 것 같은 전면적인 일몰 앞에서 김훈은 무너졌다. 그러고 보니 그는 너무 자주 장렬하게 전사하는 듯하다. 그러니 비장하기는 비장하다.


최근 펴낸 『남한산성』(학고재, 2007)을 보면 김훈의 숭고성이 전쟁이라는 공간, 그것도 성안에 갇힌 약소국의 예정된 죽음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한 구절을 보자.


“신하는 임금의 몸을 막아서서 죽고, 임금은 종묘의 위패를 끌어안고 죽어도, 들에 살아남은 백성들이 농장기를 들고 일어서서 아비는 아들을 죽인 적을 베고, 아들은 누이를 간음한 적을 찢어서 마침내 사직을 회복하리라는 말은 크고 높았다. 하지만 적들은 이미 임진강을 건넜으므로 그 말의 크기와 높이는 보이지 않았다.”


   
 
 
적은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적을 표상하는 무수한 말도 보이지 않는다. 칸트가 보편적 이성을 정초하기 위해 일부러 물자체를 고안했듯이, 김훈 또한 실존의 명료함을 표현하기 위해 그것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듯하다. 남한산성은 어떤 곳인가. 그 산성은 병자호란 때 대피한 조선왕실이 10만 적군에 둘러싸여 있던 돌로 된 수갑이었다. 조선은 이미 체포된 상태였다. 밖으로 나가 투항할 수도, 구원을 기다리고 앉아있을 수도 없는 상황, 그러나 칸에게 무릎 꿇는 일이 오로지 살 길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들의 내면을 그려놓은 소설이다. 투항은 곧 사는 길이었지만, 투항의 논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그 마음고통을 다시 겪어내는 것에 김훈의 작가정신이 깃들어 있다.


“청병에 대항하여 싸우자”, “아니다 항복함이 최선이다”라고 예조판서 김상헌과 이조판서 최명길이 치열하게 대립하다가 결국 “사흘 뒤에 성을 나가”는 것으로 모든 것이 결판이 난 뒤 최명길은 말한다.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못할 짓이 없고, 약한 자 또한 살아남기 위하여 못할 짓이 없는 것이옵니다.” 청나라 측이 저항을 고집한 신하 2명의 목을 베어 올리라고 하자 2명의 젊은 당하관이 자청하고 나섰고, 그 이유를 캐묻다가 왕은 쓰러져 운다. 그 때 최명길은 다시 말한다. “군신이 함께 삼전도로 가더라도 전하의 길이 있고, 저 두 사람의 길이 따로 있는 것이옵니다. 그리고 전하, 먼 후일에 그 두 길이 합쳐질 것이옵니다.”


김훈은 최명길이 사직을 보호하기 위해 총대를 멨다는 것을 분명히 묘사하고자 한다. 최명길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홀로 적진을 뚫고 최초로 교섭하러 갈 수 있었다. 항복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명백했지만 아무도 그 주장을 하지 않았기에 최명길이 입을 열었다고 보는 것이다.


김훈은 한국일보 기자시절 군사정권의 용비어천가를 썼다. “니가 글을 잘 쓰니 니가 써라”고 위에서 요구했고, “그래 내가 쓴다”라고 김훈은 썼다. 그가 쓴 정권찬양 기사는 데스크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활자화되었다. 그들의 책임까지 몽땅 김훈이 떠안았다. 하지만 총대를 메었다고 그게 무슨 영웅의 행위는 아닌 것. 언론인으로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것이고, 김훈은 그것이 치욕스럽다고 수시로 말해왔다. 하지만 그런 행위에 대해 사죄하기보다는 그냥 치욕을 끌어안고 살겠다고 또한 말해왔다.


그렇다면 남한산성의 최명길은 누구인가. 백관이 입을 모아 장렬히 싸우자고 머리를 땅에 박으며 합창을 할 때 오직 최명길 혼자 항복을 주장했다. 그렇다고 최명길이 강경일변도였던 예판 김상헌을 덜떨어진 인간으로 취급하지는 않았다. 최명길은 예판과 끈질긴 논리대결을 벌인 뒤에도 “일 리가 있는 말씀이다”라고 혼잣말을 했다. 다만 인간으로서, 왕을 모신 신하로서 그 상황에서 취할 최선의 행동원칙을 정하고 밀어붙였을 따름이다. 김훈은 자기 또한 그런 심정으로 곡필을 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었을까. 소설 『남한산성』은 이러한 김훈의 자전적 에피소드 위에 특유의 비단결처럼 유장한 문체로 내려앉으면서 더욱 굳게 입을 다무는 듯하다.


이렇게 써놓고 나니 ‘남성적 숭고’라는 느낌도 살짝 든다. 루카치가 소설은 성숙한 남성의 문학양식이라 말했던 것은 소설가가 비극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김훈은 천상병 시인의 정치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추방된 자리에서, 자신을 쫓아내버린 세계와 대칭되는 존재의 삶을 영롱하게 드러내 보이는 것이 천상병의 정치의식이다.” 이 대목을 김훈은 혹시 자신의 글쓰기가 생에 대한 과장된 제스처인지, 아니면 필연적인 정치의식의 소산인지를 떠올렸을까, 떠올리지 않았을까.


가령 『칼의 노래』는 자신을 겨누고 있는 왕의 칼과 왜구의 칼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한 외로운 장군의 얘기다. 이순신은 교활한 선조의 칼을 받을 수는 없었다. 이순신은 “적의 적으로서 살거나 죽어야지 왕의 칼에 죽는 죽음의 무의미함을 참을 수 없었”으며 “왕의 칼이 닿을 수 없는 곳에 나의 충이 세워지길 바란다”고 했다. 김훈은 ‘쾌도난담’ 사태로 자질 여론이 일자 시사저널에 사표를 던지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내 30년 기자생활을 오욕으로 마무리하자.”자폐적인 태도로 비치기도 하지만, 그에겐 지켜야 할 것이 있었다. 그는 이순신을 복원하면서 “내면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나와 이순신을 동일시했다.” 이미 10년 전부터 김훈은 “벗이여, 나는 3인칭으로 글을 쓸 수가 없네. 앞으로도 한동안 그럴 것이네”라고 해왔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발언이다. 그렇다면 왕의 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김훈을 몰아세웠던 그 여론이 아니었을까. 그는 노회하고도 교활한 여론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칼을 꽂았고, 아무도 해내지 못한 그 일에 대한 나름의 만족감을 흘려왔다.


 

 

 

하지만 나는 김훈이 역사를 호출해서 자신을 변호한 정치인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개인의 실존적 고뇌와 고통스러운 결단을 역사에 기대서 표현했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러니 『칼의 노래』는 역사소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우의소설(寓意小說)이다. 이것은 『현의 노래』의 우륵에게로 거의 유사하게 이어졌는데 연대기적으로 정리하자면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으로 이어지는 사극들은 김훈 내면의 알레고리인 셈이다.


이런 그의 세계관이 늙은 여성으로 확장된 것이 「언니의 폐경」이고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으로 형상화된 것이 「火葬」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남한산성』을 통해 김훈은 다시 자기 이야기로 돌아온 셈이 됐지만, 그 이전에 이미 그는 타인들의 삶을 글로서 많이 어루만진 바 있다. 그래서 김훈을 미워할 수가 없다. 저 멀리 『내가 읽은 책과 세상』에 나오는 마성역장 박창하 씨, 토박이농부 정진호 씨, 금속장인 김인태 씨, 간이음식점 주인 심동순 씨 등과 같은 보통사람들, 『원형의 섬 진도』(이레, 2001)에 나오는 사라져가는 농꾼, 춤꾼, 소리꾼, 무인(巫人)들의 삶은 김훈에 의해 하나의 작품으로 빚어진다.


 

 

 

이처럼 그는 자기에게만큼 타인에게도 애정을 베푸는데 거기서 발생하는 장점이자 단점 중의 하나는 손만 대면 작품으로 만들어버린다는 데에 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독특하고 깊이 있는 북 리뷰로 필명을 떨치고 있는 ‘로쟈’라는 분은 김훈의 문체가 기본적으로 에세이스트의 것이고 소설가의 문체는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그 이유는 아름다워도 적당히 아름다워야지 너무 아름다우면 소설이 안 된다는 데 있었다. 평범한 것도 김훈이 묘사하면 평범함의 극단이 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공감이 가는 지적이라 해두고 싶다.

이 글은 월간 '인물과사상' 6월호에 실릴 예정인 '탈아카데미 저자열전-김훈편' 총 6개 챕터 중 첫번째 챕터를 떼어 내어 확장한 것입니다. 담비에서는 앞으로 김훈을 10가지 코드로 읽어내는 글을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 편집자주

* '숭고'(sublime)이라는 개념을 접하면서 단번에 떠오른 책은 몇 권이 된다. 그런데 '비장'이라는 개념을 적절히 풀고 있는 책들은 그렇지가 못해서 조금 아쉽다. 덧붙여 '로쟈' 님은 알라딘의 스타를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스타로서 공인받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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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07-05-13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과장님. 종종 김훈님도 초대하신다더니 정말이네요.^^ 혹시 화장이라는 단편 읽어보셨나요? 상처를 너무도 깊이 처연하게 바라본다는 말을 보니 문득 화장과 언니의 폐경이 생각나서요. 작년에 너무 앓아서 올해는 되도록 멀리하고 싶은 소설였는데. 오늘밤은 하는수없이 그네들과 잠들어야 겠어요 .
좋은 밤되시길...

잉크냄새 2007-05-14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 소설들이 <강산무진>이라는 소설에 들어있다고 했나요. 다음에 꼭 읽어볼께요.^^ 김훈님은 또 초대하도록 하지요.

2007-05-14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7-05-14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음하하...이거 쑥스럽구만요. 무식함이 탄로나서...그래도 위에 댓글중 그 부분 살짝 고쳐놓을께요.^^
 

평안히 지내셨습니까?

-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희노애락이 적절한 배합으로 항상 유지되어 삶의 긴장을 더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읽은 <브로크백 마운틴>의 한구절, "고칠수 없다면 견뎌야 하는 삶" 이란 구절을 가끔 생각합니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좀더 관조적인 삶의 시각이 아닌가 싶더군요.


독서 좋아하시는지요?

-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히는 것은 아니고 대략 일주일을 안읽으면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살지 않나 싶은 생각은 듭니다. 그러니 나름 좋아한다고 할수 있지요.

 

그 이유를 물어 보아도 되겠지요?

-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한평생을 살아가며 내가 가지고 경험할수 있는 삶의 풍경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 제한된 풍경에 대한 간접 경험이라 할수 있겠지요. 타인의 시각, 타인의 풍경을 경험할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이고 축복일겁니다.


한 달에 책을 얼마나 읽나요?

- 주로 정독하는 스타일이고 한번에 읽는것이 아까운지(?) 어느 정도의 분량을 정하고 읽습니다. 한달이라기보다는 일년 목표가 50권인 소박한 책읽기입니다. 그럼 한달에 4권이 되겠네요. 

주로 읽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 주로 산문집을 많이 읽게 되는군요.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책에서 느끼는 타인의 시간과 경험을 소중이 하는지라 산문집을 주로 접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시집은 노력중입니다. 어느날 시가 내게로 파바박 다가오면 삶에 대한 좀더 넓은 안목이 생기지 않을까 싶더군요.  

당신은 책을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 타인의 삶과 풍경

 

당신은 독서를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 타인의 삶과 풍경 바라보기  


한국은 독서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아무래도 책읽기의 습관이 자리잡아야할 청소년기의 교육제도가 아닌가 싶군요.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책 자체에 대한 개인적 즐거움을 앗아간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요. 

 

책을 하나만 추천 하시죠?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신영복 교수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입니다.   

 

 


그 책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워낙 유명한 책이니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한정된 공간속에서도 자기 논리에 빠지지 않고 바라보는 삶에 대한 관조적인 시각이 너무 매력적인 책입니다. 오직 인간에 의해서만 오호의 감정을 접하는 벌거숭이 수인의 삶이 그 분의 시각을 그렇게 발전시킨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만화책도 책이라고 여기시나요?

-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텍스트냐 그림이냐의 문제지 잘 구성된 한권의 만화책이 주는 감동은 어떤 책에 비추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림으로 읽는 세상의 모습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비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 아무래도 저의 책읽기 습성상 문학쪽을 더 읽게 됩니다. 문학쪽이 더 깊고 넓은 삶의 모습을 품고 있지 않나 싶네요.

판타지와 무협지는 "소비문학"이라는 장르로 분류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소비문학이라는 용어는 처음 듣지만 다분히 비하적인 용어 같네요. 그런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내용을 어떻게 품고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당신은 한 번이라도 책의 작가가 되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 전 각종 보고서, 공문, 품의서의 기안자입니다. 음하하 

만약 그런 적이 있다면 그때의 기분은 어떻던가요?

- 그런 적은 없지만 만약 인생의 황혼 즈음에 제 개인의 산문집이나 시집을 한권 정도 만들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황홀합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 역시나 신영복 교수님, 작가 김훈, 니어링 부부의 글이 좋더군요. 요즘은 제인 구달의 글이 가슴에 많이 남는 시기입니다. 

좋아하는 작가에게 한 말씀 하시죠?

- 님의 글을 통해서 전 참 많은 삶의 경험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 여물지 못한 영혼을 간직하기에 머리속에 각인된 풍경과 가슴에 각인된 풍경의 괴리감이 때론 저를 힘들게 하지만 어느 순간 제가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젊은 시절의 풍경속에 제가 서는 날이 오리라 믿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바램인데 제 삶도 누군가의 풍경이 될수 있겠죠. 그렇게 님의 풍경이 저를 통해 또 누군가의 풍경이 될수 있겠죠. 감사드립니다.

 

이제 이 문답의 바톤을 넘기실 분들을 선택하세요. 5명 이상, 단 "아무나"는 안됩니다.

 

이카루님, 춤추는인생님, 은비뫼님, 내가없는 이안님, 우울과몽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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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0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참, 전 한 권의 책으로 성경책인데요,
두 번째로 추천한다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입니다.
제 인생의 작은 경전이라고나 할까요? :)

프레이야 2007-05-0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영복, 제인구달.. 저두요^^
님도 김훈을 좋아하시네요. 와, 춤추는인생님 바통 받으세요.

마늘빵 2007-05-09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 님 글에서 냄새가 짙게 풍깁니다. 좋아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제가 아끼는 책 중 하나입니다. 제 인생의 가장 큰 고비에 읽은 책입니다.

icaru 2007-05-09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숙제 했어요!!!!

잉크냄새 2007-05-09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 저도 종교가 있다면 아마 성경도 상당히 좋아했을겁니다. 언뜻언뜻 읽어본 성경구절에 참 소중한 글귀들이 많더군요.
배혜경님 / 제인 구달의 글은 지금 <희망의 이유>를 읽고 있는데 어찌 그리 공감가게 글을 쓰는지 모르겠더군요.
아프님 / 님의 글에서도 향기가 납니다. 인생의 큰 고비에 경험하셨을 신영복 선생님의 글귀들,,,짐작켠대 오래도록 님의 향기를 더해줄것 같네요.
이카루님 / 숙제가 너무 짧아요. 너무 단답형이고,,, 다시 하세요.

춤추는인생. 2007-05-1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신영복 교수님을 실제로 뵌적은 없지만. 아마 만나면 제자신이 고통스럽다고 느끼는 점이 하챦게 느껴져서 고개조차 들지 못할것 같아요. 저도 신영복 교수님. 김훈 작가님 과장님덕분에 알게된 니어링 부부의 글을 좋아하지요.^^
지금은 막 나가야 할참이라서. 다녀온후 과장님이 내주신 숙제 마저 해놓을께요.!
기다려주세요.^^


stella.K 2007-05-1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잉크님다운 면모로군요. 관조와 잉크님은 잘 어울리는 조응 같습니다. 참 잘했어요. 도장 3개. 꽝꽝꽝~!

잉크냄새 2007-05-10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인생님 / 아, 그럼 저의 허접한 리뷰를 통해서 니어링 부부의 글을 만나셨나 보네요. 뭐랄까, 확실히 설명할수는 없지만 제인구달의 글과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숙제 기다립니다.
스텔라님 / 영광스런 자리에 호명해주셔서 이렇게 숙제도 해보네요. 스텔라님도 도장 3개 꽝꽝꽝!!!
 

老母

- 문태준 -

반쯤 감긴 눈가로 콧잔등으로 골짜기가 몰려드는 이 있지만
나를 이 세상으로 처음 데려온 그는 입가 사방에 골짜기가 몰려들었다
오물오물 밥을 씹을 때 그 입가는 골짜기는 참 아름답다
그는 골짜기에 사는 산새 소리와 꽃과 나물을 다 받아먹는다
맑은 샘물과 구름 그림자와 산뽕나무와 으름덩굴을 다 받아먹는다
서울 백반집에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 그는 골짜기를 다 데려와
오물오물 밥을 씹으며 참 아름다운 입가를 골짜기를 나에게 보여준다

-------------------------------------------------------------------------------

어버이날, 늙으신 부모님의 주름진 얼굴이 떠오른다.
그 주름이 아름다운 것은 주름마다에 농익은 삶의 애환을 알기 때문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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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09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이 시가 뭉클하게 합니다.
저, 모셔갈래요^^

비로그인 2007-05-0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과장님,
부모님께 효도하는 좋은 어버이날 보내셨는지요 :)
사진에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잉크냄새 2007-05-09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 이 시에 어울릴만한 사진하나 추천해주세요. 왠지 어울릴만하 사진이 있을것 같아요.
춤인생님 / 그 거칠고 투박한 손과 얼굴, 그 속의 애환과 무늬, 눈물 날만 하죠.
체셔님 / 불효한지라,,,,항상 죄스러운 마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