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母

- 문태준 -

반쯤 감긴 눈가로 콧잔등으로 골짜기가 몰려드는 이 있지만
나를 이 세상으로 처음 데려온 그는 입가 사방에 골짜기가 몰려들었다
오물오물 밥을 씹을 때 그 입가는 골짜기는 참 아름답다
그는 골짜기에 사는 산새 소리와 꽃과 나물을 다 받아먹는다
맑은 샘물과 구름 그림자와 산뽕나무와 으름덩굴을 다 받아먹는다
서울 백반집에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 그는 골짜기를 다 데려와
오물오물 밥을 씹으며 참 아름다운 입가를 골짜기를 나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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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늙으신 부모님의 주름진 얼굴이 떠오른다.
그 주름이 아름다운 것은 주름마다에 농익은 삶의 애환을 알기 때문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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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09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이 시가 뭉클하게 합니다.
저, 모셔갈래요^^

비로그인 2007-05-0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과장님,
부모님께 효도하는 좋은 어버이날 보내셨는지요 :)
사진에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잉크냄새 2007-05-09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 이 시에 어울릴만한 사진하나 추천해주세요. 왠지 어울릴만하 사진이 있을것 같아요.
춤인생님 / 그 거칠고 투박한 손과 얼굴, 그 속의 애환과 무늬, 눈물 날만 하죠.
체셔님 / 불효한지라,,,,항상 죄스러운 마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