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 한국과 멕시코전을 보기 위해 날을 샜다. 후반전 최성국의 투입 이후에 터질 것이라 예상한 첫골이 전반 16분 김정우의 중거리슛 한방으로 터지면서 남은 시간 74분을 가슴 졸이며 보았다. 한국이 이기는 상황에서 왜 가슴을 졸이는가. 다름아니라  회사에서 우리팀과 몇몇 다른 팀들의 참여자를 포함해 40여명 정도가 스코어 맞추기 내기를 하였다.

물론 내가 건 스코어는 1:0 한국의 승리였다. 나름대로의 분석을 서술하자면 첫째,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남미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둘째, 그리스전 김치곤의 퇴장으로 합류하게된 조병국의 수비력이 더 월등하다. 특히, 리틀 칸 최영광과 멀티 플레이어 유상철의 수비라인이 멕시코의 공세를 충분히 막을수 있다는 판단이다. 셋째, 현재 한국 올림픽 대표팀의 3톱 스트라이커 체계에서 1골 이상의 공격력을 보유하지는 못하다고 판단한 이유에서이다.

제일 가슴 졸였던 장면은 후반 막판 총공세에 나선 멕시코의 수비라인이 여지없이 뚫릴때이다. 이긴 게임 그냥 1:0으로 끝나라고 주문을 넣고 있었다. 특히, 후반 추가 시간 4분중 마지막 10여초를 남기고 최태욱에게 최종수비수가 뚫리면서 슛을 허용하는 순간 난 광복절의 애국을 떠나 "안돼"라고 외쳤다. 새벽 4시 반에...내기로 인해 광복절날 새벽 멕시코의 수비를 응원했으니...순국 선열이여 용서하소서!

어쨌든 내기로 인해 내가 받게 되는 돈은 3명이 1:0에 걸었으니 14만원 정도가 될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것은 다름이 아니고 꽁돈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작은 이벤트를 할려는 생각에서이다. 그 동안 다른 분들의 이벤트에 2번 당첨되어 책을 받기만 했다. 이번에 나도 보잘것 없는 나의 서재를 들락날락 힘들게 넘어다니신 소중한 서재주인장들께 작으나마 선물을 하고 싶어서 이벤트를 연다.

이벤트

1. 제가 한국: 그리스 전에 예상한 스코어는 몇대몇일까요?

힌트: 1) 2:2는 아니다.  2) 심판과 선수가 정상적인 경기운영을 했으면 나의 예상이 맞았을수도 있다. 3) 위의 한국과 멕시코전 분석결과에 또 하나의 힌트가 숨어있다.

2. 정답을 맞추시는 분 선착순 2분께 작은 성의를 보이겠습니다. 문제가 난해하므로 한분당 2개의 스코어를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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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4-08-15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한 액수이네요. 남자들은 그런 데에 목숨(?)거나 보죠? 그래서 잠 못 들고 축구를 보셨군요. 일단 축하드려요. 멕시코전 이긴 것보다 더한 기쁨을 누리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 너무 난해해요. 이런 문제는 풀기도 싫어지지만 잘만 하면 뭔가 생긴다니...
음~음~음~ (1) 2:0 (2) 1:0 (에이, 모르겠다. 찍었다 - 행운이 나에게 임하소서^^)

파란여우 2004-08-15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답: 1)1:0 2)2:1 잉크님의 책을 꼭 받고 말테야...14만원이 생겼다니 우려 먹어야 할텐데... 근데요..너무 어려워요..쳇, 학교 다닐때도 찍기 못했건만..것두 주관식이라니^^;; 떨어져도 아차상 주기에요!!!

호밀밭 2004-08-15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워요. 일단은 님 멕시코전 스코어 맞추신 거 축하드려요^^.
그리고 문제는 어떻게 찍어야하나. 그런데 정답자가 여러 명일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
저는 (1) 1: 0 (2) 3:1이요.
사실 (2)번은 좀 황당한 듯도 싶지만요. 앞의 숫자가 우리 나라예요.

파란여우 2004-08-15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의 난해한 고난이도 문제가 진땀 납니다...앞으로는 이렇게 복잡한 문제 내시 마셔요..쳇..^^이렇게 어여쁜 처자들에게 인심 한번 쓰시면 안돼요?..미녀는 다 용납되잖아요..그리고요.공돈 그냥 혼자 다 먹으면 안되는거랍니다...와아~ 미네르바님! 호밀밭님! 우리 다 함께 잉크님 이벤트에 당첨 되었답니다...하하하^^

갈대 2004-08-15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에 숫자가 한국, 뒤에가 그리스
2:1, 1:1

2004-08-15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4-08-15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1 한국 승리 예상, 1:0일까? ^^

잉크냄새 2004-08-16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1분만 정답입니다. 1분더 기회가 있습니다.^^

파란여우 2004-08-1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3:1 이로구나..에휴..상품을 타는 길은 멀고도 험해라..이 바쁜 와중에..^^;;;

stella.K 2004-08-1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어렵네요. 가끔 저의 찍기가 효력을 발휘할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고. 극과극이죠.
그리스가 이번 유로 축구에서 우승을 해서 만만치 않겠다 싶었죠. 근데 우리가 이겨줘서 다행이다했어요. 우리나라와 그리스.
전, 1) 2:1 2)1:0 이요.
행운이 있기를...!

진주 2004-08-16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난 발자욱을 따라 왔더니 이런 행운이^^
첫번째 행운은 이렇게 좋은 잉크냄새가 있다는 걸 여태 몰랐는데 앞으로 야금야금 맡을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만땅~~
두번째 행운은 이벤트-근데 두명이라니 제가 넘 늦었네요. 그래도 도전은 해 봅니다. 1:0 (두개를 쓰라구요? 1:0 밖에 더 있나요?나의 빛나는 독해력이 발휘되야 할 시간인거 같은데. 아잉...?)

잉크냄새 2004-08-16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1분만 맞추셨네요. 괜히 난해한 문제를 드려서 죄송하네요. 제가 산공과 출신이라서 추론이나 뭐 그런것에 흥미가 있었나 봅니다.
결정적인 힌트를 다시 드릴테니 이미 언급하신 분도 재도전하세요.
1) 꼭 이기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2) 페이퍼 분석자료에 우리팀 골수가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
3) 전 애국자로 지는쪽에 절대 걸지 않습니다.
다음의 자료 확인후 생각해보시면 조합이 딱 2개가 나옵니다.
그런 연유로 2가지를 쓰시라고 한겁니다. 재도전하세요.^^ 죄송^^;

stella.K 2004-08-1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그래도 모르겠사옵니다. 전 산공과 출신아니라서...숫자에 후하신 편이신가요? 아님 짠 편이신가요?
1) 1:1 2)1:0 이면 되려나? 으~어려워!

잉크냄새 2004-08-16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드디어 2분이 성공하셨네요. 1:1 입니다.
제일 처음 힌트로 설명드릴께요.
1) 2:2는 아니다. 이건 별 의미가 없네요.
2) 원래 점수 2:2였지만 한골은 자살골이었고 또 한골은 심판의 오판에 의한 페널티킥이었죠.
그래서 1:1이 정상적인 점수입니다.
3) 페이터의 세번째를 보면 한국의 공격력상 1골 이상은 나오지 않는다고 했죠. 그러니까 조합은 1:0이나 1:1이 가장 유력했죠.
갈대님이랑 스텔라님 저에게만 보이기로 주소남겨주세요. 참여해주신분들 감사드립니다.^^

stella.K 2004-08-16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렇게 기쁠 수가? 저 사실 고칠까 해서 들어왔는데, 착한 잉크님께서 저의 지혜롭지 못함을 아시고 더 이상의 실수를 용납치 않게 해 주셨군요. 너무 고마워요. 근데 선물은 뭐죠?

2004-08-16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8-16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4-08-1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스텔라님과 갈대님이 문제를 맞추셨군요! 축하해요~~

2004-08-16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4-08-17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근무시간에, 핫, 축구얘기구나? 하며 넘겼는데...이런거였군요. ㅋㅋ
역시 선물과는 거리가 먼~ (농구얘기였으면 달려왔을까요? 실은..슬램덩크에 뭐라 꼬리말을 붙였을까..궁금해서 온거였는디.. ^^;)

잉크냄새 2004-08-17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반가워요. 축구에 애정을 조금만 가졌으면 좋았을것을요...ㅎ
나중에 또 점수 맞히기 성공하면 그때는 꼬옥 도전하세요.^^
 

어제는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쏟아진 날이다. 사분의와 사자자리 유성우와 더불어 3대 유성우라 일컬어진 만큼 대단하다. 며칠전부터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곤 나름대로 준비를 했는데 오랫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로 아까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오랫만에 친구와 마신 술에 취해 들어와서 그 상황에도 보러 간다고 밖으로 나갔으나 별똥별의 긴 여운은 보지 못하고 술에 취한 눈에 별만 두개 세개 아른거렸다.

처음으로 별똥별을 알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배운 알퐁스 도테의 <별>을 통해서이다. 스테파니에게 별자리의 전설과 별똥별의 긴 여운을 이야기하던 목동의 모습이 꽤나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있었다. 알프스의 밤하늘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고 떨리던 시절이었다.

별똥별을 가장 많이 본 것은 군대시절 보초를 서면서이다. 해안철책 근무를 서는 한반중,  해안선 감시는 뒷전이고 산쪽으로 펼처진 별들의 향연에 망연자실 넋을 놓고 바라보곤 했다. 철모를 깔고 앉아 바라보는 깜깜한 밤하늘의 별들은 그 시절 팍팍한 생활을 살아가는 참 소중한 의미중 하나였다. 멀리 지평선위로 꼬리를 그리며 사라지는 별똥별을 볼때마다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은 소원 하나를 실려보내며 성호를 긋곤 했다.

나의 별자리는 큰개 자리의 시리우스이다. 생일과 관련하여 정해진 것이 아닌 내 스스로 정한 것이다.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1등성인 시리우스를 알게 된것도 보초를 서던 날이었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 보초를 서는 초소 앞 얕은 냇물에 무엇인가가 반짝였다. 총을 메고 조심스레 내려간 그곳에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손으로 잡으려하면 물결에 어른거려 사라지는 마술같던 그 반짝임의 실체를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본 순간 알아버렸다. 캔디의 애인 테리우스와 세음절이 같다는 이유로 주접떤다는 말도 듣지만 어찌 되었던 시리우스는 그날이후 나의 별이 되었다.

생떽쥐베리, 별을 생각하면 빼어놓을수 없는 인물이다. 마지막 비행, 별들 사이로 잠적해버린 그를 생각해본다. 그래서 지금 어린왕자의 별에는 장미와 화산과 우편배달비행기가 한대 덩그러니 놓여있을꺼라는 상상을 한다.

별똥별은 별의 눈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멍한 눈 들어 밤하늘 사이로 실려보낸 그 아픔의 한숨들을 간직했다가 우리가 모든 잠든 한밤중 몰래 다시 흘리는 별의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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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8-1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우스는 님이 가지세요... 나머지는 제가 가질게요...

너무 낭만적이세요... ^^

Laika 2004-08-13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전 군인의 아내가 되어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사는 친구에게 놀러 갔는데, 그 추운날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이 쏟아지더군요......., 지금도 별하면 그때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나는데, 다시 간다면서 쉽지가 않네요...
저 유성우 쏟아지는걸 언제쯤 볼수있을런지.....잉크님 글에 별 별 생각하고 갑니다. ^^

stella.K 2004-08-13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런 줄도 몰랐네요. 난 왜 우주쇼에 관심이 없지? 오래 전 달이 뜨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었습니다. 달은 그냥 뜨는가 보다 했는데 안 그렇던데요. 하늘을 유심히 관찰했는데, 꼭 목자가 양떼를 몰고 오는 그런 느낌이었죠. 저게 뭘까 했더니 달이었습니다. 신기하더라구요.
잉크님은, 달이 뜨는 광경 지켜 본적 있나요? 보는 사람마다 좀 다를 것 같긴해요. 그래도 저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우습죠. ㅋ.

미네르바 2004-08-13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이제부터 '시리우스'님이라고 불러 드릴까요? 굉장히 낭만적이죠? 음... 시리우스라~ 잉크냄새님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저도 몇 년 전 별똥별이 쏟아진다는 뉴스를 보고 강원도 쪽으로 달려 갈까 하다가 포기했어요. 그 곳에서 더 잘 보인다는 소리를 듣고... 최근에 가장 감동적으로 본 별이라면 2년 전 수녀된 친구와 무박 2일로 순천 송광사에서 본 새벽별이에요. 청맹과니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곳에서 하늘엔 쏟아질 듯이 피어있는 별꽃들. 정말 별꽃이 피어있다는 문장이 떠올랐어요.

그나저나 님도 생떽쥐베리를 꽤나 좋아하시나 봐요. 전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 때문에 정말 대책없이 불문과를 간 사람이었답니다. 생떽쥐베리의 모든 책을 원어로 공부하고 싶어서... 법정스님이 그러셨죠.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국적, 나이,성별 그 모든 것을 불문하고...

호밀밭 2004-08-13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별구경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어제 해 보았어요. 그냥 별똥별을 어렸을 때 본 것도 같은데 뚜렷한 기억이 아니어서 보고 싶더라고요. 사실은 별똥별보다도 별이 촘촘히 박힌 하늘을 보고 싶네요. 어렸을 때 소금강에 갔을 때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본 기억이 있는데 그 기억도 이제는 아득해요. 제 눈 앞에 별이 가득한 하늘이 보인다면 뭔가 더 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별의 눈물 별똥별도 언젠가는 보고 소원도 빌고 싶네요. 떨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빌기 위해 소원을 미리 생각해 두어야겠어요.

잉크냄새 2004-08-14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별을 관측하려고 망원경을 구입했어요. 그런데 몇번 망원경을 통해서 별을 보고 나서 알겠되었죠. 모든 사물에는 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말이죠. 아무리 선명하고 가깝게 바라보아도 깜깜한 밤 저의 시력만으로 바라보는 그 넓은 밤하늘을 감당할수는 없더군요. 저와 별의 거리, 그것은 저의 시력 범위인가봐요. 신이 저에게 부여한 거리...

waho 2004-08-20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별똥별이 육안으로도 잘 보이게 많이 쏟아진다고해서 기다려서 본 적이 있는데 어찌나 아름답던지...별동별 하나에 소원 하나씩 빌다가 너무 많이 덜어져서 빌다 그만뒀던 기억이 나네요. 여기 강원도 살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별이 언제나 아름답고 깨끗하게 보이는게 아닐까 싶어요. 멀리서 바라보는 별은 언제나 좋아요. 천체 망원경으로 보는 것보단 역시 꿈처럼 멀리 보이는 별이 더 좋던데요...전.

잉크냄새 2004-08-20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원도는 아직까지는 별이 많죠. 특히 진고개 넘어가는 길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은 잊을수가 없을겁니다. 천체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하늘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시각에 의존해 바라보는 넓은 밤하늘이 훨씬 낭만적이죠.

춤추는인생. 2007-01-01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우스님 낭만적이세요..^^
고등학교 지학시간에 맨날 딴생각만 해서 그런지. 하늘을 보면 달과 해 그리고 별뿐, 그이상은 잘 알지 못해요..
제가 운치있게 하늘을 보기 시작한건 스물한살이후인데 도무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거 있죠? 그래서 그후 제가 이상형에 추가로 한 목록이.
천문에 대해 알고 있는남자... 유난히 별들이 반짝이는 추운겨울에
제 손잡고 별자리를 가르쳐줄수 있는 남자랍니다...^^
 

올해 4월부터 5월까지 수목원에서, 여행 길가에서 하나 둘씩 찍어두었던 야생화입니다. 꽃이름은 나름대로 이름붙인 제일 처음의 <계란후라이꽃>을 빼고는 모르겠네요.

서재를 돌아다니며 살펴본 바에 의하면, 방학을 맞아 국도변으로 들꽃여행을 떠나 어느 길에서 슬며시 꽃들을 바라보고 계실 미네르바님,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여 작은 소리로 곱디고운 야생화의 이름을 부르신 냉.열.사님, 삶 자체가 왠지 야생화를 닮아가고 계실것 같은 파란여우님은 꽃이름을 알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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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8-1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예뻐요. 이걸 다 잉크님이 찍으셨단 말여요? 너무 멋집니다!!
나 같은 문외한이야 보고 그냥 좋아하면 그만이지만, 파란여우님하고 얘기가 잘 통하실 것 같아요.^^

잉크냄새 2004-08-1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파란여우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는군요.^^ 스텔라님 저 또한 문외한인지라 이 아름다운 이름들을 알지 못하고 지냈네요. 야생화 이름들이 참 재미있고 뭔가 사연 하나씩 간직하고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호밀밭 2004-08-12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란후라이꽃 예쁘네요. 아무리 계란후라이를 닮았다지만 그렇게 딱 어울리는 이름을 지었는지 신기하네요. 야생화들이 온실 속의 꽃처럼 조신해 보이고 예뻐요. 청순한 꽃들이네요.

Laika 2004-08-1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본듯한 꽃들도 몇 있네요...한번도 이름을 알고자 하지 않았다니....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더욱 새롭기만 하네요...^^
잉크님 휴가 끝났다고 그새 얼굴을 바꾸셨군요....

잉크냄새 2004-08-1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밀밭님 진짜로 계란후라이꽃이라 생각하시는건 아니죠? 그건 제가 지어낸 이름입니다. 본명은 개망초라네요. 삿갓 복장은 휴가 전용 복장이고 이제 예전의 앞모습을 드러내야죠.^^

미네르바 2004-08-12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생화 수석 부위원장인 미네르바 등장하였사옵나이다. 저 꽃들에 홀려서 잠시 정신을 잃었습니다. 볼수록 예쁘고, 가슴 설레이게 하는 꽃이에요. 역시 파란 여우님은 야생화 수석 위원장 답습니다. 그리고 잉크님은 행동대장 답구요. 님이 저에게 주신 왼쪽 맨 마지막 꽃은 산수국이라고 하죠. 다 예쁘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예쁘네요. 오른쪽 맨 끝의 꽃은 '꿩의 비름'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오른쪽 맨 위의 꽃은 패랭이가 아닌 듯,비슷하지만 좀 다르네요 변종인가?(정확히 알아볼게요) 왼쪽 다섯번째 꽃은 애기똥풀하고 비슷하나 잎사귀가 틀리네요. 줄기나 잎사귀로 보아 미나리아재비가 아닐지(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오른쪽 네번째는 '바위말발도리'군요. 그리고 오른쪽 맨 밑에 있는 꽃은 노루 오줌이 아니라 '꿩의 비름'같습니다. 그런데 오른쪽에서 두번째는 정말 모르겠어요. 곧 알아보도록 하지요. 그나 저나 너무 예쁜 꽃이어서 제가 퍼갈게요.

미네르바 2004-08-12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파란 여우님, 감히 부위원장인 주제에 위원장님께 의심을 품다니... 용서해 주세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의심을 품었나이다. 오른쪽 두번째 꽃을 알았나이다. 천상초라고 하는군요. 정말 예쁘죠? 왠지 파란 여우 님은 들꽃 같은 여인 같아요.아름답고, 향기로운 여인^^*

잉크냄새 2004-08-2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두분 모두 알라딘 야생화학회 총수님들다운 면모십니다. 제가 이 페이퍼 올리면서 분명 답이 나올거라 예상했죠.^^
그럼 정리하자면 이렇군요.
(왼쪽): 개망초 / 앵초 / 뱀무 / 하얀할미꽃(희귀종) / 애기똥풀 / 눈괴불주머니 / 백당나무꽃
(오른쪽) : 패랭이 / 천상초 / 옥잠화 / 바위말발도리 / 매발톱꽃 / 엉겅퀴 / 꿩의 비름
꽃이름들이 참 이쁘네요.^^

2004-08-12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8-13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4-08-15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생물학과 나왔는데도 잘 모르겠다..^^;; 역시 자주 보는게 중요해!(실은 도감 살 돈이 없어서 더 몰라요. ㅜㅜ.. 교양 빼고 3년동안 교과서 한 번 안 사고-빌려서 보거나 대출로 버티면서- 제일 낮은 거지만 성적우수 장학금은 받았는디..^^;) 이름은 거의 다 들어 본 거네요. ^^*

잉크냄새 2004-08-16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은 생물학과시구나. 생물학과 여대생들이 참 이뻤다는데...ㅎ
 

1일 - 춘장대 일몰이 지고

서해, 해안선의 단조로움과 파도가 쉽게 연상되지 않는 바다로 인해 그 동안 한번도 다녀오지 않은 곳이다.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로 잡은 것은 원래의 계획이 서해를 따라 제주도로 넘어가고자 하는 이유였지만 중간에 제주도 계획이 무산되었다. 고속도로의 정체를 예상하여 이천,안산,예산을 잇는 국도를 거쳐 모세의 기적이 존재한다는 무창포로 향했지만 너무 과도한 인파와 바가지 숙박비로 인해 더 아래에 자리한 춘장대로 옮겨가다. 십만원이 넘는 숙박비를 피해 어느 허름한 식당에 여장을 푼후 바로 바다로 달려가다.

처음 가본 서해 바다의 매력은 갯벌의 생명력과 수평선위로 지는 일몰이 아닌가 싶다. 드넓게 펼쳐진 갯벌과 멀리 들락날락거리는 작은 물결, 갯벌 생물들의 작은 움직임을 무한한 대자연의 생명력처럼 느끼면서 갯벌을 걷다.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바라보는 바다위의 일몰과 푸르른 하늘위를 날으는 갈매기, 그것은 차라리 한폭의 그림이었다.


춘장대의 일몰, 바다의 일몰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춘장대 갈매기, 춘장대 갈매기,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  

2일 - 선운사의 밤, 복분자에 취하고

선운사는 몇년전 동백꽃 축제에 다녀온적이 있다. 그 당시 다 떨어진 동백꽃을 뒤로 아쉽게 돌아섰는데 이번에 다시 고창 선운사를 찾아간 것은 고창에 사는 회사 후배가 대접한다는 복분자의 유혹 때문이었다.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되었다는 고창 고인돌 유적과 고즈넉한 산세의 고창 읍성, 그리고 녹음이 묻어나는 선운사의 산책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고창에 다녀간 흔적을 남기려는 듯 고창 주변의 친구들을 불러 후배가 가져온 복분자에 기분좋게 취해 잠이 들다.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된 고창 고인돌 유적


낙안 읍성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 고창 읍성

3일 - 동해안 어딘들 아름답지 않으리

당초 전라남도 광주에서 합류하기로 한 일행 한명을 대구로 내려오게 하고 전남 담양에서 88고속도로로 접어들다. 막 개이기 시작한 고속도로위로 펼쳐진 푸르른 하늘을 담아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 끝이 동해의 푸르른 바다임을 알리려는듯 푸르른 하늘은 끝이 없었다.대구에서 다시 동해로 국도를 접어들어 달렸다. 동해안에서부터 전국일주를 시작한 후배들과 월포 해수욕장에서 합류하여 여장을 풀다.

바닷가에 자리한 앞이 훤히 트인 간이 식당의 인상이 참 좋은 아주머니와 바닷가 특유의 거친 사투리가 묻어나는 아저씨의 넉살속에 바다 음식의 매력에 빠져들다. 나중에는 주인 아저씨까지 합류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로 밤이 깊어갔다. 간간이 들여오는 파도 부서지는 소리는 암흑을 저 멀리 밀어내듯 마음속의 어둠을 그렇게 밀어내고 있었다. 


동해안의 해안선 풍경 하나

 4일 - 7번 국도의 아름다움을 따라 소금강으로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해안선에 자리한 7번 국도만큼 아름다운 도로는 없을 것이다. 바닷가를 달리는가 싶으면 어느덧 산속이고 산속을 달리는가 싶으면 어느덧 눈앞에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작년 여름에도 이 길을 마지막으로 달렸고 올해도 마지막 종착지인 소금강을 향해 7번 국도를 달렸다. 몇번을 멈추어서 7번 국도변에 자리한 풍경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며 소금강에 도착하다.

소금강, 작은 금강산이라 하여 소금강이라 칭하여진다. 소금강 계곡 초입에 자리한 각종 숙박시설과 음식점들이 그리 나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그들이 차지한 공간이 자연보다 더 크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숙박객들을 위해 급조한 시설이 아닌 그곳에 뿌리내려 살아온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기에 그것은 그냥 자연속에 자리한 사람의 흔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신라시대 왕과 신하들이 포석정에서 물길에 술잔을 떠내려보내며 운치있게 술잔을 돌렸듯이 우리도 계곡속에서 동동주잔을 떠내려보내며 술을 비우곤 7번 국도의 운명과 사람 살아가는 일상의 소중한 흔적들을 더듬으며 소금강의 밤을 맞았다.


7번 국도변의 풍경 한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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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8-08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지네요.....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술집" - 저도 가보고 싶어지네요...
잉크님 사진에선 여름 휴가의 복잡함은 안보여서 좋네요.......^^

갈대 2004-08-08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해에서 동해로 바다를 찾아 떠난 여행이었네요. 며치간 안 보이시더니 휴가를..^^

호밀밭 2004-08-08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휴가를 다녀오셨네요. 선운사는 전에 한 번 가 보았지만 다시 가야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에요. 소금강은 예전에 가족과 함께 피서를 갔었는데 계곡 근처에서 텐트를 치고 자서 더 기억에 남아요. 밤에 별도 많이 있어서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곳이죠. 제가 뭔가 마음속에서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으로만 다녀 오셨네요. 휴가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하게 한 주 맞이하세요.

stella.K 2004-08-08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도 한 사진 하시네요. 멋있어요!! 근데 한창 때라 길 많이 막혔을 것 같은데, 사진은 그런 분위기 전혀 아니네요.^^

잉크냄새 2004-08-08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곳을 돌아다닌다는 것은 자세히 보아주어야 할것들을 간과할 수 있죠. 그래도 가보고 싶은 곳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똥마른 강아지마냥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답니다.
저번주가 여름휴가의 절정기였는데 길도 그렇고 다녀온 곳이 사람들이 별로 없었답니다. 호밀밭님 말대로 다음주부터 일상의 시작인데 몇일간은 휴가 휴유증에 시달려야할것 같아요.

icaru 2004-08-0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야...남한 땅의 해안들을 누비셨군요!!!
갈매기 사진 진짜 잘 찍으셨네요...정말 찍기 어렵던데...

비로그인 2004-08-0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에 번쩍! 서에 번쩍~!! ^^
일주일 간의 휴가를 아주 알차게 보내신 것 같아요. 사진..그리고 훈훈한 인심과 객지에서의 낭만이 묻어나는 여행담...좋네요.
오랜 시간 동안 여행 계획하셨던 것 같아요. 제주도도 예정대로 다녀오셨으면 더 좋으셨을 텐데요. 하지만 다음 여행으로의 기약이 될 것이기에.. 아쉬움 달래실 수 있을 듯 해요. ^^
바다 사진 보니....당장이라도 달려 가고 싶네요. 특히 일몰의 바닷 풍경... 일출 때와는 확실히 다른...객창감이 절로 일 것만 같은 풍경이에요.
좋은 여행, 알찬 휴가 ... 아름다운 추억이 되셨으리라 생각해요. ^^

ceylontea 2004-08-09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잘 다녀오셨군요...
전 파란여우님.. 서재에서 다녀왔다는 인사를 보고 어디 가셨나 했었는데... 휴가 시작일이 저랑 같으시네요..그래도 님은 긴 1주일... 전 아쉬운 3일로.. 지난 목요일 회사에 복귀하고 정신없이 바빴답니다.

잉크냄새 2004-08-09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홍길동처럼 정신없이 돌아다녔죠. 가보고 싶은곳은 많은데 시간이 없으니 다리품이라도 열심히 팔아야지요. 8월 첫째주 휴가가 많았던것 같아요. 복순이 언니님, 냉.열.사님, 실론티님도 거의 같은 시기네요. 혹시 모르겠네요. 어디선가 슬며시 스쳐지나갔는지도....

미네르바 2004-08-12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몰시 사진이 정말 아름답네요. 저도 서해안으로 가서 저녁 노을을 보아야겠어요.
일몰을 볼 수 있는 것이 서해안의 매력인 것 같군요.

잉크냄새 2004-08-1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해의 일몰은 참 아름답더군요.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도 잘 어울리고요.
 

상주들의 읍에 묻혀 향을 피우고 절을 하고 뒤돌아선다. 돌아가신 분이 어느 시절부터인가 준비하셨을 홀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영정, 영혼처럼 피어오르는 향, 지인들이 보냈을 이름이 적힌 화환, 삼베를 두른 상주들의 모습. 상가집의 풍경은 어디나 비슷하다고 본다. 상가집이란 말보다는 장례식장이란 말이 더 어울릴것 같다. 이제는 집보다는 보통 병원이나 일반 장례식장에서 더 많은 상이 치루어진다.

처음 상가집에 간것은 고등학교때이다. 야간 자율학습을 빼고 담임선생님과 함께 간 친구 어머님의 상가집이다. 그 당시의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선생님이 가는 도중 내내 말씀하신 죽음이라든지 허무함이라든지 하는 말들이 가슴에 와닿지 않은것 같다. 그저 친구가 당한 슬픔에 대한 막연한 연민과 측은지심이랄까 현실의 나와는 무관한 별세계의 일처럼 느껴지곤 했다.

나이가 들면서 찾아가는 상가집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업무를 마치고 멀리 떨어진 상가집으로 차를 몰고 가면서 덜컥 겁이 나는 때가 있다. 서둘러 고향집에 전화를 걸어 부모님의 안부를 묻고 실없는 놈이라는 꾸지람에도 괜시리 눈물 한방울 찔끔하며 이렇게 살아계심에 감사하며 미소짓는다. <검은양복>이란 단편드라마가 생각난다. 가난한 살림에 마지막으로 어머님의 상에 입을 검은 양복을 준비하는 맏형의 이야기를 보면서 막연한 슬픔에 사로잡혔었다.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될수도 있다는 불안감, 솔직한 심정이다.

영정에 절을 하고 물러나 자리잡고 있으면 오랜 세월 만나지 못한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된다. 초저녁부터 도착하기 시작한 친구들이 한밤중이면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모두 한곳에 모인다. 우리가 슬픔에 대하여 나누는 대화는 적다. 그냥 쳐다보며 편안히 돌아가셨는지를 묻고 어깨 한번 쓰다듬어 주는 것으로 슬픔의 표현을 대신하는것 같다. 보통 누가 장가를 갔다든지, 아이를 낳았다든지, 회사에서 승진했다든지, 사업을 한다든지, 때론 오래전 소식이 끊긴 친구의 최근 소식과 그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밤을 새운다.

새벽이 찾아오면 장지까지 따라갈 몇몇 친구를 제외하곤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간다. 오래된 명함을 바꾸고 무사히 돌아가라고 등 두드리며 다음에는 자주 만나자고 약속한다. 그러나 모두들 알고 있다. 우리가 다시 이렇게 모두 모이는 자리는 또 어느 친구의 상가집이 될 것임을 알고 있다. 그곳에서 또 살아온 일들을 이야기할 것이다.인생은 어차피 살아가는 문제이기에 삶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상가집, 어쩌면 그곳은 죽음의 연민 대신 삶의 포근함이 자리잡은 곳인지도 모른다. 이 세상 떠나시는 분의 마지막 배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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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4-07-28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가집에 다녀오셨나 봐요. 상가집에 가면 언제나 숙연한 분위기보다는 조금은 들뜬 분위기가 느껴져 놀랐던 생각이 나요. 들뜬 분위기라는 게 꼭 나쁘다는 생각은 안 해요. 실감이 안 나서일 수도 있고, 그냥 영화처럼 축제라는 개념으로 맞이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상가집이 포근함이 자리잡은 곳이라는 말, 저도 동감해요. 포근하다는 말도 여러 가지 의미잖아요. 아기도 엄마의 뱃속에서 포근했을 테니까 죽은 이도 조금은 포근하게 저 세상으로 가도록 남은 사람들이 배려를 해야겠지요.

겨울 2004-07-28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면서 한번 볼까말까한 친지들을 만나 반가운 눈인사를 나누는 곳이기도 해요. 아이적에 헤어졌다가 훌쩍 어른이 된 모습으로 나타난 그들을 보며 내가 먹은 나이를 헤아리기도 하고요. 생각해보면 죽음을 실감하기도 전이라 슬퍼할 겨를도 없고 몹시 앓다가 돌아가신 경우는 편히 가셨구나 싶어서요.

잉크냄새 2004-07-29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숙연한 분위기보다는 조금은 들뜬 분위기라는 표현이 맞는것 같아요. 젊어서 요절하거나 급작스런 죽음이 아닌 수명이 다하여 돌아가신 분들의 상가집은 더 그런것 같아요. 가슴속에야 서글픈 맘을 품고 있겠지만 겉으로는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하면서 내색을 잘 안하죠. 상주도 객들도 마찬가지인것 같아요.물론 그 모습뒤에 내재된 슬픔을 느끼지만요...

stella.K 2004-07-29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상갓집 아주 가끔씩 다니곤 하지만, 마냥 슬프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을 하곤 합니다. 오랫만에 그간 못 만난 사람을 만나는 건, 결혼식장에서 보는 것 보다 더 짙은 감동이 있더라구요. 왜 일까요? 그래. 우린 이렇게 살아서 서로 만나는구나. 하는 감동일지...
저도 오래전 아버지를 보내드렸지만, 그때 찾아 온 사람들이 참 반가웠어요.

ceylontea 2004-07-29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가집...제가 처음 갔을때는 초등학교 6학년인가 5학년인가 했을때 같아요..(6학년이었을 것 같아요..)... 같은 반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지요... 지금은 사망원인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저희 부모님도 젊으셨을때라.. 부모가 돌아가신다는 것에 대해 상상조차 못하던 그때였죠... 지금은 그런 일이 있었다라는 기억정도만 남아있다고나 할까?
그리고.. 기억에 남은 것은 고등학교 2학년때인 것 같아요... 저랑 친한 친구 어머님이 돌아가셨지요. 중학교때도 같은 학교였고.. 그 중학교 3학년 내내 같은 반을 했고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를 다닌 친구였지요... 그리고 친구네 집이 가까워서 가끔 놀러가 뵙기도 했었는데...
그리고 제가 직장인이 되고나서는 정말 상가집에 갈 일이 많이 생기더군요..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호상이든 너무 어이 없는 죽음이든... 마음이 먹먹해지더군요.

잉크냄새 2004-07-3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우린 이렇게 살아서 서로 만나는구나 하는 감동...
전 가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죽음의 순간에 직면했을때 과연 죽음을 또 다른 생의 연장선이라고 볼수 있을까 하는 생각. 니어링 부부의 책을 읽으면서 남편을 떠나보내는 헬렌의 담담한 모습이 왠지 근접할수 없는 모습으로 다가오더군요. 어떤 사고로 세상을 살면 삶과 사랑과 죽음을 연속선상에서 볼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미네르바 2004-08-12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경의 잠언에 보면 지혜있는 자는 상가집에 가라고 하더군요. 상가집에 가면 좀더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남은 생을 더 열심히 살아야 된다고 말하는 거겠지요.

잉크냄새 2004-08-12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이 있는 곳에서 삶을 생각한다. 뭔가 모순인것 같으면서도 의미심장하네요. 원래 진리는 모순속에서 더 빛나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