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쏟아진 날이다. 사분의와 사자자리 유성우와 더불어 3대 유성우라 일컬어진 만큼 대단하다. 며칠전부터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곤 나름대로 준비를 했는데 오랫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로 아까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오랫만에 친구와 마신 술에 취해 들어와서 그 상황에도 보러 간다고 밖으로 나갔으나 별똥별의 긴 여운은 보지 못하고 술에 취한 눈에 별만 두개 세개 아른거렸다.

처음으로 별똥별을 알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배운 알퐁스 도테의 <별>을 통해서이다. 스테파니에게 별자리의 전설과 별똥별의 긴 여운을 이야기하던 목동의 모습이 꽤나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있었다. 알프스의 밤하늘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고 떨리던 시절이었다.

별똥별을 가장 많이 본 것은 군대시절 보초를 서면서이다. 해안철책 근무를 서는 한반중,  해안선 감시는 뒷전이고 산쪽으로 펼처진 별들의 향연에 망연자실 넋을 놓고 바라보곤 했다. 철모를 깔고 앉아 바라보는 깜깜한 밤하늘의 별들은 그 시절 팍팍한 생활을 살아가는 참 소중한 의미중 하나였다. 멀리 지평선위로 꼬리를 그리며 사라지는 별똥별을 볼때마다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은 소원 하나를 실려보내며 성호를 긋곤 했다.

나의 별자리는 큰개 자리의 시리우스이다. 생일과 관련하여 정해진 것이 아닌 내 스스로 정한 것이다.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1등성인 시리우스를 알게 된것도 보초를 서던 날이었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 보초를 서는 초소 앞 얕은 냇물에 무엇인가가 반짝였다. 총을 메고 조심스레 내려간 그곳에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손으로 잡으려하면 물결에 어른거려 사라지는 마술같던 그 반짝임의 실체를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본 순간 알아버렸다. 캔디의 애인 테리우스와 세음절이 같다는 이유로 주접떤다는 말도 듣지만 어찌 되었던 시리우스는 그날이후 나의 별이 되었다.

생떽쥐베리, 별을 생각하면 빼어놓을수 없는 인물이다. 마지막 비행, 별들 사이로 잠적해버린 그를 생각해본다. 그래서 지금 어린왕자의 별에는 장미와 화산과 우편배달비행기가 한대 덩그러니 놓여있을꺼라는 상상을 한다.

별똥별은 별의 눈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멍한 눈 들어 밤하늘 사이로 실려보낸 그 아픔의 한숨들을 간직했다가 우리가 모든 잠든 한밤중 몰래 다시 흘리는 별의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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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8-1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우스는 님이 가지세요... 나머지는 제가 가질게요...

너무 낭만적이세요... ^^

Laika 2004-08-13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전 군인의 아내가 되어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사는 친구에게 놀러 갔는데, 그 추운날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이 쏟아지더군요......., 지금도 별하면 그때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나는데, 다시 간다면서 쉽지가 않네요...
저 유성우 쏟아지는걸 언제쯤 볼수있을런지.....잉크님 글에 별 별 생각하고 갑니다. ^^

stella.K 2004-08-13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런 줄도 몰랐네요. 난 왜 우주쇼에 관심이 없지? 오래 전 달이 뜨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었습니다. 달은 그냥 뜨는가 보다 했는데 안 그렇던데요. 하늘을 유심히 관찰했는데, 꼭 목자가 양떼를 몰고 오는 그런 느낌이었죠. 저게 뭘까 했더니 달이었습니다. 신기하더라구요.
잉크님은, 달이 뜨는 광경 지켜 본적 있나요? 보는 사람마다 좀 다를 것 같긴해요. 그래도 저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우습죠. ㅋ.

미네르바 2004-08-13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이제부터 '시리우스'님이라고 불러 드릴까요? 굉장히 낭만적이죠? 음... 시리우스라~ 잉크냄새님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저도 몇 년 전 별똥별이 쏟아진다는 뉴스를 보고 강원도 쪽으로 달려 갈까 하다가 포기했어요. 그 곳에서 더 잘 보인다는 소리를 듣고... 최근에 가장 감동적으로 본 별이라면 2년 전 수녀된 친구와 무박 2일로 순천 송광사에서 본 새벽별이에요. 청맹과니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곳에서 하늘엔 쏟아질 듯이 피어있는 별꽃들. 정말 별꽃이 피어있다는 문장이 떠올랐어요.

그나저나 님도 생떽쥐베리를 꽤나 좋아하시나 봐요. 전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 때문에 정말 대책없이 불문과를 간 사람이었답니다. 생떽쥐베리의 모든 책을 원어로 공부하고 싶어서... 법정스님이 그러셨죠.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국적, 나이,성별 그 모든 것을 불문하고...

호밀밭 2004-08-13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별구경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어제 해 보았어요. 그냥 별똥별을 어렸을 때 본 것도 같은데 뚜렷한 기억이 아니어서 보고 싶더라고요. 사실은 별똥별보다도 별이 촘촘히 박힌 하늘을 보고 싶네요. 어렸을 때 소금강에 갔을 때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본 기억이 있는데 그 기억도 이제는 아득해요. 제 눈 앞에 별이 가득한 하늘이 보인다면 뭔가 더 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별의 눈물 별똥별도 언젠가는 보고 소원도 빌고 싶네요. 떨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빌기 위해 소원을 미리 생각해 두어야겠어요.

잉크냄새 2004-08-14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별을 관측하려고 망원경을 구입했어요. 그런데 몇번 망원경을 통해서 별을 보고 나서 알겠되었죠. 모든 사물에는 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말이죠. 아무리 선명하고 가깝게 바라보아도 깜깜한 밤 저의 시력만으로 바라보는 그 넓은 밤하늘을 감당할수는 없더군요. 저와 별의 거리, 그것은 저의 시력 범위인가봐요. 신이 저에게 부여한 거리...

waho 2004-08-20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별똥별이 육안으로도 잘 보이게 많이 쏟아진다고해서 기다려서 본 적이 있는데 어찌나 아름답던지...별동별 하나에 소원 하나씩 빌다가 너무 많이 덜어져서 빌다 그만뒀던 기억이 나네요. 여기 강원도 살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별이 언제나 아름답고 깨끗하게 보이는게 아닐까 싶어요. 멀리서 바라보는 별은 언제나 좋아요. 천체 망원경으로 보는 것보단 역시 꿈처럼 멀리 보이는 별이 더 좋던데요...전.

잉크냄새 2004-08-20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원도는 아직까지는 별이 많죠. 특히 진고개 넘어가는 길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은 잊을수가 없을겁니다. 천체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하늘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시각에 의존해 바라보는 넓은 밤하늘이 훨씬 낭만적이죠.

춤추는인생. 2007-01-01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우스님 낭만적이세요..^^
고등학교 지학시간에 맨날 딴생각만 해서 그런지. 하늘을 보면 달과 해 그리고 별뿐, 그이상은 잘 알지 못해요..
제가 운치있게 하늘을 보기 시작한건 스물한살이후인데 도무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거 있죠? 그래서 그후 제가 이상형에 추가로 한 목록이.
천문에 대해 알고 있는남자... 유난히 별들이 반짝이는 추운겨울에
제 손잡고 별자리를 가르쳐줄수 있는 남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