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보안 관련의 법규 강화와 더불어 회사에서도 산업 보안 사규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얼마전까지도 눈 가리고 아웅식의 명목상의 관리만이 존재했는데 이번 신규 사규는 기밀이 새어나갈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정보화 시대에 정보 유출이 가져오는 파장이 얼마나 큰지는 설명 안해도 알고 있지만 사원 개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을 어떻게 충돌없이 통제해 나갈지가 의문이다.

여러가지 통제 방법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사원의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에 가해진 통제가 몇개 있다. 회사내에서는 조직 구성원의 입장을 언급하지만 회사의 기계 부속품이 아닌 인간이기에 그런 무조건적인 원칙은 마찰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 사내 MSN을 제외한 MSN 전면 차단, 팝폴더 차단, P2P차단, USB PORT 통제, 블로그 차단이 주된 부분이고 회사 메일을 제외한 웹 메일에 대한 송신기능까지 차단할 예정이다. 조지 오웰이 말한 BIG BROTHER의 작은 축소판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회사에 출근하는 순간 회사 이름을 내건 작은 통제 시스템에 갇혀 퇴근시까지 근무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행착오를 거쳐 양자 입장의 절충안을 찾아내겠지만 아무튼 씁쓸한 처사이다.

블로그의 차단 항목을 보면서 알라딘은 어떻게 분류될 것인가가 문득 궁금했다. 알라딘은 인터넷 서점이지만 현재의 서재는 분명 블로그임에는 틀림없다. 인터넷상에 무수히 존재하는 블로그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어떤 룰을 적용할지는 모르지만 서재만큼은 블로그로 분류되지를 않기 바란다. 아침 출근과 점심 식사후에 읽는 소중한 글들, 업무 틈틈이 들어와 한편씩 읽던 서재의 글들은 참으로 소중한 활력소였다. 시계 바늘처럼 째깍째깍 움직이는 틀에 박힌 몸놀림에서 모처럼 자유로울수 있는 공간이 바로 알라딘의 서재였다. 그곳에는 꿈이 있고 정이 있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있다.

알라딘 서재, 과연 블로그로 분류될 것인가. 괜히 초조하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주 2004-09-21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인터넷 서점이라고요 엄연히!!!!
사장님 그것 좀 알아주시길 바래요 제발~~~

_ 2004-09-21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차단될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사무실에서 쓰는 컴퓨터는 사내 다른분들이 쓰는 컴터랑 다른 서버를 써서 방화벽이 상당히 심하거든요. MSN은 물론 핫메일은 로긴이 되지 않고, 한메일경우 보안접속은 되지도 않았는데요. 한때 알라딘도 먹히지 않을때가 있었어요. 요즘은 조금 풀려서 접속이 되고는 있는데...
(아무래도 안좋은 소리 늘어놓고 가는거 같습니다만;; 크흑, 서재 막히는 잉크님 자주 못뵙는거에요? 흑, 안돼는데;;) <-결국은 막히지 않길 바란다는 소리였는데, 조금 이상한 말이 ㅠ_ㅠ

진주 2004-09-2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주인공 이름은 잊었는데...그 주인공이 감시카메라를 피해 노란 미농지로 된 공책에 연필로 일기를 쓰잖아요? 혹시라도 BIG BROTHER가 잉크님의 서재에 방화벽이라도 치는 불상사가 생길지라도 저는 걱정 안 할거예요. 잉크님은 감시카메라 잘 피해 들어오실 방법이 있을거라고....

갈대 2004-09-22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알라딘 서재라는 블로그가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요? 왠지 모를 것 같은..^^

Laika 2004-09-2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회사도 msn차단, 그리고 각종 안되는 프로그램 등을 공포 했었답니다. msn 차단되니 다들 네이트를 썼죠. 그런데 언제 부턴가 msn이 되고 있어요... 아마 IT 업체가 바뀌면서부터인것같은데, 사람들은 모르고 있답니다.
잉크님, 회사에서 알라딘 안되면 뭐....밤을 새워 서재질 하셔야하는 수밖엔....^^
사실, 저도 다른 님들처럼 알라딘은 차단 안될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icaru 2004-09-22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엠에스엔, 싸이월드 차단입니다...!
사람들은 알라딘 서재는 모르지만...제게 이런 말은 가끔합니다...
"xx, 거기서 맨날 모하냐..."


잉크냄새 2004-09-2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설마설마하고 있답니다. 알라딘은 인터넷 서점이니까 혹시 차단되더라도 인터넷 서점을 명목으로 전산실에 의뢰해야죠. 그것마저 안되면 찬미님이 사장님께 탄원서 한번 넣어주시는 것도 괜찮고요.^^

비로그인 2004-09-22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알라딘이 차단될 시, 알라딘 서재주인장 분들의 서명 운동(?)을 펼쳐 봄이 -.-;...아니, 먼저 그런 불상사가 없기를요.

sweetmagic 2004-09-2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를거예요... ㅎㅎㅎ

미네르바 2004-09-22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차단된다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뺏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 같은데...^^
모를 것 같다는 위로를 해 봅니다. 알라딘이 블로그까지 한다는 것, 웬만한 사람 모르지 않을까요? 만약에 그렇다면... 냉열사님 말처럼 서재주인장들의 서명 운동이라도 해야죠^^

잉크냄새 2004-09-22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차단되면 여기에 올리신 님들의 페이퍼 복사해서 보고서에 첨부파일로 붙여서 탄원서 올리겠습니다.^^
아마 사족이리라 생각합니다.

ceylontea 2004-09-23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블로그 아니에요...!!!
마을이에요..
마을에 사람들이 사는데... 차단하면 그 마을 사람들은 잉크님을 기다리다 목말라 죽을 지도 몰라요...
사실... 전 MSN이 안되면 엄청 갑갑했었는데... 지금은 알라딘 없이는 우아.. 사기가 팍 저하 될거예요...MSN은 차단되어도 알라딘은 안되요.. 안되.
잉크님은 알라딘에 계속 계셔야해요..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잉크냄새 2004-09-23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알라딘 서재는 블로그가 아니라 마을이다 ]
알라딘 서재 표어 공모전하면 대상감입니다.^^

2004-09-23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중학교 시절 역사선생님은 일명 [ 민족주체성확립봉 ] 이라 불리는 흉기를 들고 다녔다. 당구대에 쇠줄을 감아서 만든 몽둥이였는데 지각을 하거나 시험문제 틀리면 거꾸로 물구나무를 선 채로  허벅지를 얻어터지곤 했다.  별명도 민족주체성이었다.

이 선생님의 역사 수업은 좀 독특해서 ( 아마 다른 학교도 그렇게 했을것 같다 ) 거의 모든 역사적 사실을 노래와 결부시켜 암기시키곤 했다. 우리는 항상 역사수업 시작하기 전에 노래를 불렀다. 그 당시 반장이었던 나는 문에서 망을 보다가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이면 신호를 보냈고 나의 신호에 맞추어 학생들은 구석기부터 조선말까지에서 한두곡 정도를 선택해 노래를 불러제꼈다. 수업시작전 노래를 부르고 있지 않으며 쪽지 시험을 본후 한차례의 푸닥거리가 있었기에 노래외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그런 수업방식의 영향인지 촌구석인 우리 학교의 모의고사 역사점수는 항상 강원도 일등이었다.

기억이란 참으로 묘하다. 특히 연상작용에 의한 기억은 오랜 망각의 세월을 뛰어넘어 무의식중에 찾아온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 엄마가 섬그늘에~ ] 하는 노래가 들리면 의식 저편에서 [ 상원군 검은모루 ~ ] 로 시작하는 구석기 시대 유적이 같이 떠오른다. [ 나리 나리 개나리~ ] 하면 [ 태정태세 문단세 ~ ] 로 시작하는 조선시대 왕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생각나는 몇가지를 적어본다.

1. 구석기 시대 유적 : [ 엄마가 섬그늘에~ ] 로 시작하는 [ 섬집아기 ]

상원군 검은모루 웅기 굴포리
단양군 수양개 공주 석장리
청원군 두루봉동굴 제주 빌레못
연천군 전곡리도 유적지라네.

2. 고려시대 왕 : [ 뜸북 뜸북 뜸북새 ~ ] 로 시작하는 [ 오빠생각 ]

태혜정광 경성목 현덕정문순
선헌숙예 인의명신 희강고원종
충렬충선 충숙충혜 충렬충정공민
우왕창왕 마지막왕 공양왕이라네.

3. 조선시대 왕 : [ 나리 나리 개나리~ ] 로 시작하는 [ 개나리 ]

태정태세 문단세 예성연중 인명선
광인효현 숙경영 정순헌철 고순종

4. 조선말기 역사사건 : [ 봄이 오면 산에 들에 ~ ] 로 시작하는 [ 봄이 오면 ]

1876 강화도 조약 불평등 조약
1882 임오군란 제물포 조약
1884 갑신정변 한성 텐진 조약
1885 거문도 사건 러시아 영국

그외에도 꽤나 많은 노래가 있었는데 다른 것은 별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 민족주체성확립봉] 으로 맞아야 기억날까 싶다. 위에서 적은 것중 왕들의 계보중 일부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것중 가장 아쉬운 것은 [ 독도는 우리땅 ] 으로 사절까지 만든 조선시대 사상가들의 책 이름이다. 일부만이 생각난다. [ ~안정복 동사강목 한치윤 해동역사 유득공 발해고 이긍익 열려실기술] 로 한절이 끝났었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_ 2004-09-1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무식하게 그냥 줄줄 외던 저랑은 다른 방법이군요.
저희는 노래고 뭐고, 외워!
한마디로 끝이었는데.;;

chika 2004-09-16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도 그랬습니다. 태정태세문단세에 가락이 있었다니.. 놀라울뿐이예요~ ㅡㅡ;;

水巖 2004-09-1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가 들어가니까 한결 외우기 쉬웁겠네요. 그런걸 무작정 외웠으니....

ceylontea 2004-09-1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런 저런 방법으로 외웠지요... 히히..
저는 화학의 주기율표... ^^
에헤사랑하는갈비씨는 네나마 알시피... 머 이러면서 외웠어요...
(H,He,Li,Be,B,C,N,Ne,Na,Mg,Al,Si,P...)

갈대 2004-09-16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노래로 외우면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 음악시간에 곡 빠르기를 노래로 배웠는데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라르고 렌토 아다지오 안단테 안단티노 모데라토 알레그레토 알레그로 비바체 프레스토'^^

진주 2004-09-16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석기시대 유적지를 저렇게 외우면 되겠네요!!
겨울방학땐 아이들과 역사공부를 하는데 무쟈게 도움되겠습니다^^
잉크님, 역사에 대해 좀 더 기억나는 거 있으면 또 올려 주세요.
추천하고 퍼갑니다.

sweetmagic 2004-09-16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다주귤 노노연 풀록초청바파 감남남보붉자~~~연~ 20색상환~~~
전~ 이거 외웠었어요 . 태극이가 바람에 ~ 펄럭입니다`~ 태극기 노래루요`~^^

잉크냄새 2004-09-16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우리 민족이 노래를 사랑하는 민족인가 봅니다.^^
실론티님의 주기율표는 저희도 다른 노래로 외웠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갈대님의 곡 빠르기는 산토끼 노래였던것 같아요. 스윗매직님의 태극기 노래는 활용도가 꽤나 큰 노래였죠.^^
찬미님. 아직은 더이상 기억나는게 없네요.^^ 나중에 독도는 우리땅을 한번 알아보죠...

soyo12 2004-09-17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갈께요. 음. 내년에 한번 써 먹게요. ^.~

미네르바 2004-09-17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중학교 때 선생님은 왜 저런 방법을 택하지 않으셨을까요? 그럼 제가 공부를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이라도 저 노래에다 맞추어서 공부를 해 보아야겠어요.

잉크냄새 2004-09-18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oyo님도 찬미님이나 미네르바님처럼 교육에 종사하시나 보군요.
한번 현대음악에 맞추어 재구성해보시는 것도 좋을듯 싶네요. 랩도 좀 섞어서...

icaru 2004-09-20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에...처음으로 식구들과 늦은 저녁을 하면서 대하드라마 <이순신>을 보았다지요... 저 아이가 원근이냐...유성룡이냐...함서...
다들...학교 때 배운 지식을 총동원...아는 척을 했더랬는데...
누군가..."이순신이...서얼 출신이다..." 그랬어요...그래서 문관 시험 못 보고 무관 밖에 못 오른거다...라고.. 그러자 또 누군가가..."무슨 이순신이 홍길동이냐? 그러게? "라고 맞받아치고...역사과목 일등인 학교에 다니셨던 잉크 님...진실은 무엇인지 아시나요?

잉크냄새 2004-09-21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때는 교과 과정에 이순신이 안나온것 같아요. -.,-;

icaru 2004-09-30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흣...글쿤요..
 

기억력 감퇴라는 표현이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깜빡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사무실에서 누군가에게 업무적인 일로 전화를 걸었다가 다른 일만 실컷 떠들고 끊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다시 전화한다. 뒷주머니에 들어있는 지갑을 서랍속에서 한참을 뒤적이는가 하면 와이셔츠 주머니에 꽂힌 만년필을 책상위에서 찾고 있는 경우도 간혹 있다. 완전히 찾지 못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잠시후 허탈한 웃음과 함께 금새 기억을 되살리고 만다.

결정적인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곤혹스러운 경우도 있다. 처음부터 알지 못하는 전문적인 것이라면 스스로의 무지를 한탄하겠지만 너무나도 평범하고 단순한 단어가 머릿속에서 맴돌다 끝내 입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가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기억이 난다. 오래전에 만난 누군가의 이름도 그럴때가 있다.

얼마전 단어 하나가 생각나지 않아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병원에서 실시한 검사중 시력검사를 할때의 일이다. 간호사가 가르키는 글자를 하나 하나 읽어나갔다. 그러던 중 간호사가 물고기를 가르키는데 물고기라는 단어가 아무리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하다 입밖으로 나온 단어가 [ 생선 ] 이다. 간호사가 입을 막고 웃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덩달아 웃었다. 밥상위에서야 물고기를 생선이라고 한들 전혀 어색할 것이 없겠지만 병원 시력검사에서 생선은 아무래도 난처한 대답이었다. 나도 그냥 어색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기억력 감퇴는 누구에게나 있는 일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치매의 징조로 확대해석할 필요도 없지만 가끔은 스스로가 바보가 된 기분이 들때가 있다. 차라리 잊고자 하는 기억들은 생생하다. 작지만 행복했던 기억들은 오히려 금새 잊혀진다. 차라리 그런 기억이 오래간다면 더 행복할 일일 것이다. 기억력 감퇴에는 화투 패 맞추기가 효과가 있다는데 아무래도 화투 한매를 사야할것 같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_ 2004-09-13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생선은 참신하군요 ( __);;
저도 요즘 가끔 그래요. 사무실에서 심부름 시키면, 아, 네 했다가 잠시 딴생각하고는 뭘 시켰는지 잊어 먹죠.;;

icaru 2004-09-13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도 생선...하는 대목에서 웃었습니다...

stella.K 2004-09-13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선!" 귀여워요. 전 이미 잉크님과 똑같은 증상이 2,3년 전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특히 사람 매칭 안 되는 거 정말 무안해요. 저 사람은 언제 봤지? 분명히 아는데 하며.
기억력 증진엔 미역이 좋다는데요. 드셔보심이 어떠하올런지.^^

잉크냄새 2004-09-14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100점 만점에 90점짜리 대답이죠. 물고기 껍데기에 묻은 양념까지 보았기에 그런 대답이 가능했을지도....^^;; 기억력 감퇴가 있는 모든 분들과 미역국 마시면서 화투패 맞추기를 하면 효과가 극대화되겠군요.

진주 2004-09-1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 그 정도야 아주 괜찮은 수준이지요...저의 화려한 경력을 떠올리니 얼굴을 못 들겠군요 *^^* 저도 페이퍼 하나 올릴갑쇼?

stella.K 2004-09-1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좋죠!!^^

Laika 2004-09-14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다행이다. 나만 겪는게 아니였구나....^^

잉크냄새 2004-09-1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미님의 엄청난 내공을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라이카님의 내공도 만만치 않을듯 싶은데..^^

ceylontea 2004-09-14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생선...
저의 기억상실증에 비하면... 양호하십니다..
물고기 대신 생선이란 단어라도 떠오르니 말입니다..
 

우연찮게 밤낚시를 가게 되었다. 회사 노조 주관으로 노조원 낚시대회를 하는 곳에 친구와 두명의 회사동생과 동석하게 되었다. 낚싯대를 다시 드리운것이 거의 5년만의 일이다. 회사 입사이후 일이년간은 몇번 다니던 낚시를 잡지 않게 된 것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세월을 낚는다고 말처럼 여유롭게 생각할 조금의 여유조차 없이 살아온것이 나름대로의 이유일수도 있겠다. 강태공을 바라보기에는 너무 지친 시대이다.

저녁 7시반에 도착한 저수지는 벌써 어둠에 잠겨있다. 물과 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저수지를 빙 둘러 물 위에 자리한 좌대에 여장을 푼다. 어둠에 익숙하지 않은 눈으로 낚시줄을 묶는다. 흔들거리는 좌대에서 드디어 낚시대를 드리우며 바라보니 조금은 주변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주변을 둘러보다 눈에 들어온 풍경은 반딧불의 향연이다. 물 위의 반딧불. 물에 뜬 케미라이트의 빛이 물 위를 배영하는 반딧불같다. 주변에서 떡밥을 새로 끼워 던질때마다 저수지 위를 가르는 반딧불의 춤사위. 이것이 밤낚시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자정을 넘어서니 서서히 졸음이 오기 시작한다. 흔들거리는 좌대 위에 마련한 등받이 낚시 의자에 깊숙히 몸을 뉘이고 저수지를 응시한다. 조그조근 나누는 이야기가 오히려 자장가같다. 참방참방 어디선가 작은 물고기 뛰는 소리가 들린다. 인간이 잠드는 시간. 이제야 또 다른 세상이 눈을 뜨려는가 보다. 알지 못하는 새들의 소리, 물고기의 뛰는 소리, 옆사람의 숨소리. 드디어 두 세상이 만나는 순간이다.

새벽녘. 첨벙하는 소리에 화들짝 잠이 깬다. 서둘러 낚싯대를 들어올리나 여전히 허탕이다. 제법 큰 물고기들이 뛴다. 다시 떡밥을 갈아끼워 드리운다. 물고기들의 힘찬 솟구침에 잠을 깨다니. 매일 아침 자명종 소리에 지친 몸을 깨우는 것에 비할바가 아니다. 또 어디선가 물고기가 뛴다. 안개비가 내리는 저수지에 서시히 여명이 밝아온다.

낚시꾼의 자질 문제인지 자리가 별로였는지 몰라도 4명이서 고작 세마리를 낚았다. 목적이 식탐에 있지 않은지라 모두 방생하고 돌아선다. 저수지는 다시 잠든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04-09-11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낙시 재미없었나요? 울 오빠는 낚시 좋아하는데. 근데 반딧불이 진짜 보셨나요? 보고 싶었는데...^^

진주 2004-09-1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의 <그가 모르는 장소>를 읽으며 나도 언젠가 낚시, 그것도 밤낚시 한 번 해 봐야지 했던 기억이 나네요. 나는 아직 손맛을 모른답니다.세월을 낚는 맛도 모르구요.

잉크냄새 2004-09-1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반딧불이 아닙니다.^^ 밤에 띄우는 찌의 캐미라이트 빛입니다.
저도 세월을 낚는 맛을 몰라요. 좀더 살아봐야 알수 있겠죠.^^

水巖 2004-09-1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어 낚시는 아니였군요. ㅎㅎㅎ

stella.K 2004-09-1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한번 읽어 보시면 어떨까요? 그냥...


갈대 2004-09-11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스텔라님이 선수를 치셨군요!! 낚시 좋아하신다면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그냥 읽어도 좋구요^^

파란여우 2004-09-11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이 낚시에 한 번 빠지면 아내도 자식도 다 떨쳐버리던데요..그래서 주말과부(?)가 많더군요.

stella.K 2004-09-1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아내도 낚시를 같이 해야겠군요.

잉크냄새 2004-09-11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얼마나 오랫만에 들어보는 연어잡이의 추억인가요.^^
그 책은 갈대님의 리뷰를 통해서 보관함에 들어갔어요.
근데 파란여우님과 스텔라님! 왜 저랑은 상관없는 말씀을 하시는 건지...비도 오는데...ㅎ

stella.K 2004-09-1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나요? 여우님이 그렇게 말씀하시길래 그냥 멋모르고...근데 앞으로 고려해 보세요. 좋잖아요. 하하.

호밀밭 2004-09-12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낚시를 한번도 해 본 적은 없지만 가끔 낚시꾼들이 부러워 보일 때가 있어요. 그냥 멍하니 있어도 그들은 뭔가에 몰두한 듯 멋있어 보일 때가 있어서요. 실제로 제가 아는 어떤 분은 낚시에는 관심없지만 공상하기 좋다면 낚싯대를 챙기시더라고요. 그런데 이 글을 읽어 보니 밤낚시에 그런 매력이 있네요. 두 세상이 만나는 순간이라는 말이 좋네요. 잘 읽고 가요. 좋은 한 주 맞이하시고 건강하세요.

Laika 2004-09-1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연어낚시....
지금 상태론 멍하니 몰두해서 기다리는거 할수있을것 같기도한데, ....하여간, 그 조그만 의자에 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리는건 많이 힘들것 같아요...

잉크냄새 2004-09-13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답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기에 참 괜찮은 것 같아요.
 

참 많은 길을 다녀보았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부터 시골의 흙먼지 이는 작은 길까지 시간이 허락하는 한 되도록 많은 길을 다니고 싶었다. 예전에는 사진으로 보는 외국의 길들을 동경했는데 직접 차를 끌고 국도를 누비면서 만나는 소중한 풍경에 매료되어 우리나라의 국도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국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야생화 같다고나 할까. 자세히 보아주고 오래 보아주어야 그 소중한 모습을 부끄러운듯 살포시 드러낸다.  

1. 그 시절 무엇을 던지듯 버렸던가

20대 초반의 2년간은 세상이 암흑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충분히 버리고 돌아설수 있음을, 또 그런 나를 충분히 다독여줄수도 있는 일들을 왜 그리 어려워했던지. 세상이 서글프고 힘들다고 느껴질때는 어김없이 춘천행 통일호에 몸을 실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받아줄 친구들이 다니던 강원대에 가기 위해서였다. 우연이겠지만 그 날은 꼭 비가 왔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 당시 춘천행 기차의 맨 뒤칸은 막혀있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그곳에서 멀어져가는 기찻길 위로 던져버린 담배위로 난 또 무엇을 던지듯 버렸던가. 서로 만나지 못하는 기찻길이 아득히 만나는 그 곳으로 무심하게 던져버린 시선위로 난 또 무엇을 던지듯 버렸던가. 언젠가 세월이 더 흐르면 그때 던진 무엇을 생각하며 한번 가보고 싶은 길이다.

2. 그때 꼬맹이들은 어느 세상에 살고 있을까

청량리 11:00시발 강릉 7:30분착 기차는 참 많은 꿈을 싣고 달리던 기차이다. 방학때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이 기차를 타곤 했다. 청량리에서 영주를 거쳐 다시 북상하여 탄광촌을 지나 옥계의 아침해를 맞이하던 기차는 아름다운 풍경 그 자체였다. 책을 읽다 자다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서서히 밝아오는 동해의 아침을 맞이한다. 거치는 간이역마다 밤을 싣고 새벽을 싣고 올라탄 세상풍파에 지친 이들의 꿈을 싣고 달리던 기차는 밤을 헤치고 내리는 이들의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언젠가 태백에서 폭설로 기차가 연착된 적이 있다. 한참후 다시 출발을 하려는 순간 유리창위로 부딪히는 눈덩이들, 한밤중 눈만큼이나 하얀 가슴을 안고 있을 탄광촌의 꼬맹이들이 기차를 따라 달리며 눈을 던지고 있었다. 그날 밤 온통 하얀 꿈을 꾸었을 그 꼬맹이들은 지금은 어느 세상에서 또 하얀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을까

3. 지금이라면 그대로 풍경이 되었을까

구례의 시골장이 끝나고 시골 할머니들의 다라를 들어주며 같이 올라탄 구례에서 하동으로 가던 시골버스는 정이 듬뿍 담겨있다. 오늘 장사 이야기, 자식들 이야기, 얼마전 죽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얼핏 들으며 바라보는 섬진강의 초록빛 물결. 갓 풀리기 시작한 섬진강 위로 땟목이 떠가고 막 길을 나서기 시작한 어느 시골부부의 다정한 모습이 지나가고 다시 날개짓을 시작한 새들이 날아들던 그곳에서 이대로 살아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번의 발걸음으로 그곳에 풍경이 되고 싶었다. 섬진강변의 아름다움과 시골버스의 이런 정겨움이 김용택 시인의 발걸음을 붙잡은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면 그대로 풍경이 되었을까. 아직은 아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있기에 시선 한번 던지고 다시 길을 나설것이다.

4. 저마다의 풍경을 만들어가는거다

동해안을 따라 태백산맥처럼 길게 늘어진 7번 국도는 어느 길보다 아름답다. 차를 때릴듯 달려드는 파도, 산속을 달리다 갑자기 맞이하는 드넓은 바다는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냥 막혔던 가슴이 확 트인다고할까. 절로 와~ 하고 탄성이 나온다. 수많은 솔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로운 바람과 파도가 던져주는 짤짜름한 바람의 어울림. 그것이 7번 국도의 생명인지도 모른다. 작년과 올해 여름휴가는 모두 7번 국도를 달렸다. 확장공사의 진행 사항을 보니 내년에는 길의 모습이 바뀔것 같다. 그러나 서글퍼하지 말자. 어차피 길도 사람과 같아서 또 저마다의 풍경을 만들어가는거다.

5. 가보지 못한 길

너무 가보고 싶었으나 가보지 못한 길이 있다. 송도와 수원을 연결하던 협궤열차이다. 95년 12월 31일 영원히 사라졌으니 앞으로도 가보지 못할 길이 되고 말았다.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학교 시화전마다 빠지지 않는 소재로 등장하던 풍경이 소래포구의 두량짜리 협궤열차였다.  갯내음과 추억을 싣고 달린다던 협궤열차. 얼마전 소래포구의 철길을 보러갔지만 너무 많은 인파속에서 두량짜리의 협궤열차 풍경을 상상하기란 힘들었다.

길을 사랑하려면 길 위에 군림해서는 안된다. 길 위에서 만나는 수줍은 야생화와 작은 짐승과 돌멩이처럼 그냥 우리도 선 자세로 굳어버려 풍경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길 위에서 똑똑 노크를 해볼 일이다. 그러면 수줍은 듯이 열리는 그들의 세상을 만날수 있을테니까.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09-04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4-09-04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발자국따라 저도 지금 이 길에 찾아왔다는 거 아닙니까? 소래포구의 열차에서 만난 그 때의 그 잘생긴 남자가 님이셨군요...^^

잉크냄새 2004-09-04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가보지 못한 길 > 내용을 쓰면서 파란여우님은 분명 협궤열차를 타보셨으리라 생각했답니다.
갯내음에서 삶을 읽어내시는 님을 떠올려봅니다.^^

2004-09-05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네르바 2004-09-07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여행을 하시고 오셨나봐요.
저도 길을 다니는 것을 참 좋아하지요. 걷는 것이든, 자동차로 달리는 것이든... 고속도로가 질주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면, 국도는 오래 보아주어야 할 도로...그래서 천천히 여기 저기 보아주어야 할 길 같아요. 그런데 님의 글을 읽으니 갑자기 기차 여행을 하고 싶어지네요.

작년 가을 춘천에 간 적이 있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강원대도 다녀왔구요. 깊어가는 춘천의 가을은 참 쓸쓸하던데... 단풍이 든 경춘가도를 달리는 것도...제 마음이 그랬는지도 몰라요. 왜 깊어간다(기본형:깊다)는 형용사는 가을이라는 계절에만 어울릴까요? 봄이 깊어간다, 여름이 깊어간다, 겨울이 깊어간다-음.. 겨울은 조금 어울리는군요 그래도 가을이 가장 잘 어울리네요.(순간, 왜 이 단어가 생각났는지...)
수인선 협궤열차에 대해선 저도 오랫동안 동경만 했지, 실제로는 보지도 못했답니다.
<길을 사랑하려면 길 위에 군림해서는 안된다> 울림을 주는 글이네요. 저도 건강이 회복되면 다시 길을 떠나고 싶어지네요. 멋진 여행기에요.

잉크냄새 2004-09-0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 손짓한다. 여름이 무르익다. 가을이 깊어간다. 겨울이 저물어간다.
왠지 계절에도 점층법이 적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요. 올 가을 건강한 님의 모습으로 느끼는 가을 저도 전해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