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감퇴라는 표현이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깜빡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사무실에서 누군가에게 업무적인 일로 전화를 걸었다가 다른 일만 실컷 떠들고 끊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다시 전화한다. 뒷주머니에 들어있는 지갑을 서랍속에서 한참을 뒤적이는가 하면 와이셔츠 주머니에 꽂힌 만년필을 책상위에서 찾고 있는 경우도 간혹 있다. 완전히 찾지 못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잠시후 허탈한 웃음과 함께 금새 기억을 되살리고 만다.
결정적인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곤혹스러운 경우도 있다. 처음부터 알지 못하는 전문적인 것이라면 스스로의 무지를 한탄하겠지만 너무나도 평범하고 단순한 단어가 머릿속에서 맴돌다 끝내 입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가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기억이 난다. 오래전에 만난 누군가의 이름도 그럴때가 있다.
얼마전 단어 하나가 생각나지 않아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병원에서 실시한 검사중 시력검사를 할때의 일이다. 간호사가 가르키는 글자를 하나 하나 읽어나갔다. 그러던 중 간호사가 물고기를 가르키는데 물고기라는 단어가 아무리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하다 입밖으로 나온 단어가 [ 생선 ] 이다. 간호사가 입을 막고 웃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덩달아 웃었다. 밥상위에서야 물고기를 생선이라고 한들 전혀 어색할 것이 없겠지만 병원 시력검사에서 생선은 아무래도 난처한 대답이었다. 나도 그냥 어색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기억력 감퇴는 누구에게나 있는 일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치매의 징조로 확대해석할 필요도 없지만 가끔은 스스로가 바보가 된 기분이 들때가 있다. 차라리 잊고자 하는 기억들은 생생하다. 작지만 행복했던 기억들은 오히려 금새 잊혀진다. 차라리 그런 기억이 오래간다면 더 행복할 일일 것이다. 기억력 감퇴에는 화투 패 맞추기가 효과가 있다는데 아무래도 화투 한매를 사야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