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초콜릿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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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시간에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어도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을 하지 않는 아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교실 구석에서 조용히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있는 아이. 그 아이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에바이다. 마음 속에는 우정에 대한 갈망도 있고, 하고 싶은 말들도 많이 있지만 에바는 뚱뚱한 자신의 몸 때문에 선뜻 나서는 것을 꺼려한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미헬이라는 소년을 만나게 되고 자신을 편견없이 대하는 미헬을 통해 에바다움을 조금씩 찾아간다.

  티비를 보면 온통 마른 사람들이 등장하고, 길거리에서도 뚱뚱한 사람을 보는 것이 힘들 정도로 세상은 마른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듯 하다. 어느 정도 성숙한 사고력을 지닌 어른에게도 이는 하나의 고통일 터인데 한창 성장할 나이의 청소년들에게 현실은 너무 가혹하기만하다. 뚱뚱함을 죄악으로 생각하는 아이들, 자신의 몸매때문에 자신감을 잃은 아이들은 우리 주변에도 많다. 단지 몸매뿐만 아니라 누구나 한 가지씩은 자신의 외향적인 모습에 불만을 갖고 있기 마련인 것이다. 하지만 다소 빤해보이긴 하지만 외향적인 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내면이다. 구태여 외모는 바꿀 수 있지만 내면은 바꿀 수 없다는 식상한 말을 들지 않아도 내면이 꽉 찬 사람은 외모만 번지르르한 사람보다는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에 에바는 여전히 뚱뚱한 몸매를 가진 소녀일 뿐이지만 미헬과의 만남이라는 반환점을 통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게 된다. 요컨대 에바는 자신의 뚱뚱함이라는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장점들, 즉 남을 리드할 수 있는 자질과 풍성한 숱의 머리카락, 열정적인 춤솜씨 등을 발견하며 좀 더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밤에 몰래 자학적으로, 충돌적으로 음식을 집어삼키는 행위를 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엄마에게 이왕이면 칼로리가 낮게 요리해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에바. 그런 모습들을 보며 앞으로 그녀가 좀 더 건강하고 밝게,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성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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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 Shakespeare's Complete Works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기.이다희 옮김 / 달궁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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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극적인 사랑을 이야기할 때면 늘 등장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어린 시절 소설로 읽어본 후로 처음 읽어보게 되었다. <겨울이야기>, <한 여름 밤의 꿈>으로 세익스피어 전집을 이어가고 있는 이윤기와 그의 딸 이다희의 번역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된 <로미오와 줄리엣>은 내가 어린 시절 접한 이야기와는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사실 하도 안나오길래 난 전집 번역은 쫑난 줄 알았다)

  어린 시절에는 소설로 접했던 이야기가 이 책에서는 희곡의 방식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자칫 익숙하지 않은 방식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희곡에서 이야기에 현실감과 생동감을 불어넣어주는 지시문이 빠져 있기 때문에 희곡이라고 해도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단순히 누가 등장한다. 이런 지시문만 있어서 각 인물들이 어떤 느낌으로 대사나 행동을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이런 점이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희곡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모습처럼 보이지 않았나 싶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의 비극적인 사랑이 물론 인상깊기는 했지만 나도 이제 나이가 좀 들어서 그런지 그들이 너무 철없는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난 지 하루 만에 결혼 약속을 잡아버리는 줄리엣의 앞뒤가리지 않는 성급함(좋게 말하면 열정)이나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로잘린에 대한 사랑에 아파했던 로미오가 줄리엣을 만나는 순간 로잘린은 까맣게 잊고 줄리엣에게 빠지는 모습은 어쩌면 한 순간의 반짝 사랑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과연 로미오와 줄리엣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지 않고 사랑의 결실을 이뤄냈다면 과연 그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졌을까? 그들은 과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기존의 <겨울이야기>나 <한 여름 밤의 꿈>을 읽으면서도 느낀 점이지만 컬러로 된 삽화를 넣지 않고, 작은 사이즈의 양장본으로 만들지 않으면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신화적인 해석이나 줄리엣의 집과 같은 문화재를 소개한 부분이 흥미로웠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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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4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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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주인공이 읽은 한 권의 책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와 사랑, 그리고 모험이 뒤섞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오르한 파묵은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때문에 내가 그의 책을 집어들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도 '어렵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노벨문학상이라는 이름 아래 때론 그 정도가 약할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너무 난해한 작품을 접했기때문이다. 이 책의 경우에는 난해함과 적합함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 법한 묘한 책이었다.

  새로운 인생. 이 짧은 단어는 이 책 속에서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주인공이 책을 읽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 방랑하는 것도 새로운 인생이지만, 책의 이름도 새로운 인생이기때문이다. 딱히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이 곳 저 곳 버스를 갈아타며 이동하는 주인공의 모습. 하지만 중의적 의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이름의 중의성, 삶의 중복성. 이런 점들이 마치 패스츄리처럼 겹겹이 쌓여있다. 오르한 파묵은 이런 장치를 통해 독자에게 과연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과연 그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떠나, 이 책 속의 주인공은 국가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우리도 알다시피 터키는 지리적으로 묘한 곳에 위치해있는 국가다. 유럽이라고 하기에도, 아시아라고 하기에도 뭐한 곳에 위치한 것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유럽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유럽에서는 그들을 받아주지 않으려고하는 말하자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국가이다. 이러한 모호한 정체성에 대해 작가는 나린 박사를 통해 음모론을 들고 나오기도 한다. 누군가 책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을 파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를 와해시키려는 음모일지도 모른다는 나린 박사의 생각은 어쩌면 옳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우리가 문화를 통해 천천히 서구사회에 발을 디딛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일단 이야기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것 같았다. 짧은 감상에 대해서도 뭔가 풀어놓고 하는 얘기를 듣노라면 때로는 지루하게까지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그래서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는거야 뭐야라고 투덜거리며 책장을 넘기기도 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결국 답을 얻지 못했지만) 다소 철학적인 내용이 로드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사랑과 질투란 감정을 섞어 진행된다. 우연이 우연이지 못하고, 사랑이 사랑일 수 없는. 뭔가 정체를 알 수 없고, 끝을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쫓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어딘가에 자리한 것이 아닌, 멀지 않은 우리의 가슴 속에, 우리의 머리 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 것 같다. 딱히 어려워서 못 읽겠다고 집어던질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또 너무 재미있어서 손을 못 놓겠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던 뭔가 묘하고 묘한 느낌으로 남은 책이었다. 아무래도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 번 오스만과 함께 버스 여행을 시작해봐야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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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1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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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긴 제목의 이 책을 만났을 때 표지가 독특하다고 생각했었다. (겉표지를 벗겨낸 속표지는 완전 반대로 칙칙해서 영 마음에 안 들었지만) 게다가 이와 비슷한 표지의 책들이 시리즈로 나온다라. 한 번 읽어보고 괜찮으면 쭉 읽어봐야겠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읽어보려고 했지만 뭔놈의 제목이 이리도 긴지 항상 뒤켠으로 밀려서 이제서야 읽어보게됐다. (거의 받은지 한 달만에 읽은셈인가.)

  책의 제목처럼 이 책은 이케부쿠로 주변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온갖 술집과 풍속업체들이 모여있는 이케부쿠로 거리. 그 곳에서 주인공인 마코토는 어머니와 둘이서 과일가게를 하며 지내고 있다. (주 타겟은 술취해서 비싼 값에 과일을 사가는 사람들과 비싼 값에 납품을 해도 선뜻 싸인해주는 술집이라나) 남는 시간에는 주로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에서 노닥거리는 것을 낙으로 삼는 마코토에게 어느새 패거리가 생기게 되고, 패거리 중 한 여자아이가 교살되면서 마코토는 친구들과 나름대로 수사에 끼어들기 시작한다. 교살사건을 해결하자 마코토는 이케부쿠로의 해결사처럼 되어 잇달아 경찰에 넘기기도 그렇고, 돈을 주고 고용하기도 뭐한 사건들을 하나씩 떠맡게 되는데...

  이 책에 실린 4편의 이야기는 알고보니 무시무시한 음모가 있더라 뭐 이런 류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사람들도 겪을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케부쿠로라는 지역의 특색이 묻어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대도시 안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수가 겪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비롯하여 원조교재나 마사지업소 등의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만 등장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화려함 뒤에 감춰진 어두움은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해보게 됐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마코토의 성격도 빼놓을 수 없겠는데, 제대로 된 졸업생이 3분의 1도 안되는 인근 공고를 무사히(?) 졸업한 그에게 적은 없는 듯 보인다. 선샤인 거리의 내전이 일어났을 때도 그는 양쪽 진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특권'까지 얻게 된다. 이런 생활에서 사는 보통의 아이라면 어느 한 쪽 편에 서서 몸을 보호할텐데 그는 중립을 지키며 이케부쿠로가 평화롭기만을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어떻게 보면 대범한 듯도 싶고, 어떻게 보면 소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정작 들여다보면 그의 관심사에 이런 것들이 포함되지 않아서 그러는 듯도 싶었다. 어쨌거나. 기존의 탐정물의 주인공과는 다른 성격때문에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얄밉도록 똘똘한 머리를 가진 주인공은 없으니 그런 주인공을 보며 배알이 꼬인 독자라면 읽어봄직한 책일 듯 싶다.) 표지를 보면 예상할 수 있듯이 다소 만화같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유치해서 못 읽겠다는 정도는 아니니 마코토와 그의 친구들의 매력에 빠지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봄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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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1-17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코토만으로도 좋아요^^

이매지 2007-01-1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어지는 뼈의 소리나 소년계수기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려나요?
일본 드라마로 있다고 하길래 한 번 봐볼까하구요^^

페일레스 2007-01-18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재미있어. 일본에서 방영할 때도 광범위한 인기는 아니었지만 컬트적인 팬들이 생겨났지롱.

이매지 2007-01-18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매니악한 드라마가 더 재미있는거삼 ㅋㅋㅋ
사토시군이 나오길래 관심이 가더라고 ㅋ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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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4부인 '회전목마'를 클로즈업한 이 작품에는 실제적인 형태로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이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이 어떻게 쓰여진 것인지, 누가 쓴 것인지에 대해서도 살짝 엿볼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그 이야기를 썼는지 안 썼는지는 알 수 없게 되어 있지만)

  이야기는 기숙사학교로 떠나는 미즈노 리세를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기차에서 꿈인지 미래를 바라본 것인지 묘한 경험을 한 리세. 깨고보니 그녀가 가져온 트렁크는 누군가 가져가버린 뒤다. 결국 빈 손으로 기숙사에 들어간 리세에게 아이들은 '2월에 온 아이'라며 뭔가 거리감을 두고 기숙사는 '3월의 나라'라는 이상한 얘기를 계속 듣게 된다. 얌전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많았던 리세는 룸메이트를 통해 왜 기숙사가 '3월의 나라'인지에 대해서 듣게 된다. 뭔가 이질적인 느낌을 받게 된 리세. 리세는 학교의 방침대로 패밀리에 들게 되는데, 이 패밀리에는 최근 2명의 실종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패밀리 멤버들과 함께 심심풀이로 실종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리세의 기숙사생활은 점점 가속화되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 그 속에서 리세는 혼란스러움이나 당황스러움 등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4부를 클로즈업하고 있다지만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서 언급된 이야기와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는 비슷한 듯 하면서 어딘가 다른 느낌을 풍기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흑과 다의 환상>에서 묘한 그림자로만 드리워졌던 유리라는 여자아이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 했었다. 물론, 이 책에서 유리는 나름대로 비중있는 조연급으로 등장하여 그녀가 어떤 성장과정을 거쳐왔는지, 어떤 성격의 인물인지를 엿볼 수는 있었지만 이야기의 초점이 리세에게 맞춰져있기때문에 내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리세의 눈을 빌려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결국 <흑과 다의 환상>에서도, 이 책에서도 유리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는 인물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다 리쿠의 소설에는 유독 기숙사라는 공간이 많이 등장한다. (기숙사가 아니더라도 합숙과 같은 형태로 등장하곤 하는) 비슷한 연배의 아이들이 기숙사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모여 살아가면서 저마다의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은 온다 리쿠의 다른 책에서도 쉽사리 볼 수 있는 요소이다. 하지만 그런 책들은 '비밀'을 추적하거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면 이 책에는 자신의 비밀이 아닌, 학교의 비밀을 추적하는 모습이 나온다. 원하는 모든 것이 주어지지만 뭔가 비밀에 둘러싸인 학교. 그 학교의 진실에 대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도 어딘가에 밝혀지지 않은 학교의 비밀이 더 숨겨져있는 것은 아닌가, 밝혀진 진실이 정말일까하는 궁금증도 들었던 책이었다. 나의 이런 궁금증은 역자후기에서 봤듯이 '리세가 고등학생이 되어 등장하는 <황혼의 백합의 뼈>를 읽을 때쯤에야 좀 더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법 두께가 되는 책이었지만 적당한 분량으로 장이 나뉘어져 있어서 오히려 더 빨리 볼 수 있었던 것 같았다. 특히나 각 장의 맨 앞에 그려진 삽화를 통해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소 기묘한 삽화들도 있었지만) 결말부에 가서 다소 멍해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긴장감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는 <흑과 다의 환상>보다 이 책이 더 재미있었다. (뭐 그래봐야 둘 다 재미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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