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4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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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주인공이 읽은 한 권의 책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와 사랑, 그리고 모험이 뒤섞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오르한 파묵은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때문에 내가 그의 책을 집어들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도 '어렵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노벨문학상이라는 이름 아래 때론 그 정도가 약할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너무 난해한 작품을 접했기때문이다. 이 책의 경우에는 난해함과 적합함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 법한 묘한 책이었다.

  새로운 인생. 이 짧은 단어는 이 책 속에서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주인공이 책을 읽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 방랑하는 것도 새로운 인생이지만, 책의 이름도 새로운 인생이기때문이다. 딱히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이 곳 저 곳 버스를 갈아타며 이동하는 주인공의 모습. 하지만 중의적 의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이름의 중의성, 삶의 중복성. 이런 점들이 마치 패스츄리처럼 겹겹이 쌓여있다. 오르한 파묵은 이런 장치를 통해 독자에게 과연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과연 그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떠나, 이 책 속의 주인공은 국가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우리도 알다시피 터키는 지리적으로 묘한 곳에 위치해있는 국가다. 유럽이라고 하기에도, 아시아라고 하기에도 뭐한 곳에 위치한 것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유럽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유럽에서는 그들을 받아주지 않으려고하는 말하자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국가이다. 이러한 모호한 정체성에 대해 작가는 나린 박사를 통해 음모론을 들고 나오기도 한다. 누군가 책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을 파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를 와해시키려는 음모일지도 모른다는 나린 박사의 생각은 어쩌면 옳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우리가 문화를 통해 천천히 서구사회에 발을 디딛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일단 이야기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것 같았다. 짧은 감상에 대해서도 뭔가 풀어놓고 하는 얘기를 듣노라면 때로는 지루하게까지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그래서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는거야 뭐야라고 투덜거리며 책장을 넘기기도 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결국 답을 얻지 못했지만) 다소 철학적인 내용이 로드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사랑과 질투란 감정을 섞어 진행된다. 우연이 우연이지 못하고, 사랑이 사랑일 수 없는. 뭔가 정체를 알 수 없고, 끝을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쫓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어딘가에 자리한 것이 아닌, 멀지 않은 우리의 가슴 속에, 우리의 머리 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 것 같다. 딱히 어려워서 못 읽겠다고 집어던질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또 너무 재미있어서 손을 못 놓겠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던 뭔가 묘하고 묘한 느낌으로 남은 책이었다. 아무래도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 번 오스만과 함께 버스 여행을 시작해봐야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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