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언에 대한 책 두 권. 앞에 있는 국수~는 경상도 방언을 뒤에 있는 책은 제목처럼 전라도 방언을 다루고 있다. 두 책 모두 어려운 문법으로 방언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특성, 어원, 문화 등을 살펴보는 책. 방언론 시간에 문법적인 것들에 너무 집중했던 수업때문에 다소 질리긴 했는데 그래도 그렇게 크지 않은 한 나라 안에서 지리적, 문화적 특성에 따라 말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꽤 재미있게 느껴졌었다. 이제는 시험 걱정 없이 편하게 방언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진주귀걸이소녀나 퍼플라인과 같은 명화를 소재로 한 책들은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독자에게 재미를 준다. 이 책은 스페인에서 가장 뛰어난 화가 중에 한 명인 벨라스께스의 '궁녀들'을 소재로 그림에 얽힌 수수께끼들이 진행된다. 궁녀들이라는 그림이 워낙 유명해서 관심이 가기도 하지만 그보다 출판사 이름에 눈이 번쩍했다. '북스페인'이라니. 스페인 작품들을 이제 더 많이 만나볼 수 있단 말인가 !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페인 문학은 그렇게 많이 소개가 되지 않아서 궁금했는데 (생각나는건 바람의 그림자, 돈끼호테 정도?) 앞으로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음 좋겠다. 그나저나 손을 놔버린 스페인어 공부는 언제 다시 할 수 있으려나.
 
이와 비슷하게 램브란트의 말년 행적을 소재로 삼고 있는 역사 스릴러 소설인 램브란트 블루도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할 듯.

황경신의 책은 사실 그렇게 깊이가 있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잡지 페이퍼의 편집장으로 활동하며 이미 여려권의 책들을 냈는데 책을 접할 때마다 깊이는 제끼더라도 감성적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들에 실린 짧은 소설들을 이 책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듯. 275쪽이라는 그리 두껍지 않은 책에 스무 편의 이야기와 사진이 실려있다고 하니 정말 가볍게 가볍게 읽을 수 있을 듯한. 파란색 표지는 슬픔=블루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듯 싶다.


사랑에 대한 짧은 이야기. 그 남자 그 여자. 벌써 세번째 책이 출간됐다. 1권은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아름다운 101가지 사랑이야기란 부제로, 2권은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일곱 도시 일곱 빛깔 러브스토리로 이미나 작가의 글을 실었다면 이번에는 작가를 바꿔 '음악도시'란 작가명으로 '사랑에 대한 다섯 가지 감각 레시피'를 수록했다. 미각, 시각, 촉각, 청각, 후각의 이야기들을 수록해 시시콜콜한 우리네 사랑이야기를 담은 책. 이 또한 가볍게 읽기엔 괜찮은 책일 듯. 끄덕끄덕 고개도 끄덕이며 사랑이란 이런거지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정도?





내가 전적으로 믿는 일본의 문학상인 '나오키상'의 수상작인 '살다'를 포함하여 모두 세 편의 이야기가 실린 책.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일본 문단에서 대표적인 시대소설 작가로 꼽히는 사람이라고. 가볍지만은 않을 듯한 느낌이 표지에서부터 물씬 풍긴다. 실제로 생활고에 못 이겨 딸을 사창가에 판 아버지의 이야기, 출세를 위해 헤어진 여자와의 재회를 그린 이야기 등이 등장한다고. 삶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파페포포 시리즈를 지은 작가 심승현의 신간. 언제나 그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파스텔 톤의 색감도 색감이지만 어렵지 않게 진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게 마음에 든다. 어렵지 않기때문에 책에 대해 거리감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도 쉽게 읽을 수 있을 듯.





흔히 우리는 위대한 세종대왕이라고 그를 칭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한글을 만든 분. 이라는 것 정도. 그에 대한 이야기도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이나 교과서에서 접한 정도고. 그가 어째서 뛰어난 왕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지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인간 세종, 정치가 세종, 학자 세종, 국방 외교 전략가 세종 등으로 나뉘어져 각 부분별로 그의 모습과 당시 사회를 바라볼 수 있을 듯 하다.




서평단 소식이 올라오자마자 좋아라라고 냅다 신청했는데 떨어져버렸다. 다른 책에 비해서 더 보고 싶었던 책이기때문에 실망이 컸다랄까. 두껍긴 하지만 생각보다 가격도 비싼 편이라서 아마 사서 보는 건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엄청나게 관심가지만 도서관에 신청해서 빌려보는 수밖에. (아아. 가난한 학생이여) 고미숙의 책들은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재미도 있을 뿐더러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소재들도 관심가는 부분이 많아서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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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4-22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비와 전사 보고싶어서 서평단 신청했다가 떨어졌어요. 사실 이게 제일 보고싶은 책이었는데.... ^^

이매지 2006-04-22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도 고배를 마시셨군요. ㅠ_ㅠ 흑흑. 저도 최근에 올라온 서평단 서적 중에 가장 관심가서 신청했던건데. 하긴 뽑히신 분들보다 떨어진 분들이 많으니 위안으로 ㅠ_ㅠ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수상작가
김훈 첫 소설집 『강산무진江山無盡』 출간!

그는 글을 써서 ‘밥을 버는’ 사람이다. 신문에서, 잡지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그의 글을 보아왔다. 그러나 2001년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받기 전까지, 그는 우리에게 ‘소설가 김훈’은 아니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에세이스트, 우리 시대의 문장가’가 그에게 따라붙던 수식어였다. 1995년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을 펴낸 바 있고, 1998년 『한 모금의 당신』을 연재하다 말았지만, 에세이스트가 소설을 쓴 것이었을 뿐, 그는 소설가는 아니었다.
그런데 2001년, 그는 ‘우리 시대의 소설가’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아니, 그 안에 숨어 있던 소설가 김훈을 발견했다. 그리고 첫 소설을 발표한 지 11년 만에 우리는 그의 첫 창작집을 만나게 되었다.

그가 첫 단편 「화장火葬」을 발표한 것은 2001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고도 2년이 지난 2003년 5월이었다. 나이 어린 동료 직원에게 연정을 품은 초로의 사내는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한다. ‘당신’이라고 감히 발음하기도 어려운 그녀. 뇌종양인 아내의 병수발을 하는 동안에도 원피스 옷깃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빗장뼈와 그 위로 드러난 푸른 정맥에 사내의 마음은 수줍게 떨리기만 하고, 아내의 빈소를 찾아 절을 하는 추은주의 완연한 몸매에도 그는 어쩔 줄을 모른다. 병들고 시들어가는 인간의 몸에 대한 적나라하고 섬뜩하리만큼 리얼한 묘사들이 돋보였던 이 첫 단편으로 그는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단편을 발표하고도 1년 6개월이 지난 2004년 겨울에야 그는 두번째 단편을 발표했고, 이듬해 5월에 발표한 「언니의 폐경」으로 다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첫 단편을 발표한 지 꼭 삼 년 만에 첫 창작집 『강산무진江山無盡』이 출간되었다.
여전히 ‘소설가’로 불리길 수줍어하는 그는 자신을 ‘자전거레이서’라 불러달라 하지만, 이제 그는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한 지 오 년 만에 세 개의 문학상을 거머쥔 온전한 ‘소설가’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 책을 열어볼 독자들은 아마, 벌써 다음 창작집을 기다리게 될지도 모른다.


세속 도시의 네안데르탈인


이전의 장편소설들에서 원형적 이미지로 사유되던 속절없는 세상의 풍경은 이 소설집에 이르러 세속도시의 일상적인 디테일을 획득하고 현대성의 구체적인 한 표상으로 자리잡게 된다. (……)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는 『강산무진』에 등장하는 현대인들의 표정으로부터 오히려 호모사피엔스의 등장과 더불어 인류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을 발견한다. (……)『강산무진』은 이 현대의 네안데르탈인들이 세속도시를 견디고 기어가며 부유한 흔적이다. 하나의 생이 넘어진 곳에 다시 다른 생이 시작되고, 또다른 생과 더불어 한 번도 예기치 못했던 또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그렇게 보자면 이 소설집은 당대를 배경으로 한 인류의 영원한 삶의 풍속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소설집의 끝에서 시간의 유장한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류의 원형질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강산무진』은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이 ‘자연’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신수정(문학평론가)

한국문학은 어느 틈엔가 김훈이 있어 풍요로워졌다. 그의 문장으로 소설이 완성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그의 행보를 한참 관망했는데 그가 「언니의 폐경」을 써내자 아, 정말 소설가가 되어버렸구나, 아쉽고 즐거웠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서는 한치의 물러섬 없는 완고한 격렬함과 끝도 없이 물러서는 허무한 흔들림이 균형을 이루며 공존한다. 그 둘은 거울 속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서로를 집요하게 묘사해가며 자신들의 삶을 대변할 한 문장의 말을 찾아간다. 그리하여 홀로인 것 같던 개별자들의 고독한 삶은 그의 손길을 거친 후엔 어느덧 새 의미를 부여받아 존귀하고 참다워져 있다. 그 과정을 탐독해가는 일은 결국은 무(無)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꽂혀 있는 ‘항로표지’를 응시하는 일이기도 해서 항상 기대되고 긴장된다.
신경숙(소설가)

이 책에다가 제가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겠습니까? 그러게요. 병이란 사람 몸에 피는 꽃 같은 것이었나 봅니다. 산다는 게 죄다 그렇게 제 몸 안에 꽃피우는 일인가 봅니다. 앓는 일이라는 게 이토록 아름다운 일이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자기 몸에 꽃피우고 이 풍진 세상 건너가는 사람들 얘기 읽으며 저도 조금 병들었습니다. 치명적입니다. 저와 같은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연수(소설가)


수록작품 발표지면
_배웅 ----------------『바자』 2006년 3월호
_화장火葬 ------------『문학동네』 2003년 여름호 | 2004 이상문학상 수상작
_항로표지航路標識 ----『창작과비평』 2005년 겨울호
_뼈 ------------------『문학동네』 2006년 문학동네 봄호
_고향의 그림자 -------『현대문학』 2005년 1월호
_언니의 폐경 ---------『문학동네』 2005년 여름호 | 2005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_머나먼 俗世 ---------『문학동네』 2004년 겨울호
_강산무진江山無盡 ----『내일을여는작가』 200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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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책들은 내게 있어서 어려운 숙제를 만드는 일과 같다.
그가 가진 연륜때문인지 그는 결코 가벼운 글을 쓰지 않는다.
날카롭고, 무덤덤하고, 시원하고, 그렇지만 어려운 글들을 쓴다.
때문에 난 그를 좋아하지만 가까이할 수 없는 그런 거리감같은걸 느낀다.
얼마 전, 현대문학강독시간에 교수님께서 언니의 폐경을 읽고 감상문을 써오라고 했다던데.
많은 수의 아이들이 굉장히 헉헉거리면서 읽었다고. (나는 그 전해에 들어서 다른 과제였다만.)
그 얘길 듣고 나만 어려워하는 건 아니구나라는 왠지모를 안도감이 들었다랄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기존에 이미 발표되었던 단편들을 모아서 만든 책이다.
여기 저기에 흩어져있던 그의 작품을 한 곳에 모았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문학상 수상작 모음집보다는 작가 개개인의 소설집을 좋아해서 이 편이 더 좋다.

어쨌거나,
늘 선뜻 다가서기엔 어려운 김훈이지만,
다시 한 번 그와의 교감을 만들어봐야겠다.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일지언정, 지겹다고 버릴 수는 없는 작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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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대장 존

존 버닝햄 글 / 존 버닝햄 그림 / 박상희 옮김 / 비룡소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한참을 가는데 하수구에서 악어 한 마리가 불쑥 나와

책가방을 덥석 물었습니다.

존은 책가방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지만

악어는 놓아 주지 않았습니다.

존은 할 수 없이 장갑 하나를 휙 던졌습니다.

악어는 책가방을 놓고 장갑을 물었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허겁지겁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악어 때문에 늦고 말았지요.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 지각이로군.

그리고 장갑 하나는 어디다 두고 왔지?"

 

"학교에 오는데 하수구에서 악어 한 마리가 나와서

제 책가방을 물었어요. 제가 장갑을 던져 주니까

그제서야 놓아 주었어요. 장갑은 악어가 먹어 버렸고요.

그래서 지각했어요, 선생님."

 

"이 동네 하수구엔 악어 따위는 살지 않아! 넌 나중에 학교에

남아서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시는

장갑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를 300번 써야 한다. 알겠지?"




그래서 존은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서 300번 썼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서둘러 학교에 갔습니다.

 

그런데 덤불에서 사자 한 마리가 나오더니

바지를 물어뜯었습니다.

존은 간신히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갔습니다.

존은 사자가 심드렁해져서 돌아갈 때까지 나무 위에서 기다렸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허겁지겁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사자 때문에 지각하고 말았지요.

 

 



"넌 또 지각이야. 게다가 바지까지 찢었군!"

 

"학교에 오는데 덤불에서 사자가 튀어 나와 제 바지를

물어뜯었어요. 나무 위로 올라가 사자가 갈 때까지

한참 기다렸어요. 그래서 지각했어요, 선생님."

 

"뭐라고? 이 동네 덤불에는 사자 따위는 살지 않아! 저 구석에

돌아서서 큰 소리로 400번 외쳐라. '다시는 사자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바지를 찢지 않겠습니다.' 알았냐?"

 

 



존은 구석에 돌아서서 400번 외쳤습니다.
"다시는 사자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바지를 찢지 않겠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서둘러 학교에 갔습니다.
 
다리를 건너는데,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밀려와 존을 덮쳤습니다.
존은 파도가 가라앉고 물이 빠질 때까지
난간을 꼭 붙잡고 매달려 있었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허겁지겁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파도 때문에 또 늦고 말았지요.
 
 
 



"넌 또 지각이야.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
게다가 옷까지 흠뻑 젖었군!"
 
"학교 오는 길에 다리를 건너는데, 산더미 같은 파도가
덮치는 거예요. 흠뻑 젖었어요. 그리고 물이 빠져 나갈 때까지
난간에 간신히 매달려 있었어요. 그래서 지각했어요, 선생님."
 
"내 살다살다 별소리를 다 듣겠다. 이 동네 강에서 산더미 같은
파도가 사람을 덮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갇혀 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이 안에서 꼼짝말고 이렇게 500번 써라. '다시는 강에서 파도가
덮쳤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옷을
적시지도 않겠습니다.' 한 번만 더 거짓말을 하고 지각을 했다간,
이 회초리로 때려 줄 테다. 알겠냐?"
 
 



 
그래서 존은 교실 안에 갇혀서 이렇게 500번 썼습니다.
"다시는 강에서 파도가 덮쳤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옷을 적시지도 않겠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서둘러 학교에 갔습니다.
 
가는 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존은 제 시간에 학교에 갈 수 있었지요.
 
 
 
 



"존 패트릭 노먼 맥세너시, 난 지금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한테
붙들려 천장에 매달려 있따. 빨리 날 좀 내려다오."
 
"이 동네 천장에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아요, 선생님."
 
 
 
다음 날에도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학교에 가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네~' '신기해~' 이런 마음으로 읽었는데
읽다보니 내가 선생님이었어도 거짓말을 한다고
존을 나무라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악어가 가방을 낚아채고, 사자가 바지를 물어뜯는 일이 어디 흔한 일인가요?
 
하지만 존 버닝햄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린이의 말이라고 해서, 상식 밖의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거짓말로 단정짓지 말고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자!
어른의 잣대로 평가하다가 큰코 다칠 수도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커다란 털복숭이 고릴라에게 붙잡힌 선생님이 천정에 매달려 도움을 청하는데
존이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이 동네에는 그런 고릴라는 살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장면,
너무 통쾌하지 않았나요? ^^
 
사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책장을 펼쳐서 보이는 존의 글씨를 보면 저처럼 통쾌하다는
생각이 꼭 들 거예요.
거기엔 삐뚤빼뚤한 글씨로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가끔은 틀린 글씨로 "다시는 장갑을 잃여버리지 않게습니다." ... 라고 두 면을 가득 채운 존의
반성문이 보이거든요.
존은 이런 글을 수백번씩 반복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져요.
아마도 존은 제 말을 믿지 못하고 방방 뛰며 벌을 주는 선생님이 무서워서
반성보다는 내일은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지각하지 않기만을 바랐을 것 같아요.
얼마나 답답했을지... 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싶었답니다.
 
 
지난 7월, 성곡미술관에서는 '행복한 그림책 여행'이란 주제로
존 버닝햄과 앤서니 브라운의 원화 전시회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존 버닝햄의 그림책을 다시 보게 되는 기회를 가졌는데
그의 원화는 그림책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색감이 풍부하고 매력적이었어요.
그다지 갖고싶은 그림책들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우리 나라에서 출간된 그림책들의 인쇄 상태 문제였더라구요.
파스텔톤의 고운 색감들이 너무 예뻤답니다.
 
다음은 전시회 때 성곡미술관에서 준비한 존 버닝햄의 약력이에요.
디카로 찍어와서 다행히 그의 약력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네요. ^^
 

  1937년 영국 서레이에서 태어난 존 버닝햄은 1963
  년 첫번째 그림동화인 '보르카'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받았으며, 1970년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로 두번째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을 수상하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뉴욕타임즈에서 주는 '올해의 동화
  책'상에 네 번이나 선정되었고,
  '뉴요커' 잡지는 존 버닝햄을 "이 시대의 가장 훌
  륭하고 독창적인 작가"라고 격찬하였습니다.
 
  1977년에는 100주년을 맞이한 줄스 베르네의 고전
  작품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위해
  80일간 44,000마일을 세계일주하며 작품 소재를 
  모으기도 하였습니다.
  1984년에는 '우리 할아버지'로 커트 마슬러 상을 
  수상하였으며,
  소녀와 할아버지의 즐거운 상상과 슬픔이 공존하
  는 이 책은 나중에 '스노우맨'에 의해
  에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간결한 글과 자유로운 그림으로 심오한 주제를 표현한 작가는 서일본 철도회사로부터 
일본 엑스포 90'에 의뢰를 받고, 그 유명한 동화책 '야! 기차에서 뛰어내려'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 책은 기차놀이와 동물 인형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통해 생태학적 메세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아보카도 아기' '네가 만약' '장바구니' '지각대장 존' '줄리우스는 어디 있지?' 
'구름나라' '잘자라 우리아가' 그리고 최신작으로 '마술침대'가 있습니다.
그는 또한 동화책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키니드 그라함의 '버드나무 속 바람'에 삽화를
그렸으며 어른들을 위한 네권의 책으로 '영국 '프랑스'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
'우리가 어렸을 때' 등을 편찬하여 삽화 작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들은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
 
존 버닝햄은 현재 영국 런던에서 부인이자 어린이 동화작가로 유명한 헬렌 옥센버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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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16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전에 읽은적 있어요. 참..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하던 책이었는데...ㅎ

이매지 2006-04-16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면서 나였더라도 안 믿었을 것 같다는 생각했었어요^^

치유 2006-04-1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각대장...일수밖에 없는 존...또 다른 모험...
또 지각할 수밖에 없는 어떤 사건이 벌어지려는지..
 

 

프리다

조나 윈터 글 / 아나 후안 그림 / 박미나 옮김 / 문학동네어린이

 




꼬마 프리다에게 멕시코는 온 세상이나 다름없어요.
프리다의 집은 파란색이지요.
코요아칸이란 마을에 있어요.
 
 
 



프리다의 아빠는 예술가예요.
사진 작가이거든요.
아빠는 프리다에게 붓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가르쳐 주셨어요.
 
 
 



프리다의 엄마는 딸 여섯을 돌보느라 많이 힘들어하세요.
언니들이 있지만 프리다는 외로울 때가 많답니다.
 
 
 
 



무대 왼쪽에서 프리다의 상상 속 친구가 나타납니다.
그 친구의 이름도 프리다예요.
둘은 함께 놀아요.
 
 
 
 



프리다는 갑자기 많이 아팠어요.
몇 달 동안이나 침대에 누워 있었지요.
한쪽 다리에 병이 생겼대요.
상상 속의 친구도 프리다를 즐겁게 해 주지 못했어요.
 
프리다는 그림 그리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어요.
그림을 그리면 하나도 슬프지 않았어요.
 
 
 



병이 다 낫고 나서도 프리다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은 그림을 그렸어요.
다른 그림을 보고 그대로 그렸지요.
 
프리다 아빠는 사진 위에 그림 그리는 일을 하셨어요.
아빠는 프리다에게 사진 위에 그림 그리는 법도 가르쳐 주셨어요.
 
 
 



프리다는 현미경으로 본 것들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프리다는 물체를 아주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것을 좋아했지요.
 
 
 



학교에서 프리다는 과학을 배웠어요.
너무 지루했어요.
학교 공부는 정말 쉬웠거든요.
어느 날 프리다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어요.
 
 
 



그런데 끔찍한 사고가 났어요.
버스가 전차에 부딪힌 거예요.
프리다는 거의 죽을 뻔했지요.
 
 
 



병원에 누워 있는 프리다를 구해 준 것은 그림이었어요.
그림은 마치 프리다의 상상 속 친구 같았지요.
프리다가 원할 때면 늘 곁에서 친구가 되어 주었으니까요.
프리다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요.
 
 
 



사고가 난 뒤 프리다는 달라졌어요.
지팡이를 짚고 걸아야 했고, 늘 몸이 아팠어요.
 
 
 
 



하지만 프리다는 울지도 않고 투덜거리지도 않았어요.
우는 대신, 우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지요.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을 때는 침대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몸에 깁스를 하고 있을 때는 깁스에다 그림을 그렸어요.
 
 
 
 



아무것도 프리다가 그림 그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어요.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프리다는 자주 혼자 있어야 했지요.
그럴 땐 상상의 날개를 펼쳤어요.
 
프리드는 눈으로 본 것 위에 마음으로 본 것을 그렸어요.
그것은 사진에다 그림을 그리는 일과 비슷했지요.
 
 
 
 



프리다는 마술 같은 장면을 그린 다음 그 밑에 글을 써 넣었어요.
멕시코에서는 이런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그림 중에는 사고가 난 곳에 천사들이 내려와
사람들을 구해 주는 그림도 있었어요.
그것은 아픈 사람들을 위한 기도였지요.
멕시코에서는 그것을 '엑스보토'라고 해요.
프리다는 자기가 아플 때는 자신을 위해 엑스보토를 그렸어요.
 
프리다는 다른 누구도 흉내내지 않았어요.
프리다의 그림은 다른 그림들과 아주 달랐어요.
아직도 미술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프리다의 그림을 보면서 눈물짓고 한숨짓고 미소를 지어요.
프리다는 자신의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변화시켰지요.
그것은 기적이었어요.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프리다 칼로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에요.
이 한 문장만으로 그녀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짐작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전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에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이 떠올랐어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프리다의 마지막 말과 너무나 대조되는 구절이죠?
소아마비와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평생을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으니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몸 안에 갇혀 살았던 그녀는
죽음을 외출이라고 할 만큼 생을 저주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이 그림을 보세요.
 



<부서진 기둥> 1944
 
 
이 그림 속 프리다는 너무나 고통스런 모습이에요.
여기저기 박혀 있는 못, 척추뼈 대신 갈라진 기둥, 몸을 죄고 있는 띠들
그리고 그녀가 흘리는 눈물....
 
프리다는 수 없이 많은 자화상을 그렸는데
성할 데 없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느끼는 슬픔과 외로움들을
자화상에 고스란히 담았어요.
 
 
 
이 그림책은 이런 고통을 이기고 화가가 된 프리다의 열정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다 보니 인간승리 같은 이미지가 살짝 느껴지지만
자신을 그리며 스스로 다독이고 위로하는...
프리다에게 그림은 자기 치료같은 의미였을 거예요.
 
그리고 이 그림책에는 프리다 하면 동시에 떠오르는 그녀의 반쪽 '디에고 리베라'에
관한 이야기는 쏙 빠져 있어요.
'프리다 칼로는 누구일까요?'란 사족에 잠깐 나오긴 하지만
그녀의 영혼을 빼앗은 디에고와의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한참 무리일 거예요. ^^;
 
아나 후안의 그림은 프리다의 개성을 아주 잘 표현했어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갈매기를 닮은 그녀의 눈썹
특히 마지막 장의 그림은 정말 인상적이에요.
그림 중간중간에 나오는 해골, 악마,표범 등등의 캐릭터들은
멕시코 민속 예술품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들이라고 해요.
그런데 제 생각엔 이 캐릭터들이 없었더라면...
더 깔끔한 그림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끝으로 프리다 칼로에 대해 궁금하신데 책을 읽을 시간은 없다... 하신다면
2003년에 나온 셀마 헤이엑이 주연한 영화 '프리다'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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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
사노 요코 글 / 그림 / 김난주 옮김 / 비룡소
 
 





백만 년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살았던 것이죠.

정말 멋진 얼룩 고양이였습니다.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임금님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임금님을 싫어했습니다.

임금님은 싸움 솜씨가 뛰어나 늘 전쟁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멋진 바구니에 담아 전쟁터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날아온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습니다.

 

임금님은 고양이를 껴안고 울었습니다.


 

그리고 성의 정원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뱃사공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바다를 싫어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배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고양이는 헤엄칠 줄을 몰랐습니다.

뱃사공이 서둘러 그물로 건져 올렸지만

고양이는 바닷물에 푹 젖은 채 죽어 있었습니다.

 

뱃사공은 고양이를 안고 소리 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 머나 먼 항구 마을의 공원 나무 아래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도둑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도둑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도둑은 고양이와 함께 어두컴컴한 동네를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 다녔습니다.

도둑은 개가 있는 집에만 도둑질을 하러 들어갔습니다.

개가 고양이를 보고 짖는 동안에 도둑은 금고를 털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개에게 물려 죽고 말았습니다.

 

도둑은 고양이를 껴안고 소리 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좁다란 뜰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어린 여자 아이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아이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여자 아이는 고양이를 업기도 하고 꼭 껴안고 자기도 했습니다.

울 때는 고양이의 등에다 눈물을 닦았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여자 아이의 등에서 포대기 끈에 목이 졸려 죽고 말았습니다.

 

고양이를 안고 여자 아이는 온종일 울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를 뜰 나무 아래에다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도 아니었습니다.

도둑고양이였던 것이죠.

고양이는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자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암고양이들은 모두들 그 고양이의 신부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커다란 생선을 선물하는 고양이

먹음직스러운 쥐를 갖다 주는 고양이

멋진 얼룩무늬를 핥아 주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나는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새삼스럽게 이런 게 다 뭐야!"


 

고양이는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좋아했던 것이죠.

 

 

 





그런데 딱 한 마리, 고양이를 본 척도 하지 않는 새하얗고 예쁜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난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그러니."


 

고양이는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안 그렇겠어요, 자기 자신을 가장 좋아했으니까요.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난 백만 번이나..."

하고 말을 꺼냈다가 고양이는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라고 하얀 고양이에게 물었습니다.


 

"으응."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 늘 붙어 있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많이많이 낳았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들을

자기 자신보다 더 좋아할 정도였습니다.

마침내 새끼 고양이들이 자라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조금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함께 오래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하얀 고양이는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또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울었습니다.

아침이 되고 또 밤이 되고, 어느 날 낮에 고양이는 울음을 그쳤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고양이가 죽는 묘사가 많이 거슬렸습니다.
페이퍼에서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바다에 빠진 고양이가 젖은 걸레같다던가
마술사의 고양이였을 때 상자 묘기를 부리다 반으로 쓱싹쓱싹 잘려 죽었다던가
여자 아이의 등에서 포대기 끈에 목이 졸려 죽었을 때 머리가 덜렁거린다는 묘사는
어두운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사랑' 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랑을 주지 않고 받기만 했던 고양이는 사랑의 기쁨을 몰랐기 때문에 삶의 기쁨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죽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는 환생을 거듭했습니다.
하얀 고양이를 만나기 전까지 고양이는 그저 백만 번이나 환생한 멋진 얼룩 고양이였죠.
하지만 마지막 생에서 고양이는 진정한 사랑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을 주고 받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며 그 사랑이 사라지는 것이 얼마나 큰 아픔인지...
아침이 되고 밤이 되도록 펑펑 울면서 깨달았습니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환생을 하고 싶지 않을만큼 사랑이 가득한 생을 살았던 것이죠.

살다보면 참 이기적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받는 걸로만 생각하고
상대방의 잘못은 두고두고 곱씹어도 내 잘못은 금세 잊어버리고...
원하는 만큼 사랑을 받을 땐 또 그만큼을 베푸는지...
이 책은 처음 읽을 때보다 두 번, 세 번 읽어가면서 점점 더 생각 거리들이 많아집니다.

사노 요코는 일본의 그림책 작가로 우리 나라에 소개된 그림책이 많습니다.
<100만 번 산 고양이>의 그림처럼 사노 요코의 그림은 어렸을 때 그렸던 그림들이 생각나는
단순하면서도 경쾌한 싸인펜의 터치와 휙휙 바른 듯한 물감이
여느 그림책과는 다른 인상을 줍니다.
또한 리듬감이 있는 글들이 많아 어린 아이들이 읽어도 좋고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나 생각할 거리들은 마니아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저는 보지 못했지만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카우보이 비밥'에서
스파이크가 잠시 인용했다고도 하네요. ^^

 

출처 : http://paper.cyworld.com/boo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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