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존

존 버닝햄 글 / 존 버닝햄 그림 / 박상희 옮김 / 비룡소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한참을 가는데 하수구에서 악어 한 마리가 불쑥 나와

책가방을 덥석 물었습니다.

존은 책가방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지만

악어는 놓아 주지 않았습니다.

존은 할 수 없이 장갑 하나를 휙 던졌습니다.

악어는 책가방을 놓고 장갑을 물었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허겁지겁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악어 때문에 늦고 말았지요.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 지각이로군.

그리고 장갑 하나는 어디다 두고 왔지?"

 

"학교에 오는데 하수구에서 악어 한 마리가 나와서

제 책가방을 물었어요. 제가 장갑을 던져 주니까

그제서야 놓아 주었어요. 장갑은 악어가 먹어 버렸고요.

그래서 지각했어요, 선생님."

 

"이 동네 하수구엔 악어 따위는 살지 않아! 넌 나중에 학교에

남아서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시는

장갑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를 300번 써야 한다. 알겠지?"




그래서 존은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서 300번 썼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서둘러 학교에 갔습니다.

 

그런데 덤불에서 사자 한 마리가 나오더니

바지를 물어뜯었습니다.

존은 간신히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갔습니다.

존은 사자가 심드렁해져서 돌아갈 때까지 나무 위에서 기다렸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허겁지겁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사자 때문에 지각하고 말았지요.

 

 



"넌 또 지각이야. 게다가 바지까지 찢었군!"

 

"학교에 오는데 덤불에서 사자가 튀어 나와 제 바지를

물어뜯었어요. 나무 위로 올라가 사자가 갈 때까지

한참 기다렸어요. 그래서 지각했어요, 선생님."

 

"뭐라고? 이 동네 덤불에는 사자 따위는 살지 않아! 저 구석에

돌아서서 큰 소리로 400번 외쳐라. '다시는 사자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바지를 찢지 않겠습니다.' 알았냐?"

 

 



존은 구석에 돌아서서 400번 외쳤습니다.
"다시는 사자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바지를 찢지 않겠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서둘러 학교에 갔습니다.
 
다리를 건너는데,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밀려와 존을 덮쳤습니다.
존은 파도가 가라앉고 물이 빠질 때까지
난간을 꼭 붙잡고 매달려 있었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허겁지겁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파도 때문에 또 늦고 말았지요.
 
 
 



"넌 또 지각이야.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
게다가 옷까지 흠뻑 젖었군!"
 
"학교 오는 길에 다리를 건너는데, 산더미 같은 파도가
덮치는 거예요. 흠뻑 젖었어요. 그리고 물이 빠져 나갈 때까지
난간에 간신히 매달려 있었어요. 그래서 지각했어요, 선생님."
 
"내 살다살다 별소리를 다 듣겠다. 이 동네 강에서 산더미 같은
파도가 사람을 덮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갇혀 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이 안에서 꼼짝말고 이렇게 500번 써라. '다시는 강에서 파도가
덮쳤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옷을
적시지도 않겠습니다.' 한 번만 더 거짓말을 하고 지각을 했다간,
이 회초리로 때려 줄 테다. 알겠냐?"
 
 



 
그래서 존은 교실 안에 갇혀서 이렇게 500번 썼습니다.
"다시는 강에서 파도가 덮쳤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옷을 적시지도 않겠습니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서둘러 학교에 갔습니다.
 
가는 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존은 제 시간에 학교에 갈 수 있었지요.
 
 
 
 



"존 패트릭 노먼 맥세너시, 난 지금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한테
붙들려 천장에 매달려 있따. 빨리 날 좀 내려다오."
 
"이 동네 천장에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아요, 선생님."
 
 
 
다음 날에도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학교에 가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네~' '신기해~' 이런 마음으로 읽었는데
읽다보니 내가 선생님이었어도 거짓말을 한다고
존을 나무라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악어가 가방을 낚아채고, 사자가 바지를 물어뜯는 일이 어디 흔한 일인가요?
 
하지만 존 버닝햄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린이의 말이라고 해서, 상식 밖의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거짓말로 단정짓지 말고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자!
어른의 잣대로 평가하다가 큰코 다칠 수도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커다란 털복숭이 고릴라에게 붙잡힌 선생님이 천정에 매달려 도움을 청하는데
존이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이 동네에는 그런 고릴라는 살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장면,
너무 통쾌하지 않았나요? ^^
 
사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책장을 펼쳐서 보이는 존의 글씨를 보면 저처럼 통쾌하다는
생각이 꼭 들 거예요.
거기엔 삐뚤빼뚤한 글씨로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가끔은 틀린 글씨로 "다시는 장갑을 잃여버리지 않게습니다." ... 라고 두 면을 가득 채운 존의
반성문이 보이거든요.
존은 이런 글을 수백번씩 반복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져요.
아마도 존은 제 말을 믿지 못하고 방방 뛰며 벌을 주는 선생님이 무서워서
반성보다는 내일은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지각하지 않기만을 바랐을 것 같아요.
얼마나 답답했을지... 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싶었답니다.
 
 
지난 7월, 성곡미술관에서는 '행복한 그림책 여행'이란 주제로
존 버닝햄과 앤서니 브라운의 원화 전시회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존 버닝햄의 그림책을 다시 보게 되는 기회를 가졌는데
그의 원화는 그림책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색감이 풍부하고 매력적이었어요.
그다지 갖고싶은 그림책들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우리 나라에서 출간된 그림책들의 인쇄 상태 문제였더라구요.
파스텔톤의 고운 색감들이 너무 예뻤답니다.
 
다음은 전시회 때 성곡미술관에서 준비한 존 버닝햄의 약력이에요.
디카로 찍어와서 다행히 그의 약력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네요. ^^
 

  1937년 영국 서레이에서 태어난 존 버닝햄은 1963
  년 첫번째 그림동화인 '보르카'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받았으며, 1970년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로 두번째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을 수상하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뉴욕타임즈에서 주는 '올해의 동화
  책'상에 네 번이나 선정되었고,
  '뉴요커' 잡지는 존 버닝햄을 "이 시대의 가장 훌
  륭하고 독창적인 작가"라고 격찬하였습니다.
 
  1977년에는 100주년을 맞이한 줄스 베르네의 고전
  작품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위해
  80일간 44,000마일을 세계일주하며 작품 소재를 
  모으기도 하였습니다.
  1984년에는 '우리 할아버지'로 커트 마슬러 상을 
  수상하였으며,
  소녀와 할아버지의 즐거운 상상과 슬픔이 공존하
  는 이 책은 나중에 '스노우맨'에 의해
  에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간결한 글과 자유로운 그림으로 심오한 주제를 표현한 작가는 서일본 철도회사로부터 
일본 엑스포 90'에 의뢰를 받고, 그 유명한 동화책 '야! 기차에서 뛰어내려'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 책은 기차놀이와 동물 인형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통해 생태학적 메세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아보카도 아기' '네가 만약' '장바구니' '지각대장 존' '줄리우스는 어디 있지?' 
'구름나라' '잘자라 우리아가' 그리고 최신작으로 '마술침대'가 있습니다.
그는 또한 동화책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키니드 그라함의 '버드나무 속 바람'에 삽화를
그렸으며 어른들을 위한 네권의 책으로 '영국 '프랑스'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
'우리가 어렸을 때' 등을 편찬하여 삽화 작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들은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
 
존 버닝햄은 현재 영국 런던에서 부인이자 어린이 동화작가로 유명한 헬렌 옥센버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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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16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전에 읽은적 있어요. 참..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하던 책이었는데...ㅎ

이매지 2006-04-16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면서 나였더라도 안 믿었을 것 같다는 생각했었어요^^

치유 2006-04-1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각대장...일수밖에 없는 존...또 다른 모험...
또 지각할 수밖에 없는 어떤 사건이 벌어지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