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수상작가
김훈 첫 소설집 『강산무진江山無盡』 출간!

그는 글을 써서 ‘밥을 버는’ 사람이다. 신문에서, 잡지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그의 글을 보아왔다. 그러나 2001년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받기 전까지, 그는 우리에게 ‘소설가 김훈’은 아니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에세이스트, 우리 시대의 문장가’가 그에게 따라붙던 수식어였다. 1995년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을 펴낸 바 있고, 1998년 『한 모금의 당신』을 연재하다 말았지만, 에세이스트가 소설을 쓴 것이었을 뿐, 그는 소설가는 아니었다.
그런데 2001년, 그는 ‘우리 시대의 소설가’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아니, 그 안에 숨어 있던 소설가 김훈을 발견했다. 그리고 첫 소설을 발표한 지 11년 만에 우리는 그의 첫 창작집을 만나게 되었다.

그가 첫 단편 「화장火葬」을 발표한 것은 2001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하고도 2년이 지난 2003년 5월이었다. 나이 어린 동료 직원에게 연정을 품은 초로의 사내는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한다. ‘당신’이라고 감히 발음하기도 어려운 그녀. 뇌종양인 아내의 병수발을 하는 동안에도 원피스 옷깃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빗장뼈와 그 위로 드러난 푸른 정맥에 사내의 마음은 수줍게 떨리기만 하고, 아내의 빈소를 찾아 절을 하는 추은주의 완연한 몸매에도 그는 어쩔 줄을 모른다. 병들고 시들어가는 인간의 몸에 대한 적나라하고 섬뜩하리만큼 리얼한 묘사들이 돋보였던 이 첫 단편으로 그는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단편을 발표하고도 1년 6개월이 지난 2004년 겨울에야 그는 두번째 단편을 발표했고, 이듬해 5월에 발표한 「언니의 폐경」으로 다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첫 단편을 발표한 지 꼭 삼 년 만에 첫 창작집 『강산무진江山無盡』이 출간되었다.
여전히 ‘소설가’로 불리길 수줍어하는 그는 자신을 ‘자전거레이서’라 불러달라 하지만, 이제 그는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한 지 오 년 만에 세 개의 문학상을 거머쥔 온전한 ‘소설가’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 책을 열어볼 독자들은 아마, 벌써 다음 창작집을 기다리게 될지도 모른다.


세속 도시의 네안데르탈인


이전의 장편소설들에서 원형적 이미지로 사유되던 속절없는 세상의 풍경은 이 소설집에 이르러 세속도시의 일상적인 디테일을 획득하고 현대성의 구체적인 한 표상으로 자리잡게 된다. (……)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는 『강산무진』에 등장하는 현대인들의 표정으로부터 오히려 호모사피엔스의 등장과 더불어 인류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을 발견한다. (……)『강산무진』은 이 현대의 네안데르탈인들이 세속도시를 견디고 기어가며 부유한 흔적이다. 하나의 생이 넘어진 곳에 다시 다른 생이 시작되고, 또다른 생과 더불어 한 번도 예기치 못했던 또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그렇게 보자면 이 소설집은 당대를 배경으로 한 인류의 영원한 삶의 풍속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소설집의 끝에서 시간의 유장한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류의 원형질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강산무진』은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이 ‘자연’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신수정(문학평론가)

한국문학은 어느 틈엔가 김훈이 있어 풍요로워졌다. 그의 문장으로 소설이 완성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그의 행보를 한참 관망했는데 그가 「언니의 폐경」을 써내자 아, 정말 소설가가 되어버렸구나, 아쉽고 즐거웠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서는 한치의 물러섬 없는 완고한 격렬함과 끝도 없이 물러서는 허무한 흔들림이 균형을 이루며 공존한다. 그 둘은 거울 속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서로를 집요하게 묘사해가며 자신들의 삶을 대변할 한 문장의 말을 찾아간다. 그리하여 홀로인 것 같던 개별자들의 고독한 삶은 그의 손길을 거친 후엔 어느덧 새 의미를 부여받아 존귀하고 참다워져 있다. 그 과정을 탐독해가는 일은 결국은 무(無)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꽂혀 있는 ‘항로표지’를 응시하는 일이기도 해서 항상 기대되고 긴장된다.
신경숙(소설가)

이 책에다가 제가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겠습니까? 그러게요. 병이란 사람 몸에 피는 꽃 같은 것이었나 봅니다. 산다는 게 죄다 그렇게 제 몸 안에 꽃피우는 일인가 봅니다. 앓는 일이라는 게 이토록 아름다운 일이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자기 몸에 꽃피우고 이 풍진 세상 건너가는 사람들 얘기 읽으며 저도 조금 병들었습니다. 치명적입니다. 저와 같은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연수(소설가)


수록작품 발표지면
_배웅 ----------------『바자』 2006년 3월호
_화장火葬 ------------『문학동네』 2003년 여름호 | 2004 이상문학상 수상작
_항로표지航路標識 ----『창작과비평』 2005년 겨울호
_뼈 ------------------『문학동네』 2006년 문학동네 봄호
_고향의 그림자 -------『현대문학』 2005년 1월호
_언니의 폐경 ---------『문학동네』 2005년 여름호 | 2005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_머나먼 俗世 ---------『문학동네』 2004년 겨울호
_강산무진江山無盡 ----『내일을여는작가』 200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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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책들은 내게 있어서 어려운 숙제를 만드는 일과 같다.
그가 가진 연륜때문인지 그는 결코 가벼운 글을 쓰지 않는다.
날카롭고, 무덤덤하고, 시원하고, 그렇지만 어려운 글들을 쓴다.
때문에 난 그를 좋아하지만 가까이할 수 없는 그런 거리감같은걸 느낀다.
얼마 전, 현대문학강독시간에 교수님께서 언니의 폐경을 읽고 감상문을 써오라고 했다던데.
많은 수의 아이들이 굉장히 헉헉거리면서 읽었다고. (나는 그 전해에 들어서 다른 과제였다만.)
그 얘길 듣고 나만 어려워하는 건 아니구나라는 왠지모를 안도감이 들었다랄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기존에 이미 발표되었던 단편들을 모아서 만든 책이다.
여기 저기에 흩어져있던 그의 작품을 한 곳에 모았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문학상 수상작 모음집보다는 작가 개개인의 소설집을 좋아해서 이 편이 더 좋다.

어쨌거나,
늘 선뜻 다가서기엔 어려운 김훈이지만,
다시 한 번 그와의 교감을 만들어봐야겠다.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일지언정, 지겹다고 버릴 수는 없는 작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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