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괴로워 - 우리 시대 엄마를 인터뷰하다
이경아 지음 / 동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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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괴로워, 이 책 읽고, 그래서 괴로운 마음을 조금은 덜어냈느냐 하면, 글쎄 원인 규명을 들었고 대안들을 가지고 체계에 굴하지 않는 엄마들의 모습을 읽었음에도 어찌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하필이면 이 책을 읽던 시기에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을 담았다는 드라마 아내의 자격을 열심히 보았더란 말이다. 저건 다른 세상 이야기야, 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아이는 저 아이들과 경쟁이 될 턱이 없어. 라고 말하는 것의 다른 버전이기도 해서 씁쓸하기도 했던 나날들.


이 책의 서두를 보면, 아이의 성적 때문에 근심하는 엄마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써 있다. 아이 성적이 엄마를 괴롭히는 건 아이 때문도 엄마 때문도 아니고. 현대 사회가 '자본주의식 생산성'이라는 제한된 가치에 붙들려 우리들의 삶과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을 왜곡시켰기 때문이라는 것.


 엄마가 자녀 교육에 대한 책임을 맡게 되는 것은 사회가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큰 시대 변화라고 이야기한다. 진보에 대한 믿음이 증가한 근대 사회에서는 세계가 통제의 대상이 되었고, 사람 역시 특정한 방식으로 제조할 수 있는 것이 된 것이다. 또한 사회적 지위가 태생적인 것에서 유동적인 것이 되면서 교육은 출세 수단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그 결과 인생의 출발점에 있는 어린 아이에 대한 교육이 중요한 합리적 이성의 영역이 되었다. 또한 아이와 교육이 중요해지자 아이를 돌보는 일의 노동 강도가 높아졌고 아무에게나 아이를 맡길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따라 자녀 교육의 몫이 엄마들에게 집중되는 변화가 일어난 것.


엄마는 아이를 또 하나의 세계로 마주하고 존중하는 보살핌의 주체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엄마 특유의 성찰이 생성되어 나올 수 있다. 체계와 아이 '사이'에 있는 엄마 특유의 존재 위치로 인해 체계의 명령에 일치하지 않는 행위들이 생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아이를 경쟁력 있는 자원으로 가공시키는 휴먼 엔지니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승인하고 사랑하는 엄마이기도 하다. 현대적 엄마의 역할은 이 양쪽으로부터의 요구에 다 반응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갈등과 분열을 내포하고 있다. 그녀들은 체계로부터의 요구와 아이로부터의 요구 사이에 끼여 있으며, 매 순간 양쪽 요구의 절박함을 재어 어디에 더 비중을 둘 것인지를 계산하고 선택하는 고도의 성찰성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육아 상황에서 이 두 가지는 대립하기 일쑤이고, 양립하는 지점을 잘 찾아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엄마가 괴롭다는 것도 다름 아닌 이 지점에서 나오는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엄마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각자 처한 환경에 맞게 아이를 키워내고 있는 현장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 준다. 엄마들의 생각도 저마다 다르고, 아이의 성향도 물론 다르다. 아이 교육에 올인한 엄마가 키워보니, 아이는 자신의 분신이 아니더라는 말, 가정 도우미 일을 하면서 힘들게 아이들의 학원비를 대는데, 적어도 아이들이 비뚤어게 자라지는 않을 거라는 어느 엄마의 말.


장애 아이를 키운 경험을 통해 ‘장애아 부모회’ 활동에 참여하게 된 엄마, 열린 교육을 고민하면서 대안학교를 손수 만들어내는 엄마들, 아이들 공부에 좀더 신경쓰지 않는다는 남편의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마을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는 엄마, 남편과 별거 상태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품앗이 육아법을 전도하는 일에서 사명감을 느끼는 엄마.

 

 

 최선을 다하되, 실체없는 그것으로부터 휘둘리지는 말자는 것이다. 또한 대안이랄 게 딱히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서 그럼에도 오늘도 우리 엄마들 의샤의샤 해 보자고, 마무리하고 싶다. 스트레스 있기? 없기? 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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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4-2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보게 만드시는군요. 맨 마지막 문장의 예가 끌어당깁니다. 저도 이렇게 나이를 먹어, 주변을 살펴보니 참 대단한 엄마들 많더라구요. 오로지 공부공부 하는 엄마들도 많지만, 한편으론 내 아이도 내 아이지만 우리 아이들이란 입장으로 껴 안고 자신의 열정을 쏟은 엄마들 있더라구요. 대단하죠. 저는 제가 그랬잖아요. 그닥 자식공부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고...주변에 올케나 친구 한명이 자식교육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거든요. 그런 모습 보면, 갈등이 많이 생기죠. 내가 과연 이렇게 푸시하지 않는게 제대로 된 것인가?하고요.
남편한테도 어떨 때 미안하고 그래요. 맨날 집에서 놀면서~ 애는 저 모양인가 싶어서^^

icaru 2012-04-26 10:18   좋아요 0 | URL
워미~ 놀다니요~ ㅎㅎ 아이들 곁에 있어 주고, 맛난 거 해주고, 그게 가장 큰 사랑이지요~ 애정이고, 정성이고...

우리집 아이 아빠는 글쎄요... 애들 교육에 대해선 아직도 의견 일치를 못봐서 조율해야 할 지점들이 있는거 같애요. 제가 유독 큰아이에게만 항상 지나치고, 강압적이라고 생각하는 듯 한데,,,

기억의집 2012-04-2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마고님하고 나누신 댓글 읽다가~
저 어제 김치 담궜는데요. 언제나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께 김치 얻어먹었거든요. 제가 원래 담고 싶었는데...이상하게 두 친정시댁 모두 안 갖다 먹으면 서운해 하더라구요. 본인들은 자식들한테 해 주고 싶은데... 몇 번 거절 했더니 너무 서운해 해서 갖다 먹으니깐 나이 마흔이 넘어도 김치를 담글 줄 몰라요. 작년부터는 안되겠다 싶어서 조금조금씩 담궈 먹어요. 첨엔 정말 김치맛 형편 없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쪼금 괜찮아 지는 것 같아요.
이카루님, 부군께서 음식맛이 있다니...손맛이 있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아우, 그런 분들 부러워요. 하는 거 보면 뭐 특별한 것도 없는데 쓱쓱 하고 나면 맛있더라구요.

icaru 2012-04-26 10:24   좋아요 0 | URL
저는 김치는 어떻게드 자급해야 겠다!!! (지금 당장은 아녀도 조만간이라도!!!) 그런 생각하거든요. 그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되겠냐만,,,
김치 담그는 거 만큼은 꼭 빨리 배우자!!! ㅎㅎㅎ
사실 지난 주말에 남편 님이 오이 20개 부추 한단(?)을 사다가, 오이소박이를 만들었거든요. 약간 싱거워서 몇 일 지나고 소금을 더 넣긴 했지만..
절이는 것은 알맞게 하는 게 중요한 거구나, 했었는데,,,
저도 이제부터 도전을 해 보려고 하는데, 막히는 지점이 있으면, 기억님께 자문 좀 구해야 쓰것네요~ ㅋ

기억의집 2012-04-26 13:07   좋아요 0 | URL
부군 정말 멋집니다. 오이소박이를~ 저는 몇개 안 담았어요. 생을 좋아해서 그때 그때 담는 게 낫더라구요.

보통 큰 애한테는 기대치가 높긴 한가 봐요. 저도 큰애가 잘 됐으면 하거든요. 작은 앤 하도 공부를 하기 싫어해서... 대충 따라만 가게 하는데요. 큰애는 잘 했으면 하는 바램이 커요.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 가정학습 이론편
장병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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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지금에서 읽게 되었는지 그 시점이 아쉬울 만큼 잘 풀어써 준 육아 교육서이다. 2003년 1쇄를 발행하였고, 온라인 서점에서는 현재 이 책을 파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 나 또한 도서관에서 찾아 읽었고.

이승만 정부 시절 국무총리의 셋째 딸로 자라, 열아홉에 미국 유학을 가서 아이 셋을 둔 중국계 미국인 교수와 결혼. 학업을 병행하면서 삼남매를 훌륭하게 길러낸 에세이.


부모가 먼저 바로 서야 한다는 것,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시켜야 한다는 것,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려 하지 말고,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다시 한번 새긴다.


형제 자매에 대한 조언도 값지다.

형제 혹은 자매는 부모가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서로에게 줄 수 있다. 세대 나름의 가치관을 공유하며 돈독함을 유지한다던지....


형제가 있다. 아버지는 두 아이에게 낚시를 가르치고, 셋이 함께 낚시를 다녔다. 두 아이중 낚시에 소질을 보이는 쪽은 동생이다. 시간이 흘러 형제는 각기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 형은 학자로 성공했고, 동생은 기자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동생이 형에게 말한다.

“나는 항상 형이 부러웠어. 아버지는 형만 인정하거든.”

그 말을 들은 형이 동생에게 이야기한다.

“그렇지 않아 아버지는 너를 더 좋아하셨어. 네가 낚시를 더 잘하잖아.”

흐르는 강물처럼, 영화 내용이다.

낚시 잘하여 인정받는 동생의 모습을 보며, 그 콤플렉스를 이기기 위해 공부에 전념한 형, 그러나 아버지 뜻대로 성공하여 인정받는 형과 자신을 비교하는 동생.


지금도 기억나는 가문의 영광에 나왔던 임형준이라는 배우가 토크쇼에 나와서 한 말이 있다. 형하고 자기 이렇게 형제를 둔 집이다. 어머니가 언제부터인가 항상 하시던 말씀은 “사주를 보면 내가 전생에 한 녀석에게만 효도를 본다더니.” 였다고.

형이 어머니를 섭섭하게 하실 때는 자신에게 그 말씀을 하시고, 자신이 잘못하는 게 있을 때는 형에게 말씀하셨다는데, 그 말이 웃기면서도 어딘지 뼈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우리 어머니도 사남매에게 저 비슷한 말씀을 많이 하셨고.


형제는 가장 가까운 동반자임과 동시에 경쟁을 한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부모의 생각 없는 행동은 아이들 감정을 해치고 상처를 주는 역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하루하루 새긴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되자고. 아이들과 의미 있고, 교육적인 뭔가를 도모하자는 게 아니고, 아이들이 노는 옆에서 지켜봐 주고 머물러 주는 사람들으로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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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4-10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큰애한테 엄청 미안해서 신경을 많이 써요. 예전처럼 책도 많이 안 읽고 애들하고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갖을려고요. 사춘기라 말도 조심해서 하고. 아직까지 철딱서니가 없어 속이 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자식이라 어떻게 할 수 없더라구요.

icaru 2012-04-12 09:2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예전처럼 책도 많이 안 읽고 부분에서 빵- 터졌어요! (죄송)
자식이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말에 절대공감합니다. 어쩜 그리 제 맘 같지 않은지 몰라요~ 저도 요즘 많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데, 그래서 어떤 날은 정말 평화롭고 좋았다고 기억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되는(어제처럼) 그런 날도 있어요. 우리 아이에게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할테고, 그게 제게 주어진 저만이 해결할 수 있는 숙제일텐데요. 우앙...

하늘바람 2012-04-1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맞는거 같은데 사실 그렇게 신경쓴다는 거 보통일 아닌거 같더라고요

icaru 2012-04-12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보통일 아니지요. 어떨 땐 육아를 한다는 게 환골탈태를 시도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제가 많이 부족한 것일테고, 알지만 그래서 노력하고 있지만...

2012-04-19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2-04-21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요 우리아이들 어린시절 읽었던 육아서들이 모두다 대개 절판된 것들을 보고 좀 놀랐어요.
세월이 그렇게나 많이 흘렀나? 싶더라구요.
하긴 큰아이가 벌써 11살이 되었으니 강산은 한 번 변한셈이군요.
지금 쏟아져 나오는 육아서들도 물론 좋은책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손때가 묻은 그시절 읽었던 육아서들이 애정이 많이 가더라구요.

분명 실천은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큰울림이 있었던 몇 권의 책들중 이책도 포함이었어요.
세세한 내용은 잘 기억은 안나는데 주변인들에게 추천 많이 했었던 책이네요.^^
국무총리 셋째딸이란 문구에 허걱했네요.전혀 기억나질 않아서요.ㅋㅋ

암튼,육아서들은 나의 마음을 항상 뜨끔하게 해주는 채찍질입니다.
읽을때는 신나게 읽어놓구선 실천은 전혀 하지 않는,
'엄마는 이중인격자'임을 확인시켜주는 책들이 되어버려서요.
저도 기억님처럼 둘째들보다도 큰아들에게 많이 미안해지는군요.육아서책 읽긴 읽었으되 육아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버렸으니~~ㅠ
울민군도 요즘 살살 사춘기적 성향을 한 번씩 드러내줘서 조금 겁먹고 있습니다.ㅋㅋ
나도 이제 정신차려서 아들에게 정말 잘해줘야겠어요.ㅠ
십 년전 이책을 읽으면서 어렸던 아들에게 잘해주겠다고 맘속으로 다짐했었던 옛순간들을 떠올리면서요.ㅋㅋ(내가 웃는 이유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같아서..쿨럭~)

icaru 2012-04-24 13:5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책나무 님은 정말 재밌으셔..ㅎ
하~ 진짜 초기에 읽었던 육아서 만한 게 없더라고요. 아무리 책이 잘 나와도요. 저도 저 책을 읽기 전에는 뭐랄까 제목이 쫌 뻔하잖아요. 99%운운한다는 게, 그런데 읽으면서 감동받았어요! 여자로서의 삶도 그렇고, 어머니로서도 그렇고, 허나 그게 실천과 바로 연결되려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아는 만큼 실천했음 제가 이러고 있겠나 싶기도 해요~ 부모 멘토 전도사로 전국각지를 누비고 다녔을려나~
 
당신의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 - 남겨주고 함께해야 하는 것들
한스 라트.에드가 라이 지음, 배인섭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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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7살 4살 두 남자 아이가 똑같이 좋아하는 것은 로보카폴리를 포함한 정의사회구현을 위해 출동하는 만화 캐릭터들 일체이다. 7살아이는 종이에 연필로 그림 그리는 것을 부쩍 하는데, 거개가 또봇 엑스라거나 와이라거나 앵그리버드 라거나 메탈 블레이드 같은 종류들이다. 아이가 그림을 그려서 갖고 오면, 뭘 그렸는가 묻고, 잘 그렸다거나 이 부분이 기발하다거나 칭찬을 해 주는 편인데, 언제인가 한번 들고 온 만화 캐릭터를 보고, “이건 연습 많이 하면 잘 그릴 수 있겠지! 하지만 이걸 잘 그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무리 잘 그려도 실제 만화보단 못 할테고!” 라고 말해놓고는, 살짝 아차다 싶긴 했지만 내가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이었다. 그런데 약간 서글퍼졌던 것은 그 다음 대목이다.

다시 들어가서 뭘 그리는가 싶더니 연필 스케치를 한 후, 색칠해서 내게 보여 준다. 해가 떠있는 풍경으로 들판에 나란히 꽃이 피어 있는 꽃밭이다. 우리가 어릴 적에 많이 그렸던 정말정말 천편일률 정석 같은 그림. 아이는 내가 좋아할 법한 그림을 그려 와서 칭찬의 말도 듣고, 엄마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나보다. 에이구 만화 캐릭터 그려 대는 거 내버려 뒀어야 했을거나?


요즘 큰 아이하고 자꾸 삐끗거리고 있다. 어제는 춥고 감기기운도 있으면서 목이 아파서 침 삼키기가 힘들었다. 저녁 시간 아이들이 일단 놀기 시작하면, 놀이 도중 숙제(유치원에서 내 주는 쓰기 2페이지 정도)를 한다는 것이 맥락이 전혀 닿지 않는 게 되어버리므로, 할 것부터 하자고 아이를 다독여보지만, 누가 지 엄마 어렸을 적 안 닮았다 할까 정말 숙제가 싫은 모양이다. 저녁 식사 전 미션 실패. 작은애와 다른 식구들은 저녁을 먹었고, 큰애와 먹을 저녁상을 차렸는데, 동생과 쿵짝이 맞아 치고박고 딴전을 부리기에, 앞전에 약간의 짜증을 애써 눌렀겠다 하여 냅다 소리를 버럭 질렀는데, 앉아 있는 아이의 상체가 1센티정도 반동했다. 말그대로 움찔. 그 다음엔 얼굴을 두어번인가 손목으로 쓱쓱 훔쳤다. 그리고 국에 밥을 말더니 폭폭 떠먹기 시작한다. 우는건가 싶어, 아이이름을 불렀다. 아이가 내 얼굴을 멀뚱 쳐다본다. 눈에 물기는 없다. 그렇지만, 방금 전에 놀란 마음을 애써 수습한 흔적이 남아 있는 얼굴 (미안~)


이 책을 권해 준 이의 한마디는 이랬다.

 

"육아,,,, 라기 보다는 자식을 키울 때 마인드 점검용(?) 소소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는 책입니다."

 

내가 요즘 점검이 필요한 것 같다. 아이와 정서적으로 막이 있는 것 같다. 내쪽에서 뭔가를 놓치고 가고 있는 듯... 엄마라는 존재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존재이기도 해야 하지만, 아이를 경쟁력 있는 인격체로 내놓아야 하는 몫을 맡고 있기도 하다. 양쪽의 절박한 요구에 고도의 균형 감각을 발휘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나로선 상상 이상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니, 다소나마 이런 시행착오도 필요할 듯 하다. 오래오래 성찰해야 하고, 탐구해야 한다. 이놈의 육아...

아프고 무서운 것들을 그저 피한기만 한다면 언제 성숙해질껴, 엄마인 나에게 하는 말이고, 아이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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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3-27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도 로보카 포리, 앵그리버드 또봇, 좋아해요.
전 요즘 아주 잘 혼내고 소리도 많이 지르는데 그래도 꿈쩍 안할때 많고요.
좋은 엄마 되기, 육아 정말 힘든 것 같아요.
규칙적인 습관도 엄마가 규칙적이어야 하는데 규칙은 너무나 싫어하는 제게 참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icaru 2012-03-27 17:25   좋아요 0 | URL
좋은 엄마 되기 지인짜~~~ 힘들죠? ㅎ
둘째가 언제부터인가
놀다가도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내가 못 쌀아~ 못 쌀아" 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첨에 어이없어서 웃었는데, 휴~ 진짜 별말을 다 새겨듣고 따라해요

기억의집 2012-03-27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큰애랑 좀 삐걱거리는데.. 답답해요. 그나마 제 성격이 좀 낙천적이어서 지금까지 애들하고 삐그덕거리진 않았는데, 아이가 중학생이 되니 좀 급박해지긴 하네요. 한편으로 니 하고 싶은 거 다해봐라,란 생각도 없지 않지만. 초등학교때완 달리 갑갑해요. 속으론 그러죠. 야, 나 너 늙어서까지 도와줄 수 없으니깐 경제적으로 독립해야지 않겠니!하는 생각이 더 들어서 그런가봐요.참고 기다려주는 거야말로 양육의 기본이자 최고던데,,, 전 점점 더 조급해지니 있으니 걱정입니다.

icaru 2012-03-28 14:24   좋아요 0 | URL
보통 어머니들 보면,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올라갈 때, 스트레스의 강도가 커지신다더라고요. 게다가 남자아이면, 말씀처럼 독립에 대한 부담 ㅎㅎ..내가 남자와 여자아이를 다른 잣대로 보고싶어 보는 게 아니라 사회가 세상이 그런 걸 저 혼자 어쩐답니까, 하는 생각도 해요.
조바심 들어하지 않아도 가만둬서 되려 알아서 잘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던데... 참,, 뉘집이야기인지 ^^
전, 그냥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이렇게 더 보살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만 안 드는 선까지만 딱 거기까지만 하려고 하는데, 그것조차 쉽지가 않네요. 에고 아직 아이는 어리고... 가야 할 길은 멀은데,,

책읽는나무 2012-03-3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아이의 엄마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려와서 엄마의 칭찬을 기다리고 있는 행동에 저도 모르게 푸훕~ 웃어버렸습니다.실은 울집 성민이도 바로 작년까지 그랬거든요.^^
작년이면 10살인가봐요.지금도 만화그림 열심히 그려대고 있어요.아예 만화책을 만들고 있네요.쩝~ 지나가는 말로 "동생들은 풍경그림을 잘 그리는데 울아들은 풍경화는 절대 그리지 않네?" 했더니 그날 저녁 딱 님이 말씀하신 그흔한 꽃이랑 나무 그려와서 풍경화 잘 그렸죠? 하는 표정을 짓더라구요.바로 작년까지 그랬어요.ㅋㅋ
(그림 보구선 얘가 왜 풍경그림은 안그리고 만화그림을 그렸는지 이유를 알았다니깐요.학교 수행평가에서도 미술과목은 그야말로~~~ 만약 만화그리기 수행평가가 있었다면 최우수를 받았을텐데~~~ㅋㅋ)

큰아들이 울집 큰아들과 비슷한 행동을 많이 하는 것을 보니 성격이 비슷한가봐요.또한 숙제 미리 하자 철썩같이 약속해놓구선 다음날 하기 싫어 꾸무적대는 것도 똑같고,그래서 엄마한테 혼나면 눈물 찔끔~ 몰래 눈물 훔치는 모습등등이 어쩜 그리 똑같아요.ㅋㅋ 근데 어릴적 모습 그대로 초등학교 들어가도 하나 달라지지 않고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구요.ㅠ
둘째 딸들과는 치마입혀달라는 문제 외에는 그리 부딪치는 경우가 없는데 아들과는 저도 자주 부딪쳐요.지금 이정도인데 중학교 들어가서 사춘기가 되면 어찌 감당해야하나? 미리 겁도 나긴 하는데 그래도 순한 구석이 있기에 믿고는 있습니다만....한 번씩 말이죠.아들이 갑자기 꼭지가 확 돌아서 나에게 조목조목 따져서 엄마의 잘못된 육아방식과 행동들에 대해 비판할 날이 올까봐 좀 겁나요.ㅠ(설마 그럴일은 없겠죠?ㅋ)

암튼...믿고 기다리라고 하지만 기다렸다간 완전 농땡이가 될 것같아 잔소리가 자꾸 늘까봐 걱정이에요.그러면서 나중에 또 후회하게 되구요.아들 키우는 것이 참 쉽지 않아요.요즘 육아서를 다시 잡은 것이 아들때문이기도 합니다.
가끔씩은 큰사고 안치고 이정도 건강하게 자라고,엄마말을 순간이지만 귀담아 들어줄 마음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할때가 있긴 한데요.이감사함을 늘 지니고 살아야겠어요.그러면 좀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을까요?ㅋㅋ

icaru 2012-04-02 15:18   좋아요 0 | URL
제가 성민이는 많이 봐온건 아닌데, 한눈에 보고,, 섬세한 남자아이의 느낌 그러니까, 우리아이에게서도 보아왔던 특유의 분위기! 그것을 보았다고나 할까요.
ㅋㅋ 어쩐지 친근하더라고요~ 큰애라서 엄마가 조마조마한 마음이 아이에게도 조금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해요~ 무튼, 큰애라는 존재는 둘째처럼, 찰싹 붙는 귀여운 맛은 덜하지만,, 항상 애틋하고 아리아리하달까요. 그렇더라고요.

2012-03-30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2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4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4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04-0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은 충분히 좋은 엄마시잖아요... 좋은 엄마도 화를 내는거죠. 당연히 화를 낼 수 있어야 하구요. 그래야, 자녀분들도 화가 났을 때 화내는 법을 배우죠. 다만 왜 화가 났는지는 명확하게 말씀해주셔야 큰 아이가 이해를 할 거 같아요, 다 알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네요. 그냥 엄마가 화냈어만 기억에 남는다고... ^^

저는 어제, 수업 듣다가 함께 수업듣는 분들께 성질 폭발해서 한바탕하고
현재 내내 곱씹는 중입니다.... 아하하.

아, 비가 오네요. 하늘이 꾸물거려요. 따스함이 그리워지는 날이예요. ^^

icaru 2012-04-04 14:32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게요. 제가 분명 아이에게 좋은 엄마로 지내는 날도 많을 거고, 아이가 기특하고 고맙고 사랑스럽게 느껴젔을 때도 많을 텐데, 이렇게 이슈가 될 때는 때가 뭔가를 그르치거나 아이가 저를 도발시켰거나 할 때라는 거죠. ㅎㅎㅎ 음,,, 아이에게 일일히 설명을 해 줘야 겠군요. 감정적인 것을 언어로 일반화 객관화 시킬 필요가... 아이에겐 화냈었다만 기억에 남는다는 거죠~ ?

근데, 수업 같이 듣는 분들 땜에 화나신 있었던 거예요? ㅎㅎㅎ 어떤 일일까 궁금해해도 되남요? 무튼~ 요즘 날씨는 참 변덕스러워요. 바람도 쎄고... 이미 4월인데 말이지욤
 
부모의 습관 - 아이의 능력을 200% 끌어내는
시치다 고 지음, 김현영 옮김 / 명진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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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혼동했었는데, 우뇌 교육 및 성공하는 부모의 7가지 습관 등으로 유명한 교육 전문가 시치다 마고토의 아들이었다. 2대를 통해 내려오는 교육 및 육아 전문가 집안이었다. 대대로 이어내려오는 상인 집안, 혹은 이름난 물건을 만드는 장인 집안이 따로 있듯이 육아 전문가도 그러할까? 칼 비테 집안처럼? 혹은 퀴리 부인과 그의 딸 아들처럼.

부모 대에서의 전문성은 그렇다치고 자식 대에서는 부모의 후광을 입은 게 아닐까? 하는 검은 그림자도 입혀 보지만, 결론은 내가 너무 의심이 많고, 뭐든 평가절하부터 하고 본다는 것.

60년대 하버드 대학 위즐과 허블은 뇌교육에 대한 연구로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여 노벨 생리 의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의 연구는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이 뇌세포에 일을 가르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  우리집 또한 애들 교육에 최선을 다하는 그런 가정이 아닌고로, 전문가의 이런 코멘트를 접할 때는 적이 당황도 한다. 좀 늦었나 생각되는 부분도 있고.

분명 이것은 힘 좀 빼고-아이들과 뭘 해보려고 하면, 주의 환기시키고 앞의 과제(책이든, 학습지든, 만들기 자료든)에 몰두하게 만드는 것이 잘 안되서 힘 조절을 못하는 편- 길게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떤 때는 “연필 바르게 잡자!” 라는 말로 시작해서 그 말로 중도 작파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아이는 “연필 아니고, 색연필이거든요!” 이런 말대답을 빼놓지 않고 하며!!!


나의 경우 교육 또한 반복되는 놀이다 라고 가볍게 접근할 필요가 있나보다. 아직까지는.  

이분이 뇌과학 육성법의 일환으로 플래시카드 사용법이랄지, 메아리법이랄지 하는 법칙들을 언급하는데, 책을 띄엄띄엄 읽었는지, 메아리법의 경우 이게 어떻게 실행을 하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 메아리법으로 효과를 본 어머니의 편지만 수록되어 있을 뿐이라. 말수적고, 행동이 느린 아이에게 그 아이가 한 말은 부모가 그대로 따라하면서 아이를 훈육하는 방식으로 추측된다. 그렇게 하다보면, 단절된 대화와 답답증이 조금은 교정 및 해소된다는 것.

 

논지에 일관성이 있고, 특별히 실천하기 어려운 내용도 아니라서 갖고 다니며 읽기에 참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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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폭발 엄마표 가베놀이 : 3~7세 창의폭발 엄마표
이윤정 지음 / 로그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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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도 좁아터지는데, 자리 차지하고서는 먼지만 켜켜히 쌓여 가는 가베가 있다. 이 가베라는 게 처음에는 블록처럼 혼자 갖고 놀 수 있는 게 아니고, 그야말로 교구라서 도움을 주거나 지도를 하는 엄마 혹은 선생님이 꼭 필요한 걸 몰랐다.  커밍스쿨이란 데서 방문 선생님을 어렵사리 구했는데, 6시 이후에 귀가하는 아이의 시간과 맞지 않아 관두었다. 에라 모르겠다, 교습비 굳었으니 잘 되었다 하기도 했지만,,,, 유명세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들여놓은 가베는 썩고 있다.

이 책은 내가 배워서 같이 하지 뭐 하는 마음으로 구입했는데, 책은 훌륭하지만 이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관계로....

이 책은 뭐랄까 책만 준비되어 있고, 아이랑 시작 단계 전이기는 한데, 느낌이 좋다. 3가베의 경우 이렇게 꺼내고, 이렇게 정리하면 쉽다고, 혹은 재밌다고 정리 팁까지 일러준다.

가베의 매력은 단연, 이미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끊도 없이 새롭게 표현해 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일주일에 한번 삼사십분이라도 같이 재밌게 놀아보는 시간을 갖어봐야겠다. 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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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2-02-09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어릴 적엔 이런 놀이 안 해도, 학교 가고 수학 공부하는 데 하등 지장없었는데, 요즘 애들은 놀이를 가장한 교구들,,, 다 할 수도 없지만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인 것들이 넘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