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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 - 남겨주고 함께해야 하는 것들
한스 라트.에드가 라이 지음, 배인섭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7살 4살 두 남자 아이가 똑같이 좋아하는 것은 로보카폴리를 포함한 정의사회구현을 위해 출동하는 만화 캐릭터들 일체이다. 7살아이는 종이에 연필로 그림 그리는 것을 부쩍 하는데, 거개가 또봇 엑스라거나 와이라거나 앵그리버드 라거나 메탈 블레이드 같은 종류들이다. 아이가 그림을 그려서 갖고 오면, 뭘 그렸는가 묻고, 잘 그렸다거나 이 부분이 기발하다거나 칭찬을 해 주는 편인데, 언제인가 한번 들고 온 만화 캐릭터를 보고, “이건 연습 많이 하면 잘 그릴 수 있겠지! 하지만 이걸 잘 그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무리 잘 그려도 실제 만화보단 못 할테고!” 라고 말해놓고는, 살짝 아차다 싶긴 했지만 내가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이었다. 그런데 약간 서글퍼졌던 것은 그 다음 대목이다.
다시 들어가서 뭘 그리는가 싶더니 연필 스케치를 한 후, 색칠해서 내게 보여 준다. 해가 떠있는 풍경으로 들판에 나란히 꽃이 피어 있는 꽃밭이다. 우리가 어릴 적에 많이 그렸던 정말정말 천편일률 정석 같은 그림. 아이는 내가 좋아할 법한 그림을 그려 와서 칭찬의 말도 듣고, 엄마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나보다. 에이구 만화 캐릭터 그려 대는 거 내버려 뒀어야 했을거나?
요즘 큰 아이하고 자꾸 삐끗거리고 있다. 어제는 춥고 감기기운도 있으면서 목이 아파서 침 삼키기가 힘들었다. 저녁 시간 아이들이 일단 놀기 시작하면, 놀이 도중 숙제(유치원에서 내 주는 쓰기 2페이지 정도)를 한다는 것이 맥락이 전혀 닿지 않는 게 되어버리므로, 할 것부터 하자고 아이를 다독여보지만, 누가 지 엄마 어렸을 적 안 닮았다 할까 정말 숙제가 싫은 모양이다. 저녁 식사 전 미션 실패. 작은애와 다른 식구들은 저녁을 먹었고, 큰애와 먹을 저녁상을 차렸는데, 동생과 쿵짝이 맞아 치고박고 딴전을 부리기에, 앞전에 약간의 짜증을 애써 눌렀겠다 하여 냅다 소리를 버럭 질렀는데, 앉아 있는 아이의 상체가 1센티정도 반동했다. 말그대로 움찔. 그 다음엔 얼굴을 두어번인가 손목으로 쓱쓱 훔쳤다. 그리고 국에 밥을 말더니 폭폭 떠먹기 시작한다. 우는건가 싶어, 아이이름을 불렀다. 아이가 내 얼굴을 멀뚱 쳐다본다. 눈에 물기는 없다. 그렇지만, 방금 전에 놀란 마음을 애써 수습한 흔적이 남아 있는 얼굴 (미안~)
이 책을 권해 준 이의 한마디는 이랬다.
"육아,,,, 라기 보다는 자식을 키울 때 마인드 점검용(?) 소소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는 책입니다."
내가 요즘 점검이 필요한 것 같다. 아이와 정서적으로 막이 있는 것 같다. 내쪽에서 뭔가를 놓치고 가고 있는 듯... 엄마라는 존재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존재이기도 해야 하지만, 아이를 경쟁력 있는 인격체로 내놓아야 하는 몫을 맡고 있기도 하다. 양쪽의 절박한 요구에 고도의 균형 감각을 발휘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나로선 상상 이상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니, 다소나마 이런 시행착오도 필요할 듯 하다. 오래오래 성찰해야 하고, 탐구해야 한다. 이놈의 육아...
아프고 무서운 것들을 그저 피한기만 한다면 언제 성숙해질껴, 엄마인 나에게 하는 말이고, 아이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