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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혁명 - 아기를 지키기 위해 모성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산드라 스타인그래버 지음, 김정은 옮김, 궁미경.이승헌 감수 / 바다출판사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임신의 경험은 흥분과 기쁨도 있지만, 그 보다는 불안과 초조가 더 압도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한 번의 실패를 안고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임신을 끝까지 유지해야 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소중한 아기와 만나야 한다는 중압감이 더 커서일수도 있고, 성격적으로 노심초사 좌불안석하는 느긋하지 못한 성격 때문일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28주하고도 3일째를 달리고 있으니 임신 후반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한 쪽 배만 유난히 아파서 혹시 자궁외임신이 아닐까 병원에도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몇 날 며칠을 혼자 걱정했고, (임신 초기 5주도 안 되었을 때 그러니까 무척 일찍 산부인과에 검진을 갔다가 아기집이 보이지 않는다는 둥, 자궁외임신일수도 있으니, 피검을 해봐야겠다는 둥의 말을 듣고 충격을 먹었었던 1년 전 봄의 기억 때문에 6주가 지난 뒤에 병원에 가보기로 맘먹었었다.) 3개월 무렵까지는 입덧으로 세상의 모든 냄새와의 전쟁에 돌입하고, 17주 무렵의 혈액 검사(기형아검사) 때는 혹시 정상이 아니면 어떻게~ 하며 결과를 기다리던 일주일은 거의 7년과도 같았다. 20주가 넘어가는데도 태동을 못 느껴서 나만 뭐가 잘못된 걸까. 동동거리고, 26주에 임신성 당뇨 검사를 하니 정상 커트라인에 딱 걸려서 식이요법을 하라는 의사의 지시를 받기까지... 산너머 산이라는 표현은 여기에 쓰는 거겠지 싶다.
이제 80여일만 기다리면 아기와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이 책의 저자는 물론 우리와는 처한 환경이 다르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놀랍도록 감정이입이 된다. 저자의 임신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일단 38세의 임신이었고, 생태과학자로서 유독 물질에 노출되었던 경험이 있고, 무엇보다도 암에 걸렸다가 항암 치료에서 쾌유한 경험 등. 그러나 이 모든 굴곡을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저자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 적지 않다. 그리고 의학 지식이나 산부인과 의사가 들려주기 어려운 많은 이야기들을 해 준다.
그리고,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의 생태계 및 영향과 함께 흘러 이어진다는 전개 방식상 흥미로운 책이다.
그런데 부작용 하나.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부터 입맛이 변했다. 조기와 참치 등속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나는 이제 아예 등푸른 생선을 먹지 않게 되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잘 구운 고등어구이를 면전에 두고, 군침이 꿀꺽 하는게 아니라 '저게 납수은 덩어리인데...' 하는 생각이 먼저들고 보면, 가히 젓가락이 쉽게 가지 않는 ..
모두가 이렇게 조심해서 임신을 하더라도 태아의 건강이 엄마의 영양상의 희생에 의존하는 이런 방식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생선을 먹지 않는 것은 담배나 맥주를 금하는 것과는 다르다. 생선은 좋은 음식이다. 생선은 포화 지방산 함량이 낮고, 단백질, 비타민E, 셀레늄이 풍부하며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오메가 쓰리 지방산의 공급원이기도 하단다.
생선살에 존재하는 물질이 태아 뇌의 건강한 발달을 촉진하지만, 인간이 전 세계의 생선을 신경 독성 물질로 오염시켰기 때문에 뇌 성장에 필수적인 지방산을 갖고 있는 생선이 해로운 독소를 갖게 되었다니...
안 먹으면 그만, 이건 아니지 않을까... 참..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