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마르크스 자본론'의 핵심을 찌르는, 제2판
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1. 저자 임승수를 알게 된 건 아마도 10년쯤? 고함 블로그인가 내 블로그인가에 댓글 or 방명록을 남겨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온라인 입소문을 통해 책을 홍보하려는 듯했던 초짜 필자로 생각했었다.

 

2. 그러다 우연히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대학생이 되면 당연히 교양과 지성을 갖춘 어른으로 자라날 거라고 믿었고, 또 그 목표를 위해 애써야 한다고 믿었기에 두근거리는 마음과 약간의 사명감으로 읽었다. 처음엔 제목이 좀 건방지다 싶었는데 읽고 나니 뿌듯했다. 원숭이도 이해할 만큼의 수준이라고 했는데 혹시나 어려우면 어쩌지- 하는 우려는 접게 되었다.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원숭이보다 낫다는 생각에 안도했던 것 같다.

 

3. 마르크스 철학을 다룬 전작과 기본 뼈대는 비슷하지만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마르크스가 쓴 『자본론』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일반 대중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책은 우리가 왜 지금, 자본론을 읽고 그 내용을 알아야 하는지부터 설명한다. 자본주의가 마치 절대선인 것처럼 인식되는 현대 사회에서 자본이 무엇이고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마르크스가 빨갱이의 선봉에 있다고 믿거나, 그의 저작이 낡고 오래됐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펴 본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고.

 

4. 이 책은 비교적 자본주의에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는 나도, 자본주의 신봉자들이 하는 말에 껍뻑 속고 있었음을 알려주었다. 이를테면 성과급제. 성과급제는 기업이 인심이 후해서 내게 '선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인 나는 더 높은 강도의 노동력을 쏟아부었고, 그에 맞는 성과급을 기업이 줄 뿐이다. 오랜 교육 끝에 기업이 사적 이익을 추구(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하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기업이 무려 '성과급'까지 주었다. 그럼 얼마나 많이 흑자가 나서 내게 뿌려줄 만한 돈까지 있게 된 걸까. 성과급제는 마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상심리를 자극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물기 없는 걸레를 쥐어짜는 행위에 더 가까운 것이다. 이것은 흔한 말로 착취라고도 한다. 무서운 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착취당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잘 감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대의 노예제나 봉건제를 떠올리면 바로 문제점이 파파팍 하고 떠오르고, 착취도 눈에 보이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는 착취가 '숨어있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우리는 노동한 대가만큼 벌어먹고 살고 있는 것이다, 하고 믿는 것이다.

 

5.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된지는 모르겠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정말 대단한 위력을 지닌다. 돈이 최고고 돈이 전부다. 예전 같았으면 돈, 권력, 명예 중에 뭘 고를래? 하면 당연히 명예를 택했겠지만 이젠 돈을 고르겠다. 돈은 명예와 권력을 세트로 가져다 주니 말이다. 물론 여전히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풍토(?) 때문에 교수라든지 고시라든지 이런 학업적인 면에서 큰 성취를 이룬 사람을 높게 쳐 주는 건 남아 있다. 동시에 연예인이나 예술가를 딴따라로 비하하는 시선 역시 있고. 근데 그 모든 걸 뒤엎을 수 있는 것이 결국 돈이다. 예를 들면 내가 대학 졸업후 고깃집을 차렸다고 하면 첫 반응은 '아..?' 아마 이럴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걸로 월 매출 몇천을 올리고 있다고 하면 번듯한 회사에 다니거나 고위 공무원인 친구들도 한번쯤 가볍게나마 '아 나도 장사를 했어야 됐는데'라고 생각할 것이다. 너무 정제되지 않은 예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느낀 사회는 이렇다. 나 역시 그 사회에 어긋나지 않는 속물이고.

 

6. 독서토론을 하면서 한번도 즐거워서 웃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늘 거짓되게 웃은 건 아니지만, 실은 그게 블랙코미디였고 애처로운 현실을 비하하며 자조적으로 웃어왔다. 다음주는 광고 관련 책을 읽기로 했다. 조금 더 재미있게 얘기 나눌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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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 출간 50주년 기념판
에리히 프롬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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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리히 프롬의 책이었다. 문자 메시지를 받았을 땐 바로 답장하지 마라, 데이트 약속 두 번은 거절하라, 때로 빈틈을 보여야 한다 등의 시시껄렁한 얘기가 적혀 있을 것 같은 제목인데 말이다.

 

2. 번역이 참 좋았다. 에리히 프롬이라는 거리감 느껴지는 유명 심리학자가 아니라 옮긴이 황문수가 쓴 글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외국 서적이 한 해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번역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한다. 좋은 번역가는 독자와 원 저작자 모두를 만족시킨다.

 

3.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이 '좋은' 사랑일까? 혹은 내가 지금 '잘'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어느 부분이 중요해, 작가의 생각은 이렇구나, 하는 걸 하나하나 알기 보다는- 나의 사랑과 사랑관에 대해 돌아보는 활동이 훨씬 더 중요했다. 독서토론에서 허물없이 나눈 이야기는 그래서 소중했다. 그런데 내 사랑은 아직 바람직한 모습이 아닌 것 같았다. 책 내용과 비교해서는.

 

4.  출간 50주년 기념판으로 2006년에 이 책이 나왔다. 전반적인 내용을 훑었을 때 에리히 프롬이 얼마나 뛰어난 통찰력과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지녔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동성애 언급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해결되지 않는 분리는 곧 고통을 가져올 뿐이라고 했던.

 

5. 사랑받을 만해서 사랑받는 경우, 언제나 의심이 남는다- 고 했다. 이 말이 너무 와닿아서 공감됐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 많은 자격과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좋은 것이라는데- 나는 아직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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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님 2012-02-1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랑해드립니다 1544 5454 ㅋㅋ 나 이상한사람 아님 ㅋㅋ -고선영
 

 

 

 * 책 제목 : 페미니즘의 도전

 

 

 누군가 우리 둘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저 여자들 진짜 열폭 쩌네 막말 작렬 헐.. 이런 반응을 보였겠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둘만 얘기하고 있던 그 상황에도 꼼꼼히 자기검열을 하고 있었을까? 이건 내 천성인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학습한 결과일까.

 

 불만과 분노가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저자 정희진이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막힌 속을 뻥 뚫리게 하는 필력을 보여주어 덩달아 기분이 좀 나아졌다. 어쩐지 위로받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은 여성들이 보는 것도 좋지만(특히 자기 정체성을 깨닫지 못하는 여성 마초들에게 적격) 남성들에게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막상 이 책을 권했을 때 끝까지 읽는 시늉이라도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헤아려봤더니 0에 수렴했다. 비극적이었다. 변화는 짧은 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텐데. 페미니즘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고, 왜 필요한지 필요성도 못 느끼며 '그냥 살던 대로 편히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은 얼마나 암담한가. 속에 있는 말을 다 끄집어냈는데도 시원하지 않았다. 답답했다.

 

 무언가를 알려고 하지 않는 그 자세부터가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머릿속에 맴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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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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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중권이 가장 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책을 소화하고 흡수해서 유감이다. 생각을 넓히고 글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여러 가지의 '개념'을 설명했지만, 어찌 그 안에 진중권의 목소리와 생각이 들어가 있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는 새로운 지식을 물어다 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지만, 나는 물어온 그 지식을 꼭꼭 씹으면 혹여 손상될까봐 있는 그대로 꿀꺽 삼킨 느낌이었다. 비판적 수용이 가능할 만큼 여물지 못한 까닭이다. 때때로 조바심이 나고 불안해졌다. 이렇게 다 맞다 맞다 하고 읽으면 안 되는데, 저자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데, 하고. 어떤 대상에 대한 지나친 열광과 팬덤의 광기를 혐오하는 그인데, 참 싫어할 만한 짓을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새 모이만큼 작았기 때문이었지만 변명의 여지는 없다.

 

2. 그래서 이 책은 적어도 3번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장을 모두 넘겼지만 이 책 속의 말들이 내 것이 되지는 못했다. 어려운 책이라서 시간을 들여 천천히, 되짚으면서 읽는다고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만큼 철학적 용어는 난해했다. 그나마 몇몇 개 알아들은 것은 내게도 친숙한 예를 동반했을 때였다.'그 이름을 망령되이 일컬으면 안 되는 어느 영화'나 배트맨에 나오는 조커, 허경영, 이정희, 유시민 등의 낯익은 소재가 나왔을 때 비로소 안심하고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3. 책은 왜 읽는 것일까? 결국 내가 필요한 것, 혹은 내게 필요한 것, 알아야 할 것 등을 그저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읽는 게 아닐까? 책을 이해하고 뜯어본 후 내 것으로 만든 다음에야 책읽기가 완성된다. '내 것으로 만들기'는 쳐낼 것은 쳐내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하는 단순한 차원에서부터, 저자의 생각에 맞서서 내 생각을 키워보는 것까지를 포괄한다. 어렵지 않은 시중의 책은 1번의 묵독 혹은 정독으로 그 작업이 가능하지만, 완전히 생소한 이야기를 다룬 책은 3번은 읽어야 한다는 새삼스런 깨달음을 얻었다.

 

4. 철학책이 그만큼 어렵다는 걸 강조하려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지난 번 『페미니즘의 도전』에 나와 있듯 어려움과 재미는 연속선상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쉽게 어려운 개념을 얻고 싶었던 욕심 때문에 책읽기를 그르친 것을 반성하기 위함이다. 우리 사회에 파타피직스, 범주 오류, 앵프라맹스, 시뮬라크르, 푼크툼 등 상당히 낯선 개념들을 가지고 한 권의 온전한 책을 만드는 대중저술가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본인의 전공 분야가 아닌 다른 무수한 주제를 가지고 전방위 글쓰기를 하는 진중권은, 독자 입장에서도 글을 쓰는 한 사람으로서도 대단한 인물인 것 같다. 가치관 측면이나 글쓰기 부분에서 꼭 닮고 싶은 사람이다.

 

5. 적어도 3번은 읽어야 한다고 호언했으니 1번 묵독 후 마지막 1번은 개념 정리하는 데 쓸 것이다. 그리고 그 개념을 적용할 만한 사례와 함께 정리해보려고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런 쉬운 속담을 내가 맞게 알고 있는지 확인하려 잠시 네이트에 다녀왔다. 헐.......)라는데, 서 말의 구슬을 준비해줬으니 어서 꿰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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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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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읽은 날짜 : 1월 31일 화요일

 

 

 나는 의뭉스런 인간이다. 입에 발린 말은 잘 못하여도, 그럭저럭 기분 상하지 않게 하는 적정선의 말을 할 줄 안다. 하지만 정말로 격찬하고 찬사해 마지 않는 것은 의외로 별로 없다. 무언가를 그렇게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이 사회에서 스스로가 아직 덜 여문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방어 기질이 그때그때 작동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나는 이 책에 과감히 별점 5점을 매긴다. 성실'하고 싶은' 게으른 독자의 손을 바삐 움직이게 했고, 안 좋은 머리나마 굴리게 했고, 애타고 속상해하며 혹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표현에 열광하며 책에 빠져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저자 정희진은 "복잡한 현실을 복잡하게 설명하고, 읽는 이를 긴장시키며, 기존 언어를 붕괴시켜 독자를 현실로부터 되도록 먼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글, '대중'적인 글과 '학술' 논문의 경계를 부수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겸손하게도 본인의 글은 그렇지 못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내게 이 책은 저자가 지향하는 글에 상당히 가까이 다가간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페미니즘이 가리키는 곳

 

 페미니즘이란 말은 여전히 보통 사람들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솔직히 말하면 '대체 왜 페미니즘을 내가 이해해야 하나?' 하는 물음표를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다. 나 역시 페미니즘을 단순히 여성주의의 다른 말로 여겼다. 그렇다면 내가 여성주의의 개념을 잘 알고 있는가? 하면 그에 대한 대답도 분명치 않았다. 이 책을 탐독하여 읽었다 하나 아직도 똑 부러지게 대답할 순 없다. 다만 너무나 막연해 갈피가 잡히지 않았던 페미니즘이 폭력을 배제하고, 평화를 지향한다는 점만은 알게 되었다. 페미니즘이 여성주의라는 말로도 많이 쓰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남성'을 고려하지 않은 배타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데 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페미니즘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이런저런 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혹여나 상처받을 누군가를 애초에 배려한 다음에야 비로소 가능했다. 페미니즘이 으레 더 공평해 보이는 절대적 평등에 끊임없이 반기를 드는 이유다. 따라서 페미니즘을 바탕으로 어떤 사안을 바라보면 때로 불편하기도 하고 피곤해지기도 한다.

 

 풍부한 실례와 가려운 곳을 긁는 글솜씨 

 

 정희진은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학자로서 다양한 역사적 사례와 통계를 들어 독자들에게 신뢰감과 재미를 주었다. 성폭력, 성추행 문제에서도 여전히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말로 '진위 여부를 판단하려 들기 때문에' 적반하장 격으로 벌어진 명예훼손, 무고죄 소송 등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폈다.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던 문제도 끄집어냈다. 믿고 싶진 않지만 '있는 사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니 당해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덕분에 당내 성폭력 문제를 '조개줍기'에, 본인들의 정치활동을 '해일'에 비유한 유시민 의원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다. 뉴라이트는 적어도 주요 사안을 이야기할 때 나와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답 없는 부류'로 생각했던 것도 조금은 누그러들었다. 물론 역사, 정치, 사회적인 다양한 이슈를 다룰 때 뉴라이트의 말에 딱히 귀 기울이고 싶진 않다. 다만, 사상적으로 나와 평행선에 달리는 사람도 페미니즘적인 사고, 딱 부러지는 1, 2가 아닌 제 3의 사고를 할 수 있으며 공개석상에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랐고 감탄했다. 당시의 백분토론에 출연했던 이영훈 교수의 발언만 보자면 말이다. 진보라는 기치를 내걸면서도 여성주의 쪽으로는 전혀 진보적이지 않은, 마초란 훈장을 자랑으로 여기는 몇몇 꼴통들과는 달랐다.

 

 가려운 곳을 긁는 듯한 그녀의 글솜씨도 책을 읽으면서 자주 느낀 즐거움 중 하나였다. 어쩜 그렇게 속 시원히 표현을 하는지, 매년 시상하는 나만의 어워드에서 상이라도 하나 안겨주고 싶을 정도였다. "자궁이 있어서 모든 여자가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면 성대가 있는 사람들은 다 오페라 가수가 되어야 하나?" 이 비유는 두고두고 써 먹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는 것은 상처 받는 것, 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책을 읽으며 많이 알게 되었고 또 크고 작은 생채기가 났다. 또 생소한 용어와 내용에 조금씩 주춤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미와 어려움은 연속선상의 있는 감정이라는 그녀의 말을 되새겨보니, 예기치 않게 찾아올 '앎의 순간' 때문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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