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 -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다 읽은 날짜 : 6월 27일 수요일

 

 

 역자의 말은 안 읽고 있다가 그것까지 다 보니 6월 27일이었다. 어릴 적부터 흔히 들어 온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된 책이었다. 만화책이나 한 권짜리로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얼마나 많은 분량을 압축한 결과물인지 깨달은 것도 큰 수확이었다. 문제는 거기서 읽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대부분 잊어버렸다는 거다. 가끔 인간의, 아니 내 뇌는 너무 제 기능을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뚜렷하게 밝힐 수 있는 건 어린이용으로 편집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던 초등학생 '나'와, 지금 이 책을 읽는 '나'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때에는 내가 인간이면서도 인간이란 존재를 하찮게 여겼다. 감히 신의 영역이나 아성에 도전하는 미련하고 비루한 인간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굳이 신의 노여움을 사는 발언이나 행동을 해서 화를 자초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신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을 건드릴 적에는 분에 넘치는 짓을 한다고 비웃었다.

 

 어릴 적에도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정말 있다고 믿진 않았다. 당연히 간절한 신앙 같은 것도 없었고. 하지만 왠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그럴듯한' 인물들이었기에,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 숨쉬며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있음직하게' 만든 인간의 말재주와 이야기 만들어내는 재주에 더 탄복하게 된다. 어쩜 이렇게 체계적으로 캐릭터를 부여했을까, 어떻게 이렇게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낼까. 때로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신화를 볼 때마다, 있었던 일을 기록한 게 아니라면 이 정도로 자세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신과 인간을 굳이 구분 짓고, 신은 위대하고 인간은 열등하다는 이분법적 사고와는 깨끗이 이별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가진 매력에 탄복하지만, 내용의 주를 이루고 있는 '신에게는 도전하지 말 것'이라는 메시지는 단호히 거부하겠다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자신을 희생하며 인간에게 유용한 불을 선물한 프로메테우스에 연민을 느꼈다. 발전과 진보가 있기 위해서는 어김없이 피를 흘려야 하는 걸까..! 프로메테우스는 죽지 않기에 온종일 간을 쪼아먹혀도 다음날 다시 간이 자라는 저주를 받았다. 그 피말리는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인간 생활의 진보를 앞당겨주다니. 나같은 범인은 그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거다.

 

 인간이 불을 쓰게 된 게 꼭 프로메테우스의 은혜라고 볼 수는 없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도 않았고 역사적 서술과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에게 불을 전해 준 사람으로 흔히 프로메테우스를 예로 드는 정도라면, 그리스 로마 신화가 우리 생활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3권뿐 아니라 전권을 꼭 다 읽어 보아야겠다. 신화 속의 열두 신이 가진 특징을 제법 잘 파악하고 있다는 알량한 우월감은, 이 책을 읽으면서 와장창 깨졌다. 티끌만큼 알고 있으면서 전체를 다 훑은 척 했었던 것 같아 낯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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