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제목 : 페미니즘의 도전
누군가 우리 둘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저 여자들 진짜 열폭 쩌네 막말 작렬 헐.. 이런 반응을 보였겠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둘만 얘기하고 있던 그 상황에도 꼼꼼히 자기검열을 하고 있었을까? 이건 내 천성인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학습한 결과일까.
불만과 분노가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저자 정희진이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막힌 속을 뻥 뚫리게 하는 필력을 보여주어 덩달아 기분이 좀 나아졌다. 어쩐지 위로받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은 여성들이 보는 것도 좋지만(특히 자기 정체성을 깨닫지 못하는 여성 마초들에게 적격) 남성들에게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막상 이 책을 권했을 때 끝까지 읽는 시늉이라도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헤아려봤더니 0에 수렴했다. 비극적이었다. 변화는 짧은 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텐데. 페미니즘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고, 왜 필요한지 필요성도 못 느끼며 '그냥 살던 대로 편히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은 얼마나 암담한가. 속에 있는 말을 다 끄집어냈는데도 시원하지 않았다. 답답했다.
무언가를 알려고 하지 않는 그 자세부터가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머릿속에 맴맴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