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 - 출간 50주년 기념판
에리히 프롬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 에리히 프롬의 책이었다. 문자 메시지를 받았을 땐 바로 답장하지 마라, 데이트 약속 두 번은 거절하라, 때로 빈틈을 보여야 한다 등의 시시껄렁한 얘기가 적혀 있을 것 같은 제목인데 말이다.

 

2. 번역이 참 좋았다. 에리히 프롬이라는 거리감 느껴지는 유명 심리학자가 아니라 옮긴이 황문수가 쓴 글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외국 서적이 한 해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번역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한다. 좋은 번역가는 독자와 원 저작자 모두를 만족시킨다.

 

3.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이 '좋은' 사랑일까? 혹은 내가 지금 '잘'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어느 부분이 중요해, 작가의 생각은 이렇구나, 하는 걸 하나하나 알기 보다는- 나의 사랑과 사랑관에 대해 돌아보는 활동이 훨씬 더 중요했다. 독서토론에서 허물없이 나눈 이야기는 그래서 소중했다. 그런데 내 사랑은 아직 바람직한 모습이 아닌 것 같았다. 책 내용과 비교해서는.

 

4.  출간 50주년 기념판으로 2006년에 이 책이 나왔다. 전반적인 내용을 훑었을 때 에리히 프롬이 얼마나 뛰어난 통찰력과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지녔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동성애 언급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해결되지 않는 분리는 곧 고통을 가져올 뿐이라고 했던.

 

5. 사랑받을 만해서 사랑받는 경우, 언제나 의심이 남는다- 고 했다. 이 말이 너무 와닿아서 공감됐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 많은 자격과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좋은 것이라는데- 나는 아직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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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님 2012-02-1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랑해드립니다 1544 5454 ㅋㅋ 나 이상한사람 아님 ㅋㅋ -고선영
 
아이콘 -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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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중권이 가장 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책을 소화하고 흡수해서 유감이다. 생각을 넓히고 글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여러 가지의 '개념'을 설명했지만, 어찌 그 안에 진중권의 목소리와 생각이 들어가 있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는 새로운 지식을 물어다 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지만, 나는 물어온 그 지식을 꼭꼭 씹으면 혹여 손상될까봐 있는 그대로 꿀꺽 삼킨 느낌이었다. 비판적 수용이 가능할 만큼 여물지 못한 까닭이다. 때때로 조바심이 나고 불안해졌다. 이렇게 다 맞다 맞다 하고 읽으면 안 되는데, 저자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데, 하고. 어떤 대상에 대한 지나친 열광과 팬덤의 광기를 혐오하는 그인데, 참 싫어할 만한 짓을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새 모이만큼 작았기 때문이었지만 변명의 여지는 없다.

 

2. 그래서 이 책은 적어도 3번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장을 모두 넘겼지만 이 책 속의 말들이 내 것이 되지는 못했다. 어려운 책이라서 시간을 들여 천천히, 되짚으면서 읽는다고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만큼 철학적 용어는 난해했다. 그나마 몇몇 개 알아들은 것은 내게도 친숙한 예를 동반했을 때였다.'그 이름을 망령되이 일컬으면 안 되는 어느 영화'나 배트맨에 나오는 조커, 허경영, 이정희, 유시민 등의 낯익은 소재가 나왔을 때 비로소 안심하고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3. 책은 왜 읽는 것일까? 결국 내가 필요한 것, 혹은 내게 필요한 것, 알아야 할 것 등을 그저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읽는 게 아닐까? 책을 이해하고 뜯어본 후 내 것으로 만든 다음에야 책읽기가 완성된다. '내 것으로 만들기'는 쳐낼 것은 쳐내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하는 단순한 차원에서부터, 저자의 생각에 맞서서 내 생각을 키워보는 것까지를 포괄한다. 어렵지 않은 시중의 책은 1번의 묵독 혹은 정독으로 그 작업이 가능하지만, 완전히 생소한 이야기를 다룬 책은 3번은 읽어야 한다는 새삼스런 깨달음을 얻었다.

 

4. 철학책이 그만큼 어렵다는 걸 강조하려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지난 번 『페미니즘의 도전』에 나와 있듯 어려움과 재미는 연속선상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쉽게 어려운 개념을 얻고 싶었던 욕심 때문에 책읽기를 그르친 것을 반성하기 위함이다. 우리 사회에 파타피직스, 범주 오류, 앵프라맹스, 시뮬라크르, 푼크툼 등 상당히 낯선 개념들을 가지고 한 권의 온전한 책을 만드는 대중저술가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본인의 전공 분야가 아닌 다른 무수한 주제를 가지고 전방위 글쓰기를 하는 진중권은, 독자 입장에서도 글을 쓰는 한 사람으로서도 대단한 인물인 것 같다. 가치관 측면이나 글쓰기 부분에서 꼭 닮고 싶은 사람이다.

 

5. 적어도 3번은 읽어야 한다고 호언했으니 1번 묵독 후 마지막 1번은 개념 정리하는 데 쓸 것이다. 그리고 그 개념을 적용할 만한 사례와 함께 정리해보려고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런 쉬운 속담을 내가 맞게 알고 있는지 확인하려 잠시 네이트에 다녀왔다. 헐.......)라는데, 서 말의 구슬을 준비해줬으니 어서 꿰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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