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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이 몰릴 때

 

- 꼭 한가할 땐 웹툰 보면서 낄낄거려도 될 만큼 한가하다가 이용자들이 몰릴 때 한번에 몰린다. 데스크가 2개나 있는 대출 같은 경우 3~4명 이상 줄지어 있는 게 흔치 않은 일인데 가끔 대여섯명씩 줄서기도 한다. 거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을 연달아 해야 하면 더 곤란하다. 외국인 이용자 + 희망도서(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 서가에 없는 도서 신청 + 전화까지 오면......! 외국인 이용자는 레퍼런스 데스크로, 희망도서는 평소보다 더 빨리 처리하고, 서가에 없는 도서 신청은 반납 등 다른 데스크로 옮기고 전화는 급한 거 아니면 이따 걸어달라고 하면 해결이 된다. 근데 저렇게까지 몰려본 적은 없는 듯. 한창 상호대차 책 찾고 있는데 전화 와서 받아 본 적은 있다. 그때도 줄이 꽤 길었다.

 

 

2. 딴짓하다 걸렸을 때

 

- 도서관에 매 시간 사람이 붐비고 내가 늘 할 일이 있는 건 아니다. 개인 PC까지 딸려 있는 책상에 앉아 있으니 자연히 웹서핑을 하게 마련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 볼 일 보다가 용무 있는 분들 용무를 봐 드린다는 게 정확하다. 근데 가끔 내가 보던 웹사이트 화면이 이용자에게 공개될 때가 있다. 동시작업하다가 대출 업무를 하게 돼서 다른 창들을 숨겨 놨는데, 갑자기 팝업이 '뾱!' 하고 뜨는 거다. 아마 어떤 분은 내가 무슨 은행을 쓰는지도 알 거고, 웹서핑하면 어딜 들어가는지 알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내 불찰이기도 하므로 딴짓 '발각' 회수를 줄이는 게 맞다. 그래봤자 도서관에서 알바할 날이 얼마 안 남았구나.

 

 

3. 말이 잘 안 통하는 외국인이 왔을 때

 

- 거기다 해결해 줄 수호천사가 없을 때! 그럼 도리 없이 내가 상대해야 한다. 우리말도 때론 못 알아듣는 내가 ㅠㅠ 그나마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면 바디랭귀지든 단어 나열이든 어떻게 해서 간단한 문제는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출이냐 반납이냐 묻는 것도 예의는 하나도 안 갖춘 채 'borrowing? return?' 이것만 물어도 된다. 근데 신간 도서를 찾는 외국인이 온다거나 하면 멘 tothe 붕인 거다. 예전엔 어학원 소속인 일본분한테 전화할 일이 생겼는데 한국어도 영어도 전혀 못 알아들어서 20분 정도 통화한 적이 있다. 어차피 못 알아들어서 그냥 끊었지만. 나중에 전화 끊고 나니 온몸에 식은땀이 흘러 있었다. 휴. 도서관에서 알바로 지낼 때조차도 외국어 능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자주 깨닫는다. 영어 하나만 잘해도 정말 편할 텐데. 일을 이렇게 만든 건 나니까... 노력해야지ㅠㅠ 이것뿐 아니라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책을 다루기 때문에 한자, 일본어, 영어를 잘 읽고 해석하면 책 찾기도 편하다.

 

 

4. 뭐 먹는 도중에 누가 왔을 때

 

- 전화 정도야 가볍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용자가 대출이나 질문 때문에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도서관 내에서 음식을 먹으면 안 되긴 하지만, 오후든 야간이든 식사시간이 애매해 주로 도서관 안에서 조용히 점심, 저녁을 해결한다. 아까도 만두를 입에 넣고 5초도 지나지 않아 어떤 분이 다가오셔서 진땀 뺐다. 볼 한쪽이 통통한 상태로 업무를 보니 가끔은 풋-하고 웃는 분도 있었다. 제때 밥을 챙겨먹지 못한 죄도 있지만 이건 좀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한다. 아.. 찐만두 6개로는 배가 안 찬다.

 

 

 

 도서관 일기를 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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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2일에 도서관에선 좀 닥쳐요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글에서 문제가 됐던 인물은 다음날인가 그 다음날에도 3층 로비를 활보하며 신나게 떠들어댔다. 어쩜 그렇게 공사가 다망하셔서 전화가 그리 자주 걸려 오는지! 물론 남의 눈치 따위는 보지 않는 패기가 인상적이었다. 개강하고 나서는 이용자들 수가 늘어나서 조금 시끄럽고 복작거리는 건 있어도, 아직까지 그런 예의없는 전화통화로 주변을 짜증나게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아마 사람들이 가장 몰리는 오후 시간에서 다소 한가한 야간 알바로 시간대를 바꿔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도서관에서는 조금만 조용히 해 주세요'(물론 속으로는 좀더 격한 표현^^) 하고 말할 만한 사람이 두어 명 있었다. 열람실 내려가는 곳 앞에서 그런 시끄러운 인간들이 종종 출몰하는데, 자기가 도서관의 정숙한 분위기를 흐린다는 생각을 1g도 안 한다는 게 유일한 공통점이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상당히 뻔뻔해서 조금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하듯 요청해도 기분 상해하며 '무슨 상관?'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점. 대~단한 패기 나셨다 그죠? 출입구 쪽에서 자기 통화 내용을 온 세상에 광고하는 어떤 이용자도 있었다. 그래도 그분은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니 재빨리 나가서 통화를 하셨다. 하기야 이게 정상인데, 그동안 내가 이상한 사람들만 주로 만났나 보다.

 

 아까는 드물게 꼬마손님 한 명이 도서관에 왔다. 대학원생인 아빠를 따라 놀러온 것 같았는데 아빠 품에 안겨온 귀여운 꼬마숙녀였다. 들어올 때부터 조용했는데 혹시라도 목소리를 크게 낼까봐 아빠가 주의를 시켰다. 이름이 만약 윤아라면 '윤아야, 여기서는 조용히 해야 하는 거야~' 라고 속삭였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도 속삭이며 말했다. '아빠 여긴 뭐하는 데야?' 라고 말하는 것만 들었는데 귀여운 꼬마가 참 의젓해 보였다.

 

 도서관 에티켓을 잘 지키는 꼬마를 보니 문득  그간 도서관에서 언성을 높였던 어른들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평범한 진리를 또 느꼈다. 성숙한 행동과 나이는 아무 상관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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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학교 도서관에 기부한 금액을 모두 더해 보았다. 2007년 새내기였을 때부터 2011년 말까지 금액을 합산한 것이다. 고마운 엑셀이 빠르게 답을 내 주었다. 49700원. 지난번에 홈페이지 화면을 보고 눈으로 암산했던 것보다는 조금 덜 나왔다. 한 5만원 조금 더 냈구나, 싶었는데 다행히(?) 5만원 안쪽이었다.

 

 도서관만 5년째 이용하는 오래된 대학생이어도 밀릴 책은 꼭 밀린다. 대출 기한 연장해도 기어코 돈을 낸 책들이 있다. 지금은 3일(1일에 100원임)까지 연체료를 받지 않아 2012년부터는 기록이 없는 것 같다. 이미 낼 만큼 냈기 때문에 뒤늦게 돈이 아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49700원이면 못해도 책 3~4권은 살 수 있고, 특히 요즘 탐내는 중고 만화책들을 한무더기는 살 수 있는 돈이다. 연체료를 안 낸지 6개월이 넘다 보니(실은 2011년에도 3번밖에 안 냈으니 거의 1년 반 정도는 연체료와 무관한 삶을 살았다) 잊고 있었다. 이렇게 큰 돈(!)을 기부했었는지.

 

 알바비가 안 나와서 단돈 천원도 아쉬운 이때, 내 잘못으로 연체료를 5만원 가까이 낸 걸 상기하니 아깝기 그지없다. 한심하다. 그동안 연체를 하며 얼굴도 모르는 예비 대출자들을 얼마나 애먹였을까. 졸업하기 전까지는 연체 안 되도록 더 신경써야겠다. 그래봤자 한 학기밖에 안 남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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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도 4년제 명문대학교인데 이용자들이 개념없는 짓하면 얼마나 하겠어, 싶지만 전혀 아니다. 스카이 포카가 문제냐. 높은 학교의 명예와 그 구성원의 행실은 아무 관련 없다. 특히나 도서관에 무지막지한 사람들이 몰리는 시험기간에 그걸 체감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막' 행동할 수 있는지를 똑똑히 목격하게 된다.

 

 방금 전에도 핸드폰을 들고 이어폰을 통해 통화하는 작자를 봤다. 우리 대출대까지 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니, 얼마나 크게 얘기했는지까지 굳이 설명하지는 않겠다. 차라리 핸드폰에 직접 대고 통화를 했으면 주변 소리도 들리니 분위기 파악을 조금 잘했을지도. 근데 이어폰으로 주변 소리를 차단하고 상대방의 목소리만 들으니, 자기도 모르는 새 목소리가 커지는 거다. 그래도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정숙'을 요하는 곳인데, 그럴 의도가 없었을지언정 남에게 피해는 주면 안 되는 것 아닐까? 3층 중앙로비는 출구와 그리 멀지 않으니 긴 통화를 하려면 잠시 바깥바람 쐬러 나갈 수도 있고, 굳이 실내에서 통화를 하겠다면 조금 소곤소곤 이야기해도 될 텐데.

 

 그 작자의 시끄럽고 다소 길었던 통화가 한켠에서 계속됐을 때, 어떤 여학생 분도 통화를 하느라 중앙 로비로 나왔다. 그분은 혹시나 큰소리를 내지 않을까 조심조심 이야기를 했고 목소리도 훨씬 작았다. 입 쪽을 손으로 가려서 그런지 통화내용이 공개될래야 될 수가 없었다. 아주 사소한 부분이지만 찰나의 순간에 사람에 대한 인식이 확 갈린다.

 

 통화도 일종의 사생활인데 그걸 남에게 고래고래 외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비단 도서관뿐 아니라 대중교통이나 모든 공공장소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느라 고요한 도서관에서 매너모드조차 하지 않아, 본인 벨소리를 남에게 다 광고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안 된다. 모두가 할 일에 집중해 있는 열람실에서 그럴 경우, 교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으로 기억된다. 아주 순식간에. 뿐이랴. 시험기간에 쪽잠 자다가도 무조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남들을 하나도 배려하지 않고 모닝콜을 3번 연속 울림으로 해 놓는 인간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이기적인 동물이구나, 하면서 회의에 빠진다.

 

 도서관은 책과 책을 읽는 사람만으로 이미 충만한 공간이다. 거기에 다른 잡음이 끼어들 틈도, 필요도 없다. 그러니 도서관에선 시끄럽게 하지 말고 좀 닥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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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책들 - 예약도서 노출빈도에 근거하여

 

 

 

1. 1위는 단연 『사랑의 기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들은 베스트셀러이면서 스테디셀러인 것 같다. 정이현도 독자층이 확고한 편이긴 하지만, 대출 쪽에서 1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해 본 결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기에는 아직 못 미치는 듯하다. 최근까지 『상상력 사전』과 『웃음』이 목록에 있었고 『웃음』의 경우 최근까지 예약도서로 걸려 있는 걸 봤다. 소설, 특히 외국소설을 잘 읽지 않아 잘 모르고 있었는데 꽤 자주 봤던 『카산드라의 거울』이나 『파피용』도 베르베르의 작품이었다니 검색하다 이제 알게 되었다. 매우 부지런히 작품을 쓰는 그의 책 대부분이 어디서 한번쯤은 보거나 들어봤던 것이어서 신기하다. 『나무』와 『타나토노트』만 읽었지만 그의 작품은 꽤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본국보다 한국에서 사랑받는다는 특징이 강점이면서 약점일 수 있겠지만, 그것이 베르베르의 작품을 폄하할 이유는 못 되는 것 같다.

 

 

2. 여름 휴가 기간이니만큼 여행책들도 늘 예약도서 목록에 올라있다. 가장 많이 본 것은 '내일로' 기차여행을 소재로 한 책들. 예전에는 대표적인 책이 한두 권 정도뿐이었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출판계의 발빠른 대처(?)로 여러 가지 종류의 책이 나왔다. 또 유명한 여행책 시리즈인 『저스트고』나 『100배 즐기기』 , 『프렌즈』시리즈 등 여행전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 인기다. 개인적으로 『이지』시리즈가 좋았다. 지도 보기도 편했고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세련되게 편집된 느낌이었다. 방학 초반에는 유럽 쪽 책이 많았고 요즘은 태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쪽 책이 많다.

 

 

3. 베르나르 베르베르만큼 한국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외국 작가가 있다면 아마 기욤 뮈소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예약도서 북트럭에도 있는 『종이여자』는 꽤 오랜 시간 목록에서 보았다. 이외에도 『당신 없는 나는?』, 『천사의 부름』,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의 책도 읽어보진 못했으나 상당히 낯익은 책이다. 접해보지 못해서 뭐라 덧붙일 수가 없겠다.

 

 

4. 하반기 공채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서일까. 자기소개서, 면접 관련 책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어떤 특정 책이 눈에 띈다기보다는 제목에 '취업', '면접', '자기소개서' 등이 들어간 책들이 고르게 예약도서 목록 안에 있다. 이런 책을 별로 안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보니 나도 종종 본다. 의외로 기대 이상이었던 책들도 있다. 모두에게 행운이 있길!

 

 

5.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생각에 관한 생각』,『7년의 밤』, 『위키드』, 『1Q84』 등이 꾸준히 독자들이 찾는 책이다. 참고로 『안철수의 생각』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미 수많은 예약자를 만들었다. 하루에 5시간 정도 근무하는데도 실물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 근무하는 도서관 내 기준이니 절대적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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