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거이야기 - 1948 제헌선거에서 2007 대선까지
서중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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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50년대의 우리나라 국민들은 참 영민하고 지혜로웠다. 2010년대의 우리나라 국민들이 멍청하고 지혜롭지 못하단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때 사람들은 적어도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던 이들을 진심으로 존경했고, 일본의 앞잡이 역할을 했던 사람을 질색했다. 똑똑한 줄 아는 권력자가 뒤에서 별의별 수를 쓰고 있어도, 사실은 다들 알고 있었다. 어떤 것이 맞고 옳은 길인지를.

 

2. 2010년대에 이승만, 박정희가 없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거에 나온 사람들의 질이 높아진 것만도 아니다. 그 시절에는 조봉암도 있었고 장준하도 있었다. 너무 동떨어진 위인들이라고? 정치판에 오래 몸을 담궈서 신선미가 떨어진지 한참 됐다 뿐이지, 김영삼도 당시에는 주목받는 재기발랄한 정치인이었다. 오히려 지금이 정치판으로 향하는 더 많은 길이 열린 듯한데도, 참신한 인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비극이다.

 

3. 1950년대에서 1960년대로 넘어갈 때, 이승만이 권력을 쥐고 있지 않았다면 한국 정치의 판도는 지금과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양당이 모두 보수당으로 몸집을 불려가지 않았다면, 아마 내가 겪었을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는 달랐을까? 1950년대에 진보당이 여당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가졌다는 건 꿈 같은 일로만 느껴진다. 얼마 전 치렀던 국회의원 선거에서 진보신당은 3%를 얻지 못해 해산되었고, 통합진보당도 야권연대를 통해 열 몇 석의 자리를 겨우 차지했는데.

 

4. 내가 알 만한 이야기는 박정희 때부터겠군, 하고 지레짐작했던 건 착각이었다. 이걸 보면 저절로 외치게 된다. 이승만 개객끼. 왜 공영방송 KBS에서 이승만 다큐가 방영되면 안 되는지 똑똑히 알았다.

 

5. 권력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나도 권력을 한 번 잡게 되면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게 되려나. 컴퓨터를 향한 무한애정처럼. 그러나 잦은 웹서핑으로 해치는 건 내 삶의 치열함일 테지만, 그들이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고 저지른 일들은 너무나 큰 희생을 불러왔다. 적어도 남에게 폐는 끼치지 않고 살아야지. 폐로 치면 서로 甲을 다툴 인간들이 정치판에만도 잔뜩이다.

 

6. 삼성은 그때도 똑같았다. 한국비료가 삼성 쪽이었구나. 실망스러운 맘조차 안 들었다. 역시나.

 

7. 선거에서 승리하는 경험은 중요하다. 지지하는 사람, 정당에 따라 누군가에겐 쓰디쓴 패배가 되겠지만. 젊은 세대가 꼬박꼬박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한 표 가치가 너무나 미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미약이 아니라 아예 아무 힘도 쓰지 못한다고 믿으니까(실제로도 어느 정도는 그렇고) 굳이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20대인 우리는 그래봤자 10번의 선거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나마 이번 정국이 워낙 특이해 이런 저런 투표를 많이 하게 된 거다. 애초에 선거 참여 기회가 훨씬 적었는데, 두세 번 시도하다 안 된다고 좌절하는 건 너무 이른 선택이 아닐까. 특히나 지금 패권을 잡고 있는 세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판도가 영화처럼 한번에 바뀔 거라고 기대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듯하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다. 작은 승리의 경험이라도, 선거 참여 의욕을 돋운다. 내 한 표가 가치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해봐야 안다. 선거에 참여하는 짜릿함을. 좌절해봐야 소용없다. 그렇다고 누가 나서서 내 삶을, 내 미래를 챙겨주지 않는다. 내가 야물딱지게 알아서 잘해야 한다. 정치와 이어지지 않는 일상은 거의 없다. 그 중요한 선택을 하도록 왜 남들에게만 맡겨둘까. 정치에 환멸을 느껴서 무관심하게 되는 것. 그게 못된 정치인들이 바라는 모습이다. 왜 그들에게 놀아나나.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해도 모자랄 판에. 신경을 안 쓰니까 이상한 법안도 제멋대로 통과시키고 너희들을 따라오라며 윽박지르는 것 아닌가. 머슴들을 잘 뽑아야 한다. 자칫하면 내가 머슴이 된다.

 

8. 다음 선거에서는 진보신당이 해산되지 않기를..

 

9. 조만간 이 책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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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tetic 2012-06-23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찬찬히 블로그를 둘러보다가 문득 이 포스팅의 8번에서 멈춰서게 되네요...
기독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과 경쟁해야 했던 지난 4.11 총선이 생각나서 일까요... 2%에도 못 미쳤던 지지율...
여담이지만 <건축학 개론> 감상평 정말 재밌게 보고 간답니다.~~~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신걸요? 조만간 <씨네21> 지면에서 뵐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정론지 기자가 꿈이시라면 저도 어쭙잖지만, 리영희, 송건호 선생의 저작들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좋은 책들 소개 많이 해주셔요~ 저도 따라 읽게요~~~

들꽃 2012-06-30 23:28   좋아요 0 | URL
아! 이 댓글 보고 의기소침해져있던 제가 기운을 차렸던 기억이 나요ㅠㅠ 사실 같이 글을 썼던 분들께서도 저한테 글을 잘 쓴다고 칭찬해준 적이 몇 번 있지만, 확실히 논리적이거나 그런 부분은 모자람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건축학 개론 리뷰도 공들여서 쓰긴 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글을 잘 쓰지는 못해서 조금 아쉬웠었어요. 하지만 격려어린 말씀 덕분에 뿌듯해졌어요 ㅋㅋ 리영희 선생님 글 읽어보려고 했는데 게을러서ㅠㅠ 이번 방학에는 읽기 쓰기에 전념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