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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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봐선 정말 유익하고 재미있기까지 한 책인 것 같았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조금 실망스러웠다. 지금 떠오르는 건 밀양 하나밖에 없고 그마저도 어떤 심리학적 상태와 결부되어 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이건 책의 문제라기보다 내 비루한 기억력의 문제일 것이다. 이런 종류의 책이 한 두 권도 아니었고 히트친 게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냉정하게 평가하면 독자(그냥 나로 해 두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정혜신이나 김혜남이 왜 이런 분야에서 이름값이 높은지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은 같은 주제로 써도 독자의 귀를 더 열리게 하고 눈을 번쩍 뜨이게 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되새길 만한 명언들과 볼 만한 영화 몇 편을 건진 게 수확의 전부다.

 

 

지금 나와 다른 내가 되고 싶다면, 지금의 나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 에릭 호퍼

다른 사람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 카를 구스타프 융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일을 변화시켜야 하는 것은 바로 당신이다. - 앤디 워홀

성장은 뜻밖의 어둠 속에서 도약할 때 이루어진다. - 헨리 밀러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붕대 클럽>, <여자, 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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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구애 - 2011년 제4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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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제작이 「저녁의 구애」였고, 「토끼의 묘」와 「동일한 점심」까지 읽었다.  소설을 많이 읽진 않지만 한 번 몰입해서 읽으면 후딱 해치워버리는 게 생각나서 가볍게 읽을 생각이었다. 또 제목의 뜻이 궁금했다. '저녁의 구애'. 저녁식사가 나에게 구애를 한다는 건 아닐 테고, 저녁 때의 구애를 말하는 건가, 여하간 흔한 제목은 아니었고 편혜영이라는 작가도 신문 귀퉁이에서 발견했던 기억이 나서 보았다.

 

 토끼라는 말에 좀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라 상당히 집중해서 읽었는데 의외로 무척 싱거웠다. 사실 이 책을 읽다 포기한 것도 뭘 말하고 싶은지 파악하기 힘들고, 글이 밍밍하다 못해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동일한 점심」도 마찬가지였다. 등장인물들이 매일 겪는 대수롭지 않은 일상의 면면을 자세히 묘사하긴 했지만 그 자체는 무감동했다. 그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공감이 가거나 흥미로운 것도 아니고. 내가 일본 소설을 안 좋아하는 게, 풀어 써봐야 그다지 의미도 없을 만한 것들을 길게 늘어뜨려 지나치게 세세하게 묘사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인데 이 소설도 그런 류에 해당했다. 그런 재미없는 글자 나열을 보기 위해 소설책을 펴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만 이 소설집을 재미없게 읽었나, 내 취향이 이상한가 싶어서 알라딘 책 소개를 참고하니 지루했던 「토끼의 묘」도 상을 받은 작품이었고 평점도 8.6점으로 높았다. 현대인들의 '진짜' 공포는 영화 속에서처럼 위험하거나 급박한 상황이나 비상식적인 두려움이 아니라, 늘 이어지는 별 거 아닌 듯한 일상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했다. 이를테면「동일한 점심」에서 아침 시간에 벌어진 기차역 사고를 다루는데, 그때에도 사람들이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내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드러내려는 건가.

 

 어쩌면 너무 무미건조해서 이렇다 저렇다 소감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팍팍한 게 현대인의 삶인지 모른다. 작가는 글로 현실을 담아내는 사람이니 따지고 보면 억울할 만하다. 체감하는 현실이 이런데, 그래서 그 느낀 바를 쓴 건데 한 소리 들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을 소재로 책을 쓴다고 해도 독자들이 기대하는 만족도를 어느 정도는 채워줘야, 대중소설로 제 몫을 다한 거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빌린 걸 후회한 책이었다. 그래도 이왕 빌린 책이니 꾸역꾸역 다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그냥 덮었다. 편혜영 소설은 처음이었는데 첫 만남부터 유쾌하지 않아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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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잘 쓰는 법 - 잘나가는 신입사원 20명이 공개하는, KI신서 1451
이현택 지음, 남기웅 감수 / 21세기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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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다 못 읽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1. 읽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상황 때문에 못 읽은 경우

 2. 텍스트 해석 능력이 현저히 부족해 뭔 말인지 모를 경우

 3. 재미가 없을 경우(=기대한 효용을 못 얻은 경우)

 

 

 이 책은 3번째였다. 특강도 두 번이나 들어본 적 있는 자소서 컨설팅 면에서는 꽤 알아주는 분이 자소서를 모아 만든 책인데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잘나가는 신입사원들이 이런 자소서로 합격했다고 하는데, 그럼 나 따위의 자소서는 얼마나 따분하게 느껴졌을까. 자기 인생의 여러 가지 일들을 에피소드화하는 것도 어렵고, 그 에피소드가 남의 눈에 들기도 참 어려운 건데 말이다.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흔치 않았고 개중에 흥미로운 것도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시간을 더 들여 완독하려고 하지 않았던 이유는 뭐였을까. 한 사람의 인생을 지나치게 각색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불편했던 것 같다. 냉정히 말해서 내가 얼마나 경쟁력 있는 상품인지를 소개하는 글이 자소서라는 건 안다. 그래서 적절한 형태와 규격을 맞춰야 하는 것도 잘 안다. 근데 지나치게 말끔하게 정리된 모습이 더 어색하고 불편했다. 인생에 흠집도 있는 거고 심하게 까진 부분도 있는 건데, 마치 분장을 위해 그럴싸하게 만든 상처를 보는 것 같은..?

 

 인간 하나를 소개하는 건데 인간미를 느낄 수 없다니, 더 이상 내가 이 책을 더 보고 있을 이유가 있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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