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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ㅣ 펭귄클래식 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마이클 헐스 작품해설, 김재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 다 읽은 날짜 : 5월 6일 일요일
베르테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이 정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을까. 냉정하게 보면 그를 파멸로 이끈 원인은 그의 충만한 감수성과 변덕스러운 기분이었을는지도 모른다.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설정은 또 얼마나 진부한가. 우리가 보고 있는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베르테르는 로테를 보자마자 강렬한 사랑을 느낀다. 첫눈에 누굴 보고 반해버린 적이 없어서인지, 100% 공감은 하지 못했다. 누군가 외모가 내 취향이어서, 나와 비슷한 것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말투가 좋아서, 목소리가 매력적이어서 가벼운 '호감' 정도는 생길 수 있지만, '오오, 드디어 내 운명의 짝을 찾았구나! 그는 나의 운명이야, 나 역시 그의 운명이고!' 이 정도로 가진 않기 때문이다.
베르테르의 사랑은 확실히 지나치게 뜨거운 불덩이였다. 또, 이미 약혼자가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어쩜 이렇게 고난은 세트로 밀려온단 말인가. 베르테르는 왜 하필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사람이었나. 그래도 베르테르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다 자살을 했으리라고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베르테르도 마음만 달리 먹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 모른다. 자신의 괴로운 사랑 이야기를 꼬박꼬박 들어주는 빌헬름이란 친구의 조언을 듣고, 가슴아픈 사랑을 포기한 후 재기를 위해 끈덕지게 노력할 수 있었다. 그를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도 있었으니 로테와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새 생활을 시작했을 수도 있었다. 로테를 닮았다는 B양과 사귀며 다른 국면을 맞이했을 수도 있다. 결국 모자란 독자는, 로테를 향한 마음이 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단히 귀중한 것이었구나- 하고 말 뿐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비참해지는 기분이란 어떤 걸까. 짧게나마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을 때 나도 그랬다. 몸을 누여 잠을 잘 적이 가장 행복했고 또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끔찍했다. 그래봤자 나는 변함없이 형편없는 인간일 텐데, 내 엿 같은 인생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을 텐데- 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걸 극복해 냈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기분이 엉망진창이어도, 영영 이어지리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지만, 결국에 이 모두 지나가는 일이리- 하고 여겼던 까닭이다. 안타깝게도 베르테르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희망과 기쁨이 다시 찾아오지 않으리란 예감이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모든 사랑은 존중받을 수 있을까? 자살은 존중받을 수 있을까? 책을 덮고 나서 떠오르는 두 가지 의문에 여전히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사실 정답이 없다고 믿고 있다. 어떤 입장이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니까. 상황과 입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인간의 삶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