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싸운다, 캡틴 허니 번 안전가옥 쇼-트 6
김여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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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저히 못 알아들을 수 없게끔, 쉽고 직관적으로 쓴 페미니즘 소설. 핀업걸 정도의 위치로 소비되는 ‘여자 히어로‘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들과 가까워지면서 본인의 오만함이나 무신경함을 돌아보는, 끝내 아버지의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 허니 번은 영락없는 ‘성장캐‘고.


그니까 왜 '세상을 구하는' 영웅까지도 '여자'라는 이유로 다이어트를 해야 하냐고. 영웅의 활약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는 찌끄레기들의 한심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여자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자기가 볼 때 만족스러운 눈요깃거리로 여기기 때문이다. 거울이 없는지 시력이 형편없는지 자기 상태는 모르고 특히 '여자만' 골라서 외모 품평하는 남자들은 숱하게 봤기 때문에 과장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딸한테 거짓말까지 하면서 과거를 숨기고, 역겨운 거룩함을 뽐내는 캡틴협회 회장의 존재도 실제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부류라서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여자 등 처먹으려고 범죄도 마다 않고 거기서 발생한 부로 호의호식하고 뭘 잘못했는지 모르거나 모르는 척 시침떼는 꼴은 현실에서도 너무 많이 봤다.


그다음 얘기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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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펭귄클래식 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마이클 헐스 작품해설, 김재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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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읽은 날짜 : 5월 6일 일요일

 

 

 

 베르테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이 정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을까. 냉정하게 보면 그를 파멸로 이끈 원인은 그의 충만한 감수성과 변덕스러운 기분이었을는지도 모른다.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설정은 또 얼마나 진부한가. 우리가 보고 있는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베르테르는 로테를 보자마자 강렬한 사랑을 느낀다. 첫눈에 누굴 보고 반해버린 적이 없어서인지, 100% 공감은 하지 못했다. 누군가 외모가 내 취향이어서, 나와 비슷한 것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말투가 좋아서, 목소리가 매력적이어서 가벼운 '호감' 정도는 생길 수 있지만, '오오, 드디어 내 운명의 짝을 찾았구나! 그는 나의 운명이야, 나 역시 그의 운명이고!' 이 정도로 가진 않기 때문이다.

 

 베르테르의 사랑은 확실히 지나치게 뜨거운 불덩이였다. 또, 이미 약혼자가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어쩜 이렇게 고난은 세트로 밀려온단 말인가. 베르테르는 왜 하필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사람이었나. 그래도 베르테르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다 자살을 했으리라고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베르테르도 마음만 달리 먹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 모른다. 자신의 괴로운 사랑 이야기를 꼬박꼬박 들어주는 빌헬름이란 친구의 조언을 듣고, 가슴아픈 사랑을 포기한 후 재기를 위해 끈덕지게 노력할 수 있었다. 그를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도 있었으니 로테와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새 생활을 시작했을 수도 있었다. 로테를 닮았다는 B양과 사귀며 다른 국면을 맞이했을 수도 있다. 결국 모자란 독자는, 로테를 향한 마음이 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단히 귀중한 것이었구나- 하고 말 뿐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비참해지는 기분이란 어떤 걸까. 짧게나마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을 때 나도 그랬다. 몸을 누여 잠을 잘 적이 가장 행복했고 또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끔찍했다. 그래봤자 나는 변함없이 형편없는 인간일 텐데, 내 엿 같은 인생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을 텐데- 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걸 극복해 냈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기분이 엉망진창이어도, 영영 이어지리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지만, 결국에 이 모두 지나가는 일이리- 하고 여겼던 까닭이다. 안타깝게도 베르테르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희망과 기쁨이 다시 찾아오지 않으리란 예감이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모든 사랑은 존중받을 수 있을까? 자살은 존중받을 수 있을까? 책을 덮고 나서 떠오르는 두 가지 의문에 여전히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사실 정답이 없다고 믿고 있다. 어떤 입장이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니까. 상황과 입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인간의 삶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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