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에 도서관에선 좀 닥쳐요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글에서 문제가 됐던 인물은 다음날인가 그 다음날에도 3층 로비를 활보하며 신나게 떠들어댔다. 어쩜 그렇게 공사가 다망하셔서 전화가 그리 자주 걸려 오는지! 물론 남의 눈치 따위는 보지 않는 패기가 인상적이었다. 개강하고 나서는 이용자들 수가 늘어나서 조금 시끄럽고 복작거리는 건 있어도, 아직까지 그런 예의없는 전화통화로 주변을 짜증나게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아마 사람들이 가장 몰리는 오후 시간에서 다소 한가한 야간 알바로 시간대를 바꿔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도서관에서는 조금만 조용히 해 주세요'(물론 속으로는 좀더 격한 표현^^) 하고 말할 만한 사람이 두어 명 있었다. 열람실 내려가는 곳 앞에서 그런 시끄러운 인간들이 종종 출몰하는데, 자기가 도서관의 정숙한 분위기를 흐린다는 생각을 1g도 안 한다는 게 유일한 공통점이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상당히 뻔뻔해서 조금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하듯 요청해도 기분 상해하며 '무슨 상관?'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점. 대~단한 패기 나셨다 그죠? 출입구 쪽에서 자기 통화 내용을 온 세상에 광고하는 어떤 이용자도 있었다. 그래도 그분은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니 재빨리 나가서 통화를 하셨다. 하기야 이게 정상인데, 그동안 내가 이상한 사람들만 주로 만났나 보다.

 

 아까는 드물게 꼬마손님 한 명이 도서관에 왔다. 대학원생인 아빠를 따라 놀러온 것 같았는데 아빠 품에 안겨온 귀여운 꼬마숙녀였다. 들어올 때부터 조용했는데 혹시라도 목소리를 크게 낼까봐 아빠가 주의를 시켰다. 이름이 만약 윤아라면 '윤아야, 여기서는 조용히 해야 하는 거야~' 라고 속삭였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도 속삭이며 말했다. '아빠 여긴 뭐하는 데야?' 라고 말하는 것만 들었는데 귀여운 꼬마가 참 의젓해 보였다.

 

 도서관 에티켓을 잘 지키는 꼬마를 보니 문득  그간 도서관에서 언성을 높였던 어른들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평범한 진리를 또 느꼈다. 성숙한 행동과 나이는 아무 상관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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