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곡미풍 -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위화 지음, 백도라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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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끈이 풀린 삶은 느슨함이 아니라 오히려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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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곡미풍 -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위화 지음, 백도라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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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신발 끈이 풀려져 있는 사람을 보게 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산란해진다. 사람이 단정하지 못하다는 안쓰러움, 잘못했다가는 금방이라도 신발 끈을 밟아 사고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래서 인지 신발 끈에 대한 미안함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위화의 『산곡미풍(山谷微風)』에는 풀려져 있는 신발 끈을 보고 전혀 다른 삶의 태도를 발견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에게 신발 끈이 풀린 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비밀의 정체는 삶의 긴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진심이었다.

 

삶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긴장과 이완이라는 감정은 웅덩이처럼 고여있지 않다. 긴장 때문에 두렵더라도 이완이라는 마음 때문에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렇기에 신발 끈을 묶지 않는다는 것은 삶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쓴다. 마치 신발 끈을 단단히 묶는 것처럼. 그러니 신발 끈을 풀고 산다는 것은 산전수전 겪은 사람이 고통에 맞서는 굉장히 개성적인 모습이다. 세상을 살면서 죽을 만큼 힘든 상황에서 신발 끈을 풀면서 사는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그래서 산곡미풍, 즉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라는 제목에는 단순한 의미만 담겨 있지 않다. 산들바람은 세익스피어의 표현대로 “바람처럼 자유롭게”와 다르지 않다. 자유롭게 부는 산들바람은 너무 갑작스럽거나 세차게 부는 바람이 아니다. 이러한 산들바람을 맞으면서 작가는 천당풍(穿堂風)을 느꼈다. 천당풍은 겸손하다. 동시에 기분 좋게 스쳐 가는 시원한 바람이다.

 


작가의 산문집을 읽고 있으면 우리 대부분이 잊으면서 지낸 과거의 시간을 좀 더 뚜렷하게 볼 수 있다. 과거의 자신과 만나는 우리는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고통이 위로이자 선물로 다가왔다. 가령, 그에게 베이징이 좋은 이유를 묻자 겨울날 집에 난방기가 있다는 대답을 한다. 예전의 우리도 그랬다.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때며 살았으니까. 오늘날 우리는 도시의 삶에 익숙해졌다. 도시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정확하다. 정확한 삶을 위해 우리에게 집이 필수품목이 되었다.

 

그런데 작가의 고백을 듣고 있으면 천당풍처럼 마음이 한결 겸손해진다. 비록 집이 없었지만 청춘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집이 있지만 청춘은 없다는 경험을 외면할 수 없다. 덕분에 우리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에서 풀려나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는 청춘이라는 시간이 많은 줄 알고 저 자신을 소모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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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고 말하기 -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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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통하는 존재며 감탄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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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고 말하기 -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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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인원이 언어를 배우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정답은 의사소통에 있다. 겉으로 보면 유인원도 의사소통을 한다. 하지만 인간과는 달리 신호와 몸짓에 가깝다. 이러한 차이는 인간 의사소통을 연구한 마이클 토마셀로에 따르면 ‘가리키기’에 있다. 유인원에게도 가리키기의 능력은 있으나 단순히 ‘명령적’이라는 사실. 이와 달리 인간의 가리키기는 ‘진술적’이며, 더 나아가 ‘정보 제공적’이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생득적이라 아니라 사회적이다.



우리 시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말하지 않고 말하기』에서 소통의 핵심으로 ‘상호주관성’을 말하고 있다. 소통이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라 관계이며 문화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말하지 않고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며 때로는 타인의 마음을 읽기도 한다.


우리가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의 기본 구조를 알아야 한다. 의사소통의 기본 구조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나와 너가 몸의 언어로 서로를 공유하는 이항적 구조다. 여기에는 터치, 눈맟춤, 정서조율, 순서 바꾸기가 있다. 다른 하나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넘어 외부에 존재하는 대상으로 향하는 ‘삼항적 구조’다. 여기에는 함께 보기, 관점 바꾸기가 있다.


그런데 21세기 디지털 문화는 소통이 단절된 사회다. 우리는 수십 초짜리 다양한 미디어를 클릭하면서 이른바 관심을 일방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이제 SNS에서 혐오와 분노는 일상화되었다. 더 큰 문제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이러한 관심에다 가격을 매긴다는 점이다. 가령, 노출 빈도뿐만 아니라 영상을 얼마나 오래 시청했는가도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저자는 소통이 단절된 ‘포식적 관객’를 고민하면서 진정한 소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삶의 목적에 있어 ‘감탄’이라는 키워드다. 우리는 소통하는 존재이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근접 영역 발달’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아이에게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거짓말쟁이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가 진짜로 거짓말쟁이는 아니다. 아이에게 어머니는 감탄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저자 말대로 우리는 감탄하고 감탄받기 위해 산다. 또한 감탄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느끼는 상호주관적 정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감탄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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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사전
이제야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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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등단한 이제야 시인의 산문집 『낭만 사전』을 열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전을 찾아보니 낭만은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 감성이라고 합니다. 시인이라 더욱 작가는 낭만에 대한 부지런한 생각을 합니다. 시인에게 낭만은 아름다운 은유이며, 동시에 낭만은 일상에서 습관처럼 만나는 단어에 대한 또 다른 노력입니다. 작가의 고백에 따르면 사전에 나와 있는 단어 뜻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사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전을 비워야 비로소 낭만 사전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시를 ‘정서나 사상 따위를 함축적 언어로 표현한 문학의 한 갈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기 때문에 기억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마치 TV 속 인물이 대사를 거침없이 한다거나, 가수가 박자에 맞춰 노래하는 모양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낭만 사전에 따르면 시는 ‘나에게만 들리는 외침’입니다. 굳이 무언가를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좀 더 다르고, 그렇다고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시인에게 시는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기억인지 모릅니다.


이 책은 밑줄이 한가득입니다. 밑줄을 모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밑줄이 연달아 그어지듯 모양은 작가의 글이 특별해서 그렇습니다. 특별해서 어떤 부분에서는 섣불리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슬픔이라 할 수 있고, 기쁨이라 할 수 있는 묘한 감정들. 지금까지 밑줄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밑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오래 담고 되뇌어온 마음들’임을 알았습니다.


『낭만 사전』을 읽으면서 이제는 존재에 대해, 때로는 사랑에 대해 이해하지 않겠습니다. 목련이 지는 일은 삶의 어떤 순간에도 변함없는 사실, 이해하는 게 최선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세세한 감정을 들여다보니 이해보다는 오해가 존재의 유일한 의미로 남았습니다. 작가의 시력(詩歷)이 보여주듯 오해는 ‘존재를 이해하지 않음으로 시’가 되었습니다. 성실한 이해가 아닌 성실한 오해에 다다를 때 이토록 낭만적인 단어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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