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사전
이제야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2년 등단한 이제야 시인의 산문집 낭만 사전을 열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전을 찾아보니 낭만은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 감성이라고 합니다. 시인이라 더욱 작가는 낭만에 대한 부지런한 생각을 합니다. 시인에게 낭만은 아름다운 은유이며, 동시에 낭만은 일상에서 습관처럼 만나는 단어에 대한 또 다른 노력입니다. 작가의 고백에 따르면 사전에 나와 있는 단어 뜻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사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전을 비워야 비로소 낭만 사전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시를 정서나 사상 따위를 함축적 언어로 표현한 문학의 한 갈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기 때문에 기억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마치 TV 속 인물이 대사를 거침없이 한다거나, 가수가 박자에 맞춰 노래하는 모양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낭만 사전에 따르면 시는 나에게만 들리는 외침입니다. 굳이 무언가를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좀 더 다르고, 그렇다고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시인에게 시는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기억인지 모릅니다.


이 책은 밑줄이 한가득입니다. 밑줄을 모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밑줄이 연달아 그어지듯 모양은 작가의 글이 특별해서 그렇습니다. 특별해서 어떤 부분에서는 섣불리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슬픔이라 할 수 있고, 기쁨이라 할 수 있는 묘한 감정들. 지금까지 밑줄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밑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오래 담고 되뇌어온 마음들임을 알았습니다.


낭만 사전을 읽으면서 이제는 존재에 대해, 때로는 사랑에 대해 이해하지 않겠습니다. 목련이 지는 일은 삶의 어떤 순간에도 변함없는 사실, 이해하는 게 최선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세세한 감정을 들여다보니 이해보다는 오해가 존재의 유일한 의미로 남았습니다. 작가의 시력(詩歷)이 보여주듯 오해는 존재를 이해하지 않음으로 시가 되었습니다. 성실한 이해가 아닌 성실한 오해에 다다를 때 이토록 낭만적인 단어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