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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는 내내 비가 내렸다. 장마가 끝났는데도 며칠 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하루 종일 내리는 것이 아니라 맑은 하늘에 갑자기 비구름이 몰려와 한바탕 비를 뿌리고는 다시 허겁지겁 사라지면서 햇빛이 비친다는 것이다.
이런 불규칙한 날씨를 두고 기상청의 분석이 더욱 우울하다. 우리나라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특색인 사계절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얼마 전 까지 겨울이 짧아지면서 봄이 빨리 왔는데 지금은 봄이 짧아지면서 여름이 한 걸음 먼저 와서는 지루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고 있다. 해마다 지구 온도가 1-1.5도씩 올라간다고 한다. 이로 인해 환경 생태계가 심각한 오염에 빠져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환경 파괴의 주범이 사람이라는 것이다. 즉 마구잡이식 개발이 가져온 환경 파괴 때문이다. 이는 생물학자인 최재천은『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라는 책에서 인간이 가장 잔인한 동물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다.
그러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오늘날 삶을 되돌아보면 우리는 도시병에 걸려있다. 도시는 너무 편하고 풍요롭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쁘다. 그래서 우리가 걸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이쯤에서 우리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지은『월든』에 주목하는 것은 이 문제에 있어 고전(古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 ‘자연의 예찬과 문명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긴 불멸의 책’이란 말이 있어 조금은 묵직할 것 같은데 사실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명상록에 가깝다.
이 책에서 그는 우리가 정말로 잘 살아야 하는 삶의 지혜들을 들려준다. 사람의 행복에 관하여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좋은 말들을 해왔다. 그런 면에서 소로우가 말하는 삶의 예찬은 비슷할 수 있으나 자연의 경이로움에 있어서는 남다르다.
그는 몸소 월든이라는 호숫가 근처에서 2년간 통나무집을 짓고 생활하였다. 그는 먹는 것에서부터 잠자는 것까지 자기의 손으로 직접 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예전보다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쩌면 불편한 것이 많을수록 자연적인 삶이고 가난한 삶이다.
이러한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방법과 가까운 과정을 통해 그동안 따라다녔던 이런 저런 생활 필수품이 많았던 것을 자랑했던 것이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꼭 필요하지 않는 물건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고 한다.
어쩌면 쓸모없는 생활필수품에 무한한 욕망이 우리를 나약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우선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고, 백가지 일을 해야 하고, 많이 먹으면서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비만해지면서 건강에 빨간 불이 켜지고, 게을러져서 자동차를 타야하는 등 삶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일까? 그는 자연 속에서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고 거듭 말한다. 그가 1년 중 약 6주일 간 만 일하고도 필요한 모든 것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지금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그만큼 우리들은 많이 먹고 많이 일해야 살 수 있다. 자연 속에서 바라보면 지옥이 따로 없다.
이와는 달리 자연은 말 그대로 천국이다. 천국의 삶은 경쟁하지 않는다. 모든 일들이 필요한 만큼 살아간다. 도시의 삶이 욕구에 의해서 지나치게 팽창하는 것과는 다른 만족이다. 또한 천국의 삶은 나눔이다. 그가 먹을거리를 자연을 통해서 얻었듯이 그에게 꼭 필요한 만큼만 남겨두고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주라고 말한다. 그러면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알지 못하는 작은 생명들이 서로 어울려 살아간다.
일찍이 침팬지와 동고동락했던 제인 구달은『희망의 이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환경 파괴와 인간 고통, 이를 테면 과잉 인구와 과소비 삼림 남벌, 사막화 등에 부딪치면서도 어떻게 낙관적이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바로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라고 말했다.
이 책을 쓴 소로우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는 물질만능주의와 자연 파괴에 따른 인간의 불필요한 욕심을 경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그가 머물렀던 ‘월든’이라는 호수는 자연인 동시에 우리들 마음의 호수이다. 호수의 어떻게 생겼으며 그 인접 지역이 어떤 환경에 놓여있는가는 곧 우리의 마음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는 진심으로 호수의 건강을 위해 자연처럼 소박하게 살라고 한다. 그리고 대추야자나무와 삼나무에 비유하여 실천하라고 한다. 즉 “그대가 가진 것이 많거든 대추야자나무처럼 아낌없이 주라. 그러나 가진 것이 없거든 삼나무처럼 자유인이 되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도 과연 삼나무처럼 살 수 있을까?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바로 소로우가 몸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신념이 중요하다.
비록 몸은 도시에 있지만 꼭 그렇다고 해서 삶을 뒤로 하고 ‘월든’같은 호수를 찾아 무작정 자연속으로 들어가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그곳이 ‘월든’의 호수라는 순수한 마음을 지니는 것이 곧 삼나무처럼 사는 방법일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지구를 모독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