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인간경영법
김영수 지음 / 김영사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기(史記)』라는 대단한 책이 있다. 동시에 이 책을 지은 사마천이라는 인물에 대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흔히 사성(史聖)이라고 불리는 사마천에게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궁형(宮刑)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궁형이라는 치욕을 참아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단순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선택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보다는 그에게는 아직 완성하지 못한『사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 치욕대신 죽음을 선택했다면 총130편, 52만 6천 5백자의 분량인『사기』는 그와 함께 사라졌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마천의 처세술이『사기』를 살아남게 한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사기』의 의미를 연구해온 학자가 우리 곁에 있는데 그가 바로 김영수이다. 그가 이번에 쓴『사기의 인간경영법』은 제목에 나와 있듯 ‘백 개의 전략, 천개의 전술을 능가하는 사람의 힘’을 다루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최후의 승자가 갖춰야 할 미덕이기 때문이다.

가령, 진나라가 망한 후 제국의 주도권을 항우와 유방이 서로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겉으로 보자면 명문 귀족에다 호걸인 항우가 승자가 될 것 같은데 역사는 유방을 선택했다. 이유인즉 유방의 카리스마는 내용에 충실했다. 반면에 항우는 현상에 집착했다.

일찍이 엘리아스 카네티는『군중과 권력』에서 권력자는 살아남는 자라고 했다.『사기』에 등장하는 많은 영웅호걸들 중에서 제국을 다스리는 사람들은 앞서 말한 당대의 권력자들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변화무쌍한 처세술은 궁극적으로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해박한 지식을 들려주고 있다.

우리가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는 즐거움은『사기』라는 고전을 압축해서 읽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즉 인간 경영의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뒤집어 보면 우리가 어떻게 처세해야 하는지 알 수가 있다.

저자는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살아나는 방법으로 덕(德)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덕이 없는 사람은 권력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권력의 단맛이란 소진(蘇秦)이 말한 새부리(鳥喙)와 같다. 한순간 배를 채우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먹을수록 배가 고파져 끝내는 굶어 죽는 것 같은 고통을 주는 것이 새부리라는 독초의 특성이다. 따라서 덕이 있는 사람이란 새부리를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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