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불어요! 창비아동문고 224
이현 지음, 윤정주 그림 / 창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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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의『짜장면 불어요!』는 힘차다.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아이들이 겪는 일상의 자잘한 갈등이 시시콜콜하지 않아 좋다. 얼핏 보기에 아이들은 밝고 명랑하다. 비록 철부지이지만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을 보고 어른들은 흐뭇해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말일까? 를 의심할 정도로 그늘진 곳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에서 아이들이 당돌하게도(?) 어른들과 부닥치는 것은 외로움에 대한 거센 반발력이다. 이 모두가 물질적 풍요로움에 가려진 아이들의 불완전한 성장의 고통이다. 그러나 불완전하다고 해서 이런 아이들을 문제아로 미워해서는 안 된다. 저자 말대로 “그게 뭐 어때서?”라며 좀 더 가까이 당차게 다가서야 한다.

여기 남들과 달리 자기만의 목소리로 힘껏 성장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중에서『짜장면 불어요!』는 이 책의 실려 있는 다섯 편의 동화 중 하나이다. 타이틀인 만큼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철가방을 사이에 두고 기삼이와 용태는 한바탕 설전(舌戰)을 벌인다. 이제 열일곱에 불과한 나이에 인생 수업을 다 마쳐버린 듯한 기삼이의 어른스러움에 비하면 용태는 아직 어린애에 불과하다.

그러나 운칠기삼! 즉 운이 70%이고 기회가 30%인데 기삼이는 말 그대로 운이 없는 아이다. 용태처럼 공부할 수 없다. 대신에 어린 나이에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그냥 용돈 수준이 아니다. 철가방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는 학교가 아닌 중국집에서 세상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오히려 하고 싶지 않는 공부를 죽도록 해야 하는 용태에게 핀잔을 준다.  또한 왜 폭주족처럼 달리느냐고 결정타를 날리는 용태에게 너도 나도 ‘빨리빨리’ 주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순간 가슴이 철컹 내려앉았다.

이처럼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이현의 동화에는 반전의 묘미가 신선하다.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세우며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전달하고 있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붙들고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다. 뒤에 일어날 사건에 대한 기대는 더욱 긴장감이 넘쳐났다.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아이들의 문제를 녹여내는 명쾌함이 남다르다.

다음으로 「우리들의 성」도 눈여겨 볼만하다. 얼짱인 남자 친구가『하울의 움직이는 성(城)』을 봤는냐는 질문에 사춘기 소녀 현경이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워 한다. 그러다 남자 친구와 우연히 첫 키스를 하게 된  현경이의 잔뜩 긴장한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귓가에서 종소리가 들린다고 하던데 정작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첫 키스에 대한 환상이 여지없이 산산조각 났다.

사춘기 소녀에게 일어나는 성(性)의 고민이 아이러니하게도 코믹하다. 이처럼 누구나 겪었을 첫 키스에 대한 기억을 건드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아련함 속에서 사춘기 남녀 사이의 우정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있다. 이러면 안 돼, 이러지 말아야지 하며 자신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어떻게 해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 밖에도 「3일간」「봄날에도 흰곰은 춥다」「지구야 잘있지?」등도 아이의 느낌과 생각을 현실성 있게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특히「지구야 잘있지?」는 우리에게 특별한 여행을 하게 된다. 미래의 지구를 걱정하는 수준이 아이답지 않다.

미래에는 전쟁으로 인하여 월드컵도 열리지 않는다. 더 이상 재미없는 지구에서 민규는 운 좋게도 노아크 호를 타고 지구 밖으로 탈출하게 된다. 하지만 지구가 멸망하기를 기다리는 노아크 호의 음모가 밝혀지면서 민규는 지구를 걱정한다. 과연 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아니 어떻게 하면 지구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지구에는 여전히 가족, 친구들이 살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유년의 추억을 더듬고 있는 다섯 편의 동화를 통해 처음에는 우리를 지구 밖으로 탈출하게 한다. 그리고 나중에는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한다. 작가는 모든 고통이 사람에게 나오듯 고통을 이겨내는 힘 역시 사람에게 있다고 말한다.

돌이켜 보면 아이들에게 세상은 양파와 같다. 양파의 껍질을 벗겨내야 한다. 양파의 껍질을 벗기다 보면 눈물이 난다. 너무나 당연해서 우리는 크게 놀라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평범한 눈물조차 아쉬워한다. 얼마든지 눈물을 흘리지 않는 방법이 있는데도 어른들은 여전히 노하우가 부족하다. 그것이 뭘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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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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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방황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선택과 결핍에서 오는 충돌이다. 그리고 충돌이 강할수록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오히려 암(癌)세포로 성장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우리가 이 책에 나오는 홀든 콜필드에게 동정심을 일으키는 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방황의 끝에서 정신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16살 소년이 겪었던 불행의 높낮이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홀든을 통해서 우리 젊은 날의 초상을 다시금 보듬어 주는 묵직한 성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에 나와 있듯 16살 홀든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호밀밭은 아이들이 맘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어른이 아무도 없다. 호밀밭은 말 그대로 네버랜드이다. 그러나 가끔씩 호밀밭을 나오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 때 홀든이 그 아이를 지켜주고자 한다. 호밀밭 너머 세상은 절벽이다. 절벽은 생각만 해도 위험천만해서 아찔할 정도다.

사춘기에 접어든 홀든은 정신적인 방황을 하면서 어른들의 세계가 그렇다는 것을 을씨년스럽게 알게 된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홀든은 학교와 집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체 무작정 뉴욕으로 떠난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만 어른들의 세계가 더욱 거짓말이 가득찬 곳이라는 것을 여과 없이 목격하게 된다.

일찍이 루소는『에밀』에서 거짓말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과거 사실에 대한 거짓말이다. 다른 하나는 미래에 관련된 거짓말이다. 전자가 자신이 하지 않는 것을 약속했다고 하는 진실과 반대다. 반면에 후자는 지킬 의도가 없는 것을 행할 때 행하지는 것이다.

이러한 거짓말이 넘쳐나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홀든은 두 가지 법칙을 깨닫는다. 바로 인생은 시합이며 섹스의 법칙이 지배한다는 것이다. 먼저 인생은 규칙에 따라하는 운동 경기와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규칙이라는 것이 불공평하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홀든은 결과적으로 시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섹스에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하룻밤 여자를 사귀지 않는 다는 규칙은 어른들의 돈의 논리에 의해 어김없이 무너져 버린다.

그래서 홀든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자한다. 이것이 홀든이 선택한 인생의 방향이다. 하지만 무관심한 어른들은 홀든의 선택은 선택이 아니라 반항이라고 변명하면서 궁지로 몰아세운다. 이러한 충격으로 인해 홀든은 절벽 아래로 자꾸만 미끄러져 가는 것이다. 과연 홀든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 고등학교 입학하고 나서 얼마만의 일이었다. 홀든이 앞서 말한 것처럼 인생은 너무나 불공평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절망했다. 이런 불안한 상태에서 학교를 다닌다고 하는 것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담임선생님께 마지막 편지를 남기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오는 도중에 친구 집에 들러 일자리를 부탁했다. 그런데 그 사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집에 도착하니 대문 옆에 낯선 자전거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 와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담임선생님을 눈앞에서 보니 뭐랄까, 가슴이 물컹거렸다.

비록 담임선생님이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네가 가고 싶은 길을 찾고 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학교에 들어가는 일이어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안 돼. 넌 학생이니까’ 라는 무언의 말을 남기며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되돌아갔다.

만약 그 때 그 자리에 담임선생님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느슨한 정신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신세를 한탄하며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은 저자 말대로 미성숙한 인간이다.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홀든도 그랬다. 그러나 때로는 같은 상황에서도 묵묵히 살아가는 방법도 있다. 이것이 성숙한 인간으로 사는 법이다.

돌이켜보면 누구에게나 홀든이 겪었던 힘든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홀든의 반항은 어른의 세계에 대한 도전이며 순수한 열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홀든의 거침없는 독설은 어른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그만큼 통쾌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쾌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은 모름지기 사고의 크기를 넓혀야 한다. 이럴 때 누군가를 위해 파수꾼이 되는 일 못지않게 내 마음의 파수꾼을 만나는 것은 더욱 값진 일이다. 이 책이 청소년들에게 고전으로 읽히는 이유를 밝혀보면 저자의 메시지를 알 수 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파수꾼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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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치지 않고 때리지 않고 아이를 변화시키는 비결 소리치지 않고 때리지 않고 아이를 변화시키는 비결 1
제리 위코프 외 지음, 서현정 옮김 / 명진출판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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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엊그제 아장아장 걸어 다녔는데 지금은 방 안에서 달리기를 한다. 아이가 재밌고 신나게 노는 모습은 좋다. 그러나 방 안에서 항상 달리기를 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는 고집을 부려 나를 화나게 한다. ' 다음에 하면 안 될까?' 혹은 ' 말 안 들으면 혼난다'라고 으름장을 놓아도 막무가내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한계에 이른 초보 아빠는 소리치거나 때리기도 한다. 그러면 그 순간 아이는 조용해진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것일까? 우리가 아이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뭔가 잘못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아기가 균형있게 성장해야 하는데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에게 화를 내면 예전에는 조용했는데 이제는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큰 소리로 울어대거나 소리친다. 그것도 모자라 손에 닿는 아무 물건을 내던지고 아빠인 나를 때린다.

일찍이 루소는 <에밀>에서 어린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 문제에 대해서 생각지 않은 체 어린이가 어른이 된 후의 문제만을 생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되돌아 보면 내가 아이에게 버룻처럼 소리치거나 때렸던 것은 아이을 아이로 인식하지 못하고 어른으로 인식했던 감정의 충돌이 아니었을까, 반성해보았다. 이것이 아이에게 상처였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인지 이 책에 나와 있는 ' 소리치지 않고 때리지 않는' 것이 현명한 부모라는 말에 공감했다. 앞서 말했듯 아이가 제 멋대로 말썽을 부리면 나도 모르게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사실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몇 번 때리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글썽이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애처로워 마음이 아팠다. 내가 회조리같은 것을 손에 들기만 해도 아이는 지레 겁부터 먹고 엄마에게 달려가곤 했다.

이 책을 통해 무엇이 문제임을 하나 둘 알았다. 아이의 성장에 맞게 아이를 변화시켜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이가 무엇을 생각하는 것도 모른 체 자꾸만 안 된다고 하니 아이는 아이대로 울고 나는 나대로 화만 내며 서로 전쟁을 했다. 하지만 '혼자말하기 훈련'을 하고 나서는 어른이 아닌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와  눈높이를 같이 했다. 그러자 아이가 놀랍게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책에 나와 있는 아이를 변하시키는 비결을 실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이가 성장하는 속도을 체크하면서 나름대로 전략을 세운 그들은 현명한 부모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많은 부모들이  시행착오을 반복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매우 사소해보일 정도이지만 친철하면서도 섬세하게 아이를 변화시키는 비결을 들려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 해답은 간단하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비결들은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를 변화시키는 데 있어 매우 좋은 비결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현명한 부모여야 한다. 초보 부모라고 해서 아이를 초보처럼 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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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쇼 선생님께 보림문학선 3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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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아이는 성장한다. 하지만 아이가 생각하는 마음은 성장의 속도에 비해 느리다. 성장의 고통이 따른다. <정글북>에 나오는 오스카는 '자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다. 다소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아이는 오스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갈등하곤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 좋고 나쁘다는 판단이 확실하지 않는 아이에게 이것해라 저것해라 간섭하는 것은 오히려 어른의 잣대를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면에서 <헨쇼 선생님께>는 아이와 눈높이를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아이의 성장을 밝고 건강하게 도와주고 있다.  아이는 밀랍인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리 보츠처럼 우리는 어릴 적 편지와 일기를 써 본 경험이 있다. 여기에는 대략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방과 후에 해야 하는 과제물이다. 반면에 나머지 하나는 일상을 보내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담아낸 고백록일 것이다.  이중에서 편지와 일기가 고백록에 가까울수록 감동의 폭이 그만큼 넓다. 조금이라도 솔직하지 못하면 글이 엉망이 되고 만다.

우리는 리  보츠의 편지와 일기를 읽으면서 아이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부모가 이혼했고 전학도 여러 번 했다.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가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리 보츠는 혼자서 허허로움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헨쇼 선생님께 편지를 쓰면서부터 리 보츠는 서서히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어나간다.

돌이켜 보면 리 보츠의 글쓰기는 자신의 고민을 누군가 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가 되고 싶은 리 보츠에게 헨쇼 선생님은 그와 대화할 수 있는 이상형이다. 어쩌면 엄마 아빠가 이랬으면 하는 소망이 담겨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헨쇼 선생님은 일기를 써보라고 한다. 편지가 세상을 향한 글쓰기라면 일기는 자신을 향한 글쓰기라는 미세한 차이를  우리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리 보츠의 고민이 일기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은 이때문이다.

이렇듯 작가는 리 보츠의 성장하는 과정을 독특하게 글쓰기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헨쇼 선생님으로 부터 글을 잘쓰는 방법을 배우면서 자신의 문제를 발견해나가면서 치료하는 형식이다. 즉 많이 읽고 많이 듣고 편지를 쓰듯 일기를 써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답게' 써보라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리 보츠는 그저 그렇고 그런 평균치 소년이 아니라 진짜 작가에게 칭찬을 받는 소년으로 바뀐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아이에게 글쓰기 효과가 만점이라는 것이다. 진솔한 글쓰기는 자신의 마음속에 응어리진 문제점을 발견하고 토해내게 한다. 동시에 문제점에 대한 이해를 하면서 한 발 한 발 성장한다는 것이다. 가령, 자신의 맛있는 도시락을 훔쳐먹는 도둑때문에 도시락에 도난경보기를 만든다. 아이의 행동이 장난스럽지만 우리가 좀 더 리 보츠에게 관심과 사랑을 보여준다면 ''차라리 모르는 게 다행이다'는 놀라운 발견을 스스로 하게 될 것이다.

앞서 말한 오스카는 '자라야 한다'로 결정을 내리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이 책에서 리 보츠는 글을 쓰면서 원하는 것이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빠가 그립지만 더 이상 그런 걸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는 것을 깨닫는다. 짜증을 내고 불평을 해도 소용없음을 받아들인다. 이렇듯 아이가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은 가슴 시리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는 더욱 성숙해진다. 어느 새  마음이 훈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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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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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스포츠 하나인 월드컵. 월드컵 이야기가 나오면 지구는 어느 때보다 흥분의 도가니다. 세계적인 스타들을 한 자리에 볼 수 있으니 그렇다. 그들의 멋진 플레이에서 우리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한다. 90분 내내 우리는 이쪽과 저쪽을 오가는 공을 따라간다. 90분이 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축구공 없이는 축구를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라운드 밖에 우리는 다르다. 우리는 얼마든지 축구공 없이 축구를 할 수 있다. 우리는 발(足 )이 아니라 입으로 축구를 할 수 있다. 왜냐면 문화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는『문화의 패턴』에서 ‘집단의 단체적인 행동은 각 개인에게 개별적으로 주어진 세계이며 그 세계로부터 각 개인은 자기 자신의 인생을 꾸려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했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1억 원 당첨작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곳곳에 ‘억’ 소리가 나온다. 한마디로 억세게 좋았다가 억세게 나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렇게 억센 남자는 축구 때문에 아내와 결혼했다. 그러나 동시에 축구 때문에 아내가 결혼했다. 와/가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것은 남자의 말대로 인생이 엉망이 될 정도다. 전자가 나와 아내가 한 몸이지만 후자는 한 몸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 것일까? 축구를 단순히 보고 즐기는 시대는 사라졌다. 축구를 분석하고 전략 전술을 구사한다. 때로는 선수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감독이 된다. 녹색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축구는 이제 더 이상 축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축구는 예술이며 발칙한 상상력이다. 무엇보다도 축구는 계속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는 아내가 남자와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것이다. 축구와 아내의 결혼이라는 팽팽한 긴장감속에서 터져 나오는 남자의 ‘억’소리는 아내의 강력한 태클의 메아리다.


작가는 남녀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가족이라는 문제를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명쾌하게 그리고 있다. 남녀는 각각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로셀로나라는 팀을 이끌며 더블 매치 게임을 펼친다. 남자의 슬로건이 지구 방위대며 여자의 슬로건은 클럽, 이상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남자가 일방적으로 공격한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결정적인 한 골을 성공시킨다. 그러나 아내의 반격이 시작된다. 골기퍼를 2명이나 기용하고 두톱체제로 공격력을 배가시킨다. 또한 심판을 매수하기도 한다. 이러한 아내의 반칙과 변칙적인 공격 앞에 남자의 공격은 골대를 벗어난다.


그래도 남자는 공격을 멈출 수 없다. 비록 남자의 공격이 아내의 토탈사커 내지 빗장수비에 걸려 실패하더라도 한 골이면 험난한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면서 한 골을 넣는다면 남자는 아내보다 한 골을 더 넣으려고 한다. 남자는 아내를 지키려고 한다. 남자는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며 결혼을 방위하려고 한다. 그러나 일처다부제라는 매우 도발적인 전술로 남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아내의 공격은 느슨하면서도 치명적이다.


21세기는 혼돈의 시대다. 우리가 믿고 의지했던 가치들이 해체되고 있다. 아내가 바라는 일처다부제라는 모토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말 그대로 억장이 무너진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아내는 과거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러면서도 미래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아내는 남자의 현재라는 관습에 대한 거침없는 도전을 하는 셈이다. 남자의 현재는 펠레같은 축구 황제다. 하지만 아내는 지단같은 아트사커다.


누가 승리할까? 월드컵 결승전을 보는 듯한 긴장감이 있고 속도감도 있다. 그리고 골키퍼와 일대일 부딪치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결승전은 곧 남녀의 사랑싸움이다. 결승전에는 무승부가 없다. 우리는 승리하는 쪽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결승골은 위험하다. 그래서일까? 박수가 나올 듯 하면서도 위험해서 좀처럼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바티스두타가 “모든 것은 무너져도 우리에게 항상 축구가 있다”라고 했듯이 이 책은 “문학이 흥행에 실패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항상 소설이 있다”는 말처럼 소설이 축구처럼 흥미진진하길 바란다. 작가는 소설의 빈틈을 노리면서 우리에게 젊고 날카로운 패스를 연거푸 한다. 그래서 우리가 골대를 향하여 통쾌하게 슛을 날릴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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