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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로 교수 배종수의 생명을 살리는 수학
배종수 지음 / 김영사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 주말이면 흥미로운 방송을 볼 수 있다. 바로 퀴즈 프로그램이다. 한 문제 한 문제를 참가자들이 풀 때마다 희비가 엇갈리면서 긴장감이 맴돈다. 마지막 승자에게 주어지는 상금과 퀴즈영웅을 위해 그들은 지식을 무기로 싸우고 있다. 나 또한 그러한 마음으로 TV를 보면서 지식의 폭을 넓혀 나갔다. 하지만 내가 알아야 할 지식은 방대한데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으니 가능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잡다하게 공부해야 한다. 즉 벼락치기식으로 공부해서 한 순간 번쩍이면 되는데 그 중요한 열쇠는 암기력에 있다. 가령 a은 b이다, 에서 무조건 b만 외우는 꼴이다. 이로인해 a에서 b가 되는 과정은 생략되고 만다. 오로지 b만 알고 있으면 된다. 왜,라는 질문보다는 그냥 b이다는 식으로 달달 외우다보면 하루 만에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다.
이른바 주입식 교육의 악순환이 우리 시대의 퀴즈영웅들을 만들고 있다. 즉 퀴즈영웅들은 암기공식을 따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공식은 생각하는 힘을 빼앗아 버린다. 그래서 아이들이 수학을 만나면 미로에 갇혀 버릴 수 밖에 없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노타우로스의 미궁과 같아서 아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수학을 잘한다고 해서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속된 말로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닌 어려운 수학을 어느 누가 머리를 싸매가며 공부하겠는가? 수학과의 싸움에서 우리는 번번히 패배자였다.
내가 <삐에로 교수 배종수의 생명을 살리는 수학>을 읽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 아이가 나와 같은 아픔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러자면 수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를 알고 있어야 하는데 저자는 '활동하는 수학'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3 ÷½=6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왜 6이 되는지, 의문을 가져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보다는 무조건 외웠다. 즉 분자와 분모를 역으로 한 다음에 3을 곱하면 6이 된다는 것이다.
수학에도 분명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공식이 있다. 공식을 토대로 문제를 풀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수(數)에 대한 올바른 이해없이 오로지 공식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어느 누구도 수학의 미로에서 벗어날 수 없다.이때 사과 3개를 아이에게 주면서 반으로 나누어 보라고 하자. 그러면 아이는 눈 앞에 보이는 사실을 토대로 해서 왜 6이 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그저 막연한 사실이 아닌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서 아하, 그렇구나!라며 아이는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것이다.
앞으로 수학교육은 이래야 한다. 아이에게 사과 하나를 통째로 주는 것보다 반으로 나눠주면 훨씬 먹기가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교육을 생각한다면 사과 하나를 통째로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만큼 생가하는 힘이 많아질 것이다. 아이는 사과를 먹기 위해서 이리저리 생각해보고(창의력), 반으로 쪼개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논리력)을 저절로 알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 속이 후련해졌다. 다시 수학을 공부하라고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없이 오로지 성적만을 위해서 공부했던 시간이 무척이나 답답했다. 문제를 풀때마다 왜?라는 물음 앞에 한계를 드러내고 보니수학이 마냥 어려웠다. 그때 사과를 가지고 놀면서 수학을 배웠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면서 만유인력을 발견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