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 Shakespeare's Complete Works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기.이다희 옮김 / 달궁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신문을 보는데 셰익스피어 작품을 제대로 번역해서 전집을 발간한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번역하는 분이 우리에게 신화학자로 알려진 이윤기 선생이고 보니 더욱 설Ž다. 요즘 같이 삶이 어려운 시절에 고전을 읽는 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고전에는 행복한 삶이 가득 들어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전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은 읽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셰익스피어 작품이 어떻게 다가올 지 사뭇 궁금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셰익스피어 압축 파일을 푸는 시리즈’가 드디어 세상에 나오고 보니 앞서 말한 우려스러움이 말끔히 사라져버렸다. 책의 표지는 현대적인 느낌이어서 좋았다. 또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 손길이 무척이나 가볍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 미리 책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맛깔스럽게 설명하고 있는 덕분에 그의 압축 파일을 해독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만큼 고전이라는 타이틀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이 이제는 가벼워졌다고 해도 좋을 듯 했다.

이번에 나온 『한여름 밤의 꿈』 또한 가볍다. 가벼운 만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법에 걸린 사랑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마법이 그렇듯 현실과는 달리 환상적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을 때 혹은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을 때 마법은 애타는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유혹한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마법의 유혹에서 눈을 뜨자마자 처음 본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첫 사람이 누가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것이 마법의 장난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첫눈에 사랑하고 만다.

이 책의 내용은 대강 두 갈래로 나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먼저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벌이는 사랑의 삼각관계다. 그리고 또 하나는 <퓌라모스와 티스베>를 연극하려는 우왕좌왕하는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러한 스토리를 본다면 이 책은 평범함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만의 독특한 글 솜씨를 마주대하는 즐거움이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 깊은 맛에 취해 한바탕 꿈을 꾸는 듯하다.

가령, 삼각관계라는 복잡하고 미묘한 갈등 속에서도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는 말로 인해 오히려 유쾌해진다. 그 유쾌함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운명이 엇갈린 사랑하는 남녀는 마법에서 깨어나 진실한 사랑을 알게 된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 <퓌라모스와 티스베>를 연극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그들은 연극의 ‘연’자도 모르면서 <퓌라모스와 티스베>의 슬픈 사랑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비극적인 희극이라고 말하면서 한바탕 놀고 싶은 것이다.

이처럼 꿈같은 이야기를 통해 셰익스피어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움 때문에 비극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으로 인해 아파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픔이 지나고 나면 사랑은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이것이 사랑의 법칙이자 인생의 법칙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랑의 굴곡없이 첫눈에 반한 사랑은 아무래도 나태한 사랑이라는 즉, 마법의 달콤한 장난이다. 그 장난에서 셰익스피어는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은 한 순간이었지만 곳곳에 나오는 맛깔스러운 대사들은 두고두고 남는다. 이것이 어쩌면 셰익스피어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한바탕 상쾌한 꿈을 꾸게 만든다. 그리고 그 꿈에서 깨어나면 사랑하는 사람을 더욱 사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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