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을 모아보세요

프레드릭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7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12월

우리에게 양식은 뭘까요? 먹고 사는 문제는 중요합니다. 누군가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아니면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 물어볼 때 우리는 선뜻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러한 궁금증을 우화적으로 보여주는 책이 있습니다.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입니다.

이 그림책에는 프레드릭이라는 들쥐가 나옵니다. 프레드릭이라는 이름에는 ‘평화’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합니다. 들쥐들이 겨울을 대비해서 열심히 양식을 구하는데도 그는 햇살을 모은다고 하거나 색깔을 모은다거나 합니다. 심지어는 다른 들쥐들이 그가 꿈꾸는 듯이 졸고 있다고 나무라듯 말할 때도 오히려 그는 이야기를 모은다고 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겨울이 왔습니다. 들쥐들이 동굴속에서 양식으로 배를 채우며 잡담을 하고 있는데도 그는 여전히 조용했습니다. 하지만 들쥐들의 행복은 양식이 떨어지면서 끝나고 맙니다. 들쥐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나머지 그들의 몸 색깔처럼 잿빛으로 시무룩해졌습니다.

그러자 문득 들쥐들은 프레드릭의 양식이 생각났습니다. 프레드릭이 모은 양식은 나무 열매나 옥수수가 아닙니다. 그가 모은 햇살은 입으로는 먹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프레드릭의 양식을 먹은 들쥐들에게 마법 같은 일이 생깁니다. 햇살을 먹은 들쥐들은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색깔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 속에 색깔들이 그려졌습니다.

프레드릭이 말한 것처럼 살며시 눈을 감고 햇살, 색깔을 생각해 봤습니다. 답답했던 마음이 한결 부드러졌습니다. 마음의 양식을 먹은 사람은 프레드릭과 같습니다. 남들 눈에는 엉뚱하고 미련해보여도 프레드릭은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프레드릭이 말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어느 누가 하늘에 네 마리 쥐가 있다고 상상할 수 있을까요? 네 마리 쥐가 있어 사계절이 있다고 하니 너무 멋진 말이라 생각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라 더욱 좋다고 합니다. 봄이 없거나 여름이 없다면 계절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는 프레드릭. 정말이지 시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그림책은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빵을 먹으면 배를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빵을 아무리 먹어도 우리는 시인이 될 수 없습니다. 시인은 마음의 양식으로 살아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