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 - 스웨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88
울프 닐슨 지음, 임정희 옮김, 에바 에릭손 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마트에서 어항이랑 금붕어 두 마리를 샀습니다. 평소 화분 하나도 잘 키우지 못하는 아내가 별안간 어항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큰 아이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그 집 엄마가 “교육적(?)으로 아주 좋다.”고 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던데 아이를 키우다보니 이런 일이 다반사이었습니다. 그래서 못 이기는 척 금붕어 두 마리를 샀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식구 숫자만큼 네 마리를 살려고 했는데 아이 숫자만큼 샀습니다. 바로 그날 저녁 점원이 알려 준대로 어항을 깨끗이 씻고 물을 담아 소독약을 한 두 방울을 떨어뜨리고 드디어 금붕어 두 마리를 담갔습니다. 그러자 누구라도 먼저 할 것 없이 아이들이 좋다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사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두 사람도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묘한 즐거움을 주던 금붕어 한 마리가 이틀 전부터 아픈 듯 움직임이 느려졌습니다. 걱정했던 불길한 예감이 끝내 현실이 되었습니다. 비록 작은 물고기에 불과했지만 녀석의 죽음을 보니 슬픔이 작지 않았습니다. 아프면서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금붕어에게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죽은 금붕어의 장례식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책장에 있던 이상한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알고 보니『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이었습니다. 아마도 ‘멋진 장례식’이라는 제목 때문에 샀지만 정작 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책장을 넘겨봤습니다.

이 책에서 아이 세 명은 장례 회사를 차립니다. 불쌍하게 죽은 동물을 위하여 무덤을 만들어주고 이름을 붙여주고 시를 짓습니다. 처음에는 심심해서 뭐 재미있는 일 없나 생각하고 있는데 죽은 벌 한 마리를 발견하고 무덤을 만들어 주던 놀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연으로 죽은 동물들의 안타까움을 보면서 세상에서 멋진 장례식을 치르게 됩니다.

작가는 죽음의 눈높이를 아이에게 맞추고 있습니다. 자칫 아이들에게 무서워 보일 수 있는 죽음을 쉽고 재밌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장례식이 아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죽은 동물들의 무덤을 만들어 주는 놀이를 통해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하는 것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입니다. 즉 죽음이 없다면 장례식이라는 놀이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 책이 아니었다면 죽은 금붕어를 아무렇게나 버렸을 것입니다. 또한 아이에게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고 나 혼자 비밀스럽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죽음은 혼자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아이들과 함께 죽은 금붕어의 무덤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멋진 장례식이 될 것이며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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