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읽는 내내 몇 번을 숨고르기 했는지 모른다. 한 장 한 장 그냥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잠시 멈추며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그럴 때마다 많은 아쉬움이 맴돌았다. 좀 더 누군가를 사랑하고 좀 더 긍정적으로 살아야 했음을 이제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바로『샘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은 덕분이었다. 이 책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인생수업이다. 그런데 그들은 평범하지 않다. 남들과 다른 어려운 상황은 말 그대로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결코 편안한 삶은 아니다. 할아버지는 30대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남은 생을 휠체어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이런 그에게 사랑스런 손자, 샘이 태어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태어난 샘은 슬프게도 자폐아라는 진단이 내려진다.

할아버지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더구나 남과 다르다는 사실이 얼마나 불편한지 뼈아프게 경험한 할아버지가 자폐아인 샘을 바라보면 숨이 탁탁 막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샘을 위해 기꺼이 편지를 쓴다. 4년 동안 32장을 쓴 이 편지에는 그가 살면서 느꼈던 많은 교훈들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철학들을 샘이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가령,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라고 한다. 그건 그냥 다른 것일 뿐이다. 그렇지만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혹은 우리는 살면서 벽에 부딪치는 일을 피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럴 때 어떻게든 평화를 찾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벽에 부딪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벽으로 돌진하고 말 것이다, 라고 한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삶의 교훈은 잔잔해서 좋다. 삶이 흘러가는 데로 살아가라는 것이다. 샘에게 자폐증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때로는 실패할 것이고 때로는 부끄러울 것이다. 그러면 솔직하게 비상등을 켜라고 한다. 서로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책을 읽으니 초등학교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A라는 남자아이였는데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게 있었다. 그가 엄마 없는 아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것을 핑계 삼아 그를 ‘고아’라고 놀려댔다. 그러면 그 아이는 아주 신경질적으로 반항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놀림당한 A와 놀려 댄 아이들 모두 이 책에 나오는 샘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모두가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나오는 마음의 피해자들이 아닐까? 이 세상에는 샘과 같은 사람들이 많다. 또한 샘을 곁에서 돌봐주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을 포기하기 않으며 살아가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샘에게 보내는 사랑이 담긴 편지는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삶의 희망이다. 이런 희망이 곧 삶의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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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1-06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나오는 마음의 피해자들..
그런 '샘'을 돌봐주는 사람. 스스로에게나 남에게나 그래야겠지요.
오우아님, 어려워요^^

오우아 2007-11-07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늘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어렵습니다. 그래도 배려하는 것이 삶이라고 보는데....

2007-11-07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우아 2007-11-08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감사합니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으면 합니다. 부탁하신 것을 기꺼이 허락하겠습니다. 그런데 부탁이 있는데... 제가 보고 싶은 책을 신청해도 괜찮은 지요?

비로그인 2007-11-12 00:2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보고 싶은 책이 있으시면 jmh1500@hanmail.net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