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 - 2010년 뉴베리상 수상작 찰리의 책꽂이
레베카 스테드 지음, 최지현 옮김 / 찰리북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는 When you reach me. 지난 해 뉴베리 상 수상작이다. 책을 다 읽고서 책의 표지 그림을 보면 원작의 표지 그림과는 다르지만 책의 내용이 많이 반영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란히 앉아 있는 세명의 아이들, 파란 우체통, 그리고 무엇보다도 흐르듯 주름진 배경. 
이미 올라와 있는 리뷰에 비교적 좋게 평이 되어 있었고, 각 인터넷 서점마다 메인 페이지를 한동안 차지하며 광고가 되는 것을 보았기에 읽어보기로 선택한 책인데 페이지가 한 장, 두 장, 몇 십장 넘어가도록 좀처럼 몰입이 안되어 애먹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첫번째로 나는 번역의 문제를 들고 싶다. 원서를 보지 않았으니 뭐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원서를 직접 비교하지 않더라도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는 금방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원서 자체가 그렇게 쓰여져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문장들이 어색하고 앞뒤 연결도 매끄럽지 않으며 쓰여진 어휘도 지연스럽지 않게 눈에 들어오니, 잘 된 번역이라고 보기가 어려웠다.
두번 째로는, 산만한 구성을 들 수 있겠다. 장편이긴 하지만 다 읽고 난 후, 그때 거기서 그 인물이 왜 등장 했는지, 그 장면이 왜 삽입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좋은 작품이란 대개 그 반대 아닌지. 거기서 그 인물이 왜 등장했구나, 그 장면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었구나, 되짚어볼때 결말과 주제로 일관성있게 엮여져야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었다. 가령 주인공인 미란다의 엄마가 퀴즈 프로그램에 나가기로 하고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결국 결말을 맺게 되는데 그것이 이 책의 주제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미란다의 친구들 중 마커스를 제외하고 다른 아이들은 그 캐릭터가 불분명하고 그 아이들과 주인공과의 갈등이 쉽사리 공감이 가지 않았을 뿐 더러 소설 전체의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아직도 시원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째, 이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은 꼭 직접적일 필요도 없고 작가마다 다르겠지만 다 읽고난 후 작가가 말하고 싶은게 대체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과연 그 작품에 대한 기억과 감상이 오래 갈 수 있을지.
그럼 왜 이 작품이 뉴베리 상까지 받게 되었을까? 독특한 소재? 아무리 문장력이 좋고 문학적으로 뛰어났다 할지라도 식상한 이야기라면 안된다는 조건이라도 있는 것일까? 외국의 수상작들을 보면 하나같이 소재와 구성이 독특하다. 이 작품 이전엔 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것 같은, 그 작품의 고유성, 독특성, 분명한 작가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 역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마지막 결말 부분이 앞에서의 이런 저런 허술함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해도 크게 반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결말 처리 방법이 저자인 레베카 스테드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기 보다는 역시 이전 뉴베리 수상작인 매들렌 렝글의 <시간의 주름>에서 얻어온 것을 감안할 때 (이점은 책 속에서 저자도 암시하고 있다) 이 작품에 그리 놓은 점수를 주기에 주저하게 된다.
하나 더. 나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도록 주인공 외에 주인공의 친구로 그렇게 자주 등장하는 아이들이 도대체 남자 아이인지 여자 아이인지 조차 계속 헷갈려했다. 중요한 사항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몰입하지 못한 하나의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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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8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9 0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9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4-29 22:29   좋아요 0 | URL
읽으셨군요.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는 수작이지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저도 영화로 봤는데 지금 그 구성이 어땠었는지 기억에서 벌써 가물가물하니 어째요 ㅠㅠ

2011-04-30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30 0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4-30 06:1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이건 처음 듣는 출판사인데? 하면서 봤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 책에 대한 다른 분들의 평은 저만큼 고약하진 않아요 ^^ 그래도 저의 솔직한 느낌을 써야겠기에 느낀 그대로 썼네요. 번역은 확실히 영어 실력만으로 하는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말하려고 하다보니 역자 분이 국문과 전공이시네요 이런...
 

 

 

 

 

 

 

 

 

 

 

 

 

 

 

 

언젠가 아이가 내 책상에 붙여 놓은 쪽지. 
'엄마, 아빠가 담배 피는 것을 목격했어요. 속상하죠?
그래도 속상할 때 있는 약 - 내가 있잖아요! 기운 내세요! '

ㅋㅋ 작년의 사진 폴더에서 발견했다.
담배 끊는다고 약속하고 지키지 않는 아빠.
정작 나는 별 기대를 안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는데
실망은 아이가 더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엄마를 토닥거리고 있는 것 좀 봐 ㅋㅋ
'다린이 너 이제부터 약상자 속에 들어가있어야겠다~' 

웃자 웃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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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1-04-16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귀여운 고자질이잖아요...ㅎㅎㅎㅎ

큰아이가 6살때.. 정월대보름날이었어요.
"오늘은 달님에게 소원 비는 날이니까 엄마랑 같이 소원 빌자" 라고 했죠.
근데 엄마는 가라며.. 혼자 소원을 빌겠다는거예요.
그래서 어쩌나 보려고 혼자 베란다로 내 보냈답니다.
그랬더니.."달님달님.. 우리엄마 마음에 착한 마음을 심어주세요" 이러는거 있죠..ㅋ
어찌나 깜찍하던지...ㅎㅎㅎ

아이가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 맞는 것 같아요.
아이를 통해서 내 모습을 보게되니까요..^^

hnine 2011-04-17 10:03   좋아요 0 | URL
아이쿠, 귀여워~ 그 아이가 지금 몇살이나 되었나요?
그만한때 아이들에게 착한 엄마는 아이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 엄마를 말하겠지요? 저도 아주 나쁜 엄마였네요 그러면..ㅋㅋ
아이들 어릴 때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동화같은 얘기들이 많지요?

책가방 2011-04-18 15:00   좋아요 0 | URL
10년전 얘기네요.
그 때 그 아이가 올해 중학교 3학년이랍니다..^^

hnine 2011-04-20 08:27   좋아요 0 | URL
어릴 때 그렇게 엄마의 애정 표현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아이는 아마 어디가 달라도 다를거예요. ^^

stella.K 2011-04-16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정말...! 이맛에 아이 키우시죠! 좋습니다.^^

hnine 2011-04-17 16:19   좋아요 0 | URL
기분이 좀 우울할 때 이렇게 예전 사진첩 꺼내서 보는게 제 취미랍니다. 이런 사진 하나 발견하면 그냥 푸하하 웃고 말아요 ^^

마노아 2011-04-17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물이에요. 이런 건 절대 잃어버리지 말고 잘 보관하셔야 합니다.^^ㅎㅎ

hnine 2011-04-17 10:18   좋아요 0 | URL
아빠와 아들이 콤비를 이루어 저를 웃긴답니다.
언젠가는 아들은 아빠 편으로 싹 돌아선다는데...그땐 어쩌지요? ^^

sslmo 2011-04-17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음표와 느낌표가 저렇게 큰 의미를 담고 있을 수도 있군요.

그러게요, 저건 쪽지가 아니라 보물이네요.^^
그래도 부자간에 알콩달콩할 시간이 많은가 보네요, 왕 부럽~!!!

hnine 2011-04-17 10:21   좋아요 0 | URL
알콩달콩, 티격태격...저희 집 일상을 잘 들여다보면 아주 웃긴답니다.
남편과 저 사이엔 재미있을만한 일이 별로 없는데 아이와 남편, 아이와 저 사이엔 웃기는 일이 종종 있어요.
저런 사진이나 쪽지, 잘 모아두어야 겠어요. 지난 후에 보니 이리 재미있네요.

하늘바람 2011-04-17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보물이네요 어쩜
다린이 참 예뻐요

hnine 2011-04-17 10:22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시간 있으실때 태은이 어릴 때 사진 한번 들춰보세요. 보물을 발견하실거예요 ^^

세실 2011-04-1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상할때 있는 약.... ㅎㅎ
늘 생각하지만 배려심 많은 다린이예요.
요즘 울 옆지기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펴서 속상해요. 어떤 약을 쓸까요?

hnine 2011-04-17 22:34   좋아요 0 | URL
담배 끊기가 참 어렵긴 어렵나봐요. 담배는 끊는게 아니라 평생 참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담배 피는 것에 대해 제가 뭐라고 얘기한다고 먹힐 것 같지도 않아서 그냥 묵인하는 편이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아무래도 건강 걱정이 되어 저도 모르게 말리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제 말 백 마디보다 다린이의 한 마디가 훨씬 위력이 막강하답니다 ^^

무스탕 2011-04-17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완전 천군만마 안부러운 아군이고 못고치는 병 없는 만병통치약이네요. ㅎㅎㅎ

hnine 2011-04-17 22:35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저 녀석이 약도 되지만 때로 엄마에게 병도 준다는 것, 우리끼린 다 알잖아요~~ ㅋㅋ

비로그인 2011-04-17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요 시리즈 계속 부탁드려요~

hnine 2011-04-17 22:36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아이 있는 집에선 이런 에피소드, 수두룩 하답니다 ^^
재미있으셨나요? ^^

춤추는인생. 2011-04-17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도 귀엽고 나인님 표현도 참 좋아요.
약상자속에 있는 다린이. 두더지처럼. 활짝 웃으며 그안에서 뿅 하고 나올것 같은데요.^^

hnine 2011-04-17 22:38   좋아요 0 | URL
푸하하...약상자에서 뿅 튀어나오는 다린이, 너무 재미있는데요?
비밀인데요, 다린이네 반에 요즘 다린이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있는 것 같은데 그 얘기만 꺼내면 팔짝 뛰면서 아니라고, 난리도 아니랍니다 ㅋㅋ

잘잘라 2011-04-18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는.. 그러니까, 아드님인가요?
요즘 아드님들은 다 저렇게 다정한가요? 우와..
(메모 보고는 분명 속 깊은 딸일거라고 믿어의심치 않았건만.. ^ ^;;)

hnine 2011-04-18 12:42   좋아요 0 | URL
예, 저 쪽지의 주인공은 방년 11세 XY염색체 입니다 ^^
다정할때도 있고 장난이 하늘을 찌를때도 있고 남의 집 자식이라면 저라도 한마디 할 정도로 버릇 없을 때도 있고, 참 한마디로 단정짓기 어려운 아이랍니다.

달사르 2011-04-19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이 이름이 다린이군요. 위의 힌트를 살짝 보니, 11살 사내아이?
아이의 마음씀이 무척 예쁘네요. 저런 배려라니요..ㅎ 흐뭇하셨겠어요. 시간이 흘러 다시 발견했을 때의 기쁨 역시 그때와 같았을 거 같애요.

hnine 2011-04-20 08:29   좋아요 0 | URL
예, 11살 개구장이요.
저럴 때가 있는가 하면 반대의 방법으로 저를 뒤집어지게 할때도 있는, 아주 드라마틱한 아이랍니다.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이런 것들이 어떤 색깔로 추억이 될지 궁금해요.

2011-04-22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2 0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2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3 0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6 0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4-26 12:39   좋아요 0 | URL
별로 재미없게 읽은 책 리뷰를 일단 쓰고 다른 것을 써도 쓰려고 하니 글 올리기가 좀 뜸했나보네요. 관심 고맙습니다. 비오고 으슬으슬한 날입니다. 자판기 커피 따뜻함도 위안이 되는 오후입니다. ^^

2011-04-27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7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1-04-28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우리집에선 볼 수 없는 메모겠어요.
우리 큰언니네 아이들도 아빠가 담배 피우는 것을 무척 싫어해요. 곳곳에 담배 피우면 나쁜 병에 걸린다는 메모, 해골 그림 등을 여기저기 붙여 두었더라구요.

hnine 2011-04-29 01:23   좋아요 0 | URL
하하, 조카들의 방법이 매우 적극적이네요. 남편도 몇번 끊으려고 시도했다가 다시 피기를 반복하고 있어요. 그게 참 어려운가보더라고요.
 

  

언젠가,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 터미널에 가기 위해 우리 아파트 단지 앞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아침이었다.
마을 버스 정류장 바로 뒤에는 아파트 단지내 유치원이 있다. 방금 전 유치원 버스는 이미 아이들을 태우고와 다 내려놓고 갔는데 그 후 10분 쯤 지났을까?
작은 승용차가 한대 급하게 서더니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점멸등을 켜놓고 운전석에서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허둥지둥 내렸고 옆에서 유치원 가방을 맨 대여섯 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엄마를 따라 내렸다.
내리자 마자 엄마는 아이 손을 잡고 걷는다기보다 나르다시피 하여 계단을 올라 아이를 유치원 들어가는 입구에 올려다 놓고 어서 들어가라며 손을 흔드는 둥 마는 둥 하고 세워놓은 승용차를 향해 급하게 돌아나온다. 아마 엄마도 출근시간에 이미 늦었는가보다 생각했다.
"엄마, 빠이빠이~~"
아이는 엄마가 서두르는 모습을 보면서도 바로 유치원으로 뛰어들어가는 대신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침착하게 엄마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보낸다.
엄마도 대답을 했던가 안했던가.
급하게 다시 올라탄 엄마의 승용차가 유치원 앞을 벗어나고, 내가 아이를 돌아 보니 아이는 여전히 엄마가 탄 차가 저 멀리 시야를 벗어날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는 타박타박 걸어서 유치원 문으로 들어갔다.
대여섯 살 정도 밖에 안되는 그 아이가 나는 왜 그렇게 안쓰럽던지.
그날 하루가 아니라 매일을 그렇게 허둥지둥 아이 보내고 출근하는 엄마 역시, 직장에서 일하다가 가끔 아이가 눈에 밟히지 않을까?
 

그 후 누군가에게 이날 아침 본 것을 얘기했더니 그녀가 하는 말,
"그렇게 매일 유치원이라도 갈 수 있는 아이들은 행복한 아이들이어요. 봐줄 사람 없이 하루 종일 혼자 집 지키는 애들, 장사하는 엄마 옆에서 변변한 장난감 하나 없이 혼자 먹고 놀고 낮잠 자고 칭얼거리며 크는 애들도 있는 걸 생각하면요."
그런다.

그날 이후 나는 아침의 그 풍경이 종종 생각이 난다. 

******************************************************

 

   하   루  


아침마다 채워지는
엄마의 트럭
짐칸엔 한가득 뻥튀기 과자
엄마와 아이는 나란히 앞자리
 
 

차들이 줄줄이 선
찻길 한편에
소나무 그늘 밑
트럭의 자리 


엄마는 기울어진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차들과 눈을 맞추고
아이는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돌멩이 소꿉놀이 살림 차리고 
 

나란히 앉아 점심 도시락
먹고 나면은
아이는 트럭에서 낮잠을 자고
엄마는 의자에서 꾸벅꾸벅 

 

아이는 
지나가는 차 구경
차들은 
길에서 노는 아이 구경 

 

어둑어둑 해거름녘
집에 갈 시간

엄마는 트럭에 아이를 태우고
노란 달빛 한 자락도 함께 태우고 

 

어느새 잠이 든 아이 얼굴을
옆으로 슬쩍 쳐다본 엄마
달님이 거기에 앉아 있었네
둥글고 환한 아이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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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15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초등학교 1학년인 코알라는
아침 7시 10분에 자명종 듣고 혼자 일어나서 혼자 옷 입고 혼자 차려놓은 밥 먹고 혼자 시간 맞추어 학교에 갔는데............. 정말 불쌍하죠.. ㅠㅠ
저는 아직두 그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hnine 2011-04-15 21:0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도 참 힘든 시기를 보내셨구료...

프레이야 2011-04-15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짠해지는 풍경이에요.
아이가 어떨 땐 어른에게 더더 위안이 돼요.
엄마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 흔들어주던 그 아이,
엄마는 룸미러로 끝까지 보고 있었을까요? 아마 그랬을 거에요.

hnine 2011-04-16 09:32   좋아요 0 | URL
저날 아이가 엄마 같고 엄마가 아이 같았어요. 나중에 아이가 크는 동안에도 그렇게 서로 의지가 되며 살겠지요? 그런데 옆에서 보는 제가 참 마음이 짠 하더라고요.

순오기 2011-04-16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근을 서두르며 빨리 하라며 아이를 다그치던 모습에 '지금 내가 뭐하는 짓인가?' 참담했던 시간들이 있었어요.ㅜㅜ
인용된 시는 누구의 시일까~~~ 자작시일까요?

hnine 2011-04-16 08:01   좋아요 0 | URL
그런 경험들 참 많지요. 제가 아이를 얼마나 다그쳤으면 아이가 연속으로 세번을 오줌을 싸더라고요. 출근 시간은 이미 늦었는데 옷을 갈아입히면 또 싸고 또 싸고, 나중엔 주저 앉아서 아이 붙잡고 엉엉 울었던 기억... 그 순간 자체는 참담한 심정, 맞아요. 순오기님은 그렇게 아이들 셋을 키우셨으니, 존경스럽습니다.
인용된 시는 제가 끼적거린 시여요 ^^

무스탕 2011-04-16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상황을 두고요, 어떤 엄마는 저 아이 안스럽다, 저 엄마 힘들겠다 같이 힘들어 하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요,
저 엄마는 조금 더 부지런 떨어서 애랑 인사도 제대로 하고 여유있게 할것이지 저게 뭐야.. 가볍게 입만 놀리는 엄마들도 많아요.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건 그래서 중요한가봐요. 저 역시 동동거리는 엄마들 보면 참 안스러운 맘이 들때가 많아요. 애고.. 저 엄마는 오늘도 애가 눈에 밟혀 순간순간 맘 아프겠네.. 하고요.
나인님은 많은걸 안아 주실수 있는 마음을 갖고 계시니 얼마나 좋아요?

hnine 2011-04-16 14:29   좋아요 0 | URL
저 엄마가 일하는 곳의 상사는 혹시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루 이틀도 아니면서 매일 허둥거린다고... 그래도 아이 키워본 엄마들이라면 다 비슷한 마음이었을 거예요. 아이를 보면 아이가 안스럽고 엄마를 보면 엄마가 안되었고, 그렇더군요.
무스탕님, 지성이 좀 어떤가 모르겠네요. 집에만 있자니 갑갑했겠지만 쉴때 완전히 회복이 되었어야 하는데. 남편분도 괜찮으시나요?

paviana 2011-04-1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참 좋네요.
그렇게 갈수밖에 없는 엄마맘은 얼마나 짠하겠어요.

깨워도 깨워도 안 일어나는 아이 보고 있으면 열통이 나다가도,
그래도 내가 아침에 깨워보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생각하곤 해요.
자고 있는 아이 놔두고 출근하던 땐 아침마다 아이얼굴 한번 쓰다듬는 걸로 아침인사를 대신하고는 했지요.

hnine 2011-04-17 09:57   좋아요 0 | URL
아이맘도 엄마맘도 다 이해가 될 수 있는 건 우리가 아이를 낳아서 키워본 엄마이기 때문이겠지요.
자고 있는 아이 놔두고 출근하던 때 말씀하시니, 읽으면서도 마음이 뭉클합니다. 깨우지않고 얼굴 한번 쓰다듬고 출근하는 마음이 어떠셨겠어요...

책가방 2011-04-1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참 많이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들 유치원 다닐 땐 아침마다 맛사지로 아이들을 깨웠거든요.
오늘은 유빈이가 좋아하는 카레라이스 나오는 날이네..
오늘은 머리를 묶을까 땋을까??
곰돌이 고무줄로 묶을까, 리본 고무줄로 묶을까??
그날 그날 아이가 관심가질만한 내용의 말들을 하면서 쭉쭉~~
그렇게 5분에서 10분정도 하면 아이도 기분좋게 아침을 맞거든요.

그렇게 키운 아이들이다보니... 중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알아서 일어나질 못하네요..ㅜ.ㅠ
깨우다 깨우다 언성이 높아지면 그제야 부시시 일어난답니다.
전... 지금 힘들어요~~~~~

신혼땐 남편도 그렇게 깨웠다지요...ㅎㅎㅎㅎㅎ

hnine 2011-04-17 10:01   좋아요 0 | URL
책가방님, 제가 좋아하고 또 영향을 많이 받은 책 중에 <엄마학교>라는 책이 있거든요. 책가방님 댓글 읽는데 마치 그 책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거기 나오거든요. 아침에 아이들을 소리지르고 야단치며 깨우지 말고 속삭임과 스킨쉽으로 깨우라고요. 기분좋게 아이의 아침을 시작하게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지금도 아이들이 엄마의 그런 속삭임과 맛사지가 그리운가봐요 ^^
저는 아주 평범하게 시계 옆에 맞춰주고 자는데... 듣고 일어나라고요 ^^
 
아홉 가지 이야기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최승자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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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을까. 나 역시 그 사람들 중 한 사람이면서도 그 이유를 지금도 확실히 모르겠다. 다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도 공통적인 상처가 마음 저 깊은 곳에 있나보다. 건드려지기 전엔 있는지도 모르는 그런 상처가. 호밀밭의 파수꾼에서의 주인공이 자신의 그런 상처를 드러내는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그런 상처로부터 지키고 보호하고 싶어 하는 것을 보고 읽는 사람들은 공감 이상의 무엇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샐린저의 이름으로 나온 책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아홉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시큰둥했던 것은 아마 여기 저기 조각처럼 돌아다니는 잡문들을 출판사 측에서 임의로 묶어 낸, 상업적 목적으로 태어난 책일거라는 짐작때문이었다. 

그러다가 6년 만에 결국 이 책과 대면했다. 돌고 돌아서.
Ellen Wittlinger라는 미국의 소설가의 Noodle soup for nincompoops 라는 글을 읽고 좋아서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은 것이 Hard Love. 이 책 역시 무척 좋았는데 이 책에서 직접 대놓고 인용하진 않지만 장래 소설가가 되고 싶어하는 작품 속의 주인공이 샐린저의 영향을 참 많이 받았다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자기가 만드는 잡지의 이름도 '바나나 피시'라고 붙인 것을 보면.
'그래, 다시 만나보다 샐린저' 라고 마음 먹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이 그래서 그런지 처음엔 이 책이 샐린저의 에세이 류인 줄 알았는데 아홉 편의 짧은 소설 묶음집이었다. 1948년에서 1953년 사이에 여기 저기 발표된 작품들을 한데 모은 것이다. 최근 우리 나라 소설가 오 정희의 작품집을 봐도 그렇고, 어떤 경지에 있는 작가들에게는 꼭 장편만이 그 역량을 드러내 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짧은 소설의 임팩트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이 책은 당당히 보여주고 있었다. 

샐린저는 작년에 타계하기까지 어떤 생을 살아왔을까. 작품으로 작가를 짐작해보는 것이 어쩌면 아무 소용없는 일일지 모르겠지만 무관하지도 않을 것 같다. 이 책의 첫페이지이 화두라는 것도 그렇다.

두 손바닥이 마주치는 소리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러면 한 손바닥으로만 치는 소리는 어떤 것일까?

 '샐린저가 종교인이었어? 아니면 한때 종교에 심취했기라도?' 라는 생각은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인 <테디>를 읽으면서 또 하게 되었다. 열 살 소년이 일기장에 끄적거린 내용이라는게

내 생각에, 삶이란 하찮은 선물이다. (329쪽)

라니.
아무리 그 소년이 천재적이고 하루를 명상으로 시작하는 독특한 아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 작품의 결말을 읽고 또 읽지만 아직도 나는 도대체 어떤 끝맺음인지, 그리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을 못한다. 그 마지막 비명은 누구의 비명 소리였는지? 누구에 의한 비명 소리였는지. 천재적인 삶이 곧 행복한 삶인가? 오히려  주위의 자기보다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며 평생을 소통이 안되는 답답함 속에 살면서 또다른 소외의 둥지나 틀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게한 결정적인 작품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의 시모어 역시 보통의 일생을 살아간 사람은 아니다. 샐린저 작품의 주인공들은 이렇게 약하다. 약해 빠졌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일생 반전을 이루는 그런 희망적이고 고무적인 인물들은 눈 씻고 찾아도 없다. 대신 과거의 어떤 사건이나 경험에 나머지 일생이 지배당하는 삶을 사는 찌질이들. 바로 나의 모습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이다. 자기의 삐끗한 발목 (ankle)을 uncle (아저씨)로 말바꿈하여 <코네티컷의 비칠비칠 아저씨>라는 제목을 탄생시킨 이야기 속에서 그 중년 부인의 수다는 곧 지나온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고 후회이고 허무의 눈물이었다. 보이지 않는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 계속 언급하는 어린 딸에 대한 애처로움은 곧 인간의 삶 자체에 대한 애처로움이었겠지.
<웃는 남자>에서 그 남자의 웃음은 진정 웃음이었던가? 오히려 끔찍하지 않은가.
<작은 보트에서>에 나오는 어린 아이 라이오넬. 틈만 나면 보트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그 유대인 어린 아이는 혹시 작가의 어린 시절의 한 추억 자락에서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도 해본다. <바나나 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에 나오는 인물 시모어가 여기서는 라이오넬의 삼촌으로 언급된다.
<에스메를 위하여, 사랑 그리고 비참함으로>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안정되어 보이는 관계는 이미 사랑이 아닐지 모른다. 그것은 어쩌면 사랑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리어야 맞는지도. 사랑은 비참함. 비참함과 비릿함으로 남는 찌꺼기. 이 작품에 나오는 '나'는 후반부엔 X라는 전혀 다른 인물로 바뀌기도 하는데 이 인물 역시 작가의 분신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에스메 남매가 주인공 '나'와 헤어지는 장면의 묘사가 참 독특하다. 이 리뷰의 마지막에 인용해보기로 한다.
<예쁜 입과 초록빛 나의 눈동자>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머리 희끗한 남자 '리'의 옆에 처음 부터 줄곧 있던 여자가 바로 '아서'가 전화로 그렇게 절실하게 호소하는 여자 '조아니', 그렇지 않나요 샐린저씨? 조아니가 지금 막 돌아왔다고 거짓말을 하는 아서의 심리는 그럼 뭔가요?
<드 도미에 스미스의 청색 시대>에 등장하는 그 젊은, 아니 어린 화가가 다른 사람들을 속여가며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보고 샐린저씨 당신이 글을 쓸때 가끔 드는 느낌을 그렇게 작품 속에 그려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아니길 바란다고 하지 않겠어요. 샐린저씨 당신은 어쩌면 생각보다 교활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해놓겠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쓰고 싶은 이야기와 사람들이 좋아할 이야기 속에서 고민한 흔적이 나타난 부분을 나는 다음 부분에서 찾았다.

다음 나흘 동안 모든 여가 시간과 완전히 내 것은 아닌 얼마간의 시간까지 이용하여 나는 미국 상업미술의 전형적인 예라고 생각되는 열두어 점의 견본 작품을 그렸다. 대개는 엷게 칠하고 종종 돋보이게 하기 위해 선을 그려넣기도 하면서, 나는 시사회 날밤 리무진에서 나오는 야회복을 입은 사람들, 살아오면서 음흉한 부주의의 결과로 고통을 당해본 적이라곤 한번도 없을, 또한 아마도 음흉스러움이라고는 가져본 적도 없을 최상류층 커플을 그렸다. (...) 텔레비전에나 나올 법한 볼이 발그스레한 마음씨 고운 아이들이 깨끗이 비운 아침 식사 쟁반을 들고 조금만 더 달라고 매달리는 모습을 그렸다. 피가 스르는 잇몸, 얼굴의 잡티, 추한 머리칼, 불완전한 혹은 부당한 생명보험 같은 국가적인 악으로부터 보호받은 결과 세상에서 근심 하나 없이 파도타기를 하고 있는 가슴이 큰 웃는 얼굴의 여자들을 그렸다. (257쪽)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웃은 유일한 순간은 다음 문장을 읽을 때 뿐이었다.

여름에 활동하는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반바지를 입은 미국 여자라는 사실을 음미했다. (300쪽)

그 외에 나는 내내 심각했고 진지했다. 샐린저씨, 농담도 좀 던져보시지요? 하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한번 읽고 또 한번읽느라 책은 이미 반납기한일을 넘겨버렸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난 기꺼이 또 한번 이 책을 읽을거라 생각한다. 그게 언제일지. 삶이 하찮은 선물이라고 말하기 까지 그 사람은 여한없이 생을 사랑해보았으리라는 지금의 생각과 아주 다른 생각을 하게 될 때일지 나는 모른다. 그저 지금은 '조금은 덜 감상적인 생활방식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가기 시작해야 할 때'. 

(마지막 문장은 이 책 <에스메를 위하여, 사랑 그 비참함으로> 중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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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4-10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동네 도서관에도 있는지, 찾아봐야겠어요. ^ ^

hnine 2011-04-10 17:00   좋아요 0 | URL
분명 있을거예요, 사람들의 손때가 많이 묻은 상태로...

2011-04-13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4-10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거장처럼 써라> 에서 샐린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해서 꽤나 재밌더라고요. 비교적 초창기에 쓴, 호밀밭의 파수꾼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이후 잠적한 이야기는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의 삶을 어림으로나마 짐작해 보면서 평면에 입체를 세우는 일, 쉼표 하나를 뺐다가 넣는 일, 수많은 단어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일. 모두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hnine 2011-04-11 16:31   좋아요 0 | URL
<호밀밭의 파수꾼>이후 저자가 작품 활동을 거의 닫다시피 했었다지요. 그래서 그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들을 조각조각 들을 뿐이어서 아쉬워요.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가 그를 모델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거장처럼 써라>에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11-04-10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인용하신 문장은 그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기다리면서 여자가 남자를 기다리게 하는데 예쁘게 하고 오는거라면 비난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그 때의 문장과 비슷한 느낌을 줘요, hnine님.

엊그제였나, hnine님의 페이퍼를 보고(그때는 책 링크가 없었어요. 아니면 제 피씨에서 보이지 않았던 걸까요?) 두근두근 했었어요. 어쩌면 말씀하시려는 것이 샐린저의 [아홉가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구요. 그런데 역시,맞았네요. 날씨에 대해서는 난 인질이나 다름없다는 말도 이 소설, 아홉가지 이야기 속에 나오는 문장이죠. 저는 이 책이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좋지는 않았고, 아주 오래전에 읽어서(나오자마자 읽었거든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 리뷰를 읽고 이 소설을 다시 읽기로 했어요. 제 책장속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으니까요.
아, 정말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리뷰에요, hnine님. 반갑고 좋아요. 무척 좋아요.

hnine 2011-04-11 16: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책 링크도 안되었는데도 이 책 얘기가 아닐까 하셨다니 대단한 직감력이십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서의 그 느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저도 이 책이 나왔다고 했을때 굳이 읽고 싶지 않았었지요. 다락방님 지금 다시 읽어보시면 느낌이 다를지도 몰라요. 샐린저라는 사람은 아마도 맨 처음 나오는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의 시모어 같은 성격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드 도미에 스미스의 청색시대>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 사람일 것 같기도 해요. 시니컬하면서 마음이 기본적으로 따뜻한 남자, 그래서 그걸 시니컬한 말이나 글로 완전히 위장 못하는 남자, 끌리지 않을 수 없어요. ^^

섬사이 2011-04-1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너무 많이 출간되는 게 탈이에요!
읽고 싶은 책들이 자꾸자꾸 더더더 많아지잖아요.
책이 앞으로 단 한 권도 새로 출간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난 내가 읽고 싶었던 책들을 다 읽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말은 결국
hnine님 페이퍼를 읽고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는 말이에요... -.-;;

hnine 2011-04-11 16:50   좋아요 0 | URL
읽고 싶은 책들이 자꾸자꾸 많아지는 것이 부담될 때도 있지만, 몸과 마음이 아주 지쳐 있을 때, 좀 심각하게 그런 증상이 있을 때 책도 뭐도 눈에 안 들어오는 경험을 한 적 있는 저로서는 먹고 싶은게 있고 읽고 싶은게 있는 상태면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책을 이렇게 읽어대는 것이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도 하는걸요. 책 읽는 시간에 다른 것을 한다면 오히려 내 인생이 더 활기차고 세상을 더 희망적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결국 다시 책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책이 더 보탬이 되서라기보다 그게 더 저를 만족시키기 때문이지요.
이 책은 제가 리뷰에도 썼지만 희망적이고 밝은 이야기들은 아니어요. 하지만 묘하게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평소에 생각못하던 우리 마음 속의 어떤 조각하나를 끄집어내게 하는 이야기들이지요. 지금 당장 못 읽으신다면 제목이라도 기억해주세요, 나중에 꼭 읽어보시게요 ^^
 

 

과연 이 책의 리뷰를 내가 쓸 수 있을 것인가?
쓰지  않을까?
쓸 수 없을까? 

 

안그래도 인생 무상을 느끼고 있는 요즘인데,
허무하고 먹먹하고 가라앉고,
그럼에도 정말 멋진 작품들이라는 가슴 벅참을 누를 수 없으니
이런 모순이 어디있느냔 말이다.
그러니 내가 어떻게 리뷰를 써야하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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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4-07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정말 지름신을 부르는 멘트를 잘 날리시는 거같아요^^
허무하고 먹먹하고 가라앉고
삶이 참 그렇죠
기대만발하고 무엇이든 싱그럽고 새로운 화려한 봄날이 되어야 할텐데 말이에요

hnine 2011-04-07 12:40   좋아요 0 | URL
식상한 말이지만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아마 제 마음이 그런가봅니다. 사는게 원래 허무한 것이니 크게 욕심내지 말고 하루 하루 겸허하게 살자,매일 이렇게 결론을 냅니다만.
하늘바람님도 이 책 한번 읽어보세요.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예요.

2011-04-07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7 1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4-07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책이 있긴 하죠.
저도 최근 그런 책 하나 읽긴 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h님 그리 말씀하시니 읽어보고 싶네요. 일단 보관함으로요...^^

hnine 2011-04-07 12:43   좋아요 0 | URL
stella님의 그 책은 무슨 책일까요?
이 책은요, 제목처럼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바로 다음 장에 무슨 내용이 이어질지도 예측할 수가 없어요. 해피 엔딩이란 없고요, 아주 허무한 결말이지요.

stella.K 2011-04-07 14:46   좋아요 0 | URL
아, 저는 허무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저에게 자극을 주는 책이었죠.ㅎ

hnine 2011-04-07 19:03   좋아요 0 | URL
허무하지 않고 자극을 주는 책이라면 영양가 있는 책이네요.
허무는 저의 병, 아니 결론이예요 ㅠㅠ

세실 2011-04-0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가다듬고 얼른 쓰세요. 내용 궁금하네요.
그나저나 왜 인생무상일까요?
허무하고,
먹먹하고,
가라앉고....이런.
우리 유성에서 만날까요? ㅎ

hnine 2011-04-07 12:45   좋아요 0 | URL
왜 인생무상이냐면, 음...조금 아까 하이드님 페이퍼 보니까 <이탈리아 구두>라는 책 소개글 속에 있더군요.
유성온천이라도 함께 갈까요? ㅋㅋ (물론 농담입니다)

sslmo 2011-04-07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최승자 님의 번역이라고 해서 눈독들였었는데 그러고 까먹었었네요.
저도 장바구니로 쏘옥~^^

hnine 2011-04-08 05:16   좋아요 0 | URL
원서를 직접 대한 적은 없음에도, 번역하는 분이 꽤 힘들었을 거라는 추측을 하며 읽었습니다. 샐린저 아니면 쓰지 못할 것 같은 표현들이 참 많이 나오거든요.
저는 이 책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구입해서 가지고 있고 싶은 책이랍니다.

순오기 2011-04-08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샐린저의 책이군요~~~~~~~
님의 고백에 더 궁금해지는 책.^^

hnine 2011-04-08 05:18   좋아요 0 | URL
아주 집중해서 읽게 되더라고요.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나서 아직도 누가 물어보면 기억에 남는 책으로 꼽고 있는데 이 책 역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