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 - 2010년 뉴베리상 수상작 찰리의 책꽂이
레베카 스테드 지음, 최지현 옮김 / 찰리북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는 When you reach me. 지난 해 뉴베리 상 수상작이다. 책을 다 읽고서 책의 표지 그림을 보면 원작의 표지 그림과는 다르지만 책의 내용이 많이 반영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란히 앉아 있는 세명의 아이들, 파란 우체통, 그리고 무엇보다도 흐르듯 주름진 배경. 
이미 올라와 있는 리뷰에 비교적 좋게 평이 되어 있었고, 각 인터넷 서점마다 메인 페이지를 한동안 차지하며 광고가 되는 것을 보았기에 읽어보기로 선택한 책인데 페이지가 한 장, 두 장, 몇 십장 넘어가도록 좀처럼 몰입이 안되어 애먹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첫번째로 나는 번역의 문제를 들고 싶다. 원서를 보지 않았으니 뭐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원서를 직접 비교하지 않더라도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는 금방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원서 자체가 그렇게 쓰여져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문장들이 어색하고 앞뒤 연결도 매끄럽지 않으며 쓰여진 어휘도 지연스럽지 않게 눈에 들어오니, 잘 된 번역이라고 보기가 어려웠다.
두번 째로는, 산만한 구성을 들 수 있겠다. 장편이긴 하지만 다 읽고 난 후, 그때 거기서 그 인물이 왜 등장 했는지, 그 장면이 왜 삽입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좋은 작품이란 대개 그 반대 아닌지. 거기서 그 인물이 왜 등장했구나, 그 장면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었구나, 되짚어볼때 결말과 주제로 일관성있게 엮여져야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었다. 가령 주인공인 미란다의 엄마가 퀴즈 프로그램에 나가기로 하고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결국 결말을 맺게 되는데 그것이 이 책의 주제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미란다의 친구들 중 마커스를 제외하고 다른 아이들은 그 캐릭터가 불분명하고 그 아이들과 주인공과의 갈등이 쉽사리 공감이 가지 않았을 뿐 더러 소설 전체의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아직도 시원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째, 이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은 꼭 직접적일 필요도 없고 작가마다 다르겠지만 다 읽고난 후 작가가 말하고 싶은게 대체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과연 그 작품에 대한 기억과 감상이 오래 갈 수 있을지.
그럼 왜 이 작품이 뉴베리 상까지 받게 되었을까? 독특한 소재? 아무리 문장력이 좋고 문학적으로 뛰어났다 할지라도 식상한 이야기라면 안된다는 조건이라도 있는 것일까? 외국의 수상작들을 보면 하나같이 소재와 구성이 독특하다. 이 작품 이전엔 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것 같은, 그 작품의 고유성, 독특성, 분명한 작가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 역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마지막 결말 부분이 앞에서의 이런 저런 허술함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해도 크게 반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결말 처리 방법이 저자인 레베카 스테드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기 보다는 역시 이전 뉴베리 수상작인 매들렌 렝글의 <시간의 주름>에서 얻어온 것을 감안할 때 (이점은 책 속에서 저자도 암시하고 있다) 이 작품에 그리 놓은 점수를 주기에 주저하게 된다.
하나 더. 나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도록 주인공 외에 주인공의 친구로 그렇게 자주 등장하는 아이들이 도대체 남자 아이인지 여자 아이인지 조차 계속 헷갈려했다. 중요한 사항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몰입하지 못한 하나의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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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8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9 0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9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4-29 22:29   좋아요 0 | URL
읽으셨군요.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는 수작이지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저도 영화로 봤는데 지금 그 구성이 어땠었는지 기억에서 벌써 가물가물하니 어째요 ㅠㅠ

2011-04-30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30 0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4-30 06:1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이건 처음 듣는 출판사인데? 하면서 봤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 책에 대한 다른 분들의 평은 저만큼 고약하진 않아요 ^^ 그래도 저의 솔직한 느낌을 써야겠기에 느낀 그대로 썼네요. 번역은 확실히 영어 실력만으로 하는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말하려고 하다보니 역자 분이 국문과 전공이시네요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