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친정에 다녀오고 또 마음이 심난해져서 인터넷에서 구인란을 보다가 한 군데 공고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지금처럼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 자리. 집에서 가까운 곳이고 보수도 좋다. 전화부터 해서 자격이 되는지 물어보았다.
그리고는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이와 나눈 이야기이다.

"엄마, 거기 들어가려고요?" 

-"응, 한번 알아보는거야. 들어갈지 안들어갈지는 아직 몰라." 

"왜요?" 

-"거기는 지금처럼 일주일에 몇 번만 일하면 되는 곳이 아니라 아빠처럼 매일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그런 곳이야. 다린이 이제 학교 다녀와서 혼자 집에 있는 건 할 수 있지?" 

"네! 계란 프라이도 해서 먹을 줄 알아요." 

-"매일 계란 프라이만 해서 먹을 수는 없지. 그런 건 아침에 엄마가 미리 준비해놓으면 되고 다린이가 혼자서 잘 있을 수 있는 건 엄마 걱정 안해." 

"엄마, 그럼 하세요." 

-"그런데 여기서 하는 일이 말이야. 엄마한테 썩 잘 맞을 것 같지는 않거든. 하려고 생각했던 일도 아니고." 

"그런데 왜 가려고 해요?" 

-"엄마도 돈 많이 벌면 좋잖아?" 

"그렇긴 하죠~" 

-"그리고, 엄마가 여기 들어가게 되면 이제 엄마가 좋아하는 OOO 는 할 시간이 거의 없을지도 몰라." 

"그럼 하지 마세요.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못하게 되면 안되잖아요." 

-"???" 

 

 

아이를 핑계대고 있다 지금. 어른이 되어가지고는.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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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24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에 염화미소만....^^

hnine 2011-08-24 04:50   좋아요 0 | URL
아직도 이렇게 소신이 부족한 인간입니다. 귀 얇고, 금방 마음 심난해하고요.
순오기님의 염화미소에 저도 배시시 웃음만 ^^

울보 2011-08-24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착한아드님이네요,
류는 엄마가 일하는것 싫다고 하네요,
전 일을 하고 싶지만 무슨일을 해야할지 모르겠던데,,
너무 멋진 아드님이네요,,

hnine 2011-08-26 13:14   좋아요 0 | URL
울보님 하실 수 있는 일을 찾으시면 꼭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엄마가 일하는 것을 어릴때만큼 싫다고 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마지막 줄에 썼듯이 중요한 건 엄마의 생각인 것 같아요. 우리가 아이들 입을 빌어 듣고 싶은 말을 들으려고 하는게 아닐까, 제 경우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

세실 2011-08-2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00는 뭘까 잠시 생각했습니다. 뭐지?
오늘 보림이가 개학을 해서 규환이는 혼자 있어야 합니다.
오전에 성당 다녀오고, 오후 1시엔 바로 영어학원 가는 일정이지만 중간에 점심이 걸리더라구요. 어쩔까 고민했는데 심플하게도 "나 시켜먹을래" 하네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심각하게 생각을 안하더라구요. 어쩜 어른보다 더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지도.....

hnine 2011-08-24 15: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요즘 시켜먹는 메뉴가 얼마나 다양한데요. 어쩌다 집에 혼자 있는 날은 시켜먹어도 되겠지요. 매일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경우는 좀 다르지만요.
아이들은 단순하기도 하지만 명쾌해요. 그래서 복잡한 일은 아이에게 의견을 묻고 싶어질 때도 있어요 ^^
OOO는요, 나중에 알려드릴께요~

마녀고양이 2011-08-2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현명한거 같지 않아요, 나인 언니?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한데, 왜 이리 생각이 복잡할까요?
저두 요즘, 구인란 들여다보곤 해요... 그래서 너무 공감이 가요,
이런 이상한 것에 찌찌뽕~~~, 그리고 뽀뽀도 쪼옥.

hnine 2011-08-24 15:15   좋아요 0 | URL
진리는 단순한데 있다. 이거 제가 자주 인용하는 문장인데 인용을 자주 한다는 것은 자주 잊고 산다는 뜻이겠지요.
일을 해도 저 혼자 지지고 볶고 하는 일에 이제 적응이 되어놔서 (5년만에) 어디 정기적으로 출퇴근해야하는 생활을 상상해보니 그도 참 안 내키네요. 그래서 어제 하루 고민하다가 이력서도 안냈어요. 친정 부모님이 아무리 흔들어도, 남들이 눈치 줘도, 내가 내키지 않는 일은 하지 않겠다! 잘난 척 대마왕은 마녀고양이님이 아니라 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스탕 2011-08-24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아 밥 먹어~' 그러면 '싫어~' 그래서 '정성아 밥 먹지마~' 그러면 '싫어~' 그러네요, 요즘.. ^^;;

다린이는 엄마가 행복한게 무엇보다 제일 우선인 아이인거죠.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_+

hnine 2011-08-24 23:22   좋아요 0 | URL
ㅋㅋ 정성이...
어느 새 자라서 저렇게 대화가 오갈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참 신기하고 감동스럽고 누군가에게 감사드리고 싶고, 그렇습니다. 엄마들의 마음이겠지요?

HAE 2011-08-24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에게 인생상담 받고 싶은데요. ㅜㅜ

hnine 2011-08-24 23:24   좋아요 0 | URL
다린이 자신도 고민이 많은 아이랍니다 ㅋㅋ 엄마 고민은 저렇게 간단히 대답하면서 다린이 자신의 고민이라는 것을 또 제가 막상 들어보면 말도 안되는 것들일 때가 많아요 ^^

비로그인 2011-08-24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상담 예약해도 되요? 아이의 시각으로 보니까 참 명쾌하네요. 이게 정답인 것 같기도 하고요. 물론 그렇지 못한 상황일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선택일 것 같아요.

hnine 2011-08-24 23:27   좋아요 0 | URL
말없는 수다쟁이님도 고민 있으세요? 다린이 옆에서 저도 살짝 엿들어도 될까요? ㅋㅋ
사실 고민 없는 시기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아마 조건을 따지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현실성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정말 어린이다운 단순하고 명쾌함 없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기란 쉽지 않아요.

2011-08-25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6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6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8-26 22:51   좋아요 0 | URL
진리는 단순한데 있는데 우리는 애써 복잡하게 이것 저것 끌어다붙이며 생각을 하지요. 복잡하게 생각하면 누가 상이라도 주는지...^^
그 일은 거의 안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어요. 소신을 갖자고 생각하면서도 소신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란 알고 보면 참 외로운 상황이기도 하거든요.
OOO은 글쎄 무엇일까요? ^^

2011-08-26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8-26 22:49   좋아요 0 | URL
제 마음을 읽고 계시군요
벌써 가을인건가요?
무엇보다도 건강이요. 알죠?
더 얘기하러 들를께요 서재에...

하늘바람 2011-08-29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는 많이 크고 어른스럽네요.
하지만 다린이도 집에 오면 엄마가 있는게 좋겠지요.
전 개인적으로 엄마가 없는게 좋았어요 자유가 느껴져서.ㅎㅎ
저도 요즘 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경제 사정상 회사에 가야 하는데 태은이를 일찍 데리러 가서 놀이터도 가고 같이 지내니 너무 좋아하네요.
회사에 가면 많이 바빠져서요.

hnine 2011-08-29 19:59   좋아요 0 | URL
누구도 시원한 답을 내릴 수 없는 딜레마 중의 딜레마 아닐까 싶어요. 그나마 엄마가 마음을 강하게 먹고 아이까지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하는데 하늘바람님이나 저나 그것과 거리가 먼 성격들이니... (맞지요? ^^) 저 지금 이 나이까지 고민하는 것 보세요. 쉬운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ㅠㅠ

희망찬샘 2012-02-05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늘 서재에 처음 들어온 게 아니었어요. 이 글 예전에 읽은 기억이 나는 걸요. ㅋㅋ~ 결론은 어떻게 났을까요?

hnine 2012-02-05 16:24   좋아요 0 | URL
그쵸? 제 기억에도 그런 것 같아요.
결과는요, 안가기로 했어요. ^^
 

 

 

 공 감 (共 感)

 

그림 속

저 여인을 살짝 옆으로 밀고

그 자리에 나를 들이밀기

똑같이 꽃 양산 들고

그 자리에 서보기
나 어때 당당함
아니고

쭈삣쭈삣 어색함이 어색해



차라리

내 몸뚱이 잘 뭉쳐서

그림 위에 펴 바르기

빵에 잼 바르듯 골고루
비로소 나는 그림과 한데 섞여

비로소 그림은 나와 한몸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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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의 모네
    from 무스탕 세워 둔 곳 2011-08-24 16:32 
    나인님의 페이퍼를 보고 어딘지 낯이 익은 그림인데.. 했다.그런데 어디서 봤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거다. 어쩌겠나 이 기억력..그러다 오늘 전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이런 바부탱이..이 가방은 드럼 수업을 다닐때 갖고 다니는 가방이다.악보랑 드럼스틱을 넣으면 쏙 들어가서 무엇이 들었는지 다른 사람은 모르는 크기의 가방.지난달에 생겨서 애용하고 있었는데도 일주일에 한 번 사용하는 가방이라고 이 그림을 잊다니..ㅠㅠ오늘 수업을 가서 교실에서 악보를
 
 
프레이야 2011-08-23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좋아지는 시와 그림이에요.
자작시 좋아요.
바람결이 조금 달라졌지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나인님.^^

hnine 2011-08-23 13:58   좋아요 0 | URL
그림을 먼저 보고 위의 글을 쓴게 아니고 사실 글을 몇줄 끄적거려놓고 거기에 어울리는 그림을 찾아서 올렸답니다. 그런데 그림을 보니 저도 마음이 살랑살랑 거리는 것 같지 뭡니까. 프레이야님 골라주신 어휘처럼 '바람결'이 느껴졌어요.
저와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yamoo 2011-08-23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기분 좋아지는 그림과 시에요^^

hnine 2011-08-23 13:59   좋아요 0 | URL
yamoo님 그동안 어디 갔다 오셨어요?? (딴소리~ ^^)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제 서재의 글들이 그리 기분 좋게 하는 분위기는 아닌데 오늘은 그렇다니 저도 기분 좋아요.

stella.K 2011-08-2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그리신 건가요?
좋은데요? 시도 그렇구...!^^
그런데 갑자기 빵에 잼 발라 먹고 싶어졌어요. 어떡해...ㅜ

hnine 2011-08-23 14:01   좋아요 0 | URL
앗! stella님. 제가 저 정도 그림을 그리면 저 지금 유명해져있어야 해요 ㅋㅋ 모네 (Monet)의 그림이랍니다.
빵에 잼이라...그러고보니 저희 집 냉장고에도 지금 오디잼 개시도 안한것이 있는데 저도 그거나 먹을까요?

sslmo 2011-08-23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르느와른가요?^^
왠지 다음 장면은 양산이 바람에 날라가 버리는 그림이 아닐까 싶어요.
그림자가 만들어낸 음영을 보니...액자 밖에 왠지 누군가 한사람 더 있는 것 같죠?^^

시도 참 좋고 말이죠~


hnine 2011-08-23 20:29   좋아요 0 | URL
르느와르 그림 분위기도 나죠? 모네 그림이랍니다. 양산을 통해서 햇빛도 느껴지고 바람도 느껴지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무스탕 2011-08-23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여인이 나인님을 기다리는듯한 눈빛이에요.
나는 갈테니 내 자리에 서 있어줄 나인님을 기다리는 눈빛요.. ^^

hnine 2011-08-23 20:30   좋아요 0 | URL
'어디 내 자리를 넘봐?' 가 아니고요? ㅋㅋ
사실 저런 드레스 입으랄까봐 겁나네요. 불편해보여서요. 쭈삣쭈삣 어색어색 ^^

세실 2011-08-24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저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적에.
웬지 저랑 닮아 보이지 않나요? =3=3=3=3~~~~~~

hnine 2011-08-26 14:1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언젠가 원피스에 예쁜 양산 쓰시고 찍은 사진 올리신 적 있잖아요. 그 모습 생각나네요. 세실님에게는 있고 저 그림 속 여인에게 없는 것이 있어요. --> '미소' 요. ^^
 
내몸안의 지식여행 인체생리 - 신비롭고 놀라운 몸의 원리를 찾아 떠나는 호기심 탐험!, 재미있는 교양 과학 산책
다나카 에츠로 지음, 황소연 옮김 / 전나무숲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가 마치 어린이 과학 상식책 같은 인상을 준다. 생물학적 지식이 아주 아주 많은 어린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일반적인 어린이가 읽을만한 수준의 책은 아니다.
일반 성인이 읽는다면 한권의 훌륭한 생물학 교과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며, 생물학적인 기본 지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읽더라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평소에 알고 있던 사실을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이에게 설명하는데 아주 유용할 책이다.
타나카 에츠로라는 일본 학자가 썼는데 번역도 무리 없이 잘 되어 있어 읽는데 전혀 어색한 곳이 없었다. 2006년도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었었다는데 모르고 있었던 것은 폭 넓게 둘러보지 못한 내 탓도 있고, 과학 분야의 책이 일반적으로 크게 홍보되지 않는 이유도 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19세기는 화학의 시대, 20세기는 물리학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생물학의 시대, 다가올 22세기는 지구과학의 시대가 될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 생각엔 이제 세상은 바야흐로 통합의 시대. 어느 한 분야가 주름잡는 그런 시대는 아니라고 본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인체 생리, 2부는 임상 생리라고 제목이 붙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간단하게 설명한 기초인체생리라고 보면 된다. 전체36장의 구성. 각장의 제목을 어떻게 붙였는지를 보면 저자의 집필 태도를 조금은 엿볼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 몸의 수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1장의 제목이 <혈액은 원래 바닷물이었다!> 이다. '인간이 물고기도 아니고 혈액이 바닷물이라니?' 이러면서 호기심으로 책장을 들춰보게 하자는 것이리라. 2장 제목 역시 <피가 뼈에서 만들어진다고?>이다. 조혈세포가 골수 속에 있으니 피가 뼈에서 만들어지는 것, 맞다. <혈구의 종류와 기능> 이렇게 붙인 제목보다 훨씬 친근하지 않은가? 6장의 간의 기능은 <베일에 싸인 존재, 간>, 25장은 생리와 임신에 관한 장인데 각종 호르몬들의 주기에 따른 증가와 감소, 상호 작용 등으로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읽을때마다 충분히 복잡할 수도 있는 부분임에도 설명이 명료하게 잘 되어 있었다. 제목 역시 인상적이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임신 4주라고?> (이 리뷰의 제목으로 인용할까 잠시 생각하다 그만 두었다. 낚였다고 원성들을까봐서.)
1부의 인체 생리 파트에서 기본적인 생리학적 지식을 간단하게 짚어 주었다면 2부에선 줄기 세포, 유전자 치료, 한방치료, 면역, 항새울질, 프리온, 프리라디칼, 방사선, 전자파와 의료기기 등, 임상 생리에 대한 내용을 너무 광범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피상적이지도 않은, 내가 보기엔 이 책에 목적에 맞게 딱 좋은 정도를 다루고 있다고 본다.

그냥 마무리하기 서운하니 혼동하기 쉬운 몇가지를 올려두고 마무리하자.

-몸 속에 수분이 과다해지면 혈압이 (올라간다? 내려간다?) --> 올라간다
-고혈압 치료제 삼종 세트는? --> 혈관 확장제, 이뇨제, 심장의 수축력을 억제하는 약제
- 아침 조회시간에 쓰러지는 여학생들의 경우 대부분은 빈혈이 아니라 부교감신경의 갑작스런 흥분으로 일어나는 저혈압에 의한 외의 혈류 부족이 원인
-감각중 후각중추는 섭식, 성행위, 노여움, 쾌감 등의 중추와 같은 장소에 있다. 이는 후각이 원시적인 감각이며 동물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감각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비듬이란 두피세포가 벗겨진 것, 주근깨, 기미는 멜라닌 색소가 모인 것, 탱탱한 피부는 진피의 섬유 덕분
-환경호르몬의 바른 명칭은 외인성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
-상피세포가 암으로 발전한 것은 '암', 비상피세포가 암으로 발전한 것은 '육종'이라고 한다. 예. 골육종, 백혈병, 뇌종양 (암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
-어떤 유전자를 가미한 동물을 '형질전환동물', 특정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제거한 동물을 '유전자 녹아웃 (knock out) 동물',  타인의 유전자를 자신의 것과 완전히 통째로 바꿔치기 한 것이 '복제동물'.
-텔로미어를 늘리는 효소의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세포 안에 주입하면? -불로장생의 카드를 손에 쥐거나, 암세포로 전락하거나.
-가장 젊은 세포는? --> 수정란

설명이 어쩔 수 없이 길어져야 할 부분은 다음과 같이 과감히 넘어가고 있는 것도 이런 책을 집필할 때의 요령인 것 같다.

DNA 사슬은 두개가 하나의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세포가 분열할 때는 DNA 사슬도 똑같이 복제되지만 사슬의 말단은 복제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DNA사슬은 한 방향으로만 복제되기 때문인데, 자세한 과정은 복잡하므로 여기에서는  'DNA 사슬은 복제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진다'고 이해하면 된다. (218쪽)


늘 생각하지만 우리 몸처럼 영리하고 정교한 기계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맛있게 읽었다고 해야하나? 책 표지에 보니 비슷한 기획의도로 보이는 다른 책도 있어서 바로 주문해버렸다. 제목은 <내 몸안의 주치의 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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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2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8-22 15:31   좋아요 0 | URL
ㅋㅋ 고쳤습니다. 아마 또 있을거예요 오타. 좀 있다가 다시 읽어보려고요.

bookJourney 2011-08-22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고등학교 생물시간에는 인체 관련 단원이 제일 재미없었던 것 같은데 hnine님의 리뷰를 보고 있으면 너무너무 재미있는 주제가 되어버려요. 두 책 모두 찜합니다. ^^

hnine 2011-08-22 23:22   좋아요 0 | URL
책세상님께서 워낙 과학에 흥미가 많으시니까요. 아마 전공하셨어도 참 잘 하셨을 것 같아요.
저는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식물이랑 곰팡이, 이끼 나오는 부분이 제일 재미없었는데~ ㅋㅋ

yamoo 2011-08-23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표지가...ㅋㅋ 초등학생 참고도서처럼 디자인 했네요..ㅎㅎ

hnine 2011-08-23 14:02   좋아요 0 | URL
표지가 심했죠? 아래의 <면역> 책도 지금 막 배송되어 왔는데 이것도 표지가 위의 책과 막상막하군요 ㅋㅋ
내용이 알차니 용서해주기로 했습니다.
 
모두들 처음엔 - 이 안

 

 

오리 


-  박  성우  -


엄마가 예쁜 겨울 옷을 사왔다
오리털 파카라고 했다 


입어보니까 정말 따뜻했다  


근데 오리야, 미안해 춥지? 

 
 

동시가 갖는 특유의 애잔함이 있다. 가난과 결핍과 눈물이 있을지언정 그래도 희망을 샘솟게 하는 어린아이들 특유의 그 자생력이 어떨 땐 읽는 어른의 마음을 더 아리게 한다. 하지만 결국은 웃음짓게 하고 마는 그 힘. 동시가 가진 힘. 

평소에 마음에 드는 잡지가 있어도 그때 그때 서점에 가서 구입하는 편이지 정기 구독의 편리함을 누리는 편이 아닌데, 오늘 덜컥 격월간 동시 잡지 정기 구독 신청을 해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동시 <누구도 처음에는>을 쓴 이 안 시인이 발행인이라기에, 또 동시가 주는 힘과 희망을 믿고 있기에, 나에게 늘 필요한 것이 그것임을 알기에 저지른 일.
저질렀다고 썼지만 신청하고나니 또 작은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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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2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8-22 15:25   좋아요 0 | URL
정기구독 신청한 잡지 표지를 올려놓았는데 안보이나요? 저는 보이는데...
<동시마중>이라는 잡지 랍니다. 발간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아직 아기 잡지여요 ^^

pjy 2011-08-2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보이는데요~

hnine 2011-08-22 15:43   좋아요 0 | URL
이런 이런...
 
불량한 엄마 아름다운 청소년 2
최영애 지음 / 별숲 / 201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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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익숙하여 혹시 예전에 읽은 책인가 하고 보니 아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첫 발표작이다. 신문의 신간 소개란에서 보고 발상이 참신하다 하여 구입하여 읽게 된 책이다. 첫 발표작이라지만 글을 많이 써보고 좋은 글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밥도 안해주고 교복도 안 빨아주고 학원도 안보내고, 심지어 따로 나가 살으라고 17살 아들을 고시원으로 내보내는 엄마. 그 엄마의 사연은 무엇일까? 그것을 주인공인 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궁금해졌다.
아버지 없이 엄마와 단둘이 사는 영락이는 고등학교 1학년.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주인공은 생각은 많은 아이이다. 같은 반 친구들이 부모의 닥달과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할 때 영락이는 엄마의 관심이 멀어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며 엄마가 왜 저럴까,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엄마에게 대체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 이런 생각들로 머리가 아프다.
과연 엄마는 자식에게 매이지 않는 인생을 살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방임하다 못해 관심을 꺼버린 것일까? 그건 아닐 것 같다. 궁금증으로 시작하는 것은 좋았다. 그런데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좀 덜어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심리 묘사가 작품 전체의 흐름을 압도한다. 더구나 그 심리라는 것이 열 일곱 살 영락이가 아닌 어른의 목소리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물론 개인차이는 있겠지만 십대라면 십대 다은 특징이 있을텐데 이 책에서는 이제 고등학교 1학년생이 아니라 복잡하고 생각이 이리 저리 꼬인, 꿈도 없고, 앞으로의 일 보다는 지난 일을 그리는데 시간을 더 소모하는 그런 캐릭터로 그려져 있다. 그런데 막상 주인공의 행동을 보면 그렇게 고뇌에 찬, 무거운 아이도 아니다.
아버지 얼굴도 잘 기억 못하고 엄마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성장한 영락이는 영락이의 아픔과 상처가 있지만, 영락이의 엄마 역시 그 못지 않은 상처가 깊은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어쩌면 이 엄마의 상처가 더 깊었는지도 모른다. 드러내보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장, 어휘, 플롯, 모두 작가의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갔으리라는 짐작을 하게 하는 것은 좋았는데, 좀더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났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부분 부분은 어디선가 접한 적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음은 제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좀더 특징있는 제목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작품의 내용 자체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아무튼 이 세상엔 불량 청소년이라는 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불량 엄마도 있는 셈이다. 그들의 상처는 더 깊고 치유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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