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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몸안의 지식여행 인체생리 - 신비롭고 놀라운 몸의 원리를 찾아 떠나는 호기심 탐험!, 재미있는 교양 과학 산책
다나카 에츠로 지음, 황소연 옮김 / 전나무숲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가 마치 어린이 과학 상식책 같은 인상을 준다. 생물학적 지식이 아주 아주 많은 어린이라면 모를까 적어도 일반적인 어린이가 읽을만한 수준의 책은 아니다.
일반 성인이 읽는다면 한권의 훌륭한 생물학 교과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며, 생물학적인 기본 지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읽더라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평소에 알고 있던 사실을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이에게 설명하는데 아주 유용할 책이다.
타나카 에츠로라는 일본 학자가 썼는데 번역도 무리 없이 잘 되어 있어 읽는데 전혀 어색한 곳이 없었다. 2006년도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었었다는데 모르고 있었던 것은 폭 넓게 둘러보지 못한 내 탓도 있고, 과학 분야의 책이 일반적으로 크게 홍보되지 않는 이유도 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19세기는 화학의 시대, 20세기는 물리학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생물학의 시대, 다가올 22세기는 지구과학의 시대가 될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 생각엔 이제 세상은 바야흐로 통합의 시대. 어느 한 분야가 주름잡는 그런 시대는 아니라고 본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인체 생리, 2부는 임상 생리라고 제목이 붙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간단하게 설명한 기초인체생리라고 보면 된다. 전체36장의 구성. 각장의 제목을 어떻게 붙였는지를 보면 저자의 집필 태도를 조금은 엿볼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 몸의 수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1장의 제목이 <혈액은 원래 바닷물이었다!> 이다. '인간이 물고기도 아니고 혈액이 바닷물이라니?' 이러면서 호기심으로 책장을 들춰보게 하자는 것이리라. 2장 제목 역시 <피가 뼈에서 만들어진다고?>이다. 조혈세포가 골수 속에 있으니 피가 뼈에서 만들어지는 것, 맞다. <혈구의 종류와 기능> 이렇게 붙인 제목보다 훨씬 친근하지 않은가? 6장의 간의 기능은 <베일에 싸인 존재, 간>, 25장은 생리와 임신에 관한 장인데 각종 호르몬들의 주기에 따른 증가와 감소, 상호 작용 등으로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읽을때마다 충분히 복잡할 수도 있는 부분임에도 설명이 명료하게 잘 되어 있었다. 제목 역시 인상적이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임신 4주라고?> (이 리뷰의 제목으로 인용할까 잠시 생각하다 그만 두었다. 낚였다고 원성들을까봐서.)
1부의 인체 생리 파트에서 기본적인 생리학적 지식을 간단하게 짚어 주었다면 2부에선 줄기 세포, 유전자 치료, 한방치료, 면역, 항새울질, 프리온, 프리라디칼, 방사선, 전자파와 의료기기 등, 임상 생리에 대한 내용을 너무 광범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피상적이지도 않은, 내가 보기엔 이 책에 목적에 맞게 딱 좋은 정도를 다루고 있다고 본다.
그냥 마무리하기 서운하니 혼동하기 쉬운 몇가지를 올려두고 마무리하자.
-몸 속에 수분이 과다해지면 혈압이 (올라간다? 내려간다?) --> 올라간다
-고혈압 치료제 삼종 세트는? --> 혈관 확장제, 이뇨제, 심장의 수축력을 억제하는 약제
- 아침 조회시간에 쓰러지는 여학생들의 경우 대부분은 빈혈이 아니라 부교감신경의 갑작스런 흥분으로 일어나는 저혈압에 의한 외의 혈류 부족이 원인
-감각중 후각중추는 섭식, 성행위, 노여움, 쾌감 등의 중추와 같은 장소에 있다. 이는 후각이 원시적인 감각이며 동물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감각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비듬이란 두피세포가 벗겨진 것, 주근깨, 기미는 멜라닌 색소가 모인 것, 탱탱한 피부는 진피의 섬유 덕분
-환경호르몬의 바른 명칭은 외인성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
-상피세포가 암으로 발전한 것은 '암', 비상피세포가 암으로 발전한 것은 '육종'이라고 한다. 예. 골육종, 백혈병, 뇌종양 (암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
-어떤 유전자를 가미한 동물을 '형질전환동물', 특정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제거한 동물을 '유전자 녹아웃 (knock out) 동물', 타인의 유전자를 자신의 것과 완전히 통째로 바꿔치기 한 것이 '복제동물'.
-텔로미어를 늘리는 효소의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세포 안에 주입하면? -불로장생의 카드를 손에 쥐거나, 암세포로 전락하거나.
-가장 젊은 세포는? --> 수정란
설명이 어쩔 수 없이 길어져야 할 부분은 다음과 같이 과감히 넘어가고 있는 것도 이런 책을 집필할 때의 요령인 것 같다.
DNA 사슬은 두개가 하나의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세포가 분열할 때는 DNA 사슬도 똑같이 복제되지만 사슬의 말단은 복제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DNA사슬은 한 방향으로만 복제되기 때문인데, 자세한 과정은 복잡하므로 여기에서는 'DNA 사슬은 복제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진다'고 이해하면 된다. (218쪽)
늘 생각하지만 우리 몸처럼 영리하고 정교한 기계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맛있게 읽었다고 해야하나? 책 표지에 보니 비슷한 기획의도로 보이는 다른 책도 있어서 바로 주문해버렸다. 제목은 <내 몸안의 주치의 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