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친정에 다녀오고 또 마음이 심난해져서 인터넷에서 구인란을 보다가 한 군데 공고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지금처럼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 자리. 집에서 가까운 곳이고 보수도 좋다. 전화부터 해서 자격이 되는지 물어보았다.
그리고는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이와 나눈 이야기이다.

"엄마, 거기 들어가려고요?" 

-"응, 한번 알아보는거야. 들어갈지 안들어갈지는 아직 몰라." 

"왜요?" 

-"거기는 지금처럼 일주일에 몇 번만 일하면 되는 곳이 아니라 아빠처럼 매일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그런 곳이야. 다린이 이제 학교 다녀와서 혼자 집에 있는 건 할 수 있지?" 

"네! 계란 프라이도 해서 먹을 줄 알아요." 

-"매일 계란 프라이만 해서 먹을 수는 없지. 그런 건 아침에 엄마가 미리 준비해놓으면 되고 다린이가 혼자서 잘 있을 수 있는 건 엄마 걱정 안해." 

"엄마, 그럼 하세요." 

-"그런데 여기서 하는 일이 말이야. 엄마한테 썩 잘 맞을 것 같지는 않거든. 하려고 생각했던 일도 아니고." 

"그런데 왜 가려고 해요?" 

-"엄마도 돈 많이 벌면 좋잖아?" 

"그렇긴 하죠~" 

-"그리고, 엄마가 여기 들어가게 되면 이제 엄마가 좋아하는 OOO 는 할 시간이 거의 없을지도 몰라." 

"그럼 하지 마세요.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못하게 되면 안되잖아요." 

-"???" 

 

 

아이를 핑계대고 있다 지금. 어른이 되어가지고는.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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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24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에 염화미소만....^^

hnine 2011-08-24 04:50   좋아요 0 | URL
아직도 이렇게 소신이 부족한 인간입니다. 귀 얇고, 금방 마음 심난해하고요.
순오기님의 염화미소에 저도 배시시 웃음만 ^^

울보 2011-08-24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착한아드님이네요,
류는 엄마가 일하는것 싫다고 하네요,
전 일을 하고 싶지만 무슨일을 해야할지 모르겠던데,,
너무 멋진 아드님이네요,,

hnine 2011-08-26 13:14   좋아요 0 | URL
울보님 하실 수 있는 일을 찾으시면 꼭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엄마가 일하는 것을 어릴때만큼 싫다고 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마지막 줄에 썼듯이 중요한 건 엄마의 생각인 것 같아요. 우리가 아이들 입을 빌어 듣고 싶은 말을 들으려고 하는게 아닐까, 제 경우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

세실 2011-08-2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00는 뭘까 잠시 생각했습니다. 뭐지?
오늘 보림이가 개학을 해서 규환이는 혼자 있어야 합니다.
오전에 성당 다녀오고, 오후 1시엔 바로 영어학원 가는 일정이지만 중간에 점심이 걸리더라구요. 어쩔까 고민했는데 심플하게도 "나 시켜먹을래" 하네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심각하게 생각을 안하더라구요. 어쩜 어른보다 더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지도.....

hnine 2011-08-24 15: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요즘 시켜먹는 메뉴가 얼마나 다양한데요. 어쩌다 집에 혼자 있는 날은 시켜먹어도 되겠지요. 매일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경우는 좀 다르지만요.
아이들은 단순하기도 하지만 명쾌해요. 그래서 복잡한 일은 아이에게 의견을 묻고 싶어질 때도 있어요 ^^
OOO는요, 나중에 알려드릴께요~

마녀고양이 2011-08-2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현명한거 같지 않아요, 나인 언니?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한데, 왜 이리 생각이 복잡할까요?
저두 요즘, 구인란 들여다보곤 해요... 그래서 너무 공감이 가요,
이런 이상한 것에 찌찌뽕~~~, 그리고 뽀뽀도 쪼옥.

hnine 2011-08-24 15:15   좋아요 0 | URL
진리는 단순한데 있다. 이거 제가 자주 인용하는 문장인데 인용을 자주 한다는 것은 자주 잊고 산다는 뜻이겠지요.
일을 해도 저 혼자 지지고 볶고 하는 일에 이제 적응이 되어놔서 (5년만에) 어디 정기적으로 출퇴근해야하는 생활을 상상해보니 그도 참 안 내키네요. 그래서 어제 하루 고민하다가 이력서도 안냈어요. 친정 부모님이 아무리 흔들어도, 남들이 눈치 줘도, 내가 내키지 않는 일은 하지 않겠다! 잘난 척 대마왕은 마녀고양이님이 아니라 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스탕 2011-08-24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아 밥 먹어~' 그러면 '싫어~' 그래서 '정성아 밥 먹지마~' 그러면 '싫어~' 그러네요, 요즘.. ^^;;

다린이는 엄마가 행복한게 무엇보다 제일 우선인 아이인거죠.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_+

hnine 2011-08-24 23:22   좋아요 0 | URL
ㅋㅋ 정성이...
어느 새 자라서 저렇게 대화가 오갈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참 신기하고 감동스럽고 누군가에게 감사드리고 싶고, 그렇습니다. 엄마들의 마음이겠지요?

HAE 2011-08-24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에게 인생상담 받고 싶은데요. ㅜㅜ

hnine 2011-08-24 23:24   좋아요 0 | URL
다린이 자신도 고민이 많은 아이랍니다 ㅋㅋ 엄마 고민은 저렇게 간단히 대답하면서 다린이 자신의 고민이라는 것을 또 제가 막상 들어보면 말도 안되는 것들일 때가 많아요 ^^

비로그인 2011-08-24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상담 예약해도 되요? 아이의 시각으로 보니까 참 명쾌하네요. 이게 정답인 것 같기도 하고요. 물론 그렇지 못한 상황일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선택일 것 같아요.

hnine 2011-08-24 23:27   좋아요 0 | URL
말없는 수다쟁이님도 고민 있으세요? 다린이 옆에서 저도 살짝 엿들어도 될까요? ㅋㅋ
사실 고민 없는 시기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아마 조건을 따지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현실성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정말 어린이다운 단순하고 명쾌함 없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기란 쉽지 않아요.

2011-08-25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6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6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8-26 22:51   좋아요 0 | URL
진리는 단순한데 있는데 우리는 애써 복잡하게 이것 저것 끌어다붙이며 생각을 하지요. 복잡하게 생각하면 누가 상이라도 주는지...^^
그 일은 거의 안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어요. 소신을 갖자고 생각하면서도 소신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란 알고 보면 참 외로운 상황이기도 하거든요.
OOO은 글쎄 무엇일까요? ^^

2011-08-26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8-26 22:49   좋아요 0 | URL
제 마음을 읽고 계시군요
벌써 가을인건가요?
무엇보다도 건강이요. 알죠?
더 얘기하러 들를께요 서재에...

하늘바람 2011-08-29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는 많이 크고 어른스럽네요.
하지만 다린이도 집에 오면 엄마가 있는게 좋겠지요.
전 개인적으로 엄마가 없는게 좋았어요 자유가 느껴져서.ㅎㅎ
저도 요즘 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경제 사정상 회사에 가야 하는데 태은이를 일찍 데리러 가서 놀이터도 가고 같이 지내니 너무 좋아하네요.
회사에 가면 많이 바빠져서요.

hnine 2011-08-29 19:59   좋아요 0 | URL
누구도 시원한 답을 내릴 수 없는 딜레마 중의 딜레마 아닐까 싶어요. 그나마 엄마가 마음을 강하게 먹고 아이까지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하는데 하늘바람님이나 저나 그것과 거리가 먼 성격들이니... (맞지요? ^^) 저 지금 이 나이까지 고민하는 것 보세요. 쉬운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ㅠㅠ

희망찬샘 2012-02-05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늘 서재에 처음 들어온 게 아니었어요. 이 글 예전에 읽은 기억이 나는 걸요. ㅋㅋ~ 결론은 어떻게 났을까요?

hnine 2012-02-05 16:24   좋아요 0 | URL
그쵸? 제 기억에도 그런 것 같아요.
결과는요, 안가기로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