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처음엔
이 안
대추나무도 처음엔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꽃도 시원찮고 열매도 볼 게 없었다
암탉도 처음엔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횃대에도 못 오르고 알도 작게만 낳았다
모두들 처음엔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조금씩 시원찮고 조금씩 서투르지만
어느새 대추나무는 내 키보다 키가 크고
암탉은 일곱 식구 거느린 힘 센 어미닭이 되었다
좋은 동시란 이런 시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보았다.
쉬운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그 안에 시인의 분명한 목소리가 들리는 시
느낌이 전해져 오는 시
아이가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던 며칠 전 어느 날. 듣고 있자니 계속 틀리는 부분이 있길래 그 부분만 계속 반복해서 쳐보라고 했다. 몇번 치더니 같은 걸 계속하는 것이 짜증이 난다고 투덜거렸다.
"다린아, 생각 안나? 다린이 그렇게 해서 걸음마도 배웠고 말도 배웠는데?"
그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배시시 웃었다.
사실 어른인 우리도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잘 안되는 것에 대해 짜증내고 투덜거리긴 마찬가지이다. 한술 더 떠서 난 안될거라느니 (얼마나 해보았다고), 괜한 짓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느니, 내가 왜 이걸 시작했냐느니 (그걸 누구에게 묻는건지), 오히려 아이보다 이런 저런 이유를 더 붙쳐 투덜거린다.
오늘도 시를 읽으며 배우고 깨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