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처음엔  

 

                                                  이 안 

 

대추나무도 처음엔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꽃도 시원찮고 열매도 볼 게 없었다 
 

암탉도 처음엔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횃대에도 못 오르고 알도 작게만 낳았다 


모두들 처음엔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조금씩 시원찮고 조금씩 서투르지만 


어느새 대추나무는 내 키보다 키가 크고
암탉은 일곱 식구 거느린 힘 센 어미닭이 되었다 

 

 

 

 

좋은 동시란 이런 시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보았다.
쉬운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그 안에 시인의 분명한 목소리가 들리는 시
느낌이 전해져 오는 시  

아이가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던 며칠 전 어느 날. 듣고 있자니 계속 틀리는 부분이 있길래 그 부분만 계속 반복해서 쳐보라고 했다. 몇번 치더니 같은 걸 계속하는 것이 짜증이 난다고 투덜거렸다.
"다린아, 생각 안나? 다린이 그렇게 해서 걸음마도 배웠고 말도 배웠는데?"
그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배시시 웃었다.
사실 어른인 우리도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잘 안되는 것에 대해 짜증내고 투덜거리긴 마찬가지이다. 한술 더 떠서 난 안될거라느니 (얼마나 해보았다고), 괜한 짓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느니, 내가 왜 이걸 시작했냐느니 (그걸 누구에게 묻는건지), 오히려 아이보다 이런 저런 이유를 더 붙쳐 투덜거린다. 
오늘도 시를 읽으며 배우고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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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시 잡지를 정기 구독하다
    from 내 인생은 진행중 2011-08-22 01:01 
          오리 박 성우 엄마가 예쁜겨울 옷을 사왔다 오리털 파카라고 했다 입어보니까 정말 따뜻했다 근데 오리야, 미안해 춥지?
 
 
느린산책 2010-12-24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과 선배의 시라서 급반가움이..ㅋㅋ
hnine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hnine 2010-12-24 23:01   좋아요 0 | URL
가슴뭉클님 어떤 과 출신인지 급궁금~~ ^^
혹시 '가슴뭉클과' 아니신지...
조만간 이 시인의 시집이 또 제 손안으로 들어올것 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12-2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너무 이뻐요. 이 시를 어딘가 저장해 두고 싶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조금 해보고 안 되면 능력이 없어서 결코 못 할거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다시 해보면 능력이 조금 늘어있는거예요.
요즘은 지겨워도 한걸음씩 나아가자 라고 다짐해요. 그래도
짜증은.......... 어쩔 수 없는거 같아요. 큭큭.

행복한 연말 되셔염~

hnine 2010-12-25 18:13   좋아요 0 | URL
어제 읽은 어린이책 <일자무식 멍멍이> 중에 소개된 시랍니다.
동시는 어쨌든 희망을 심어주는 내용이 많아서 좋아요.

어느날 다시 해보면 능력이 조금 늘어있더라는 말씀이 새롭게 와닿네요~ ^^
그러기 까지 지겹고 짜증나는 단계를 잘 견뎌낸 선물인가봐요.

비로그인 2010-12-25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hnine님. 여유 있는 토요일의 저녁 보내고 있으신지요?
누군가에겐 더 특별한 날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 특별함을 좀 더 생각하는 저녁으로 다가오네요.

조촐하고 간단한 저녁 먹으면서 들렸다가 시도 읽고 갑니다 ㅎ
잔잔한 웃음이 피어오르는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좀 몸은 괜찮아지셨는지..건강하셔야 하는데..

hnine 2010-12-26 07:03   좋아요 0 | URL
제 몸은 이제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전 오늘이 크리스마스라는 것 보다 시어머님 기일 하루 전이라는게 더 신경이 쓰이는 맏며느리인지라 오전에 몇가지 음식 준비 해놓고 나머지는 내일, 혹은 잠 안오면 오늘 밤 하려고 맘 먹고 지금은 널널합니다.
몸 건강이 최고니라, 다른 불평 삼키거라, 그런 가르침을 새기라고 아팠었나봅니다. 웃고, 울고, 화내고, 토라지고, 속상해하고, 이런거 다 몸이 그만 하고 정신이 살아있으니 가능한 거니까요.
바람결님, 건강하세요 ^^
(11, 10, 9,...,0, -1, -2, -3... 이렇게 계속 갈 수 있는 거예요, 그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