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나무

 

 

 

꽃사과

 

 

 

 

 

 

 

 

 

 

 

작살나무

 

 

 

 

 

 

 

 

 

 

 

 

 

 

 

 

 

 

꽃사과.

 

이상, 여기까지는 내 정원의 꽃나무들 (사실은 내 혼자만의 정원이 아니라 아파트 정원인데 이제 이렇게 부르기로 함).

 

아래 사진은 일주일을 훌쩍 넘어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우리 집 식탁위 꽃.

 

 

 

 

 

 

 

 

 

 

 

 

 

 

가을이 참 쓸쓸하게 가고 있다.

차라리 어서 겨울이 와버려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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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0-22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아직은 낮이 따듯해서 좋은 걸요, 매번 조금만 늦게 계절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hnine 님, 편안한 밤 되세요

hnine 2015-10-22 20:21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따뜻한 낮을 아직은 즐기고 있어요. 그런데 좀 심통을 부렸네요 ^^
추위를 참 잘 견디는 편이었는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추위에 점점 약해지더라고요. 대신 여름을 무척 힘들어했는데 나이 먹어가니 그건 또 좀 더 견디기 쉬워져가고요. 세상에 공짜는 없나봐요.
서니데이님 요즘 책 많이 읽고 리뷰도 많이 올리시던데, 밤 늦게까지 깨어계신건 아닌지요. 책 읽느라 늦게 잠드는 밤, 좋지 않나요? ^^

해피북 2015-10-22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어찌 이리 잘 찍으시는지 ㅎ 정말 선명한게 생동감 느껴지네요 ㅋㅂㅋ

hnine 2015-10-22 20:28   좋아요 0 | URL
남편이 제 사진 보고는 좀 다양한 사진을 찍어보라더군요. 늘 같은 사진만 찍으니까요. 그럴수밖에 없는게 제가 별로 돌아다니지를 않고 집순이라서요. 아니, 게을러서요 ^^
오늘은 오랜만에 서울 다녀왔는데 들어오면서 노란 열매가 달린 나무를 봤어요. 내일은 저것도 찍어놓아야지, 맘 먹으며 들어왔답니다.
매일 그타령 사진인데 칭찬해주시니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5-10-24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겨울이 늦게 왔으면 좋겠어요. 연말이 오면 더 쓸쓸할 것 같거든요. 나이 한 살 더 먹기도 하겠죠.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셔서 잘 감상하고 갑니다. ^^

hnine 2015-10-25 00:11   좋아요 0 | URL
제 본심도 그렇답니다. 어쩌면 올해를 빨리 넘겨 버렸으면 하는, 한숨 섞인 푸념이었을 거예요.

상미 2015-10-25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을이구나...
올해 힘든 일이 많아서
빨리 넘어갔으면 하나보다....
여긴 봄인데 낮은 해가 쨍하고, 아침 저녁은 아직 쌀쌀해.
얼마전 경희랑 카톡 하면서 ,나 없어서도 자주 만나라고 했더니 연락 해보겠다고 하던데
나 없어도 셋이 종종 만나면서 지내고...
 
혼자 책 읽는 시간 -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때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책을 고르게 되는 경로는, 나 스스로 책 소개글을 보고 결정할 때도 있지만 책 소개글로는 별로 끌리지 않았던 책을 나중에 어떤 분의 와닿는 리뷰를 보고 읽기로 결정할 때도 있다. 이 책도 그런 경우이다. 친언니를 암으로 하늘나라로 보낸 후 상심한 저자가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달랜다는 내용이 어찌 보면 새로울 게 없을 수도 있으나 아마 나 개인적인 상황도 한 몫 거들었을지 모른다. 46세 생일을 1일째로 시작하여, 하루 한권씩 읽고 리뷰 올리기. 이것이 저자가 다른 사람과 좀 달랐던 점이라면 다른 점이라고 하겠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이라는 저자의 약력도 약력이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분명하고 명쾌한 성격이 드러난다. 슬픔. 희열, 그 어떤 감정이든 휘둘리지 않고 결국은 극복해낼 것 같은 성격이랄까. 책을 읽은 취향을 봐도 그렇다. 어려운 책만 읽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벼운 책들만 읽은 것도 아니고 적절한 균형을 이루려고 저자 스스로 의도하였고 하루에 한권이라는 목표를 위해 너무 두꺼운 책은 피했다고 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과 더 진지한 책이 균형을 맞추었고, 최신작 소설이 추리소설의 긴장감의 속도를 조절했으며, 중년이나 생애가 끝날 때에 대한 성찰이 더 젊은 독자들을 위한 문학작품과 조화를 이루었고, 괴기물과 누아르가 회고록과 해설서들을 상쇄했다.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을 읽었고, 개인적인 글과 과학공상소설을 읽었다. 그 모든 것이 재미있었다. (262쪽)

그 모든 것이 재미있을 수도 있나보다. 모든 것이 재미있다는 것은 특별히 좋아하는 분야가 없다는 의미? 이런 심술맞은 생각도 해보며.

 

책 취향은 곧 그 사람의 성격을 반영하는가? 물론 그렇다고 생각한다. 여기 알라딘 서재에서도 나와 책 취향이 비슷한 분들이 있는가 하면 나와 매우 다른 분도 있다. 하지만 내 경우 그것으로 사람을 가리지는 않는다. 취향이 비슷한 분은 비슷해서 반갑고 다른 분은 오히려 더 관심을 갖고 대하게 된다. 나와 다르니까.

저자의 경우 하루에 책 한권을 읽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주위에서 이 책 읽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게 되었고, 권유받은 책이 마음에 들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전혀 저자의 취향이 아닐 때 그것때문에 친구와 사이가 멀어지는 계기가 된 경험을 얘기한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책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등을 돌릴 것까진 없지만 그것이 곧 성격의 다름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131쪽)

저자 성격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명쾌하고 분명한 성격.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모임에서든지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길 좋아한다. 이것에 대해 일침을 주는 구절이 있어 옮겨본다.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하루에 책 한 권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만찬 자리에서 책에 대해 장광설을 풀어놓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불쌍하게도 그 자리를 모면할 길이 없어진 상대방을 앞에 두고 대화를 독점하거나 책에 대한 강연장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말이다. (133쪽)

영국에는 골프맨 에티켓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룹 중 한사람이라도 골프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골프를 화제로 올리지 않는 예의를 뜻한다고 한다.

 

하루에 한권씩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1년을 보낸 후 저자는 어떤 결론을 얻었을까. 다음 구절에서 나는 그 실마리를 찾는다.

내가 겪었던 사건들이 내 삶의 윤곽을 설정해주었다. 여름날 밤 앞마당 잔디밭에서 하던 피구, 부모님과 떠났던 여행, 언니 덕분에 엉뚱한 버스에서 내렸던 일, 경찰차를 들이받은 일, 사랑에 빠진 모든 시간들, 아이들의 출생, 언니의 죽음 등. 하지만 내 삶의 의미는 결국은 내가 그런 기쁨과 슬픔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연대와 경험의 빗장을 어떻게 만드는가, 또 제각기 다양한 구불구불한 존재의 길을 가는 동안 어떻게 손을 뻗어 사람들을 돕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277쪽)

이어서 그녀는 말한다. 내게 있어 독서의 한해는 요양원에서 보낸 한 해였다고. 건강하지 못한 분노와 슬픔의 공기에서 격리되어 지낸 1년이었다고.

 

살아가는 동안 슬픔과 상처의 경험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럴 때 책이든, 또는 다른 무엇이든, 자기를 치유하는 방법을 써서 그것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서 회복할 생각말고 스스로.

 

원제의 제목이 번역본보다 더 맘에 드는데 나만 그런가? <Tolstoy and the purple chair>

 

 

사실 이 책을 읽은 지는 꽤 되었는데 리뷰 올리기를 미루고 있는 중 오늘 저자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혼자 편지 쓰는 시간> 이라는 제목. 이것도 참신한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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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5-10-13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131쪽 저도 꽂혔던 내용여요!!!
이런 류의 책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성향이 제 속 어딘가 있는 것 같아요~
혼자 편지 쓰는 시간도 많이 끌리네요~

hnine 2015-10-13 21:31   좋아요 1 | URL
나와 다른 취향이나 의견을 존중한다면 등 돌릴 일 까지야 없겠지요. 막상 내 취향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선택한 일 (혹은 사람 ^^)도 겪어보니 완전 그게 아닌 경우도 경험하잖아요?
<혼자 편지 쓰는 시간>도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전작인 <혼자 책 읽는 시간>과 비슷하게 붙인 것이 재미있어요. 저는 위의 책에서 소개되었던 톨스토이의 <위조 쿠폰>은 꼭 읽어보려고요.

[그장소] 2015-10-13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만족스러운 리뷰입니다.
저는 생각이 많아서 이런 리뷰가 안되는데
그래서 읽을 뿐. ^^
고작 짧게 쓰는 것으로 대신할 뿐인데..
정말..절로..딱 맘에드는 후식까지 끝낸 기분..
후련하달까...이런 감정의 충실함..이 감사..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맙습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요.
아..진짜..울면 안되는데....

hnine 2015-10-13 21:35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과 제가 이 책 읽고 난 후 감정 코드가 맞았나봐요. 보잘것 없는 리뷰이지만 마음을 후련하게 해드렸다니 저로서는 영광입니다.
짧게 쓰는 느낌이 저는 더 어렵던데요. 저는 짧게 요약하는 재주가 없으니 글이 길어져요.
그장소님도 아마 저자 만큼 책을 많이 읽고 있지 않으신가요?

[그장소] 2015-10-13 21:45   좋아요 0 | URL
양 보다 질..^^ 생각하게 하잖아요.
아무래도!

살리미 2015-10-13 2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도서관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그 때 읽어볼 걸 그랬어요. 저자는 46살의 나이를 온전히 책과 함께 보냈군요. 하루 한권이라니 정말 대단하네요. 요양원에서 보낸 한 해! 저도 책이 그런 위로를 준 경험이 있어서 저자의 느낌을 공유해보고 싶어집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hnine 2015-10-13 21:40   좋아요 1 | URL
아이가 넷이나 되는 엄마이면서 하루에 한권씩 책 읽기를 1년 동안 했다는게 대단하지요. 그만큼 절실하기도 했을 것이고 또 저자의 결단력과 추진력도 필요했을 거예요.
책은 가끔 요양원도 되어주고 마중물도 되어 주고 도피처도 되어주고 멘토가 되어주기도 하고요.
혹시 도서관에서 또 보시거든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책 뒤에 저자가 읽은 책 목록이 나오는데 제가 모르는 책이 더 많더군요 ㅠㅠ

해피북 2015-10-1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이 저자의 신간이 나왔군요~^^ 기다리고 있던 참이라 좋은 소식입니다 ㅎ

hnine 2015-10-14 14:02   좋아요 0 | URL
후속작을 기다리고 계셨군요. 하루에 책 한권씩 1년을 읽었는데 이 책 한권만 내고 끝낼수야 없겠지요 ^^ 더구나 요양과 치유를 경험한 후이니 또다른 성찰이 담긴 책이 아닐까 싶어요.

프레이야 2015-10-16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편지 쓰는 시간, 표지 이쁘네요. 책 담아갑니다 나인님 가을하늘이 너무 좋은 계절이에요

hnine 2015-10-17 08:37   좋아요 0 | URL
표지가 동양적이지요? 시집 같기도 하고요.
책 읽으면서 늘 하는 저의 작가 탐구에 의하면 (^^) 저자는 두뇌 명석, 똑부러진 성격 같아요. 저랑 완전 반대 ㅠㅠ
<혼자 편지 쓰는 시간>도 야물딱진 내용일 것으로 예상되네요.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 350만원 들고 떠난 141일간의 고군분투 여행기
안시내 지음 / 처음북스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외국 젊은이들에게는 그리 드문 얘기가 아니지만 아직도 우리 나라엔 흔치 않으니 이렇게 책으로도 나오고 나 같은 사람이 구입해서 읽기도 하는 거다. 스물 두살 대학생 ('그것도 여자대학생'이라고 하면 더 특수한 예가 되려나?)이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하여 돈을 모아 140여일 동안 대여섯 나라를 여행하면서 쓴 여행기록이다.

스물 두살이면 여행에 대한 호기심, 의욕이 한창일 나이이고, 대학생쯤 되었으면 자기 여행 비용을 자기가 아르바이트 하여 마련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는 얘기인데, 대학생은 고사하고 결혼하여 자기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우리 나라의 경우엔 이 당찬 여대생의 경우는 충분히 특별한 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배경이 그런만큼 이 여행기도 그만큼 알차고 당차고 개성있는 내용일거라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여행한 나라와 도시는, 인도 (함피, 우다이푸르, 조드푸르, 맥그로드 간즈, 바라나시, 푸리), 모로코 (사하라 사막, 페즈, 쉐프사우엔),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트레비소, 베네치아), 이집트 (카이로, 룩소르, 다합) 등이다. 그런데 이게 명확하게 기술되어 있지 않아서 읽는 도중, '어, 언제 이곳으로 이동했지? 언제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간거야?' 이러기를 수차례. 앞의 목차에도 나오지 않은 곳이, 그냥 몇줄 Ctrl-V 한 것처럼 삽입되어 있는 부분들 때문에 지금 리뷰를 쓰면서도 다시 되짚어 확인해봐야했다.

이뿐 아니라, 여행기라기 보다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가 더 비중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고, 개연성없이 마구 튀어나오는 개인사 회상, 시간순서와 거꾸로 기술되어 있는 곳, 등등.

몇년 동안 별러서 한 여행이었다면서 어찌 책을 이렇게 허술하게 내게 되었을까, 아쉬움이 컸다. 여행기간 동안 SNS에 틈틈이 여행기와 정보를 올리며 외로움을 달랬다고 하는데, SNS에 올렸던 글이 바로 책이 되는 것은 아닐텐데 좀 더 다듬고 구성에 신경써서 책으로 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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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10-11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히 여대생들이 자극 받아 떠나고 싶게 하는 책으로 만족해야할까요?

hnine 2015-10-11 14:52   좋아요 0 | URL
저자는 나름 계획도 오래 세우고 저예산으로 알뜰하게 여행을 다녀오느라 할 얘기가 더 다양하고 많았을것 같은데 단지 이 책을 너무 성의 없게 만들었다는게 아쉬웠지요. 출판사 책임도 한 몫 하는 듯 싶고요.

해피북 2015-10-1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요즘 `여행`이란 이름이 붙는 책들은 잘살펴보고 구입하고 있어요. 이 책이 내가 생각하는 여행기(록)인지 아니면 여행담(여행하며 좋았던 일, 사람,장소에 관한 이야기 예로 `헤세에게 가는 길`)을 이야기하는것인지 아니면 언어적 유희(사람과 사람사이의 여행 이나, 그림자여행 같은)로 일상의 여행을 뜻하는지를 보게되는거 같은데 출판사에서 이 부분을 정확히 명시해줘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책들 살펴보면 그러지못한 책이 많아 아쉽더라구요 ㅎ

hnine 2015-10-11 14:57   좋아요 0 | URL
이 책의 저자를 보면 제가 위에도 썼지만 아주 당차고 똘똘한 여대생 같은데 이 책을 너무 급하게, 성의 없이 만든 것 같아 그게 아쉬웠어요. 말씀하신 기준에 의하면 여행기인지 여행담인지 그 구분도 모호해서 일관성도 없고요. 책 한권 급하게 만들어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책 소개글 보니까 지금은 아프리카 여행중이라네요. 또 책을 낸다면 그 책은 이 책보더 좀 더 잘 꿰어진 구슬이기를 바란답니다.
 

 

 

 

 

 

 

 

 

 

 

 

 

 

 

'날 그렇게 물끄러미 보고만 있지 말고, 웃어요. 웃어보라고요!'

 

 

 

 

- 내가 환청을 듣고 있나?

 

  곰돌이 너야? 아니면 펌프킨, 너?

 

  나만 너희들을 보고 있는줄 알았더니 너희들도 나를 보고 있었구나...

 

 

 

내가 보고 있는 사물들은, 내가 그 사물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 폴 발레리 (Paul Valery, 1871-1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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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다른 학교로 육상 시합을 다녀오느라 늦게 온다고 한 아이와 학교로 아이 데리러 간 남편 기다리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메일이 온다. 낯선 이름이라 누굴까 궁금해하며 열어봤더니,

보낸 사람은 아이 학교 화학 선생님. 받는 사람은 나, 남편, 아이 이렇게 세 사람.

용건은 아이가 화학 숙제를 기한이 넘어서도 제출하지 않고 있어서, 13일까지 특별히 기한을 연장시켜 주었으니 그리 아시고, 이날까지도 숙제를 안내면 빵점 처리 되니까 부모님도 신경 좀 써주시라는 ㅠㅠ

에효, 한숨을 팍팍 쉬고 있는데 마침 아이와 남편이 들어온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일단 인사는 받고서.

강아지를 껴안고 마루에서 뒹구는 아이에게 물었다.

"다린아, 화학 선생님한테서 메일 왔더라. 왜 숙제를 기한내에 못냈니?"

내가 생각해도 참 차분하게, 군더더기 소리 없이 딱 그 한마디만 했다.

"........"

말없이 강아지만 데리고 데굴데굴 몇분 더 하더니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곧 조용해져서 가보니까 잠이 들어 있다. 오늘 새벽부터 나가서 뛰고 왔으니 피곤하겠지.

남편이랑 마주 앉아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생각하니, 서울까지 가서 뛰고 왔으니 분명히 집에 올땐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왔을텐데, 들어오자 마자 야단치는 소리부터 했으니, 그게 아무리 차분한 음성이었다고 해도 하고 싶던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잠이 들었을 것 같다.

 

방에 들어와 화학 선생님께 답장을 썼다.

오늘은 다린이가 늦게 들어와서 충분히 얘기를 나누지 못했으나 내일 아이와 진지하게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컴퓨터 때문에 해야할 일을 잊고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 걱정이 되는 바입니다, 그래도 과학에 관심과 흥미가 많은 아이니, 숙제는 비록 늦게 내지만 그것이 곧 과학에 대한 관심을 잃었음을 의미한다고 보진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신경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아이가 제때 숙제를 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 보겠습니다, 뭐 이런 내용.

이런 메일을 한두번 써보냔 말이다 ㅠㅠ

그래, 작년엔 몇 과목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메일을 받았는데 올해는 아직 화학 선생님 한분 뿐이니, 이것도 나아진거라고 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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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10-07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그레 웃음을 지으셨으니
이 아이들도 방글방글 웃었겠지요

hnine 2015-10-07 20:06   좋아요 0 | URL
제가 빙그레 웃음을 짓지 못했어요.

nama 2015-10-0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상 시합이요? 운동 잘 하는 아이가 부러운데요. 우리 딸은 운동에는 젬병이고 유연성도 떨어져서 체육 시간에 요가하는 것도 힘들어했어요. 근데 선생님한테서 이메일이 올 정도라면...걱정이 되시긴 하겠네요.

hnine 2015-10-08 00:34   좋아요 0 | URL
잘해서 시합에 간게 아니고요, 이 학교는 의무적으로 학생들 모두 한가지 이상 운동 동아리에 들게 하고 있는데 제 아이가 택한게 육상이거든요. 자매 학교와 친선경기 같은 걸 자주 갖는데 여긴 모든 아이들이 다 참석해요 ^^
처음 선생님으로부터 저런 메일을 받았을땐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걱정도 많이 했고요. 그런데 하도 자주 받다보니 이젠 아주 조금만 놀라요. 제가 저 자신한테는 허용하지 못하는 일을, 자식에게는 느슨할 수 있다는게 제가 생각해도 참 신기해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걸 간파했기 때문일까요? ㅠㅠ

2015-10-10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5-10-10 20:58   좋아요 0 | URL
놀라셨군요! 저는 하이드님 페이퍼에서 미리 읽고서 짐작하고 있었어요.
아이가 재미있는지 자꾸 불을 켜놓고 가고, 저는 배터리 닳는다고 얼른 끄고, 그러고 있네요 ^^
지금 영화 마션 보고 왔는데 재미있네요. 인터스텔라보다 훨씬 쉽게 이해되고 쉽게 재미를 느끼게 만들었더라고요. 늘 격려가 되는 말씀 감사드려요.

몬스터 2015-10-10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있는 삶은 참 많이 다르겠죠?----서울까지 가서 뛰고 왔으니 분명히 집에 올땐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왔을텐데, 들어오자 마자 야단치는 소리부터 했으니, 그게 아무리 차분한 음성이었다고 해도 하고 싶던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잠이 들었을 것 같다.--- hnine님의 마음이 너무 따듯해요. 나중을 위해 기억해두고 싶어요.

hnine 2015-10-10 21:01   좋아요 0 | URL
아이구, 몬스터님. 제가 얼마나 흥분 잘 하고 방방 뛰는 엄마인지 모르시지요? 부끄부끄 ㅠㅠ
그래도 꾸준히 노력은 한답니다 안그럴려고요.
잘 도착하신거죠? 지금쯤 거긴 여기보다 훨씬 밤이 일찍 시작될텐데...
 

 

집이 있는 대전에서 시아버님 산소가 있는 평택까지, 보통 두 시간이면 가는데 이번 추석날은 5시간 걸려 갔다.

남은 연휴동안엔 아파트 주변 산책하며 사진도 찍고, 가까운 미술관에도 잠깐 다녀오기.

 

 

 

 

이 식물의 봄, 여름 모습을 기억한다.

달개비, 또는 닭의 장풀.

 

 

 

 

지금  이 모습으로도 너는 여전히 달개비, 또는 닭의 장풀이야.

 

 

 

 

 

명아주. 키가 이렇게 큰 명아주는 처음 봤다 싶을 정도로 훌쩍 자라 있었다.

6.25땐 이것도 뜯어 먹었다고, 엄마가 늘 말씀하시던 그 명아주인데 이렇게 자란 건 억세서 못 먹었을 것 같다.

 

 

 

 

 

 

꽃 오래가기로 유명한 배롱나무도 이젠 이렇게 열매로 남고.

 

 

 

단풍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대표적인 예가 되는 화살나무.

 

 

 

예전엔 도토리를 말리시더니, 같은 자리에서 이번에 고추를 말리시는 분이 계시네.

 

 

 

 

고추 옆엔 땅콩이.

 

 

 

 

 

 

 

이른 바 버섯의 계절.

 

 

 

정읍에선 지금 구절초 축제가 열린다던데, 난 그냥 우리 집 앞 정원에서.

 

 

 

 

 

 

 

어떻게 이 여리여리한 식물에 Cosmos란 이름이 붙었는지. 한번 찾아본다고 하고 늘 잊어버린다.

 

 

 

 

 

 

 

 

 

 

극사실주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대전시립미술관으로.

극사실주의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서울이라면 골라서 갈텐데, 이럴 때 지방에 사는 아쉬움이 살짝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극사실주의는 영어로 뭐라고 할까? Extreme Realism 이라고 주워 섬기다가 그건 절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가는 길에 본 깃발에 써있다 Hyperrealism 이라고. 아, 그렇구나.

나중에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니 이 분야의 미술을 Photorealism 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그래, 그게 더 귀에 익다.

 

 

 

미술관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동상. 

나 저 자세 안되어서 중학교 체육 시험 볼때 애먹었는데.

아직도 못한다 ㅠㅠ

 

 

 

 

놀라셨나요?

극사실주의 작품이란 바로 이런 것.

 

 

 

 

 

 

여기서부터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렇게 그대로 옮겨 놓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것도 창작 행위라고 부르는 근거는 무엇일까?

 

 

 

 

 

 

 

너 낳아놓으니 딱 저만하더라, 옆에 있는 아이에게 한 마디 해주고.

 

 

 

 

나무 가지고 만든 것 같은데 나무가 아니란다.

 

 

 

 

 

꼼짝 안하려고 하는 이 두 남자 끌고 나오느라 휴...

 

 

도슨트의 설명에 의하면 별로 예술성 없어보임에도 극사실주의가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는 이유는 우선 복잡하지 않고 별다른 난해한 해석없이 친숙하게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 세상이 워낙 복잡해져가다보니 어느 한 구석에서는 이렇게 복잡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것들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 모양이다.

그런데 나 개인적으로는 그리 큰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작년, 재작년 추석 무렵 찍은 사진들을 다시 들춰 보니 비슷비슷한 대상들이 담겨 있다.

내년 사진엔 좀 다른 곳, 다른 풍경, 다른 대상을 내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생각, 너무 안 움직이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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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4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5-10-04 06:44   좋아요 1 | URL
추석연휴 다음에도 공휴일이 징검다리처럼 있어서 10월 강물도 금방 건널것 같죠?
좀 쌀쌀해지긴 했지만 요즘 낮은 정말 좋은 날이어요 그냥 실내에 있기는 아까운.

Joule 2015-10-04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두 남자 모두 신발이 아주 예뻐요.

hnine 2015-10-04 06:47   좋아요 0 | URL
왼쪽 남자는 저날 그나마 점잖은 신발을 신고 나왔어요. 두 사람 모두 평소에 발가락 가두는 신발은 잘 안 신거든요. 저 사진은 제가 찍은 기억이 없는데 어느새 찍어놓았는지 모르겠어요 분명 제 아이 소행이어요.

세실 2015-10-04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사실주의답게 참 사실적이네요. 여백의 미, 생각할 시간을 안주네요. 좀 섬뜩한 느낌도 들고...저도 별로ㅎ
배롱나무 열매 처음 봐요^^

hnine 2015-10-04 08:25   좋아요 0 | URL
예, 실제보다 더 실제같다고 할까요.
저는 사실 저 전시보다 지금 청주에서 하고 있는 비엔날레 가고 싶었어요~ 오늘도 친정 다녀와야해서 시간이 안 나니 전시 끝나기 전에 갈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배롱나무 열매는 지금 많이 볼 수 있더라고요. 와중에 아직도 꽃도 지지 않은 나무도 있고요.

stella.K 2015-10-0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가을이 이렇게 오다니...
이제 올해도 석달도 안 남았어요. 흐흑~

사진 멋지네요. 극사실주의라고는 하지만 진짜 같아요.
좋은 사진 보여주셔서 감사.^^

hnine 2015-10-04 21:57   좋아요 0 | URL
stella님, 지금 좋은 전시들이 참 많아요.
전 오늘 아버지 산소 다녀왔는데 가는 길에 논에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서 보고 왔어요.
벼가 익어 고개 숙인 모습 보고도 요즘은 뭉클뭉클합니다. 마음이 경건해지고요.
며칠 전에 본 영화 에베레스트를 보면서도 든 생각이지만 자연만큼 우리에게 변함없는 기준이 되고 말없는 가르침을 주는게 있나 싶어요.
2015년의 가을을 만끽해보시길! stella님의 방식으로...

2015-10-05 0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5 0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몬스터 2015-10-05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참 따듯하고 다정해요 hnine님. 꼼짝 안하려고 하는 두 남자.....에서 빙그레 미소 했어요.

hnine 2015-10-05 17:29   좋아요 0 | URL
몬스터님, 벨파스트행 비행기 타셨나요? 마음은 좀 어떠신지.
저는, 말도 마세요. 예전에 한국 한번 다녀서 돌아갈땐 완전 우울 모드에, 펑펑 울기도 하고, 누가 억지로 가라고 하는거 아니니 누구에게 말은 못하고, 자기 회의감에,...완전 바닥을 다 훑고 겨우 겨우 허기적 대며 일어나곤 했어요.
몬스터님은 저보다야 나으시겠죠? 기운 내시고, 벨파스트에서 몬스터님을 기다리고 있을, 또다른 나의 한 부분들을 생각하시고, 무사히 잘 돌아가시기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