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마음먹은지 오래 되었는데 오늘에서야 보았다. 보기로했던건 늦게라도 본다.

 

 

영화 초반에서부터 어린 남자 아이 크리스티안의 얼굴에서 분노를 읽었다. 왜, 어디서 생긴 분노일까.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도 폭력이 가해지는 것을 보면 가해자에게 보복해야하고 응징해야한다고 생각하는 크리스티안의 내면이 형성된 원인은 무엇일까. 영화가 시작되고 1시간쯤 되어 크리스티안이 아빠에게 대드는 장면을 보며 알게 되었다.

두가지 배경이 번갈아 나오면서 베러 월드에 대한 인간의 갈망과 그것을 추구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한 상황은 앨리어스 아빠가 의사로 봉사를 하고 있는 아프리카 난민촌. 부족간 갈등으로 임산부의 배를 갈라 태아의 성별을 맞추는 내기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또 한 상황은 두 소년 크리스티안와 앨리어스가 사는 덴마크. 암으로 엄마를 잃은 후 상실감과 엄마를 병들게 하고 죽도록 한 원인을 아빠에게 있다고 생각하여 분노를 키워가는 크리스티안과 학교에서 반복적으로 따돌림을 당하고 폭력을 당하는 앨리어스가 사는 곳이다.

 

영화는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기 보다는, 가치있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주는 영화. 1시간 58분 러닝타임이 끝난 후에도 생각 거리를 남겨두는 그런 영화이다.

 

 

<인 어 베러 월드>라는 영어 제목 말고, 덴마크어인듯한 단어가 나란히 나오고 있어 무슨 뜻인가 했는데 찾아보니 <복수>라는 뜻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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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되면 이렇게 아무 결심없이 계획없이도 새해를 시작할 수 있는건가 생각했다.

그런데 단단한 결심으로 시작하나 아무 결심없이 시작하나 나의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결심이나 계획을 세우면 그 계획을 세우는 동안엔 분명히 나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듯하고 희망적인데 그 이후의 시간은 또 다른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 돌아오기 전까진 원래 내 본연의 모습으로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올해의 첫책으로 (이말은 또 얼마나 의미없나. 올해의 첫책이면 어떻고 마지막 책이면 어떻고, 1월에 읽으나 7월에 읽으나.)

생떽쥐베리의 <인간의 대지>를 읽었다. 오래전에 읽은 <어린왕자>만큼의 깊은 인상을 받았다.

 

 

 

 

 

 

 

 

 

 

 

 

 

 

 

틈틈이 영화를 보았다. 신년 연휴때 온가족 <국제 시장> 으로 시작. 온가족이 함께 보면 영화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눌수 있어서 좋다. 이 영화를 보고 담박에 <포레스트 검프>와 어딘가 비슷하다고 느꼈다는 남편과 얘기를 나누다가 결론은 이 영화는 언뜻 보기엔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게 하는 점이 많으나 기본적인 관점이 <포레스트 검프>와 매우 다르다는 것. <포레스트 검프>는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중 하나이다.

 

그리고 틈틈이 혼자 방에 앉아 다운 받아서 본 영화 두 편.

 

 

 

 

 

불멸의 연인이라고 해석되어 있긴 하지만 Immortal Beloved를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Immortal을 형용사, Beloved를 명사로 보아 우리 나라 제목처럼 '불멸의 연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Immotal을 명사로, beloved를 형용사로 보아 '(세상으로부터) 사랑받은 거장'이라고 해석할수도 있지 않을까해서.

 

이 영화도 나쁘지 않았지만 <아마데우스>와는 비교해볼 생각도 안했다.

 

 

 

 

 

사람들이 겉으로 보고 극과 극이라고 생각하 것은 눈에 보이는 그것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다. 무엇이 이 두 남자를 소통하게 했을까, 나는 또 생각거리를 만들어 복잡해지고 있다. 실화에 바탕한 영화.

 

 

어제는 시어머니 기일.

제사 지내고 치우느라 늦게 자긴 했지만 잠든 시각으로 보면 다른 날보다 특별히 더 늦은 것도 아니었는데 좀 피곤했는지 아침에 늦잠을 자버려서 아이를 늦게 깨우고 말았다. 결국 아침에 버스도 놓치고 학교도 지각.

내가 자고난 이불을 아직도 개키지 못하고있다.

어느 틈에 강아지 볼더가 그 위에 올라가 너무나 편안하게, 들릴락 말락 코고는 소리까지 내면서 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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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1-1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콜며 자는 볼더 사진을 원해요^^

새해 계획은 언제 세워봤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그래도 나름 올해 가장 중심을 둘 것은
건강으로 정했어요.
몸과 마음의 건강...

hnine 2015-01-13 13:28   좋아요 0 | URL
볼더 이름을 기억해주시다니 ^^ 고맙습니다. (앗, 다시 읽어보니 제가 위에 볼더라고 썼군요 ㅋㅋ)
제가 나와서 과자를 먹으니 그 냄새 맡고 일어나 저를 쫓아 나왔어요. 밥 냄새는 무시하면서 과자랑 과일 냄새는 귀신같이 알더라고요.
몸과 마음의 건강은 제가 평생을 두고 제일 바라는바이지요. 그만큼 중요하고 가치있는 중심이라고 봐요. 아무개님, 꼭 그러하시길 바랄께요.

해피북 2015-01-12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순간이 같고 또 지켜지지 못할 계획으로 채워지더라도 그 순간 특별한 시간을 계획하고 있었다는것이 하나의 의미가 아닐까해요 무의미한 인생, 특별할거 없는 인생을 하루하루의미로 채워가는게 그게 인생이라 생각하니까요ㅎ왠지 힘이없으신거 같아서 제가 주책을ㅎ 힘내시구 즐거운 하루보내세요~^^

hnine 2015-01-12 16:23   좋아요 0 | URL
매순간이 같고 지켜지지 못할 계획이라는걸 이제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계획조차 세우는데 심드렁했나봐요.
저는 가끔 반짝 하는 순간을 제외하면 대체로 늘 힘이 없답니다 ^^ 아마 서재에서 저를 좀 아시는 분들은 아실텐데 이제 해피북님에게도 들켰어요 ^^
주책이라니요. 저에게 힘을 주셔서 고맙고 기운이 나는걸요.

icaru 2015-01-12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으면서 포레스트 검프에서 깃털이 나올 때 흐르는 엔딩 오리지날 사운드트랙을 흥얼거리고 있네요,, 국제시장 음... 보고 싶습니다 ^^!

저도 오늘 늦잠자고 지각했는데 ㅎㅎㅎ 동질감 느껴요!

hnine 2015-01-12 19:16   좋아요 0 | URL
저 포레스트 검프의 그 깃털 날릴때 나오는 음악, 참 좋아해요. 마음이 그냥 무작정 평화로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국제시장은 음...요즘 너무 정치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는 것을 듣고 있자니 정작 그 영화를 볼때 느꼈던 재미가 자꾸 사라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재미는 보장합니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온 가족이 함께 볼수 있는 우리 영화였다는데에도 의미가 컸지요.
늦게 일어나서 남편과 아이를 깨우지 못한 저는 큰일 났다고 방방 뛰는데 지각을 하게 된 아이와 남편은 무덤덤. 그게 뭐 대수냐는 표정이었어요 ㅠㅠ
icaru님도 지각하셨구나 ㅋㅋ 혹시 밤 늦게까지 체스를??

icaru 2015-01-1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저도 불멸의 연인 제목에 대한 모호함 느꼈었었는데요..
그러니까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인 그 여인을 말하는 건지...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오늘날 관객에게 베토벤이 불멸의 연인이라는건지..
아마데우스는 따악 모짜르트 영화구나 제목에서 알 수 있었던데 반해..

hnine 2015-01-12 19:21   좋아요 0 | URL
저에게 있어 영화 <아마데우스>는 그야말로 충격이었지요. 그야말로 평범하기 짝이없는 보통인간 나는 앞으로 어디에 의미를 두고 살아야하는거지? 이런 물음. 저 혼자만 살금살금하던 생각을 그렇게 영화 속에서 적나라하게,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렸다고 할까요. 음악은 두말할 것도 없었고요.
이 영화 불멸의 연인은 그래서 괜찮은 영화였지만 아마데우스와는 비교할 생각도 안했지요.
beloved 라는 단어는 영어 시험에도 종종 나오잖아요? 명사로 쓰일때와 형용사로 쓰일때 발음이 다른 단어로. ^^

프레이야 2015-01-12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이블보가 꽃보다 더 눈길 가요. 정갈한 순백에 꽃무니 수.
직접 수 놓으신 건 아닌가 유심히 들여다 봅니다^^

hnine 2015-01-12 22:30   좋아요 0 | URL
꺅~ 제가 저렇게 수를 놓을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
인터넷 쇼핑으로 구입한거랍니다. 원래 여름용으로 산건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바꾸지 않고 겨울까지 쓰고 있네요.

바람돌이 2015-01-13 02:11   좋아요 0 | URL
앗 프레이야님이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
새해인사부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Nussbaum 2015-01-14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새해 건강하시고, 좋은 일 많으셨음 합니다. 새해인사가 늦었네요~~

1월 저한테 시간을 쓰려고 빡빡하게 다이어리를 채웠는데 이렇게 어김없이 이렇게 시간은 흐르고 있네요~ 저는 내일 새벽에 일어나 차끌고 어디 다녀와야 하는데 새벽에 이러고 있습니다. 새벽이 주는 여유가 참 좋아서 그런것 같아요.

참, 얼마전 덕수궁에 다녀왔습니다. 미술관에서 모란디전을 하고 있었는데 보면서 hnine님 예전 페잎이 떠오르더군요!! ㅎ


hnine 2015-01-14 05:46   좋아요 0 | URL
벌써 출발하셨을까요? 지금 새벽 5시 40분인데. 아직 밖은 깜깜해요.
새벽에 일어나면 새로 하루를 선물받은 느낌이 들어요. 매일 바뀌는 선물, 어제와는 다른 선물이요. 그런 희망으로 시작하는데 하루 시간이 진행되면서 점점 그 희망이 현실로 바뀌어가는걸 경험하지요. 그것도 매일.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보니 오늘 해야할일이라고 어제 자기전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이 눈에 딱 들어오네요. 오늘은 일찍부터 희망이 현실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ㅠㅠ
잘 다녀오시고, 1월을 빡빡한 계획으로 시작하신 만큼 빈틈없는 한해가 되실것 같네요.
건강하시고요.

모란디전을 아직도 하는군요. 지난 가을에 다녀왔는데.
제가 올린 페이퍼를 기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수이 2015-01-14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레스트 검프_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데 이렇게 또 여기에서 마주하니 두근거려요. 독서계획을 제외하고는 저도 별다른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았는데_

hnine 2015-01-14 08:51   좋아요 0 | URL
야나님은 포레스트 검프를 어떻게 보셨는지요. 제 남편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세상을 매우 시니컬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래요. 사람들에게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진짜 그만한 의미가 있고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냥 우연에 의한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걸 영화에서 계속 보여주고 있다는거죠. 존 레존의 이매진이라는 노래, 엘비스 프레슬리의 특유의 춤 동장, 아무 생각없이 달리는 검프를 교주로 떠받드는 순중들.
깃털이 날리는 장면과 유영하는 나비를 카메라가 따라가는 것, 한 인간의 고난의 일대기 등은 국제시장과 포레스트 검프를 쉽게 연관시키지만 본질은 아주 다른, 완전히 다른 영화라는 이야기를, 국제시장을 보고난 후 남편과 나누었습니다.
독서계획만으로도 새해계획은 꽉 차지 않나요? 이사도 하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전 그냥 하루를 무사히, 아니, 좀 더 포장해서^^, 하루 하루 내 몫을 완수하며 그렇게 1년 무사히 보내는게 바램이어요.
오늘도 제 몫을 하려면 이제 슬슬 발동을 걸어야할것 같네요~

수이 2015-01-14 09:52   좋아요 0 | URL
그 우연성_ 그게 좋아서 포레스트 검프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자문해봅니다. 국제시장은 딱히 볼 생각이 없어서 엄마 보시면 한번 물어보려고 하는데 이미 많은 이들의 대답과 같을 거 같아서..... 얼마 전에 김인숙 소설 읽고 하루 하루 그냥 보통 날과 다름 없이 보내기를_ 저도 그렇게 새해 계획을 세웠어요. 딸아이 보내고 저도 이젠 슬슬 발동 걸어야 하는데_ 알라딘에서 딱 삼십분만 더 놀고 시작하려구요.

아 모란디전은 어떠셨어요? 저는 아직이라서_

페크pek0501 2015-01-16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왕자>는 읽었는데...
<인간의 대지>에는 어떤 좋은 글이 있었는지 궁금해져요. ^^

hnine 2015-01-16 19:1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지만 대부분 쌩 떽쥐베리는 <어린왕자>로 제일 처음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인간의 대지>에 대한 리뷰는 바로 아래 있습니다.
제가 읽고서 남편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한 책은 이 책이 두번째예요. <곰스크로 가는 기차> 다음으로요.
 
인간의 대지 펭귄클래식 9
생 텍쥐페리 지음, 윌리엄 리스 해설, 허희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영화 <그래비티>를 보면서 절대고독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지구도 아닌 우주 한공간에 오롯이  혼자 유영하는 주인공을 보면서이다. 우주 공간까지는 아니지만 사막 한가운데 불시착한 비행기의 조종사. 교신도 끊기고 자기가 지금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그 상황 역시 보통 사람이 느끼는 고독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그런 상황을 상상하며 읽었다. 그것은 어쩌면 고독을 넘어서 공포감마저 주지 않을까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공포감 보다는 정제되고 날카로운 상념의 세계를 경험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정과 욕망, 다툼, 갈등을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그 너머의 것을 보는 경험한다.

 

인간의 증오, 우정, 기쁨이라는 위대한 연극은 얼마나 보잘것없는 무대 위에서 상연되는가! (66쪽)

우리의 삶이 대지 위에서 벌어지는 한편의 연극과 같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여 알게 되는 것은 이렇게 글에서 읽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겠지.

그가 비행하며 예기치 않은 상황에 부딪힐때 그가 느낀 것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처럼 그냥 고독감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추락하지 않았다. 나의 머리끝에서 발뒤꿈치까지 땅에 매여 있었고 그렇게 내 무게를 대지에 맡기는 데 일종의 편안함마저 느껴졌다. 중력이 나에게는 사랑처럼 절대적으로 다가왔다.

(...)

나는 내 처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사막에서 길을 잃고 위험에 처해 있는 처지를. 모래와 별 사이에서 빈 몸으로 있는 처지를. 넘치는 침묵으로 내 생명의 극점에서 이리도 멀리 떨어져 나온 처지를 말이다.

(...)

나는 단지 모래와 별 사이에서 길을 잃은 채 숨을 쉰다는 아늑함만을 의식하고 있는 덧없는 존재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나는 나 자신이 꿈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알았다.

꿈은 샘물처럼 소리도 없이 내게로 왔다. (72, 73쪽)

 

꿈. 그 '꿈같은' 느낌을 그는 다음과 같이 언어로 묘사한다.

거기에는 목소리도 이미지도 없었다. 다만 무엇인가 존재하는구나 하는 느낌, 아주 가까이에 있어서 이미 반쯤은 본능적으로 감지되는 우정 비슷한 느낌만이 있었다. 이윽고, 나는 이해했다. 그러고는 눈을 감은 채 기억이 선사하는 매혹에 나 자신을 맡겼다. (73쪽)

아, 참 아름답게 문장을 쓰는구나 그는.

 

곧이어 그가 자기집 가정부 할멈에게 자기의 첫비행 경험을 말해주던 때를 추억하는 대목이 나온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며 늙어가는 그 가정부 할멈은 상상도 못할 세상을 그는 열심히 말해주지만 할멈은 열심히는 들어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다. 그가 들려주는 그의 경험을 할멈이 지금까지 지니고 살아온 생각과 믿음, 자기가 겪은 경험으로 재해석하여 받아들이는 장면이다. 저자는 할멈을 딱하게 여긴다. 지금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그때의 그 할멈의 자리를 대신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흑인 노예 바르크의 이야기는 조난당하여 거의 죽음까지 이르는 대목과 함께 이 책에서 잊지 못할 대목이다. 제발 자기를 고향에 데려다 달라는 흑인 노예의 간청을 들어주기 위해 그가 노예로 있는 부족으로부터 돈을 주고 노예를 일부러 사서 자유의 몸이 되게 해주지만 그의 자유의 삶이 어떨거라는걸 예측한다. 노예 시절보다 결코 쉬운 삶이 되지 못할 거라는 것을. 그는 오히려 점점 더 허물어 가고 해체되어 갈거라는 걸.

자기의 목숨이 다한 걸 느낄때 노예들이 어떻게 마지막을 맞이하는지도. 얌전하게 모래 위로 몸을 눕히고 움직이지 않은 채 서서히, 긴 임종을 맞이한다. 그렇게 대지와 하나가 되어가서 태양에 바싹 마르며 땅에 흡수된다. 잠과 땅에 대한 권리를 얻은 것이다. 그런 노예를 보며 쌩떽쥐베리는 생각한다. 한 인간의 죽음 속에서 미지의 한 세계가 죽어가고 있다고. 그의 마음 속에거 꺼져가는 영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생각한다. 점점 허물어가는 것의 정체는 무엇인지.

이 책 제목의 의미가 점점 파악이 되어간다.

 

전쟁을 마다치 않는 사람에게 전쟁의 공포를 납득시키고 싶다면 절대로 그를 야만인처럼 대해서는 안된다. 비판하기에 앞서 그를 이해해야 한다.(201쪽)

반대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를 이해해야한다고. 그의 위에 서려고 하는 마음을 버리고 그와 함께 서라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그의 입장을 이해해야 그와 다른 나의 의견도 그에게 이해시킬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지닌 본질적인 측면에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대들의 진리가 지닌 증거를 서로 대립시켜서는 안된다. 그렇다. 당신이 옳다 . 당신들 모두가 옳다. 무엇이든지 논리로 증명될 수 있다. 심지어는 이 세상의 불행이 곱사등이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도 옳다.

본질적인 것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잠시 분열을 잊어야 한다. 분열이란 일단 인정되는 순간 요지부동의 진리를 지닌 코란 한 권 분량의 경전을 끌어내고, 거기서 파생되는 광신도 만들어낸다. 사람을 좌익와 우익, 곱사등이와 비곱사등이, 파시스트와 민주주의자 등으로 구분 지을 수는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별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알다시피 진리란 세계를 단순하게 하는 것이지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다. 진리란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단순화하는 것이다.

이데올로기 논쟁을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모든 것이 증명될 수 있다면 그것들은 반증 또한 될 수 있다. (203,204쪽)

긴 구절을 기꺼이 옮겨 적었다. 이 책을 다 읽은지 일주일도 채 안되었는데 이 구절을 벌써 대화중에 인용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고 앞으로도 자주 그럴 것 같다.

 

별과 사막 사이의 공간에서, 인간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존재인가 생각하던 그가 마지막 몇 페이지를 남겨 놓고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역할을 자각할 때, 아무리 하찮은 역할일지라도 그 역할을 깨달을 때, 그때에만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그때에만 우리는 평화롭게 살고 평화롭게 죽을 수 있다. 왜냐하면 삶에 의미를 주는 것은 죽음에도 의미를 주니까. (208쪽)

 

그리고 결론과도 같은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남긴다 (이 마지막 한줄의 문장은 앞으로 읽으실 분들을 위해 여기에 적기를 포기한다).

 

그는 삶을 무척 사랑했구나. 사랑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쓰지 않았지만 책 한권이 통째로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어떤 계획도, 각오도 없이 무덤덤하게 새해를 맞으며 가라앉아 있는 나를, 이 책이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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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1-09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테이블에 스탠드와 함께 있던 그 꽃이 생각나요. 비슷해보여서요^^

hnine 2015-01-10 01:32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그 꽃이랍니다. 저희 집에 온 첫날 찍은 사진을 올렸었지요. 기억을 해주시다니...^^

sslmo 2015-01-09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의 찰나를 붙들어 영원을 만들어 내는 안목에 한참동안 넋을 놓고 앉았습니다. 잘 보고 있습니다, 꾸벅 (__)

hnine 2015-01-10 01:51   좋아요 0 | URL
사진 올리고는 몇줄 쓰려다가 딱히 뭐라고 써야할지 몰라서 그냥 두었는데, 양철나무꾼님이 제게 과분한 댓글로 빈 공간을 대신해주시네요. 붙들고 싶은 순간이 있으니 사진을 찍는거지만 정작 사진 속에 포착되어 있는건 그 순간의 제 마음인 것 같아요. 잘 보아주셔서 고마워요 ^^

하이드 2015-01-0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드타임이 멋있게 말랐네요. 이렇게 분위기 있게 마르다니. 피고 지는 모습을 보는 시선에 담긴 애정이 느껴집니다.

hnine 2015-01-10 01:44   좋아요 0 | URL
아 맞다, 저 장미 이름이 레드타임이었지요. 제목으로 Time이라고 쓸때는 모르고 썼는데...^^
꽃이 변해가는 모습, 매일 다른 모습 보는 것도 낙이어요. 자연스런 현상인데도 꽃이 말라가는거 보고 있느라면 좀 안돼보이기도 해요 ㅠㅠ

프레이야 2015-01-10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들고, 마르고 심지어 장렬하게 낙하한 꽃송이에 유독 뷰파인더를 갖다대는 사람이랑 동행하고 있어요.
저도 닮아갑니다. 나인님, 시간에 대한 시선이 참 좋습니다.^^

hnine 2015-01-10 01:49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제 마음을 이렇게 잘 읽어주시다니.
프레이야님 서재에서 멋진 사진 감상했던 때 생각이 나네요.
싱싱한 꽃도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정작 여기 올리기는 말라가는 꽃이었어요.
오랜만에 뵈어서 많이 반갑습니다.^^
 

 

 

 

넘어져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 애처로운 마음이 들지만

그렇게 서럽게 울고 나서도 결국 다시 휘적휘적 일어서는 모습은 감동을 준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다시 일어서려고 애쓰는 모습

때묻고 젖어 있는 내 마음에 환하게 불이 켜진다

나도 바로 저 어린이로부터 자라났는데

저런 마음이었는데


툭툭 털고 일어나야지

그러다 다시 넘어져도

한바탕 울고

다시 일어나야지

 

 

 

 

올해 별로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책에 집중하기에 마음이 어지러웠기 때문일테고

여름에 한동안 책을 멀리해야할 일이 있었던 이유도 있다

그래도 읽은 책들중 베스트 3을 뽑아본다.

읽은 권수가 적음을 보상시켜줄 정도로 마음에 남은 책 세권;

 

 

 몇년 동안 동화쓰기에 관심이 있어 여러 모임에 참석해봤고 습작도 해보았다. 물론 투고도 해보았지만 투고해볼 정도의 실력도 아니었고 기대를 하고 해본것도 아니기에 등단의 기회를 주는 공모에서는 당선되지 않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화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동화를 써야하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과학을 전공하고도 과학책보다는 문학책 읽기를 더 좋아하고 즐긴다는 것은 내게 있어 자랑할만한 점이라기 보다 약점이었다. 이 책때문에 나는 그 쓸데없는 생각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었다.

 

 

 

 

 

 

 

 

 

 

 

 

 

최근에 읽었기 때문은 아니다. 원래 좋아하는 작가였지만 이 작가가 언젠가는 큰 일(!)을 낼거라는 확신을 하게 된 것은 이 책을 읽고 나서이다.

 

 

 

 

 

 

 

 

 

 

 

 

 

이제 1시간 30분 정도 남았다.

안녕 2014.

잊지 못할 한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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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4-12-31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별 생각없이 살다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보면서는 보내기 참 아쉽다는 생각을 해요.
어렸을 때는 넘어져도 그냥 잘 일어났는데, 요즘은 그럴 때 생각이 많아져서 쉽지가 않아요. 앞으로는 저도 툭툭 잘 털고 일어나서 다시 걸어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2014년 한해 함께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누어주셔서 고맙습니다.
hnine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15-01-01 08: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생각이 많아졌다는게 때로는 걸림돌이 되기도 하네요.
어제와 오늘이 알고보면 다를게 없는데 이렇게 해를 나누는 것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만들라는 뜻 아닐까 하네요. 서니데이님의 2015년에 축복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바람돌이 2015-01-01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가 되었네요. 조금전에 tv에서 종도 치고 우리집 식구들과 껴안고 내년에도 잘 살아보자 덕담 한마디씩 했습니다. hnine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hnine 2015-01-01 08:20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을 서재에서 다시 뵙게 되어 참 좋았습니다. 한번도 뵌적 없지만 서재에 다시 돌아오시는 분을 맞이하는 마음이 얼마나 반갑고 기쁜지, 저도 신기해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껴안고 웃음을 나눌 수 있는 가족 앞에 두려울게 무어랴! 이런 생각이 드네요.

하양물감 2015-01-01 0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아침이에요. 올해도 웃음과 행복, 그리고 좋은 책과 함께 하는 시간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hnine 2015-01-01 08:21   좋아요 0 | URL
웃음, 행복, 책...더 바랄게 없겠어요 ^^ 새해 아침, 저희 집은 이제 곧 떡국 먹고 부모님댁에 갑니다. 하양물감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5-01-03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3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6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6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6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5-01-0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삶이 버겁게 느껴질땐 한바탕 울고 나면 힘이 나죠.
전 작년 초에 운전하면서 가끔 그런적 있어요.
올 한해는 한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어야겠다는 생각 했습니다. 산만한 독서는 자제하려구요^

hnine 2015-01-06 10:43   좋아요 0 | URL
저도 동감! 한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집중해서, 충분히 생각하면서 읽고 싶어요. 그렇게 읽는 행위 자체도 어떤 수련 과정 같고 나를 닦는 과정 같아서요.
세실님, 늘 기운을 북돋아주는 말씀 감사드려요 ^^

2015-01-08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8 0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5-01-1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이럽니다.. 저는 댓글을 썼다고 생각하고...
혼자 머릿속으로 ㅎㅎ 아니면 꿈에서 ㅎㅎ
여기엔 없지만 머릿속에서 쓴 댓글엔 이창래 작품이 화두였었어요.. 전에 그의 데뷔작 비슷한 영원한 이방인을 읽었었거든여..
서경식하고는 또 다른 의미로 이 나라에도 그럴다고 저나라에도 완전히 소속되지 않는 자의 심경에 대햐 감정이입 할 수 있었던..
ㅎㅎ
아 그리고 전공이 과학이셨다는 놀라운 사실..
나인 님은 반전이 매력 ㅎㅎㅎㅎ

hnine 2015-01-12 19:27   좋아요 0 | URL
머릿속에서 쓴 댓글...ㅋㅋ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책은 영원한 이방인보다 훨씬 더 넓고 깊어요.
영원한 이방인이 다시 번역되어 나온다고, <만조의 바다 위에서>리뷰에 편집자께서 댓글에 알려주셨어요. 저도 번역본으로 제대로 한번 다시 읽어볼까 생각중이지요.
제 전공이 과학이라는거 아시고 icaru님께서 반전이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저한테서는 과학 전공한 티가 안난다는거...ㅠㅠ 저는 과학도 좋아했지만 과학이 절 안좋아했어요 ㅠㅠ

icaru 2015-01-12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ㅎㅎㅎ 아아니그게아녀요...명명백백 문학적 소양이 깊으신 으으으..ㅎㅎ 아시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