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Need Social Science, Not Just Medical Science, to Beat the Pandemic

Human behavior and social inequity are huge confounding factors


by Nicholas Dirks on March 20, 2021






미국에서 발행되는 과학잡지 Scientific American 2021년 3월호에 실린 기사이다. 

저자는 미국 UC Berkeley 역사, 인류학과 교수이자 뉴욕 과학학술원장으로서, 전세계적유행병을 퇴치하는 답은 과학이나 의학이 쥐고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이하는 제가 위의 기사를 발췌 번역해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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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 나왔어도 바이러스 제압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느냐는 인간의 대응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의학적 도구만 가지고는 바이러스 제압이라는 크나큰 도전을 수행해나갈 수 없다. 사회과학과 행동과학이 과학과 함께 자리해줘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대 사회는 과학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역사적인 예나 인류학적인 예를 보나 요즘 일어나고 있는 전세계유행병에 대응하는 일치하지 않는 반응을 보나 그렇지 않다. 

1918-19년에 스페인 독감때의 경험에서 우리는 배웠어야 했다. 그때 어떤 도시는 바이러스 전파 제압이 더 잘 이루어진 반면 어떤 도시는 그렇지 못하여 결국 지구상의 오천만이 사망하였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과학에 대한 불신이 합쳐진 결과 마스크착용으로 독감을 제압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큰 혼란을 겪었고, 의학적 조언에도 불구하고 많은 미국인들은 마스크 쓰기를 거부할 뿐 아니라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에 참여하기까지 했다.

1950년대 소아마비 유행병은 또하나의 가르침을 주는 예이다. 표면적으로는 과학정책, 의학정책의 성공적 사례로 보기 쉽지만 사실은 지금 우리가 COVID에서 보고 있는 것과 매우 유사했다.

1954년 아이젠하워 정부는 모든 어린아이들이 개발 진행중인 폴리오 백신을 접종해야한다고 선포는 했지만 실제로 연방정부 차원에서 그것을 실행할 어떤 일관적 계획도 없었다. 더구나 백신 제조 과정의 질적 수준에 대한 감독도 이루어지지 않아서 일부 어린아이들이 아프거나 사망하였다. 전 국가 규모로 접종하기에 제한된 재원도 문제였다. 1955년 아이젠하워가 소아마지 예방접종 강령에 서명하고 나서야 충분한 연방 기금이 확보되었다. 이러한 대규모 혼란은 이후 대중의 불신을 완화시키는데 수년이 걸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사회학자인 Alondra Nelson이 새로이 과학기술정책국의 부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말하기를 전세계적유행병은 우리 사회를 비춰주는 거울과 같아서 우리가 허용하고 있는 사회 불평등의 고착화를 반영해주고 있으며 과학은 하나의 사회 현상이라고 하였다. 이말이 의미하는 것은 과학은 그것이 상호작용하고 있는 사회에 대한 현실적 통찰력을 요구할 뿐 아니라 과학은 또한 사회적인 힘과 의미와의 관계에 따라 위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회과학은 우리가 과학적 지식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사회과학은 과학이 사회적 편견과 이해관계를 알고 있도록 우리가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인간의 행동은 인간의 지식이 늘어갈수록 함께 발전하고 진화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지식을 해석하는 각자의 방식의 지배를 받는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팽배해져가면서 새로운 지식은 종종 잘못된 정보에 의해 압도되고 우리를 혼란에 빠뜨려 음모론이나 대체사실 (alternative facts)에 쉽게 접근하도록 만든다. 과학의 발전이 새로운 의약을 만들어내는 것 뿐 아니라 더 건강하고 더 정당한 세상으로 이끌수 있도록 과학과 사회과학이 서로 상부상조할수 있게 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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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3-24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면 참 인간은 안 바뀐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페인 독감의 예를 봐서라도 이번엔 세계가 공조하면
잘 넘길 수도 있을텐데 여전히 과학과 정부를 의심하고
마녀사냥이나 하고 앉았으니...
가장 모범을 보여야할 미국이 코로나 때문에 혐오범죄만 늘어가고 있으니
어떻게든 극복할 생각은 안하고.
이게 모두 트럼프 때문이어요. 흐~ㅋ

hnine 2021-03-24 23:14   좋아요 3 | URL
과학이 아무리 잘 드는 칼날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결국 과학이 아닌 다른 실체일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과학자는 과학자로서의 할일만 다 함으로써 끝나는게 아니라 과학이 제대로 이용될수 있도록 사회과학등 다른 분야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저자의 의도에 깊이 공감하여 기사를 옮겨보았어요. 이번 코로나에 미국이 보여준 대응방식은 너무나 상식 밖이었는데 저자의 말처럼 그것은 미국사회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하니 코로나가 아니라 다른 어떤 재해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반응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과학, 종교, 사회과학, 역사, 인류학, 등등 인간이 관련된 모든 분야는 적대할것이 아니라 협력을 해야한다는 마무리가 그냥 흘려들을 말이 아닌 것 같아요.
 




















2월 중순이었으니까 지금은 또 많이 달라졌을 풍경입니다.





2월에 아들이 군입대했어요.





집을 나서고 있는 모습인데 제가 수십년전 집을 떠나며 한 행동과 똑같네요. 강아지 쓰담쓰담.






철원 훈련소까지 태워다 주었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드라이브 스루 방식. 

입소자만 하차하라고 하여 저와 남편은 차에 있고 아들만 내려주고 차는 계속 가던 길 가는 방식입니다. 






지난 주말엔 경주 남산에 다녀왔습니다.

경주는 몇번 갔었지만 경주 남산은 1998년에 가고 처음이어요 (신혼여행으로 경주를. 제가 제안해서요.)

들어가자마자 소나무숲. 경주 남산 소나무숲은 유명하지요.

배병우 사진 작가의 소나무 사진이 탄생한 곳.

정말 멋지더라고요.

















보물찾기 하며 산을 오릅니다.







마을이 저 아래로 보이니, 꽤 높이 올라왔지요.








바위 틈을 뚫고 나온 소나무 좀 보세요.













저도 엽서를 한장 썼습니다.

(메고 있는 배낭은 남편 배낭. 저는 짐 가지고 올라가는 것이 거추장스러워 지갑과 휴대폰, 손수건만 주머니에 넣고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이것 저것 챙겨 배낭을 메고 출발한 남편이 중간에 덥고 힘들어해서 제가 대신 메고 올라가는 중입니다.)







하산길.

앞서 내려가고 있는 모녀 모습이 예뻐서요.


저에게 경주는 여전히 매력있고 더 알고 싶은 곳이네요.





다음 일기엔 아마 꽃 사진 잔뜩 올리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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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4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4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파피필름 2021-03-04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사진과 글 늘 잘 보고 있습니다~~사진보니 경주 다시 가보고 싶네요. 군입대한 아드님도 건강하게 잘 생활하길 빕니다 너무 늦었지만 올한해도 좋은 책들과 함께 행복하세요~~^^

hnine 2021-03-04 15:58   좋아요 1 | URL
스파피필름님도 경주 좋아하시나요? 제가 한때 경주에 관심이 많아가지고, 계기가 딱히 생각은 안나는데 책도 읽어보고 자료도 찾아보고 그랬었거든요. 날씨 좀 더 풀리면 스파피필름님도 한번 나들이 삼아 가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제 아이 군생활 잘 하고 오라고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대학 입학하며 이미 집을 떠나 생활했기 때문에 별로 새삼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학교와 군대는 다르긴 하지요. 차에서 내려주면서 너는 이제 나라지키는 군인이라고 악수하고 내려주었어요.
올 한해도 서재에서 자주 뵙길 바라겠습니다. 감사드려요~~

scott 2021-03-04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 억새풀 ! 강아지풀 그리고 에이치 나인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볼트 쓰담 쓰담 아드님 건강하게 군생활 잘하길 바래요!봄의 향기를 가장 먼저 품고 있는 꽃사진 기대 만발 ^.^

hnine 2021-03-04 16:10   좋아요 2 | URL
강아지풀은 그냥 보고만 지나치질 못하겠어요. 꼭 한번 손으로 만져봐야지요. ^^
꽃은 아직 눈에 많이 안띄어도 나무들 색깔이 달라졌어요. 푸릇푸릇.
scott님 서재글에 곧 수선화 핀다고 쓰셨었지요?
영국 같으면 벌써 수선화가 여기 저기 피었을것 같네요. 우리 나라 개나리 만큼이나 영국에선 흔한게 수선화지만 언제 봐도 예뻤어요.
우리 강아지 이름은 볼트와 비슷한 볼더 (Boulder)랍니다. 볼트라는 강아지 나오는 영화가 있었지요.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저희 집 강아지 이름이 좀 특이하긴 해요 ^^

막시무스 2021-03-04 1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와 구름이 옛날 시조에 등장할 만 분위기네요!ㅎ 아드님께서 건강하게 제대하시길 기원합니다.

hnine 2021-03-04 16:13   좋아요 2 | URL
막시무스님 말씀대로 진짜 분위기 있더라고요. 구불구불한 소나무와 하늘, 그리고 구름까지요. 배병우 작가의 사진이 괜히 탄생한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요. 그런데 남산이 생각보다 올라가기가 쉽지 않았답니다. 돌이 많고 올라가는 코스가 지그재그로 되어 있는 곳이 많아서요. 그래도 또 가고 싶은 ^^
제 아들 군 생활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째깍째깍...국방부 시계 가는 소리요. ^^

페넬로페 2021-03-04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드님 군대 보내서 마음 허전하고 보고프겠어요~~
저 엽서는 나중에 도착하는건가요?
손편지를 써본지가 오래되었네요^^

hnine 2021-03-05 05:10   좋아요 1 | URL
요즘 군대는 휴대폰도 가지고 들어가게 하고요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주말엔 집으로 전화도 오고, 네이버 밴드도 만들어져있고 해서 예전같진 않더라고요. 그리고 워낙 대학 입학하면서 이별의 세러모니를 한번 겪은지라 생각보다 서운하진 않았어요. 무사히 건강하게 의무를 다 하고 오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네요.
엽서는 며칠 후 도착한다는 말이 안써있어서 모르겠어요. 뭐, 안들어가도 괜찮을만한, 만만한 상대에게 그냥 재미로 썼으니까요 ^^
저도 손편지라고 할 수 있는건 생일에 생일카드 정도였네요. 오랜만에 써본다면 누구에게 써볼까 생각해보니 금방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요 ㅠㅠ

stella.K 2021-03-05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벌써 군대를...!
아드님 강아지가 눈에 밟혀서 어떻게 입소했을까요?
강아지도 한동안 어떨떨하겠어요. 형이 매일 저녁이면 집에 들어왔는데
왜 안 들어오지 갸웃거렸을 것 같네요.
무엇보다 h님이 허전하시겠네요. 더구나 코로나라서 걱정이 많으시죠?
그저 무탈하게 잘 있다 돌아오길 저도 빌어봅니다.^^

hnine 2021-03-05 05:14   좋아요 1 | URL
그쵸? 엄마인 저도 내 아들이 벌써 군대를!! 딱 이런 기분이랍니다.
코로나라서 오히려 군대 보내는게 마음에 놓인다면 이해하시려나 ㅋㅋ
군대 가기전에 집에 잠깐 와있는 동안 얼마나 여기 저기 돌아다니던지.
훈련소 들어가자마자 코로나 검사부터 하더라고요.
대학 들어가느라 집 떠날때 한번, 이렇게 군대보내면서 또 한번. 이렇게 자식을 품에서 떠나보내는 연습을 하는가봐요. 군대 같다오면 이제 정말 어른 대우를 해야할 것 같아요.
무탈하게 잘 있다 오길 빌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난티나무 2021-03-04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군대....
건강히 지내기를 저도 바랍니다~

hnine 2021-03-05 05:20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것만 바랄 뿐이어요. 건강히 18개월 잘 지내고, 많이 커서 돌아오기를.
훈련소에 내려주고 걸어가는 아들 뒷모습 보니 참 많이 컸구나 싶고 키울때 생각도 나면서 나도 그냥 놀면서 세월보낸건 아닌가보다 위안도 되고말이지요 ^^
요즘은 현역 18개월인데 예전에 비하면 많이 짧아진 셈이지요. 그동안 휴가도 나오고 전화도 쓰고 밥도 맛있대요 ^^
건강히 지내기를 바라주시는 마음, 감사합니다~~
 



















 

메리 올리버, 특색없는 평범한 이름.

천 개의 아침, 어디서 본 것 같은 제목.

그래서였는지 다른 분의 이 책 리뷰가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걸 보면서도 직접 읽어볼 생각까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읽었다.

1935년 미국 태생 메리 올리버는 서른 권이 넘는 시집과 산문집을 출간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시집 이전에 우리 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온 그녀의 책들은 모두 산문집이었다. 짐작컨대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이 산문과 같은 느낌이듯, 산문집에 실린 글들도 시 같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2012년 Penguin press에서 출판된 A thousand mornings」를, 민승남 번역으로 우리 나라에선 2020년에 출간되었다. 36편의 시가 원문과 함께 실려있는데 번역된 시도 그렇지만 원문을 읽어도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다. 어렵지 않은 언어로 쓰여진 시이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이 분명하고 시인 자신의 목소리를 일관성있게 분명히 내고 있다면 독자로서 더 반가울 것이 없다.

자연의 변화, 매일 일어나는 단조롭고 시시해보이는 일, 함께 사는 개, 주위의 식물과 동물 들에서 삶을 발견하고, 깊은 생각보다 그런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일깨워준다. 


'나는 바닷가로 내려가'라는 시에서, 아침 바다로 내려가 파도가 밀려오고 물러가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 신세가 비참하다며 나 어쩌면 좋지? 라고 한탄하는 말에 바다가 대답한다 '미안하지만 난 할 일이 있어.' 라고.


나는 바닷가로 내려가



아침에 바닷가로 내려가면

시간에 따라 파도가 

밀려들기도 하고 물러나기도 하지,

내가 하는 말, 아, 비참해, 

어쩌지.

나 어쩌면 좋아? 그러면 바다가

그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하는 말, 

미안하지만, 난 할 일이 있어.


비참해하지 말고 현재 눈 앞에 있는 너의 일에 충실하라는 파도의 대답은 곧 시인이 자신에게 가르치는 말이다.


'마침 거기 서있다가 (I happened to be standing)' 라는 시에서는, 중요하지 않을 일들로 가득 차서 나에게만 집중하며 세상을 걸어 다닌다는 것, 그것은 내가 진실로 살아 있다고 부를 수 없는 상태일지 모른다면서, 고양이가 햇살 속에서 토막잠 자는 것, 주머니쥐가 길을 건너는 것, 굴뚝새가 쥐똥나무에서 노래하는 것, 그런 행위들이 고양이, 주머니쥐, 굴뚝새의 기도가 아니겠는가, 기도보다 의미있는 것은 일상, 시시해보이는 일상일지 모른다고 했다.


나는 충분히 살았을까, 나는 충분히 사랑했을까, 나는 충분히 감사하며 행복을 누렸을까, 나는 우아하게 고독을 견뎠을까, 나는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며 정원으로 걸어 들어간 시인은 거기서 정원사가 장미들을 돌보고 있는 것을 본다. 자기 할일을 하고 있는 정원사를. 그는 단순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 ('정원사')

이렇게 시인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생각을 너무 많이 하기 보다는 단순한 일상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있다. 


'허리케인'에서는 끝장을 본 것 같은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자연의 경이로운 현상을 노래하고 있다.

나는 내 잎들이 포기하고

떨어지는 걸 느꼈어. 

허리케인의 손등이

모든 것들을 후려쳤지.

하지만

진짜 나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어봐,

허리케인들이 다 후려치고 지나간 나무들에서 봄도 아닌 여름 끝 무렵, 새잎이 돋아나는걸 보았다. 잎이 돋아날 철이 아니었는데, 다 끝장난 것 같아보였는데.

이 시는 다음과 같이 맺는다.

어떤 것들에겐 철이 아닌 때가 없지. 

나도 그렇게 되기를 꿈꾸고 있어.


바닥까지 내려간 후 다시 시작되는 내용은 '어둠이 짙어져가는 날들에 쓴 시'에서도 나타난다.

해마다 우리는 목격하지

세상이 다시 시작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풍요로운 곤죽이 되어가는지.


존재했던 것의 원기가 존재할 것의 생명력과 결합된다 (The vivacity of what was is married to the vitality of what will be.)는 것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진실이라면서, 세상을 사랑한다는 우리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오늘 우리는 쾌활하게 살아가야지 않겠냐는 시인의 말에 혼자 고개 끄덕거렸다. 


'썩은 그루터기에서, 무언가 (Out of the stump rot, something)' 라는 시에서도 같은 맥락을 발견한다.

예쁜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여기 오지 마.

대신 그림을 봐, 

아니면 수선화를 기다리든지.


지금은 봄, 

어수선한 숲속, 소란스러운 연못가

봄은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늘 그럴 거야

위의 연은이 우리가 상상하는 예쁜 그림같은 봄이라면, 아래 연은 실제의 봄,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기 위해 어수선하고 소란스런 실제의 봄이다. 생명은 치열한 것, 어수선하고 소란스런 과정을 통해 시작되고 또 유지되는 것.


1984년 퓰리처상, 1992년 전미도서상을 받았고 책 뒤에는 메리 올리버에 대한 유명인사들과 각종 출판사의 찬사가 실려있다. 자연을 교과서 삼아 가장 단순한 언어로 삶의 가장 밑바닥 진실을 말하고자 한 메리 올리버. 중요한 것은 단순하게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 simple, yet sufficient. 단순하지만 충분한.

어쩌면, 삶의 가장 중요한 진실은 많이 배우고 많이 읽고 많이 말하고 많이 쓰는 것보다 매일 반복되는, 아주 단순해보이는 그 일상 속에 숨어 있는지 모른다. 하찮아보이는 그 일상 속에.

이 시집에서 내가 발견한 일관된 목소리는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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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2-28 0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hnine님 덕분에 좋은 시들을 얻어 가네요. 전 시집 전체를 읽는 것보다 이렇게 누군가가 좋다고 뽑아준 시를 읽는게 더 좋더라구요. ㅎㅎ 아 시인들이 저같은 사람은 싫어하겠죠? ㅠ.ㅠ

hnine 2021-02-28 05:44   좋아요 2 | URL
좋은 시라고 공감해주시니 저도 기뻐요. 시인을 알게 되는 과정이 다 그렇지 않을까요? 어쩌다 알게 된 시 한편에서 시작해서 그 시인의 시집을 사서 읽어보고, 그 시집에서 공감가는 다른 시를 발견하기도 하고 발견못하기도 하고요. 이 시집은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메리 올리버에 대해 소개해주는 것을 듣고 구입하게 되었어요. 미국 현대시에 대해 제가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듯, 어떻게 보면 동양적이기도 하고 어려워서 머리써서 이해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진리는 충분히 단순한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시인의 생각이 시에서 드러나는 것 같았어요.
메리 올리버의 산문도 한번 읽고 싶은데, 산문이라고 해서 다를 것 같지 않네요. 그래서 읽어보고 싶어요.

scott 2021-02-2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누군가 발췌한 시구절이 더좋은 1人!
[고양이가 햇살 속에서 토막잠 자는 것, 주머니쥐가 길을 건너는 것, 굴뚝새가 쥐똥나무에서 노래하는 것}
이런 자연의 모습을 목격한 시인의 천개의 아침은 도시인들의 아침과는 차원이 다를것 같아요.

원래 메리 올리버가 노벨상을 받았어야 하는데 ,,,
시인 메리 올리버의 반려견도 시인의 머리색과 같은 함께 늙어가는 모습까지 닮은
시인이 사랑하는 강아지 모습 그자체 였어요.

hnine 2021-02-28 23:00   좋아요 1 | URL
알라딘의 똘똘이 scott님! 메리 올리버에 대해서도 잘 아시는군요.
반려견 percy 가 시에 자주 등장하는데, percy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 한 마디 없이도 떠난 친구 그리는 내용의 시를 얼마나 뭉클하게 썼던지 몇번을 읽고 또 읽었어요.
책과 사람에서 배우는 것도 많지만 자연에서 배우는 것이 참 많지요. 책을 읽을수록, 사람을 알아갈수록 생각이 가지치기를 하고 더 복잡해져가는 것 같은데 (배움이 부족해서이겠지만), 자연과 가까이 하면 할수록 저절로 단순히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21-02-28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가 할 일이 있다고 말하는 시가 무척 좋네요, 나인님. 저도 이 책 봐야겠어요.

hnine 2021-02-28 23:03   좋아요 0 | URL
바다가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는 뜻을 금방 파악하셨네요. 저는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야? 했답니다.
다락방님도 메리 올리버 마음에 들어하실듯해요. 오늘 이누아님과 하이드님 서재에 들렀다가 거기서도 이 시집을 만나 반가왔답니다. 저는 산문집도 한번 읽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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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공주 마곡사


거리로 보면 동학사나 갑사가 집에서 더 가깝지만 대전으로 이사온 후 제일 자주 들른 곳은 아마 공주 마곡사일 것입니다. 

종교와 무관한 방문인데, 여기만 오면 말이 많아지는 남편 덕이기도 합니다. 했던 말 하고 또하고. 

눈이 제법 많이 오고 추운 날이어서 산사 주변 물이 꽝꽝 얼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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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5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


집에서 차로 두시간 넘게 걸리는 곳 안면도 바다.

지난 주말이었네요. 친정아버지 고향이라서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몇번 왔던 기억이 있고, 결혼하고서도 몇번 왔던 곳입니다.

집에만 있는게 너무 답답해서 별 목적없이 그냥 바다 구경하러 갔었어요. 점심도 준비해간 샌드위치로 차 안에서 먹고 30분 정도 바다만 보고 돌아왔는데, 그래도 좋았습니다. 

갈매기, 따개비, 불가사리.

갯벌에선 할머니가 굴을 따고 계셨어요.

아버지 생전에 모시고 왔던 때가 생각나서 잠시 그리움에 젖기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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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전문화예술의전당,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어제 목적지는 아래 사진에 있는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이었는데 가던 길에 여길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작년까지만해도 저의 즐겨찾기 장소였는데 코로나 이후로 발길이 뚝 끊겼지요. 이 세 곳이 조명을 받으며 나란히 한눈에 들어오기에 반가와서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맨왼쪽 건물이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고, 가운데 지붕 하얗게 나온 곳이 대전시립미술관, 그리고 맨오른쪽 빗살모양 낮은 지붕 건물이 이응노 미술관입니다. 

전시와 공연 외에도 각종 문화행사와 교육, 강좌 프로그램이 열리는 곳이라서 자주 가던 곳이었는데, 그렇게 알라딘서재의 로쟈님 강의도 신청해서 들었던 곳인데, 코로나 이후로는 발길이 뚝 끊겼어요. 곧 다시 저의 즐겨찾기 장소가 되기를,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를 지나 더 걸어가면 엑스포다리, 엑스포과학공원, 엑스포광장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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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 엑스포다리,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1993년에 '대전EXPO' 라는 행사가 있었지요. 엑스포과학공원은 그때 지어진 시설이고 한빛탑도 그중 하나입니다.

제가 대전에 이사오던 해 2006년만 해도 엑스포과학공원을 찾는 사람도 많았고 저도 아이 데리고 자주 가던 곳이었는데 갈수록 찾는 사람이 줄고 시설은 낡아가는데 개선되는 것 같지는 않고 점차 무용지물이 되어가나 싶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모처럼 엑스포광장 한빛탑에서 '미디어 파사드 (Media-facade)'라는 행사를 한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그리고 대체 어떤 내용일까 기대하며 찾아가보았습니다. 영상쇼이기 때문에 저녁 6 30분에 시작해요.

한빛탑까지 가는 길, 조명받고 있는 엑스포다리를 걸어서 건너는 게 얼마만인지. 다른 곳도 대개 그렇지만 이 다리도 낮에 보는 것보다 밤에 조명받고 있는 것이 몇배 더 멋있었습니다

미디어 파사드, 건물등의 외벽에 빛과 영상을 이용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을 말하는데, 93 m 높이의 한빛탑 외벽이 하나의 캔버스가 되어 첨단 디지털 영상을 보여주는 쇼입니다

한빛탑 주위를 둘러보니 12번 사진 같은 작은 부스가 두개 설치되어 있고 그 안에서 한빛탑을 향해 레이저를 쏘아주고 있었습니다.

3차원 그래픽 영상에 음향까지, 정말 멋있었어요.

영상 내용은 대전을 대표하는 동식물, 대전의 사계와 명소, 아트 인 사이언스 등 주로 대전을 상징하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 낯익은 수묵화 그림이 현란하게 펼쳐지기에 보니까 이응노화백의 유명한 '군무'하는 그림이었어요. 그냥 평면으로 봐도 생동감이 느껴지는 그림인데 3차원 영상으로 보니까 감동이 새로왔습니다.

오래동안 존재감 없이 서있던 한빛탑이 조명을 받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도 반가왔고, 새로 만들고 짓는 것도 좋지만 있는 시설물 잘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주만해도 눈 때문에 동네 뒷산인데도 올라갈때 아이젠을 신발에 하고 올라가야 했는데, 어제는 날이 풀려서인지 발에 밟히는 흙도 보송보송, 걷는데 땀도 났어요. 이번주에 또 한번 한파가 온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답니다

시간은 갈 것이고 매일 가는 그곳에 할미꽃도 필 것이고, 나무에는 새싹이 파릇하게 올라오겠지요

아직은 1

무사히 무사히 겨울을 잘 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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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1-26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으셨겠습니다.
코로나 땜에 집콕만한다는 것도 핑계 같습니다.
맘만 먹으면 이렇게 다녀 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봄이 곧 머지않아 보입니다.
이럭저럭 겨울도 살살 잘 보내지 않을까합니다.
다음 달 백신이 우리나라에도 들어 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희망을 가져보게 됩니다.
물론 백신도 안전하게 맞아야하는 과제가 남았지만...

hnine 2021-01-25 23:44   좋아요 0 | URL
저도 거의 대부분 집콕이랍니다. 대중교통 타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요. 너무 몸사리느라 코로나블루가 내 얘기가 되겠다 싶어 어쩌다 한번씩 나간날만 모아본거죠. 이제 가끔은 대중교통 이용하더라도 다녀도 되는 곳은 좀 다녀봐야겠다 생각이 들어요. 하루 이틀에 끝날 일도 아니고, 정신건강도 건강이니까요.
봄이 머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니 절로 기분이 업 되더라고요.
봄이든 백신이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들엔 다 가져보기로 해요. 그렇게 견뎌나가는 시간들이기를.

서니데이 2021-01-2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엑스포과학공원의 사진 멋있어요. 조명에 빛나는 다리와 조형물들이 예쁜데 실물로 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지난주에 추웠는데, 오늘은 참 따뜻했어요.
그런데 한파가 또 온다니 지난번 추운날이 생각나요. 사진 잘 봤습니다.
hnine님 따뜻한 밤 되세요.^^

hnine 2021-01-26 00:42   좋아요 1 | URL
빛은 사물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시키는 마법을 부리지요.
저 엑스포다리는 낮에 조명없이 봐도 특색있기는 하지만 밤에 조명받고 있는 것에 비할바가 못되더라고요.
엑스포 아파트, 엑스포 광장, 엑스포 과학공원...대전 EXPO의 흔적이 남은 명칭들이 많아요. 전 그때는 대전에 살지 않았지만요.
오늘도 산에 다녀왔는데 제가 아마 제일 두껍게 옷을 입은 것 같더군요. 그런데 내일 새벽부터 비소식이 있어요. 비가 오면 기온이 좀 떨어지겠죠?
내일도 서니데이님의 글 기다릴께요~ ^^ 굿나잇.

scott 2021-01-26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부터 느꼈지만 에이치 나인님 풍경사진은 계절에 흔적들이 보여서 너무 좋네요 드문 드문 보이는 사람들, 거리마다 스산함 까지 느껴집니다.

hnine 2021-01-26 00:49   좋아요 1 | URL
‘예전부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계절 흔적 담고 싶어 찍는 사진들이 대부분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사람들 많은 사진 보다는 배경 위주로 찍다보니 스산한 느낌 드는 사진이 많은 것도 사실이예요. 예리하셔라.
오늘도 scott님 서재에 올리신 음악 잘 들었어요.
Andreas Scholl 노래 들으며 Scholl 이라는 이름이 왜 낯이 익나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유명한 발 관련 상품 상표때문인것 같아요 ㅋㅋ
 

 


53 편의 영화를 봤다.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많이 본 해는 아직 없었다. 

53 편중 별점 다섯으로 표시해놓은 영화가 여섯 편이었다.



1. 마나나의 가출 (원제 My Happy Family)







2017 Georgia (국명) 영화이다.

감독은 나나 에크브티미슈빌리, 시몬 그로스

주연은 이아 슈글리아시빌리


50대 고등학교교사 마나나는 허름하고 좁은 아파트에서 친정부모, 생활력 없는 남편, 백수 딸 부부, 역시 백수인 아들과 함께 산다. 온 식구들의 뒤치닥꺼리에 지치고 반쯤 자기 삶은 포기하다시피 하고 살던 마나나는 뜻밖의 계기로 뜻밖의 결단을 내리고 실행한다. 가족에게는 돌발적으로 밖에 이해안되는 마나나의 결단이 무엇인지는 우리말 영화 제목에 나타나 있다.

영화가 다 끝났는데 끝인지 모르고 한동안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던 영화이다.




2. 집안사정 (원제 A Family Affair)




2015년 네덜란드 영화

감독 톰 파사에르 (Tom Fassaert) 가 직접 자신의 가족사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영화이다.

가족관계에 있어서 결정적 시기에 결핍되었던 최소한의 교류, 애정, 시간은 나중에 어떤 노력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 refill, replace, recover 불가인 경우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집안사정'이라는 우리말 번역 제목이 재미있다. 영화 전체 분위기와 너무 다른 느낌의 제목이다.)







3. 스카페이스 (Scarface)




1983년 미국 영화. 1932년에 동명의 영화가 출시된바 있다. 워낙 유명한 영화인데 잔혹한 범죄 영화 쯤으로 생각하고 볼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Brian De Palma), 각본은 올리버 스톤, 주연 알 파치노 (Al Pacino), 미셸 파이퍼 (Michelle Pfeiffer)

쿠바 난민이자 전과자 경력이 있는 토니 몬타나는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미국 플러리다주 마이애미에 도착한다. 스카페이스는 토니의 또다른 이름으로서, 실제 이 영화가 모델로 삼았다는 알 카포네의 별명이기도 했다. 


암흑가의 거물로 성공한 토니는 모든 것을 얻었지만 모든 것을 잃었다.

"The world is yours." 이 영화의 유명한 대사이다.

과연 욕설, 살인, 복수, 폭력, 마약, 총격전이 난무하는 영화인 것은 맞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머리 속에는 그런 잔혹한 장면들에 겹쳐 성공이라는 이름의 신화에 가려진 허상, 우리가 일생을 두고 좇던 것의 허망함이, 엔딩 씬의 쓸쓸한 음악과 함께 더 깊게, 더 오래 남아있게 된다. 음악은 조르지오 모로더 (Giorgio Moroder)가 맡았다.

영화속 얘기로 따라가며 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영화속 주인공들의 사는 모습이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할때의 오싹함, 곧이어 드는 쓸쓸함은 이후로 그 영화를 결코 다른 영화들 속에 묻히지 못하게 한다.







4. 밤에 우리 영혼은 (원제 Our Souls at Night)



2017년 미국 영화.

감독은 리테쉬 바트라 (Ritesh Batra), 주연은 그 유명한 제인 폰다 (Jane Fonda)와 로버트 레드포드 (Robert Redford) 이다.

부인과 사별한 전직교사 루이스 (로버트 레드포드)를 이웃에 사는 애디 (제인 폰다)가 찾아와 가끔 함께 옆에서 잠을 자줄수 있겠냐는 제안을 한다. 이게 어떻게 전개될 영화일까 궁금해하며 보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외로움은 나이가 들어도 결코 적응되지 않고, 포기되지 않는 문제인가보다. 죽는 순간까지도 피하고 싶고 벗어나려 애쓰는 것. 외로움이다.

솔직하고 분명한 제인 폰다의 제안, 감정에 솔직하고자 노력하는 로버트 레드포드, 두 노년 거장의 연기는 화려하기보다 절제되고 담백했다. 

쓸쓸하고 따뜻한 영화. 우정이어도 좋고 사랑이어도 좋을 관계는 노년이라는 나이가 주는 축복이자 선물이라고 본다면, 꼭 쓸쓸함으로 감상을 마무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80이넘은 로버트 레드포드의 절제된 연기는 젊은 시절에도 저렇게 연기했을까 찾아서 비교해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울지 않아도, 말로 하소연하지 않아도, 종이에 먹물이 배어나오듯 얼굴에서 슬픔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모든 걸 묵묵히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 모습대로 진정성있으면서 그의 진심은 더 깊은 속에서 배어나오고 있는 것을 어떻게 저렇게 연기할까. 

<밤에 우리 영혼은> 이라는 제목때문일까. 고등학교때 영어교과서에 실렸던 <밤은 천개의 눈을 가졌어요>라는 시가 떠올랐다.






















제목도 다른 이 책을 여기에 왜 올렸을까요?

→(영화 원작자가 이 소설 <축복>의 저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도 여러분께 강추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5. 당신의 부탁



2017년 한국

감독, 각본 이동은

임수정, 윤찬영 주연


독립영화로 제작된 영화이다.

시카고타자기라는 TV드라마를 뒤늦게 본후 임수정이 나오는 다른 작품도 보고 싶어져서 검색하여 찾아낸 영화이다.

이 영화와 아래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일전에 페이퍼로 감상을 올린 적이 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두 영화 모두 놓치지 않고 보길 바라는 영화이다.









6.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20년 한국

감독 각본 김초희

강말금, 윤승아, 배유람, 윤여정 출연.












여섯편 올리고 보니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영화는 오래된 영화 스카페이스를 제외하고는 없는 것 같다.

많이 알려진 영화도 보긴 했는데 별 다섯개 줄 정도는 아니었나보다.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결혼이야기>가 빠졌네? 하고 보니 그 영화 본건 올해가 아니라 벌써 작년의 일이다. 

제목은 결혼이야기인데 실제 보면 이혼이야기였던 영화.

내년에도 많은 영화를 보게 되려나? 코로나19 때문만 아니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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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12-16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들어 본 것 같고, 스카페이스 정도만 알고
나머지는 잘 모르겠네요.
50여편을 보셨다니 많이 보셨네요.
한 주에 한 편 본 셈이네요.
저는 요즘 영화는 많이 못 보고 있는데 드라마를 봐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냥 괜찮다 싶은 것만 챙겨 보는데도 시간이 꽤 많이 걸디더군요.
보통 미니시리즈가 16회 정도 하는데 어떤 건 16회가 너무 길다 싶은 것도 있더군요.
일본처럼 10회나 12회 정도만 해도 좋을 것 같은데...

hnine 2020-12-16 22:24   좋아요 0 | URL
제가 그래서 드라마를 못본답니다 10회 넘을때까지 끈기있게 계속 보질 못해요. 그래도 최근에 <시카고타자기>는 너무나 재미있게 잘 봤지만요. 아마 그것이 유일할겁니다. ^^
50여편 보면서 별점 다섯개로 기록해놓은 것이 여섯편이면 너무 적은걸까요. 저 여섯편은 꼭 다시보고 싶을 정도로 놀람 또는 여운을 진하게 남겼거든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저 영화때문에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도 갑자기 생겼고 더 찾아보고 싶어졌는데 네플릭스에 독립영화가 별로 많이 올라와있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유부만두 2020-12-17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올해 영화를 많이 봤다, 싶었는데 어쩜 소개하신 작품들은 다 새롭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hnine 2020-12-18 08:29   좋아요 0 | URL
위에 올린 영화들중 스카페이스를 제외하고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나름 독특하고 주제가 돋보이는 영화들이었어요.
거의 넷플릭스를 통해 본 영화인데 유부만드님께도 추천드립니다.

icaru 2021-01-15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53편을 보셨다고요 ^^ ㅎㅎㅎㅎ 보신 것 중에 별 다섯 6편을 친절하게 공개해 주셨네용~~ 저는 나인님의 53편 중 별넷도 넘넘 궁금하네요! 페이퍼 제목 보고 찌리릿 전기 맞은 것 같았어요! 저도 올해처럼 영화를 많이 봤던 해가 없거든요. 주로 넷플릭스와 왓챠를 통해서였는데, 위에서는 ˝밤에 우리 영혼은˝만 넷플릭스에서 이것을 볼까말까 고민만 했던 ㅎ(밤은 천개의 눈을 가졌지만은 저도 떠올렸는데 그것도 찌리릿 ㅋㅋㅋ )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주변에서 봤다는 사람 열이면 열 모두 좋았다고 해서 너무 궁금해하고 있고요~ 넷플릭스에도 왓챠에도 없더라고요. 했는데 내렸나. 제 주변 사람들 중에는 명절 티비 특선 영화로 봤다는 사람들도 꽤 있었는데, 저는 그것도 놓치고 ㅎ

hnine 2021-01-15 16:29   좋아요 0 | URL
˝찬실이는 복도 많지˝ 저는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내렸다보네요.
별넷 준 영화가 더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는 영화일수도 있겠네요.
˝이제 그만 끝낼까 해˝ 이 영화 별 넷 준 영화인데 추천해드려요. 2020년 영화니까 아직 따끈따끈 ^^
원제는 I‘m thinking of ending things
무엇을 끝내려고 하는지는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입다물고 있겠습니다.

icaru 2021-01-15 16:45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저도 그영화를 건드렸(끝까지 못봐서 ;;;)답니다. 러닝타임 두 시간이 넘어가는 영화더라고요~ 색감이라고 해야 되나 그게 너무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보게 되었는데,,,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을 검색해서 읽고 난 다음에 봐야겠다라는 유혹이 (그러니까 대놓고 스포일러를 취하겠다) 드는 영화였어요! ㅋㅋ 너무 늦은 시각이라 끊고, 남겨 뒀는데 (영화가 어려웠다는 증거겠죠?) 와-- 원작으로 읽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ㅎㅎ 아 그런데 정말이지 무엇을 끝내려고 했는지는 감도 못 잡겠던데요. 처음엔 관계를 끝내겠단는 여성의 내면의 목소리겠거니 했는데, 그 말을 남자친구도 다 들으니까,,, 시종일관 여주인공의 표정이 묘했는데,,,, (좋은 건지 싫은 건지..) ㅋㅋ 아무튼 다 보고 나서~~

hnine 2021-01-17 16:35   좋아요 0 | URL
아, 찬실이는 복도 많지, 네플릭스 아니고 TV에서 봤네요 . 착각했어요.

icaru 2021-01-2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 저 주말에 마나나의 가출과 당신의 부탁을 보았답니다. 먼저 좋은 영화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마나나의 가출은 정말 어딜가도 50대 여성의 삶이라는게 보편적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감 많이 했어요... 여주인공의 연기가 너무 괜찮았다고 할까요 ㅠ;; 3대가 사는 복잡한 세간살이도 눈여겨 보게 되더라고요... 건축탐구 집 혹은 구해줘 홈즈도 아닌데 ㅎㅎㅎ

icaru 2021-01-2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의 부탁도 아마 나인님 아녔으면 못 보고 지나쳤을 텐데...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히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수행해 나가는게 인상적이었어요.. 역시 세대가 비슷한 동성의 분이 추천해 주신 영화들이 코드가 맞는거 같아요!

hnine 2021-01-23 15:19   좋아요 0 | URL
누구에게나 공감이 가는 영화는 아니었을텐데 좋은 영화라고 공감해주시니 저도 기분이 좋아요. 저도 50대이지만 아직도 미우니 고우니 해도 가족이 최우선 순위에 있거든요. 마나나의 가출 까지는 뭐, 그럴 수 있지, 그런 생각 누구나 한번 해보는거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당신의 부탁은 제가 뒤늦게 시카고타자기라는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나서 임수정이라는 배우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검색해보다가 알게 된 영화였어요. icaru님 표현 그대로, 담담히,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수동적이라기 보다 자기 소신대로, 자기 마음이 가리키는대로 실행하는 모습이 오히려 용기있고 후회하지 않을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맞아요, 이런 영화는 동성끼리 더 공감할만한 영화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