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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학사에 가거든 --

 

혹시 어디 가는 길이라도

동학사에 가거든

새 소리 듣고도 나 인가 하세요

발에 밟히는 빨간 단풍을 보고도

나 인가 하세요

그루터기에 혼자 앉아

쉬고 있는 여인네를 보고도

내 생각을 하세요

법당 앞에서 서성이며

무엇인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는 사람을 보거든

내 생각을 하세요

뉘엿 뉘엿 노을을 보며 내려오는 길

나물 바구니 앞에 놓고

사가라는 말도 못하고

행인들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아줌씨를 보거든

내 생각을 하세요

동학사에 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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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0-2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움이 사무칩니다.

hnine 2006-10-28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그리움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마음이지요...'사무친다'는 말을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몸 좀 어떠세요. 식구들 집에 들어오셨나요?
(물만두님, 지금 제 아이가 옆에서 물만두님 이미지 보고서 자기도 따라하고 있습니다 흔들 흔들~ )

세실 2006-10-28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문득 동학사에 가고 싶어 집니다. 그리움의 대상은 누구 일까요?

hnine 2006-10-28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그리움의 대상, 절~대 말할수 없어욧! (ㅋㅋ 농담입니다 ^ ^)

비자림 2006-10-2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쓰셨군요.^^
동학사 가 본 지 좀 되었네요. 너무 붐벼서 갑사쪽을 더 가게 되고 아이들이 요새는 놀이공원이나 축구하러 가자고 해서 그 쪽으로 나들이를 잘 못 가네요.
좋은 날 아침입니다.^^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 거리는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흘렀고

여전히 나는

그 긴 벤치에 그대로였다

 

이제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너는무엇이 변했느냐고...

---류시화 '물안개' 全文---

 


꼿꼿이 쳐들고 온 머리부터를 모래톱에 처박고

온 몸을 양파껍질처럼 말면서 곤두박질치고

울부짖는 그대

멀고 먼 세상에서 흰 거품 빼어문 채 내내

사랑하고 악다구니 쓰며

줄기차게 살아 온

그 삶을 후회하는가

--- 한 승원 '파도'  全文 ---

( * 사진은 올 봄 거제도에서 우도로 가는 배를 기다리며 찍은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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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10-12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네요.
며칠 마음이 좀 꿀꿀하였는데 시와 사진 보며 시원해지옵니다.^^

hnine 2006-10-13 0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저도 요즘 저 바다 보러 다시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랑하고 악다구니 쓰며 줄기차게 살아봅시다.
 

 


지난 봄, 대청호에 갔다가 산책길에 서 있던 시비.

잘 아는 시인은 아니었음에도, 시가 마음에 닿아 베껴 적을 시간은 없고 해서 카메라에 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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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탄 진

                                                    

                                                                                                이 덕 영

강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강가에 가득한 밀밭 위로

바람이 넘치고 있었다

흰 모래톱에 던지는 돌팔매

하늘 위의 몇마리 새들과

무심한 물결이

빈 가슴에 들어와

어둠을 허물고 있었다

키 큰 밀밭 사이로

지난 밤의 하찮은 불면이

구름처럼 사라져 가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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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1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찮은 불면~
무심한 물결
정말 시가 가을에 어울리네요

세실 2006-09-10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은 시네요.
시는 역시 여운을 남겨야 읽는 맛이 나요~~~ 세번 읽었습니다.

해리포터7 2006-09-10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저두 이시 잘 퍼갈께요..

hnine 2006-09-1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말씀 듣고 보니, 가을에 어울리네요 정말. 그래서 봄에 보고 온 시가 지금 다시 생각났나봐요.
세실님, 대청호가 세실님 계신 곳에서 가깝다고 하셨던가요? 종종 가고픈 곳이어요. 여름밤에 야경도 멋있더라구요.
해리포터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비자림 2006-09-10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맑은 시네요. 저도 얻어 가서 걸어놓겠사와요^^
포근한 밤 되세요^^

hnine 2006-09-1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이 시인 혹시 아시는지요.
오늘, 쌀쌀하긴 하지만 하늘이 맑으네요. 좋은 하루, 좋은 일주일의 시작이 되시길 바랍니다.

비자림 2006-09-1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처음 들어봅니다.
아이들 가을 옷 입혀 유치원 보냈어요. 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씩씩하니 2006-09-1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심한 물결이 빈가슴에 들어와,,,,,,,,,,,,빈가슴.........
아 이거였어요,,,이 표현,,,,지금 제 가슴에 대한 넘 적절한,,말 같애요..

hnine 2006-12-1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저희 아이는 어제 겉옷 없이 반팔 원복만 입겠다고 고집부려 결국 그러고 유치원 갔답니다.
하니님, 저도 빈 가슴으로 있어보았으면 좋겠어요. 주위가 무심해 보였으면 좋겠구요. 제가 마음 수양이 아~직도 부족한 탓이겠지요.
 

리뷰에도 올린 '버림받은 성적표'라는 고등학생들의 시집을 엮은 구 자행님이 이 시집의 후기로 쓰신 글을 읽다가 적어 두었다. 언젠가 도움이 되려나? ^ ^

-시를 잘 쓰려면 순간에 일어나는 마음의 결을 붙잡아 보려고 애를 써야하고, 삶이 보이도록 장면을 환하게 그려 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합니다.

-시는 또 지금 막 그 일을 겪는 듯이 써야 합니다.

-또, 시는 말을 아끼면서 써야합니다. 필요없는 말을 버릴줄 알아야 합니다. 시를 다 써 놓고 뺴도 좋은 말은 없는지 다시 살펴야 합니다. 이게 군더더기일까 싶은 구절이 있으면, 그 구절만 가리고 읽어 보세요. 그렇게 읽었을때 시맛이 더 살아나면 그 구절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빼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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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9-05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가옵니당^^

hnine 2006-09-06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은 이미 마음 속에 두고 계신 것들이지요? ^ ^
시를 쓰는 마음은 정말 특별한 것 같아요.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지금은 안면도와 연결되어 있는, 과거의 안면도 옆의 조그만 섬 '대야도'에 가면 천상병 시인이 살던 집이 남아있다. 조그만 방 셋이 나란이 붙어 있고, 가운뎃 방에는 다락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있으며, 조그만 앉은뱅이 책상이 놓여 있다. 앞마당 옆으로는 나중에 지어놓은 기념관 같은 아담한 건물이 있고, 내부 벽 빙 둘러서 그림과 시 들이 걸려 있다. 그 중 '갈대' 라는 시이다.

갈대... 아름다운 꽃이 피거나, 눈에 띄는 식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특히 우리 한국 사람들로 하여금 정말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갈대가 흔들리는 모습은 손을 흔들어 이별하는 모습으로, 흔들리며 내는 소리는 엉엉 흐느껴 우는 소리로, 그렇게 보고 듣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참으로...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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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8-05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천상병 시인이 안면도에 살았군요. '소풍'이 참 기억에 남아요.
'갈대'도 참 좋은 시이네요. 애절합니다.....

hnine 2006-08-05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가을에는 갈대 보러 안면도에 갔었어요. 안면도가 생각보다 대전에서 가는데 오래 걸리더군요.

비자림 2006-08-06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 가옵나이다^^

hnine 2006-08-06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영광이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