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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한테 왜 당했을까

짓뭉개어진 하반신을 끌고

뜨건 아스팔트길을 건너는 지렁이 한 마리

죽기보다 힘든 살아내는 고통이여

너로 하여

모든 삶은 얼마나 위대한가 엄숙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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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안진 시인 이름으로 나온 시집은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2000년에 출판되 시집 '봄비 한 주머니'에 들어있는 시 <전율>

오늘 김남희님의 '걷기 여행 1' 을 읽다가 이 시를 다시 만나다.

반가와, 시집을 다시 펼쳐 보니, 위의 굵은 체로 표시된 부분에 연필로 밑줄이 쳐져 있었다.

2000년 5월이라... 그나마 한가하던 시기였는데.

 

시작 (詩作)에 전념하기 위해 교수직을 사임한 유안진 시인의 근황이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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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레져 >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되는
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전세방에서
만학을 하는 나의 등록금을 위해
사글셋방으로 이사를 떠나는 형님네
달그락 거리던 밥그릇들
베니어 판으로 된 농짝을 리어카로 나르고
집안 형편을 적나라하게 까 보이던 이삿짐
가슴이 한참 덜컹거리고 이사가 끝났다
형은 시장에서 자장면을 시켜주고
쉽게 정리될 살림살이를 정리하러 갔다
나는 전날 친구들과 깡소주를 마신 대가로
냉수 한 대접으로 조갈증을 풀면서
자장면을 앞에 놓고
이상한 중국집 젊은 부부를 보았다
바쁜 점심시간 맟춰 잠 자주는 아기를 고마워하며
젊은 부부는 밀가루,그 연약한 반죽으로
튼튼한 미래를 꿈꾸듯 명랑하게 전화를 받고
서둘러 배달을 나아갔다
나는 그 모습이 눈물처럼 아름다워
물배가 부른데도 자장면을 남기기 미안하여
마지막 면발까지 다 먹고 나니
더부룩하게 배가 불렀다,살아간다는 게


그날 나는 분명 슬픔도 배불렀다.


詩 함민복



Photo : 플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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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많이 흘린 사람은 눈물을 적게 흘린다...는 중학교때 내가 좋아하더 수학 선생님의 말씀도 생각이 났고, 예전에 읽은 공지영의  '절망을 건너는 법' 이었나? 하는  제목의 소설도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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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5-30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민복님의 시를 좋아하시나 봐요?
뼈저린 가난, 그렇지만 꿋꿋하게,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
저도 뭉클하네요.

hnine 2006-05-31 0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비자림님.
전 이런 꿋꿋함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기도 해요.
 
 전출처 : 클레어 > 김윤아 - 봄이 오면

 


     봄이오면 / 김윤아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녁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 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 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두빛 고운 숲속으로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

풀무덤에 새까만 앙금 모두 묻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 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녘에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녁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노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에
가는 겨울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봄이 오면

 

 
 
 
어지러운 거리를 오늘도 하루종일 걸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낯선 거리를 거닐며
낯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낯설어
잠시 심호흡을 했습니다.
 
이 봄을,
이 순간을,
이 아름다움을,
이 생을
함께  느끼지 못하고
뚜벅뚜벅 걸어 가야한다는 외톨이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신..
날이 많이 따스해졌습니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대기가
지치고 시린 육체를
안아주고 있습니다.
 
햇살은,
'네 마음을 열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어'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용히
제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당신..
다른 이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당신..
쓰라림을 잘 알면서도
가슴 속 모래알을 뱉어내지 않는 진주조개처럼
삶의 상처를 품어 안고는
혼자 외로이 상처를 핥고 있는 당신..
그렇게 세상의 많은 길 중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당신,
 
 
자신의 상처만 바라보고 있어서
알아보지 못했었나요?
같은 시간, 같은 거리를 걸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눈먼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지금 이 도시의 사랑이야기입니다.
 
당신..
봄밤에 잔잔히 섞여 드는
봄꽃의 향기에
내 향기도 함께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하루하루 일곱 날이
 무지개빛깔처럼
하나하나 모여
의미가 있다는 것을
살며시 귓가에 속삭여 주었던 그날은
다시 돌아올 수 없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봄밤에
당신의 코끝을 스칠
나의 향기의 이름은
'그리움'입니다.
어쩌면 당신이 알아채지 못한다고 해도
없는 것이 아니랍니다.
 
눈먼 이들의 사랑 노래가
이 도시의 사랑 노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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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2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아요 가져갈게요

hnine 2006-04-22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저도 어제부터 내내 듣고 있어요.
 

 

나는 그냥 이렇게 그리워하며 살래

그리워만 할래

눈물나도록 하늘 파아란 날은

하늘이 당신이려니

날 쳐다보고 있나보다 할래

 

자꾸만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날이면

밖으로 나가 손 내밀어

내 손바닥에서 비를 느껴볼래

그리고 반가와 할래, 당신과의 악수라 생각할래

 

지치도록 더운 날

한줄기 바람이라도 잠깐 스쳐지나가면

아! 당신이구나,

나를 위로해주러 당신이 다녀 가는구나

고마와 할래

 

그리움으로 마음 더 무거워지지 말고

마음 멍들지 말고

오히려 가벼워지고, 더 투명해져갈래

훗날

언제가 될지 나도 모를 그 날,

가볍고 투명한 웃음으로

당신 앞에 서고 싶어.

 

 

-- 2006.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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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2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의 테마는 다 봄이시네요. 황사가 온다던데 날씨는 괜찮습니까? 이런 봄날엔 무채색을 입기가 싫어집니다. 연분홍 치마까진 아니더라도요.

하늘바람 2006-04-22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봄을 기다리다 어느새 봄이 간걸 느낄 것같아요

hnine 2006-04-2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nci님, 하늘바람님, 끄적거려 놓고는 뭐라고 제목을 달아야할지 몰라 그냥 듣고 있던 노래 제목을 따라 '봄이 오면'이라고 적었어요.
 
 전출처 : 돌바람 > 선천성 그리움-함민복

선천성 그리움

                                                   함민복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1996, 창비)

 

>> 목련, 피고 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괜시리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저것들 다 떨어지지 전에 오신다고 했는데, 저것들 다 떨어져도 안 오시면 어쩌나, 내 가슴은 늘 목련, 꽃송이처럼 기다리고 떨어지기를 몇 해째 반복하며 그저 기다리는 것이 익숙하여 그리워도 그립다고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차마 꽃송이 머리 위부터 햇살에 타들어가고 있다고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떨어진 꽃송이 곱게 말려 연초처럼 잘게 잘라 한 모금 들이키고 싶은 봄날, 당신은 그렇게 봄날 내 그리움이 가 닿은 첫맛, 목련잎으로 오셨군요. 한 나무에서 나온 내 마음을 들이키는 것처럼 우리는 늘 함께 피었던 거였군요. 함께 피어 서로를 볼 수 없었던 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선천성 그리움을 앓는 그대가 내 가슴이었음을 목련 꽃 피고 지는 계절에 알게 되었습니다.

 

 

Diamonds and Rust - Joan Baez  

  

We both know what memories can bring

They bring diamonds and r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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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6-04-1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어보는 조앤 바에즈네요! 타고난 그리움 어쩌겠어요. 아... 가끔 그러고 말뿐이어요..

hnine 2006-04-1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런스님,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