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지금은 안면도와 연결되어 있는, 과거의 안면도 옆의 조그만 섬 '대야도'에 가면 천상병 시인이 살던 집이 남아있다. 조그만 방 셋이 나란이 붙어 있고, 가운뎃 방에는 다락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있으며, 조그만 앉은뱅이 책상이 놓여 있다. 앞마당 옆으로는 나중에 지어놓은 기념관 같은 아담한 건물이 있고, 내부 벽 빙 둘러서 그림과 시 들이 걸려 있다. 그 중 '갈대' 라는 시이다.
갈대... 아름다운 꽃이 피거나, 눈에 띄는 식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특히 우리 한국 사람들로 하여금 정말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갈대가 흔들리는 모습은 손을 흔들어 이별하는 모습으로, 흔들리며 내는 소리는 엉엉 흐느껴 우는 소리로, 그렇게 보고 듣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참으로...애틋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