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 거리는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흘렀고

여전히 나는

그 긴 벤치에 그대로였다

 

이제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너는무엇이 변했느냐고...

---류시화 '물안개' 全文---

 


꼿꼿이 쳐들고 온 머리부터를 모래톱에 처박고

온 몸을 양파껍질처럼 말면서 곤두박질치고

울부짖는 그대

멀고 먼 세상에서 흰 거품 빼어문 채 내내

사랑하고 악다구니 쓰며

줄기차게 살아 온

그 삶을 후회하는가

--- 한 승원 '파도'  全文 ---

( * 사진은 올 봄 거제도에서 우도로 가는 배를 기다리며 찍은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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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10-12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네요.
며칠 마음이 좀 꿀꿀하였는데 시와 사진 보며 시원해지옵니다.^^

hnine 2006-10-13 0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저도 요즘 저 바다 보러 다시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랑하고 악다구니 쓰며 줄기차게 살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