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 거리는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흘렀고
여전히 나는
그 긴 벤치에 그대로였다
이제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너는무엇이 변했느냐고...
---류시화 '물안개' 全文---

꼿꼿이 쳐들고 온 머리부터를 모래톱에 처박고
온 몸을 양파껍질처럼 말면서 곤두박질치고
울부짖는 그대
멀고 먼 세상에서 흰 거품 빼어문 채 내내
사랑하고 악다구니 쓰며
줄기차게 살아 온
그 삶을 후회하는가
--- 한 승원 '파도' 全文 ---
( * 사진은 올 봄 거제도에서 우도로 가는 배를 기다리며 찍은 것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