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봄, 대청호에 갔다가 산책길에 서 있던 시비.
잘 아는 시인은 아니었음에도, 시가 마음에 닿아 베껴 적을 시간은 없고 해서 카메라에 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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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탄 진
이 덕 영
강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강가에 가득한 밀밭 위로
바람이 넘치고 있었다
흰 모래톱에 던지는 돌팔매
하늘 위의 몇마리 새들과
무심한 물결이
빈 가슴에 들어와
어둠을 허물고 있었다
키 큰 밀밭 사이로
지난 밤의 하찮은 불면이
구름처럼 사라져 가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