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무슨
소리라도 한번 들려라
살포시라도
외롭구나
무슨
벌레라도 한 마리
나를 물어라
너무 외롭구나
생각하고 생각하다
생각이 막힌 곳
문득 생각하니
내 삶이란 게 간단치 않아
온갖 소리 갖은 벌레 다 살아 뜀뛰는
무슨 허허한 우주
쓴웃음이
한번
뒤이어
미소가 한번
창밖의 마른 나무에
공손히 절 한번
가랑잎 하나
무슨 종교처럼 진다.
김 지 하
친정에 가면 아직도 여기 저기 결혼 전 나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이번 설에 가서 집어온 시집, 김 지하 시인의 중심의 괴로움, 1994년에 나온 시집이다.
책 겉장을 들춰보니 이 시집을 구입한 날짜와 장소가 쓰여 있다.
대학로에도 종로서적이 있었던가?
김 지하 시인의 <새벽 네시>라는 시를 시작으로 그의 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었다.
오늘, 오랜만에 그의 시를 다시 읽는다.


새봄 9
벚꽃 지는 걸 보니
푸른 솔이 좋아
푸른 솔 좋아하다 보니
벚꽃마저 좋아.
김 지 하
새봄, 새봄!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자동차 안의 히터를 키지 않고 올수 있을 만큼 날이 많이 풀려 있었다.
봄이란 말에는 어떤 힘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봄! 봄! ^^